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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117화 (117/227)

제 117 화 모든 걸 긁어 모아

화일성은 엽운의 육체가 이 정도로 강력할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주먹 한 방에 나가 떨어졌고, 오른팔의 뼈마저 부러진 것이다.

화일성은 고통을 견디며 몸을 일으키고 단약 한 알을 입에 넣었다.

순수한 약의 힘이 들어왔고, 다친 오른팔을 빠르게 회복시켰다.

“넌 대체 누구냐? 너 정도 몸을 가진 녀석이 천검종의 평범한 외문 제자일 리 없다.”

엽운이 그의 말처럼 천촉봉의 평범한 제자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수선의 길에 입문하여 첫번째로 배우는 것은, 수선을 하기 전에 몸과 마음을 갈고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육체가 충분히 강하지 않으면 더 많은 천지의 영기를 흡수할 수 없고, 정신이 충분히 강하지 않으면 새로운 경지를 돌파하는 틈을 타 심마가 들어오기 쉬워 한번에 수위가 모두 망가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절대다수의 수사들은 먼저 마음을 수련하는 쪽을 선택한다.

자신의 의지만 단련하면 장대한 영혼을 얻어 심마에 저항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신을 수련하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대량의 자원이 필요하고, 각종 보물들이 적지 않게 들어간다.

육체를 단련할 때에는 근육이 찢기고, 경맥이 끊어지며 뼈가 터지는 일들이 쉽사리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이라면 견디지 못할 고통들을 견디며 대량의 영약으로 회복 속도를 증진 시켜주고, 이어서 다시 수련에 들어가고, 다시 회복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화일성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는 일대 화가 족장이며, 육신을 단련하기 위해 십년이 넘는 시간을 들였고, 족히 수십만 개의 상품 영석을 쓰고 나서야 지금처럼 강한 육신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엄청난 실력의 정예 제자들도 육신을 단련할 때만큼은 일년동안 백만 개 이상의 상품영석을 소비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렇다 한들 엽운의 육신이 화일성 보다 강하다는 것은 믿기 힘든 사실이었고, 따라서 화일성은 엽운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었다.

이 녀석은 절대 평범한 제자 따위가 아니라, 천검종에서 중점적으로 양성 중인 정예 제자임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육체가 이 지경으로 강해졌겠는가.

“그런 헛소리는 뭐하러 하는 거야!”

엽운은 아랑곳하지 않았고, 천둥처럼 우르릉 소리를 내는 철권을 내질렀다.

화일성을 향해 자비없이 맹공을 퍼부었다.

엽운은 화일성이 잠시 놀랐을 뿐임을 알고 있었다.

그가 자신의 진짜 수위를 꿰뚫어 보게 되면 구유정령을 해제할 것이고, 두 사람의 수위 차이라면 적어도 엽운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며 무슨 수를 써도 지금처럼 화일성을 유린하지는 못할 것이다.

한 방 또 한 방의 주먹이 화일성의 몸을 때렸다.

마치 찢어진 주머니처럼 끊임없이 떠올랐다가 다시 땅바닥 위에 거세게 떨어졌다.

육체만 놓고 본다면, 엽운이 확실히 강했다.

그의 마음은 이미 어지럽혀졌고, 그저 정신없이 막기에 급급하다 결국 당해내지 못하고 피투성이가 되었다.

엽운은 다시 주먹을 날렸고, 화일성을 저 멀리 석벽에 쳐박았다.

“네 저물대 속에 든 보물을 다 내놓아라. 널 죽이지는 않겠다.”

화일성은 부들부들 떨며 “꽥” 하는 소리와 함께 피를 토했다.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

“엽운, 날 죽이면 너도 여기서 나가지 못할 것이다. 정녕 그렇게 쉽게 화운대전을 떠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느냐?”

화일성은 숨을 헐떡이고 말꼬리를 흐리며 말했다.

어리둥절해하던 엽운은 곧 웃으며 말했다.

“그럼 더 좋지. 빨리 보물을 내놓은 뒤 나를 데리고 여기서 나가라. 그렇지 않으면 숨통을 끊어 버릴테니까.”

