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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113화 (113/227)

제 113 화 이상한 영기

안개 속에 발을 들인지 반 주향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 한 줄기 빛이 이미 부서진 계단에서 번쩍이더니 어렴풋이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5층이다. 드디어 5층에 들어왔다.”

기쁨이 서린 목소리가 들려왔고, 한 청년이 빛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아닌 먼저 화운대전에 들어온 화일성 이었다.

화일성은 5층의 입구에 서서 앞의 하얀 안개를 바라보았다.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화운대전의 3층까지는 그닥 값어치가 있는 보물이 없었다. 얻은거라곤 중품영기 하나와 응기단 백알, 온기단 30알, 그리고 요상한 풀들 조금이 다였다. 그러나 왜인지 4층은 아무것도 없이 텅텅 비어 있었고, 심지어 계단까지 부서져 있었지. 우리 화가에 전해져 내려오는 특별한 공법을 쓰지 않았다면 이 5층에도 못 올라올 뻔했어.”

화일성은 안개가 자욱한 5층을 바라보며 기대로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바로 안개 속으로 들어오지 않았고, 계단 입구에서 한참을 서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하얀 안개에 들어가려면 온 몸의 모공과 혈을 단단히 막아야겠군, 그렇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게 되겠지. 운 좋게도 우리 가문이 책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기록이 있었기에 미리 준비할 수 있었어.”

손을 가볍게 휘두르자 보라색 빛이 번쩍였고, 곧 그의 정수리에서 천막처럼 생긴 보물이 내려와 그를 뒤덮었다.

보라색 불빛이 은은하게 빛나자 그의 모공마저 보라색으로 보였다.

보라색 빛에 뒤덮인 화일성은 잠시 망설이다 안개 속으로 발을 들였다.

엽운은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고, 주위는 온통 새하얀 안개로 가득 차 있었다.

분명 안개가 희미하다고 생각했지만, 들어와서 보니 3장 거리도 보이지 않았다.

엽운은 온 정신을 집중하며 천천히 걸어갔다.

아래층에서는 4개의 보물을 얻었다.

청목응기단, 혈옥신부, 뇌운화룡계, 그리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열쇠. 열쇠는 결국 무슨 기능이 있는지 알아내지 못했지만, 앞서 얻은 3개의 보물은 하나하나가 모두 진귀한 기보였다.

적어도 연기경의 수사에게는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의 보물은 더욱 진귀할 것이다.

조용히 하얀 안개의 변화를 느꼈다.

세밀한 소리까지 전부 귀에 들렸고, 코로는 별 다른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

주변을 훑어보니 안쪽을 간신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대략 반 시진을 걸었는데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공간진법이다!

화운비장의 주인은 공간진법에 통달한 금단 대능이었고, 매 촌각마다 공간 금제가 존재했다.

화운대전은 결코 크지 않다.

원래대로라면 반 시진 만에 족히 10번은 왕복 했겠지만, 엽운은 안개 속에서 반 시진 동안 헤맸고, 줄곧 앞으로만 갔는데도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순간 엽운이 눈살을 찌푸렸다.

어렴풋이 이상한 영기가 몸의 어딘가로 들어오더니 다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본래 세심한 성격이었기에, 이 이상한 영기가 몸으로 들어가 사라진 뒤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않았음에도 결코 좋은 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체에 변화가 생기지 않았는지 자세히 관찰했다.

조금이라도 찾아내야 한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무엇 하나 찾아내지 못했다.

엽운은 눈을 찡그리며 계속해서 앞을 향해 나아갔다.

반 향 정도가 지난 뒤 또 다시 이상한 영기가 어느 혈자리를 통해 몸으로 들어왔고, 즉시 사라져 흔적도 남지 않았다.

엽운은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앞을 향해 나아갔다.

이상한 영기는 별안간 더 많아졌고, 한 줄 한 줄 이어서 엽운을 향해 다가왔다.

그리곤 거침없이 몸 속으로 들어와 다시 종적을 감추었다.

아예 발걸음을 멈추고 세세히 영기를 느꼈다.

몸으로 들어온 이상한 영기는 조금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엽운은 영기가 몸에 들어오는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다.

이 이상한 영기는 원소의 영기도 아니었고 이름을 알 수 없는 영기였는데, 그 속에는 어둡고 차가운 기운이 담겨져 있었다.

이미 적지 않은 영기가 들어왔기 때문에 만약 동시에 폭발한다면 순식간에 경맥과 영혼이 얼어붙을 것 같았다.

엽운의 이마에 땀방울이 빼곡히 맺혔다.

더 이상 탐색할 방법이 없었다.

이 차가운 영기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언제라도 사지에 내몰릴 수 있다.

화염계 원소가 순식간에 몸에서 회전하였고, 여러 갈래가 되어 엽운의 몸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차가운 영기를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화염 원소는 마치 물에 들어간 진흙처럼 들어가는 순간 갑작스럽게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엽운은 크게 놀랐다.

이 화염의 영기는 아주 진귀한 것으로 수많은 수사들이 자나깨나 갈망하여도 얻을 수 없는 것인데, 여기서 사라져버린다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영력이 빠르게 온 몸을 돌며 화염계 원소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화염계 원소는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마치 엽운이 꿈속에서나 본 것처럼 종적을 감추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니었음을 알고 결코 환각 따위가 아님도 알고 있었다.

