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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118화 (118/227)

제 118 화 식양

만약 화일성이 아니었다면 엽운은 공간 진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영원히 6층으로 가는 통로를 열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공간진법을 파괴한 후 가볍게 문을 여는 것 또한 화가의 피가 흐르지 않는 사람으로썬 매우 곤란한 일이었다.

엽운은 기이한 장면을 보았다.

화일성이 먼저 앞으로 걸어 나가더니 허공을 향해 손을 올리자, 원래 아무 것도 없던 옥기둥 위에 별안간 4개의 빛이 나타났고,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4개의 빛 가운데에 물방울 모양의 작은 구멍 하나가 생겼다.

화일성은 고개를 돌려 엽운을 바라보았는데, 어딘가 망설이는 눈치였다.

하지만 엽운의 얼굴에 떠오른 웃음을 보더니 즉시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손을 들었다.

손끝에서 심혈이 흘러나와 물방울 모양의 구멍에 떨어졌다.

순간 네 개의 빛이 빛을 발하더니 별안간 네 종류의 영기가 그 가운데에서 뿜어져 나왔다.

얼음, 화염, 번개, 그리고 검은 흙 덩어리였다.

빙계, 화계, 뇌계, 토계 총 네 가지 영기가 두 사람 앞에서 요동쳤다.

“이 중 두 종류 영기의 금제를 깨면 6층으로 가는 통로를 열 수 있다.”

화일성은 엽운을 보며 느릿느릿 말했다.

엽운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앞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화일성의 손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거무스름한 영기가 쏘아져 흙덩어리 속으로 주입되었다.

음울한 소리가 퍼지더니 거무스름한 흙덩어리가 마치 거대한 힘에 의해 공격을 받은 것처럼 소리를 내며 터졌고, 검은 흙 덩어리는 엽운와 화일성을 향해 날아왔다.

엽운은 손을 들어 모든 흙덩이를 잡았다.

산처럼 무거웠다.

엽운이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흙을 손에 쥐자 별안간 몸이 기울어졌고,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넘어질 뻔했다.

흙덩어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무거워 마치 거대한 돌로 이루어진 산을 들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화일성은 옆에서 이를 바라보다 미간을 찌푸리며 이상한 기색을 내비치더니, 결국 평정심을 되찾았다.

엽운의 몸이 기울어지는 것을 보자마자 공격하려 했지만, 잠깐 주춤하다가 다시 몸을 일으키며 꿋꿋이 흙덩어리를 들어 올리는 것을 보고 공격할 생각을 거두었다.

“이게 뭐지? 왜 이렇게 무거운거야.”

마치 거대한 산 같은 흙덩이를 느끼며 호기심에 물었다.

“대지식양 이라고 한다. 영기를 만드는데 쓰이는 진귀한 재료이며, 흙 속성의 영기를 뿜어낼 수도 있다.”

화일성은 알고 있는 바를 전부 털어놓으며 천천히 말했다.

엽운은 미간을 씰룩이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

손에 쥔 이 대지식양은 그 무게만으로도 얼마나 진귀한 물건이지 증명할 수 있었는데, 흙 속성의 원소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더더욱 그를 흥분시켰다.

흙 속성의 영기를 수련하여 완벽히 융합 시킬 수 있다면 그의 실력은 더욱 향상될 것이다.

손을 뒤집어 대지식양을 뇌운화룡계 속으로 던져 넣었다.

저물 반지는 하나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토록 무거운 대지식양을 집어넣어도 엽운에게는 그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것이 저물 영기의 신묘한 점이었다.

화일성은 엽운이 대지식양을 저물 반지에 집어넣는 것을 보고 저도 모르게 입술을 씰룩거렸다.

마음속에서는 피가 솟구치는 것 같았다.

대지식양, 이 얼마나 진귀한 재료인가.

그는 자영검과 새하얀 옥기둥을 발견했을 때 벌써 이 5층의 보물이 네 가지 영기로 이루어진 재료일 것임을 알고 있었다.

“화형, 좀 전에 듣자니 두 가지 원소의 영기를 수련했다던데, 꺼내 보시지.”

