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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115화 (115/227)

제 115 화 신검자영

새하얀 옥기둥 위에 놀랍게도 열쇠구멍이 숨어 있었다.

석실의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한 가운데에 옥기둥이 있을 뿐이었다.

옥기둥 위에는 어떤 보물도 없고, 설사 이 옥기둥 자체가 보물이라 해도 가져갈 수가 없었다.

옥기둥 위에 열쇠 구멍이 있는 것을 본 엽운은 웃기 시작했다.

웃으며 녹슨 열쇠를 꺼내들었다.

아랫층에 있었을 무렵, 이 열쇠를 얻고 답답함을 느꼈다.

대체 어디에 쓰는 열쇠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진귀한 보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데,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이제 보니 화운비장의 주인은 제법 합리적인 설계를 해 두었다.

이번 층에서 이 녹슨 열쇠의 용도를 찾았으니 말이다.

열쇠 구멍은 보일 듯 말 듯 한 기이한 빛으로 가려져 있었다.

엽운은 열쇠를 구멍에 꽂아 넣었다.

그리고 천천히 열쇠를 돌리자 새하얀 옥기둥에 별안간 옅은 초록색 빛이 나타났다.

옥기둥 전체가 녹색으로 물들고, 점점 더 짙어져 결국 흑녹색이 되었다.

엽운은 조용히 바라보았다.

열쇠가 옥기둥을 초록색으로 물들여 버릴 것 이라곤 생각지 못했다.

분명 또 다른 변화가 있을 것이고, 적어도 아랫층에서 발견한 것 보다 더 좋은 보물이 하나쯤은 나올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흑녹색이 된 옥기둥이 조금씩 투명해졌고, 흑녹색 빛 아래 옥구슬 속에 숨겨진 물건 하나가 보였다.

약 세척 정도의 길이에 막대기처럼 보였다.

엽운은 경거망동 하지 않고 계속해서 기다렸다.

흑녹색으로 물든 옥기둥이 마침내 완전히 투명해졌다.

안에 숨겨진 보물이 점점 선명하게 보였고, 마침내 엽운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이다!

옅은 보라색 빛을 띄고 있는 검 한자루였다.

투명한 옥기둥 앞, 엽운은 이미 이 검의 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은은한 보라색 빛이 밖으로 내비치진 않았지만, 이미 은은한 압력을 느끼게 하였다.

이 검을 꺼낼 수 있다면 저 보랏빛은 하늘을 뚫고 눈부시게 솟아올라 강대한 위세를 떨칠 것이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엽운의 눈이 밝게 빛났다.

늘 훌륭한 품질의 검을 가지고 싶어 했는데, 흑요검은 뇌운전광검의 위력을 지탱하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앞선 전투에서 흑요검은 뇌운전광검을 2번 밖에 쓰지 않았음에도 검신에 금이 갔으니. 몇 번 쓰지도 못하고 부서져 버릴까 걱정이었다.

지금 눈앞의 이 보라색 장검의 품질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엽운의 판단으로는 적어도 중품 영기는 되며, 운이 좋을 경우 상품 영기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이 검이 부디 중품 영기이기를 바랬고, 품질 또한 너무 좋지는 않길 바랬다.

그래야만 천검종에 돌아가 이 장검을 꺼내어 보였을때 너무 큰 파문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품질이 극히 뛰어난 중품 영기 이거나 상품 영기일 경우 귀찮은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

열쇠는 여전히 기둥에 끼워져 있지만, 자세히 보니 열쇠에 있던 녹이 전부 사라지고 온통 금빛으로 변했다.

가볍게 돌리자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옥기둥에 틈이 생겼고,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보라색 빛이 반짝이는 별처럼 터져 나왔고, 빛은 천지를 밝게 비추어 석실 구석구석에 단 한 점의 그늘도 없었다.

방대한 위압이 물밀듯 밀려와 맹렬한 검의 기운이 하늘을 찌르자 공기가 무수히 많은 작은 검이 되어 공간을 가르는 것 같았다.

이마에는 온통 땀방울이 맺혔다.

이미 강한 의지를 가졌지만 이처럼 드높은 위세에는 아직 당해낼 수 없고,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다행히도 이 엄청난 위압은 잠깐 뿐이었고,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어서 보라색 빛 역시 천천히 수그러들어 희미한 빛만이 남았다.

보랏빛 장검 한 자루가 옥기둥 속에 조용히 놓여져 빛을 내고 있었다.

엽운은 한없이 설렜다.

손을 살짝 뻗으면 저 보라색 장검을 손에 쥘 수 있었다.

별안간, 하얀색 빛 한줄기가 그의 뒷편에서 날아오더니 차가운 빛을 사납게 번쩍였다.

“내려놔!”

사나운 고함 소리가 들려오며 그림자가 날아왔는데, 손에 쥔 칼날을 번쩍이며 엽운의 몸을 찔렀다.

엽운은 황급히 몸을 돌리고 오른쪽으로 가볍게 한 걸음 내딛었다.

오른손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보라색 장검을 단숨에 잡으려 했다.

하지만 하얀 빛이 그보다 빨랐기에, 장검을 잡으려면 이 빛에 맞을 수밖에 없었다.

흰색의 빛은 아주 강력했고 파괴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이에 맞설 자신이 없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몸을 움직여 피함과 동시에 흑요검이 튀어나왔고, 천둥소리를 울리며 번개를 뿜었다.

뇌운초현!

엽운은 분노했다.

저 보라색 장검이 손에 닿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나타나 보물을 빼앗으려 한 것이다.

“땡!”

두 검이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냈다.

엽운은 손이 가벼워졌음을 느꼈다.

놀랍게도 흑요검이 반토막이 난 것이다.

칼끝은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졌다.

“당신이군?”