화일성은 크게 분노했다.

“네가 감히..”

“어떻게 할래?”

엽운은 냉소하며 눈에서 싸늘한 기운을 뿜었다.

화일성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

“엽운 너 이 자식 까불지 말아라. 날 죽이면 아무도 나갈 수 없다.”

엽운은 냉소를 지으며 말을 아꼈다.

화일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결심한 듯 말했다.

“정말 날 죽이지 않는다고 약속할 수 있느냐?”

“화형도 어찌 그런 말을, 우리는 생사를 함께한 정이 있는데, 이 아우가 어찌 멋대로 죽이겠어. 보물을 전부 내놓은 뒤 날 데리고 이 곳에서 나간다면, 절대로 죽이지 않을 것을 약속하지.”

화일성은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한 번 휘두르자 저물 반지 하나가 쏘아져 날아왔다.

엽운은 손을 뻗어 저물 반지를 쥐고 고개를 들어 공중에 떠있는 구유정령의 거울을 바라보았다.

지금 화일성이 구유정령의 거울을 거두어 가더라도 이미 몸이 전부 박살난 그는 결코 엽운의 상대가 될 수 없었기에, 엽운은 화일성이 말을 바꿀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화일성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구유정령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분노가 차올랐는데, 구유정령을 바라본 그 순간 깨달은 것이다.

어찌 됐던 엽운의 수위는 자신과 큰 차이가 없을텐데, 만약 육체의 힘으로 속전속결하려 들지만 않았어도 최소한 지금처럼 저항할 힘까지 모두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화일성은 가슴이 답답했지만 지금 와서 후회해봐야 소용 없었다.

이미 엽운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고, 자신에게 회복할 시간 따위는 주지 않을 것이다.

정말이지 모든 계산이 전부 빗나갔다.

화일성은 손을 들어 구유정령을 불러와 살며시 어루만졌다.

“화형, 그건 내 물건이니까 구경만 하고 돌려줘.”

엽운의 목소리가 공중에서 울려 퍼졌다.

화일성은 피를 토해내며 넘어질 뻔했지만 간신히 서 있었다.

이어서 자신의 구유정령을 던져주었다

엽운은 구유정령을 건내 받곤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구유정령은 정말이지 신기한 물건으로, 일정 범위 내 모든 천지의 영기를 봉인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수선자의 체내 진기와 영력까지 모두 봉인할 수 있다.

강한 육체를 가진 엽운에게 있어서는 더 할 나위 없이 소중한 보물인 것이다.

영력을 회복시키며 화일성에게 손짓했다.

“화형, 이 물건들 말인데, 한 번만 더 수고해 주셔야겠어. 이 속의 영력 낙인을 전부 제거해줘. 내가 힘으로 파괴하다가 괜히 보물을 망가뜨리면 안되니까.”

화일성은 어두운 표정으로 걸어왔다.

마음속으론 몹시 못마땅했지만, 지금 생사는 엽운의 손에 달려있기 때문에 감히 저항할 수도 없었다.

화일성은 연기경 중기에 달한 수사로, 만약 엽운이 힘으로 저물 반지를 연다면 그 속에 들어있는 물건을 망가뜨리지 않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은 화일성이 직접 움직여주니 일이 훨씬 간단해졌다.

그저 한번 문지르면 모든 낙인이 제거된다.

엽운은 웃으며 그의 어깨를 한 번 토닥인 뒤 저물 반지 안의 보물들을 전부 꺼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100개의 응기단이었다.

응기단은 지금의 엽운에게 예전만큼 귀한 물건이 아니었다.

비록 응기단을 복용하면 연기경을 돌파할 때 두 번 더 수위가 올라가는 셈이지만 말이다.

엽운은 이전에 있었던 종문의 시합에서 이미 한 알을 얻었고, 이런 단약은 한 번 밖에 복용할 수 없으며 두 번 복용해 봤자 아무런 효용이 없다.

다른 옥병에는 온기단이 담겨 있었는데, 온기단은 연기경 수사의 진기를 빠르게 보충해준다.

