제 128 화 분노의 참격
녹색 칼날이 번쩍였고, 마치 검에서 사악한 악마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곡일평의 기세가 완전히 변했다.
이 순간 그는 마치 악마가 빙의한 것 같은 모습으로 변했고,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괴이한 모습이었다.
“엽운, 조심해라. 이 칠절마도는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쉽지 않으니까. 저 칼에 담겨있는 괴이한 힘은 영력으로 당해낼 수 있는 게 아니야.”
단진풍은 이미 한 차례 당했고, 마음속의 공포가 이제야 사라졌다.
엽운은 칠절마도의 위력이 어떤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는 방금 단진풍의 반응에서 이 칼은 결코 쉽게 막을 수 없는 것임을 깨달았다.
지금 그의 실력은 연기경 중기에 가깝지만, 결국 진기를 다루어 몸을 보호할 수 없기 때문에 칠절마도의 힘이 몸에 들어오기 쉽고, 악마의 기운이 몸을 갉아먹을지도 모른다.
“쉭!”
깜짝 놀랄만한 일격도 아니었고, 예상을 벗어날 만큼 빠르지도 않았다.
칠절마도는 그렇게 담담하게 날아왔다.
하지만 이 무덤덤한 일격이야 말로 엽운에게는 피하기 힘들었다.
어떻게 피해도 칠절마도가 뿜어내는 힘이 그의 퇴로를 봉쇄하였고, 과감하게 뒤로 물러나면 그를 기다리는 것은 더 강력한 공격이었다.
단진풍과 여명홍은 차가운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이 일격에 담긴 위력과 효과는 이미 두 사람의 인식을 완벽히 벗어났다.
특히 단진풍은 곡일평이 아무도 몰래 수위를 이 정도까지 성장시키고, 칠절마도 하나만 가지고 그를 뛰어 넘을 줄은 상상도 목격했다.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었다.
소령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지만 그녀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고, 단진풍 처럼 겁에 질리지도 않았다.
그녀는 엽운에게 설명할 수 없는 신뢰가 있었고, 이 싸움으로 엽운이 상처입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은연중에 엽운이 쉽사리 이 검을 막아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엽운은 마음속으로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표정으로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입가에 웃음기를 띄고, 물러서지 않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별안간 그의 손에 쥔 자영검에서 일렁이는 파문이 뿜어져 나왔고, 겹겹이 퍼져나갔다.
바다 위에 별안간 천둥소리가 울렸는데, 하늘에서 들려오는 것 같기도, 바다 깊은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였다.
“탁!”
맑은 소리가 울리며 보라색 번개가 나타났고, 하늘 꼭대기에서 번개가 내려와 바다 위를 매섭게 때려 열 장 높이의 거대한 파도를 만들어냈다.
“뇌운전광검 제 2식, 뇌정만곡!”
엽운이 나즈막이 소리치자 자영검이 번개로 변했다.
순간, 번개가 하늘을 가득 메우고 우뢰가 울려 퍼지며 온 천지의 색깔이 변하는 것이 보였다.
바다 위에는 광풍이 불었고 거대한 파도가 하늘을 찔렀다.
엄청단 번개가 떨어져 내려와 곡일평의 온 몸을 뒤덮었다.
자영검의 도움으로 뇌운전광검이 마침내 진정한 위력을 발휘한 것이다.
비록 진기로 촉진시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을 낼 수 있고, 연기경 초기의 제자쯤은 쉽사리 죽일 수 있었다.
곡일평의 안색이 변했다.
그가 남몰래 연기경을 돌파한 것은 단진풍과 이 녀석들을 하루 아침에 전부 죽이고 보물을 빼앗기 위해서였다.
특히 무영봉 봉주 소호의 딸인 소령을 대묘에서 죽여버리면 분명 엄청난 보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는 이제 막 연기경을 돌파했기에, 아직 수위를 견고하게 굳히지 못했기에, 함부로 싸움을 걸지 않았던 것이다.