엽운의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울렸다.

화일성은 이를 악물었지만 어쩔 수 없이 모든 보물을 내놓아야 했다.

족히 열흘이 걸려도 회복할 수 없는 부상을 입었는데, 엽운이 열흘이라는 시간을 줄 리도 없으니 말이다.

오른손을 가볍게 움직이자 한 줄기의 화염이 손끝에서 뿜어져 요동치는 화염의 원소 속으로 주입됐다.

화염은 마치 등유를 들이 부은 것처럼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커다란 불꽃이 하늘을 찔렀다.

이윽고 거대한 불꽃은 천천히 수그러들어 언제 꺼질지 모르는 작은 불씨가 되었다.

엽운은 한 발짝 내딛으며 손을 들어 이 작은 불씨를 집어 들고 화일성을 바라봤다.

“화염 속에서 보랏빛이 보이다가, 또 은은한 금색이 보이기도 하고, 이것이 바로 금단 수사가 단약과 영기를 만들때 가장 많이 사용한다는 허망의 불꽃이다. 불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것이 신비롭기 그지없지.”

“허망의 불꽃? 처음 들어보는데.”

엽운은 사양하지 않고 불씨를 거두어 뇌운화룡계 속에 넣으려 했다.

“이건 영기가 아닌데, 어떻게 저물대에...”

화일성은 저도 모르게 그를 저지하다 무언가 뜻이 있는 듯 말을 멈추고 입을 꾹 닫았다.

엽운은 아주 총명했기에, 화일성이 무의식중에 허망의 불꽃은 저물 영기에 넣을 수 없다고 말한 것을 들었고, 이것을 보관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화형, 그럼 이걸 어떻게 보관하지?”

엽운은 히히 웃으며 물었다.

화일성은 자신의 입술을 잡아 뜯어버리고 싶었다.

비록 이 허망의 불꽃을 손에 넣을 수 없을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이 갖지 못하는 것은 엽운도 갖지 못하게 만들었어야 했다.

그러나 자신의 주둥이 때문에 이 허망의 불꽃은 엽운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된 것이다.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던 화일성은 이상한 기운을 풍기며 말했다.

“보관할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어. 화염계 영기를 수련해본 적이 있는 수사만이 이 허망의 불꽃을 몸속에 담을 수 있지. 그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다.”

화일성은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

사실 이 허망의 불꽃은 보관할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허망의 불꽃을 가져갈 수 없어 실망하는 엽운의 표정을 보고 싶었다.

‘내가 가질 수 없다면, 너도 가져서는 안 되지.’

엽운은 미간을 찌푸리며 손에서 요동치는 작은 불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손바닥에서 불덩이를 끄집어 내 조금씩 허망의 불꽃을 집어 삼켜 사라지게 만들었다.

조금도 남김없이 연화된 것이다.

“이렇게 하는 건가?”

엽운은 고개를 돌려 화일성을 보며 물었다.

화일성의 입이 떡 벌어졌다.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눈앞의 이 소년은 심계도 매우 깊고, 수위도 높은데다. 육신은 더 할 나위 없이 강력하고, 심지어 화염계 영기를 수련했다니,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

나이가 몇 살이나 됐다고? 저런 놈이 천검종의 평범한 외문 제자를 자처한다니.

평범한 외문제자가 이런 수위를 가질 수 있는가?

이 정도 수위에 또 이렇게 강력한 육체까지? 거기다 화염계 영기를 연화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화일성은 못마땅하고 괴로웠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엽운을 이용하려 한 것은 너무도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만약 다른 수사였다면 모든 보물이 화일성의 것이었을테고 이런 장면은 나오지 않았을텐데.

“영기 2개의 금제를 깼으니, 통로가 열릴 때까지 기다리면 되겠군.”

화일성의 잔뜩 어두워진 표정을 짓고 유감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2개의 영기에 금제가 남아있지 않나? 전부 깨버리면 뭐가 달라지는 것이지?”

엽운은 남은 두개의 영기를 보며 궁금한 듯 물었다.