엽운은 머지않아 연기경을 돌파할 자신이 있었기에, 이 옥병 속에 들어있는 3알의 온기단은 제법 괜찮은 수확이라 할 수 있었다.

이어서 엽운은 약 수십 송이의 기이한 꽃과 풀들을 발견했는데, 그가 전혀 알지 못하는 종류였기에 단박에 뇌운화룡계 속으로 던져 넣었다.

이 곳에서 나간 뒤 천천히 알아보면 된다.

화일성은 무려 화가의 족장이었지만 그다지 많은 보물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고, 그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연기경의 수위에 달한 자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물건들이었다.

온기단을 제외하고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족히 1만개 쯤 되는 상품영석과 천개의 중품영석이었다.

엽운은 대량의 영석에 의존해 수행한다.

선마지심은 충분한 영기를 흡수할 수만 있다면 아주 순수한 영기로 보답하기 때문에 엽운은 늘 어디서 영석을 얻을지 고민하느라 머리가 아팠다.

화일성이 이정도로 많은 상품영석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이 1만개의 상품영석이 있다면 엽운이 연기경을 돌파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아주 많이 짧아질 것이다.

어쩌면 이 대묘에서 떠난 뒤 수십일 안에 돌파하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일단 수위가 연기경에 달하기만 하면 빙백쇄혼과 열염폭운, 이 두 중품영기의 진정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진기를 이용해 뇌운전광검을 발동시키면 그 위력은 적어도 10 곱절은 강해질 것이기에, 엽운의 실력은 상상만 해도 흥분될 정도로 크게 성장할 것이다.

“화형, 화가의 족장씩이나 되서 고작 이게 다는 아닐텐데.”

엽운은 땅 위에 쌓여있는 물건들을 아무렇게나 집어 뇌운화룡계 속에 던져 넣었다.

“이번 비장을 열기 위해 우리 화가는 가지고 있던 값나가는 보물을 모두 팔아 치웠고, 이젠 네가 다 가져가 버렸는데, 뭘 더 원한다는 말이냐?”

화일성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했지만, 감히 불만을 표출하지는 못했다.

“화형도 참 왜 그리 화를 내십니까. 보아하니 못마땅한 모양이군.”

엽운은 눈을 들어 그를 훑어보았는데, 얼굴에는 조롱이 가득했다.

“아, 그러고 보니 화형이 지금 입고 있는 붉은 갑옷도 있군, 그것도 분명 품질이 제법 괜찮은 영기 일텐데, 안 벗고 뭐해?”

화일성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어찌 할 방법이 없었기에, 그저 몸에 걸치고 있던 붉은 갑옷을 벗어서 엽운의 앞에 던져두었다.

“화형, 이 갑옷, 참으로 정교하고 수려한걸 보니 분명 여자들이 입는 물건 같은데, 이런걸 입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네.”

엽운은 붉은 갑옷을 집어들었는데, 손에 닿는 느낌이 아주 부드러웠다.

화일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만약 이 갑옷이 아니었다면 좀 전에 엽운이 날린 연속 공격을 버텨내지 못하고 이미 죽어 있었을 것이다.

엽운은 화일성의 모든 것을 탈탈 털어가 버린 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런 보물도 없었다.

“화형, 좀 전에 여기가 5층이고 했지, 위로는 몇 층이나 더 있는거지?”

엽운은 웃으며 물었다.

화일성은 콧방귀를 뀌며 대답했다:

“화운칠경 이라고 부르니 자연스레 2개의 층이 남겠지.”

“그럼 잘됐네, 화형이 앞장서서 6층으로 가는 통로를 열어주면 되겠군.”

엽운은 몸을 번쩍이더니 화일성의 뒤에 섰다.

손에 쥔 자영은 조금씩 떨려왔고, 보라색의 광체가 마치 수은처럼 펼쳐졌다.

화일성의 얼굴이 씰룩거렸지만 여전히 반항할 수 없고, 원래 자영이 있었던 중앙의 기둥을 향해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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