엽운이 갑자기 나타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게다가 이 녀석은 먼저 3층에 들어왔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미 여러 보물을 얻은 것 같았다.
곡일평은 애초에 섣불리 공격할 생각이 없고, 남몰래 엽운의 수위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는 엽운의 수위가 고작 연체경 7중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나서야 마음을 굳혔다.
그의 수위는 연기경 1중이었다.
어쩌면 엽운과 비교해 그다지 뛰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에게는 칠절마도가 있었고, 진기를 이용해 발동시킨 칠절마도의 위력은 아주 놀라웠다.
더 말할 것도 없이 단진풍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곡일평은 마치 무수히 많은 보물이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을 본 것 같았다.
게다가 그가 대묘를 떠나고 나면 천검종을 떠나 여기서 얻은 자원으로 스스로 수련할 수도 있었다.
아니면 천검종으로 돌아가더라도 중요한 자리에 앉아 금방 내문 제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밝은 탄탄대로가 그의 앞에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엽운의 손에서 자영검이 춤을 추며 번개가 하늘을 가득 메우는 것을 본 순간, 그는 자신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이미 칠절마도의 3절을 수련하여 더 이상 두려울게 없었던 그였지만, 엽운의 실력은 그의 예상을 한참 벗어났다.
사악마의의 일격은 절대 다시 날릴 수 없었다.
곡일평은 이 일격을 날리면 엽운의 뇌정만곡이 전부 그에게 날아올 것임을 알기 떄문이었다.
곡일평의 지금 수위로는 이 하늘을 가득 메운 번개는 결코 막아낼 수 없다.
목숨을 부지하고 엽운을 죽이는데까지 성공한다 한들, 소령과 여명홍 두 사람으로 부터 살아서 도망칠 자신이 없었다.
녹색의 칠절마도가 공중에서 멈춰서더니 이내 뒤집혔고, 그의 앞에서 엄청난 빛을 뿜어대며 완벽하게 방어했다.
“파파팟!”
번개가 떨어져 전기의 뱀이 춤을 추며 녹색 칼날을 매섭게 때렸다.
순간 빛이 끊기며 녹색 칼날이 어두워지고, 번개도 사라졌다.
“이럴리가?”
곡일평이 소리쳤다.
눈앞의 장면을 믿을 수 없었다.
어떻게 연체경 7충의 수위로 이런 위력을 가진 일격을 날릴 수 있는 것인가.
칠절마도를 쥐고 있는 그의 눈에 공포가 가득했다.
엽운은 살짝 웃어보이곤 다시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
“곡사형, 이 칠절마도에 아직 익숙하시지 않은 모양입니다. 위력이 영 별로인데요.”
곡일평의 표정이 싸늘해졌다.
“엽운 너 대체 3층에서 무얼 얻은 것이냐? 어떻게 이런 영력을 손에 넣은 게냐?”
“뭘 얻었는지가 뭐가 중요해. 알아봤자 소용 없을거야. 이제 곧 죽을 거니까.”
엽운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가 보기에 곡일평, 이 녀석은 진작부터 자신을 사지로 내몰기 위한 계획을 하고 있었는데, 어떤 때는 그런 생각을 포기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다른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전의 수위로는 엽운도 경거망동 하지 않았겠지만, 지금 그의 힘은 분명히 상대를 압도하기에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내가 칠절마도의 주인인데, 어찌 쉽게 당하겠느냐. 엽운 네 녀석도 입만 살았구나.”
곡일평은 칠절마도를 얻은 이후로 기세가 달라졌다.
엽운은 어깨를 으쓱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못 믿겠으면, 해보던가.”
곡일평은 입가를 씰룩이고 표독스럽게 말했다.
“엽운, 날 다그치지 마라. 후회하게 될 거다.”
엽운은 웃으며 말했다.
“다그치면, 어쩔 건데?”