화염계 원소가 몸 속 어딘가에서 사라졌다는 말은, 단지 알 수 없는 영기에 삼켜지거나 가려졌을 뿐 아직 몸 속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뜻이다.

이 영기만 해결해 낸다면 분명 화염계 원소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엽운이 아무리 애써 찾아보아도 이 이상한 영기의 존재는 조금도 찾을 수 없었다.

영기는 이미 그의 상식을 아득히 초월하였고, 찾을 수도 없었고 몰아내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마음속의 혼란은 빠르게 가라앉았다.

화염의 원소가 이 이상한 영기를 찾아내지 못했다면, 얼음의 원소로 시도해보면 된다.

만약 얼음의 원소 역시 실패한다면, 번개의 원소로 마지막 승부수를 걸게 될 것이다.

어쨌든 3종류의 영기 가운데 무엇 하나라도 잃게 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하나를 잃으나 전부 잃으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얼음의 원소가 몸속에서 뿜어져 엽운의 몸 표면에 차갑고 은은한 파란 빛을 띄웠고, 마치 빠르게 얼어붙는 얼음처럼 그의 온 몸을 뒤덮었다.

얼음 원소는 몸의 안부터 바깥으로, 그리고 바깥에서 안으로 움직이며 천천히 엽운의 온 몸을 뒤덮었다.

엽운은 이 영기가 얼어붙고 나서도 완벽히 숨어있을 리는 없다고 믿었다.

잠깐 동안 엽운의 온 몸이 얼어붙었고, 한 겹의 얼음이 몸을 애워쌌다.

만약 태양이 있었다면 분명 찬란한 빛을 반사했을 것이다.

“우지직!”

가벼운 소리가 울리며 몸 주위 얼음 위에 빼곡히 금이 가더니 산산조각이 나 땅 위로 떨어졌다.

엽운은 눈살을 잔뜩 찌푸리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얼음의 원소는 몸을 통째로 얼렸고, 그의 몸 속 경맥과 혈액, 그리고 골격과 영혼마저 몽땅 얼렸다.

하지만 여전히 이상한 영기의 흔적을 찾아내지 못했다.

얼음이 깨지고 난 뒤, 엽운은 또 다시 무언가를 발견했다.

몸의 얼음 원소가 예상한 대로 사라진 것이다.

바닥에 떨어진 얼음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이토록 강력한 얼음의 원소를 가지고 있었는지 조차 의심이 될 지경이었다.

하얀 안개는 계속해서 천천히 솟아올랐지만, 이상한 영기는 다시 보이지 않았다.

이미 하나도 빠짐없이 엽운이 몸속으로 들어간 것처럼, 조금도 남지 않았다.

이상한 영기가 얼마나 남았는가 하는 것은 엽운이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지금 해결해야 될 문제는 몸 속 은밀한 곳에 숨어있는 이상한 영기를 찾아내고 화염의 원소와 얼음의 원소를 되찾는 것이다.

엽운은 망설였다.

여기서 손을 떼면 번개의 원소라도 지킬 수 있었다.

만약 뇌운전광검이 번개의 원소를 잃는다면 위력이 적어도 10배는 약해질 것이다.

엽운의 수위는 여전히 연체경 6중인 통규경에 머물러 있었는데, 비록 영력은 이미 연기경 이하에선 상대할 자가 없는 수준 이었지만 뇌운전광검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 연기경 3중 이하의 수사들마저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화염과 얼음의 영기를 손에 넣고 열염폭운과 빙백쇄혼 두 개의 중품 영기를 휘두른다면 연기경 중기의 수사까지는 쉽게 상대할 수 있을 것이고,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물러나게는 할 수 있다.

하지만 3개의 원소를 모두 잃는다면 그에게는 거대한 영력 밖에 남지 않게 되고, 연기경 초기의 제자를 만나도 힘겹게 싸울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엽운은 망설였다.

번개의 원소를 이용해 신체를 단련할 것인가,

아니면 이상한 영기를 찾아내 철저히 뿌리를 뽑을 것인가.

은연중에 이 영기를 빨리 제거하지 않는다면 결국 그의 온 몸이 통제를 벗어나 얼어붙고 말 것이라 느꼈다.

이를 악 물고 번개의 원소를 발산했다.

주위에서 천둥소리가 울렸고 번개가 번쩍이며 전기의 뱀이 우렁찬 소리와 함께 날아 다녔다.

번개는 천벌이다.

극한까지 수련한다면 위력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질 것이다.

아무리 강대한 수사를 데려와도 천벌 앞에서는 덜덜 떨 수밖에 없다.

번개가 엽운의 몸속에서 맴돌며 지직거리는 소리를 냈다.

만약 이 번개 영기가 연기경 초기에 제자의 몸에 들어갔다면 순식간에 경맥과 뼈를 박살냈을 것이다.

시간은 흘러갔지만 번개의 영기는 이상한 영기에 집어삼켜지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이전에 번개의 영기를 연화시켰지만 여전히 경맥에서는 고통이 느껴졌다.

번개의 영기는 “빠직” 거리는 소리를 내며 점점 커져갔다.

바로 그때, 엽운의 몸에서 별안간 한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으스스한 기운이 그의 정수리에서 천천히 솟아올랐다.

새하얀 기운은 점점 선명해져 흡사 거대한 해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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