엽운은 이제야 그를 똑바로 볼 수 있었는데, 먼저 화운대전에 들어온 화일성 이었다.

화일성 역시 자신보다 앞서 올라온 사람이 엽운 일 줄은 몰라 어안이 벙벙한 모습이었다.

“엽운? 죽지 않았구나.”

화일성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는 듯 했다.

분명 흑암해마에게 먹혔는데, 어째서 여기에 나타난 거지?

게다가 이 곳에 들어오려면 2종류 이상의 원소가 있어야만 할 터였다.

무엇보다 어째서 엽운이 자신보다 먼저 5층에 올라올 수 있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안죽었습니다만, 실망하셨나 봅니다 화형?”

엽운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았다.

좀 전까지 두 사람의 수위는 적지 않게 차이가 났지만, 지금은 오기경의 경지에 들어섰고, 힘으로 비교하면 절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 3종류의 원소를 융합 시켰기에 열염폭운과 빙백쇄혼 이 두 가지 보물을 꺼내들면 싸움에서 이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빌어먹을!”

화일성의 표정에 분노가 가득했고 눈에서는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안 죽었으면 그만이지, 어째서 화운비장의 5층에서 나타난 거야? 그 말인 즉슨 4층의 보물도 네가 전부 가져갔단 말이지? 어쩐지 아무것도 없더라니.”

엽운은 어깨를 으쓱이며 웃었다.

“그러니까 여기가 5층이란 말이지? 그렇다면 3층까지의 보물은 전부 당신이 가져갔다는 말인데, 4층의 보물을 내가 가지는 게 뭐 어때서?”

“보물을 내놓으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화일성은 냉랭한 목소리로 손에 쥔 장검을 휘둘렀다.

엽운은 웃으며 말했다.

“화형도 참 경우가 없으시네. 아우가 그 끝도 없는 어둠을 헤치고 신전을 불러내 드렸는데, 보물 조금 나누는 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화일성은 냉소하며 말했다.

“그게 될 것 같은지, 내 손에 쥔 장검에게 물어 보거라.”

엽운은 두 손을 들고 말했다.

“화형이 그렇게 말한다면,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지.”

“쓸데없는 소리!”

엽운은 화일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흑요검을 거두고 빙긋 웃으며 말했다.

“화형, 앞선 3개의 층에서 적지 않은 보물을 얻었을텐데, 지금 보물을 다 내놓으면 목숨만은 살려드릴게.”

화형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엽운이 방금 뭐라고 한거지? 보물을 내놓으면 살려주겠다고? 이 녀석 어차피 죽을걸 알기에 실성한 것인가?’

“화형, 내 말 못 들었어?”

엽운은 눈썹을 씰룩거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죽고 싶구나.”

화일성은 크게 분노하며 손을 들어 장검에서 하얀 빛을 쏘았다.

수 척 길이의 칼날이 날아왔다.

엽운은 큰 소리로 웃으며 양 손에서 두 개의 빛을 번쩍였다.

한 쪽에서는 화염이 요동치고 한 쪽에서는 차가운 얼음이 나타났다.

“열염폭운환과 빙백쇄혼환이군, 망할, 벌써 중품영기를 두개나 가졌구나.”

화일성의 눈에서 음흉한 빛이 번뜩였다.

“열염폭운, 빙백쇄혼, 봉하라!”

엽운이 나지막이 소리치자 손에 쥐어진 두 보물이 순식간에 쏘아져 나갔다.

열염폭운환은 순식간에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뿜었는데, 마치 하늘이 내린 신의 불꽃처럼 화염의 산이 되어 화일성에게 날아갔고, 빙백쇄혼환은 엄청난 냉기를 뿜으며 한 가닥의 선이 되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고작 오기경에 지나지 않는 애송이가, 열염폭운과 빙백쇄혼을 진정한 위력을 뽑아낼 수 있을 것 같나? 우습군.”

화일성은 냉소하며 장검을 휘둘러 앞에 반호를 그렸다.

활활 타오르는 화염과 한 줄의 얼음 바늘이 순식간에 날아갔고, 장검이 그려낸 반호를 매섭게 때렸다.

화일성은 제법 놀라는 표정이었다.

놀랍게도 이 두 공격에서 큰 힘을 느끼지 못한 듯 가볍게 막아냈다.

다음 순간 엽운이 입가에 미소를 띄고 다가오더니, 옥기둥 속에 있던 보라색 장검을 손에 쥐고 단박에 뽑아 들었다.

또 여유롭게 금빛 열쇠를 뽑아 손에 쥐었다.

“자영을 내려놓아라!”

화일성은 눈에서 불을 뿜어댔다.

그는 줄곧 계략을 품었지만 반대로 엽운의 계략에 계속해서 당하고 있는데, 이는 정말이지 체면이 안 서는 일이었다.

“자영? 이 검의 이름이 자영인가? 썩 괜찮은 이름이네.”

엽운은 보라색 장검을 손에 쥐고 가볍게 몸을 떨었다.

보라색 빛이 마치 밀물처럼 쏟아져 나와 몹시 아름다웠다.

엽운은 맹렬한 기운이 몸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만약 육체의 수위가 조금 더 낮은 수사였다면 이 기운만으로도 경맥이 찢어지고 뼈가 부러졌을 것이다.

그러나 육신은 이미 강력하게 단련되어 있었고, 연기경 중기의 수사도 그와 비교할 수 없었으니, 이 정도 기운은 아무 것도 아닌 셈이었다.

엽운은 망설임 없이 손에서 약간의 정혈을 뽑아냈고, 실체를 이룬 듯 영력이 순식간에 들이닥쳤다.

눈 깜짝할 사이, 자영검과 정신이 닿았다고 느꼈다.

순식간에 제 손발을 놀리듯 자영검을 장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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