곡일평의 표정은 험상궂게 변했고 눈에서는 분노가 느껴졌다.
줄곧 자신이 사냥꾼이고 소령과 나머지 일행들을 사냥감이라 생각했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엽운이 나타났고, 판도가 완전히 뒤집히려 하고 있었다.
곡일평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손에 쥔 칠절마도를 휘둘러 하늘을 가리켰다.
“칠절마도에는 7가지 수가 있지. 각각 7개의 마의를 대표하고,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좀 전에 보여준 두 검은 제일 쉬운 것으로, 공포와 절망을 느끼게 하는 사악마의와 양구마의이다. 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지. 엽운 네놈이 이렇게 나를 다그친다면, 분노를 써보는 수밖에.”
분노!
곡일평은 분노 뒤에 마의라는 두 글자를 붙이지 않았고, 그저 냉랭하게 분노라는 두 글자만을 말했다.
별안간 칠절마도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선홍색 빛이 번쩍였다.
하지만 선홍빛 빛은 엽운을 향해 날아오지 않았고 공중에서 뒤집혀 곡일평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곡일평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곧이어 두 눈에 핏발이 서고 인상은 험악해졌으며, 보기에도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의 기세는 놀랍게도 점점 높아져 마치 해안을 때리는 성난 파도같이 느껴졌다.
“엽운, 네가 자초한 일이다. 칠절마도의 분노는 목숨을 걸고 써야 하지. 한 번 휘두를 때 마다 내 수위는 한 단계씩 내려간다. 하지만 너희 죽일 놈들을 베어버릴 수만 있다면 상관없다.”
“분노!”
이 공격은 놀랍게도 칠절마도의 분노를 자신의 체내에 주입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체내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최강의 일격을 날린다.
단진풍과 여명홍의 안색이 변했다.
비록 그들이 아직 연체경 수사에 지나지 않아도 곡일평의 몸에 나타난 변화는 그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그가 날릴 일격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들의 주위를 둘러싼 기세와 압력만으로도 힘을 제대로 쓸 수 없었다.
엽운의 얼굴이 약간 굳어졌다.
참고로 기세를 위압처럼 사용하려면, 수위가 촉기경에 달하여 정신의 힘을 응집시킬 수 있어야만 한다.
연기경 후기에 달한 수많은 수사들이 타인에게 공포를 느끼게 할 만한 기세를 부릴 수 있지만, 기세는 기세일 뿐이다.
그저 마음을 굳건히 먹으면 실력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위압은 다르다.
높은 수준의 위압은 체내의 기운을 흐트러뜨리고, 자신이 가진 최대의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든다.
분명 이 순간 체내의 영력이 조금씩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고, 어떤 힘에 의해 짓눌린 것 같았다.
위압, 진짜 위압이었다!
엽운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곡일평이 촉기경 수사들이나 쓸 수 있는 위압을 쓸 수 있는 것인가.
하지만 그는 느끼고 있었다.
곧 닥쳐 올 그의 일격은 분명 그의 예상을 뒤엎을 만한 위력을 갖고 있을 것이란 걸.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손에 쥔 자영검이 조금씩 떨려오며 천둥소리를 내었다.
자영검은 조금도 겁이 나지 않는 듯 했고, 오히려 싸워보고 싶어서 안달이 난 듯, 검신이 통제를 잃고 떨려왔다.
엽운은 자신이 흥분하고 있다는 착각마저 느꼈다.
“자영, 더 이상 참을 수 없구나.”
마음속의 압력이 별안간 사라지는 것을 느꼈고, 굳어진 얼굴은 다시 편안해져 웃음기가 떠올랐다.
“그럼, 보여 봐라. 칠절마도 분노의 위력을.”
엽운은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한 걸음 내딛었다.
순간 번개가 번쩍이며 천둥소리가 울렸고, 바다의 윗쪽에 먹구름이 잔뜩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