화일성은 그를 한 번 바라보고 냉랭하게 말했다.

“전부 깬다면, 우리는 곧바로 7층으로 갈 수 있게 된다. 왜냐하면 6층에는 7층으로 가는 길이 없거든.”

“그럼 진귀한 보물들은 죄다 7층에 있겠군.”

“물론이지. 그런데, 얼음의 영기는 수련하기 아주 어려워. 게다가 번개의 영기는 천백년간 그 누구도 연화에 성공한 적이 없어.”

엽운은 웃음을 지으며 앞으로 걸어갔다.

오른손을 살짝 들자 전체가 얼음으로 변했고, 옥처렁 투명한 빛을 발했다.

이어서 그는 얼음 위에 살포시 손을 얹었다.

순간, 얼음이 별안간 떨어지더니 비둘기 알 만한 크기의 얼음 수정이 되어 엽운의 손바닥 위에 떨어졌다.

화일성은 이를 보고 아연실색 하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이제서야 알아차린 것이다.

엽운이 화운대전에 혼자의 힘으로 들어왔다는 건, 그가 적어도 두 종류의 원소를 가지고 있다는 거였다.

이게 평범한 제자라고?

이 녀석은 천검종의 정예 제자가 분명하다.

어쩌면 훗날 천검종을 물려받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자신은 이런 녀석을 이용하려 했으니, 자업자득인 셈이다.

그러나 화일성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이 남아 있었다.

엽운이 비둘기 알 만한 크기의 얼음을 뇌운화룡성 속에 집어넣고 다시 오른손을 든 것이다.

천둥소리가 울리며 사방에서 번개가 쳤다.

엽운의 손가락에서 보라색 번개가 튀어나와 빠직 소리를 내며 허공을 갈랐다.

번개의 영기다.

이 녀석은 심지어 번개의 원소 수련에 성공한 것인가.

화일성은 제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고, 머릿속이 온통 혼란스러웠다.

천백년간 아무도 이 번개의 영기를 연화시키지 못했는데, 놀랍게도 지금 엽운의 몸에 번개의 원소가 있는 것이다.

한 줄기의 번개가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가더니 마찬가지로 보라색의 수정이 되어 엽운의 손바닥 위로 떨어졌는데, 이 수정의 위에는 어렴풋이 번개가 흐르고 그 사이에서 희미한 천둥소리가 들려왔다.

“화형, 지금 보니까 곧바로 7층으로 올라가도 될 것 같군, 6층의 보물을 가질 수 없게 되서 유감이야.”

엽운은 웃으며 화일성의 어깨를 툭 쳤다.

깜짝 놀라 넋이 나가있던 화일성은 이윽고 정신을 차렸는데, 그의 눈빛은 암담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10년은 더 늙은것 같았고, 풀이 잔뜩 죽어 생기라곤 없었다.

네 개의 영기로 이루어진 빛이 모두 깨졌고, 사방에서 천천히 다가오더니 하나로 융합되어 마침내 두 사람의 앞에 빛을 뿜어대는 허공의 문이 나타났다.

“화형, 뭘 더 기다리는거야. 가자.”

엽운은 허공의 문을 가리키더니 웃으며 말했다.

화일성은 고개를 숙인 채 넋이 나가 화가 족장의 기세는 온데간데없었다.

마치 꼭두각시처럼 엽운의 발자국을 따라 허공의 문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허공의 문에 발을 들이는 순간, 빛이 번쩍이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게다가 새하얀 옥기둥은 회복되어 원래 상태로 돌아갔고, 초록색의 빛은 완전히 사라졌다.

다음 순간, 희뿌연 안개가 옥기둥에서 뿜어져 나와 잠깐 사이에 석실 전체를 가득 메웠다.

바로 그때 허공에서 우르릉 소리가 들려오더니, 계단 하나가 5층의 중앙에 나타났다.

곧이어 계단의 입구에서 사람의 그림자 여러 개가 보였다.

“이 화운대전에는 가는 곳 마다 금제가 걸려있고 보물 같은 건 하나도 없구만. 이번 층은 어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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