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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110화 (110/227)

제 110 화 화운의 보물

열여덟 개의 빛은 놀랍게도 수운전을 받치고 있던 거대한 물기둥이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하늘에서 갑자기 내려와 바다를 뚫고 화운대전의 사방에 떨어졌다.

”틀림없어. 이곳이 화운비장의 진정한 보물이 숨겨진 곳이군.”

첫 번 째로 나타난 구양문천은 옥처럼 새하얀 화운대전을 보자 눈망울이 반짝였다.

”수운대전에서의 보물을 아직 분배하지도 않았는데.”

두건명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물기둥 속에서 그가 한 걸음에 뛰어나왔다.

”보물의 분배는 천천히 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 화운대전을 먼저 열고 비장을 떠나 분배하도록 하지요.”

은파파는 비틀거리며 지팡이를 짚고 물기둥에서 걸어 나왔다.

”하지만 구양봉주의 결정에 따라야 합니다.”

손일도는 두건명의 진짜 실력을 보고 난 후 구양문천이 말대로만 행동했다.

”흥, 손일도. 부끄러운 줄 알아라. 천검종이 되고 싶은게냐. 아니, 구양문천의 개가 되고 싶은 건가?”

두건명은 냉소를 지으며 조롱했다.

손일도는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두건명의 적수가 될 수 없었기에 그저 콧방귀를 뀌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구양문천은 두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는 조용히 눈앞의 옥처럼 새하얀 대전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열여덟 개의 물기둥은 동시에 내려온 것이 아니라 순서대로 떨어진 것이다.

그는 첫번째 물기둥에 있었고, 공중에서 대전까지의 거리가 수천 장 정도 남았을 때 쯤 어렴풋이 화운대전의 입구에서 사람의 모습을 보았다.

비록 잠깐 스치듯 본 것이지만 인간의 형상이 분명했다.

만약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놀랍게도 누군가가 그들보다 한 발 앞서 화운대전을 찾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구양문천과 나머지 사람들이 수운전에 들어간 후, 각층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사상자가 나왔고, 그곳에 들어간 제자 수백 명 가운데에 마지막 까지 살아남은 것은 그래봐야 수십 명뿐이었으니 거의 전멸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수운전에서 분명 보물을 얻긴 했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풍성하지 않았다.

4대 세력이 손을 잡아가며 얻은 것은 놀랍게도 중품영기 다섯 개가 고작이었고, 품질이 특별히 뛰어나지도 않았다.

유일하게 값어치가 있었던 것은 촉기경의 경계를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단약뿐이고, 그 나마도 수십 알에 지나지 않았다.

그 외에 나머지 물건들은 구양문천의 눈에는 쓰레기와 다를 바 없었다.

간신히 금제를 뚫고 진법을 파훼하고 보니 진정한 보물은 바다 아래의 화운대전에 숨겨져 있었다니. 금방이라도 피를 토할 것 같던 이들은 순간 크게 기뻐하였다.

만약 화운대전에서 쓸만한 보물을 얻는다면, 사상자가 몇 명이 나와도 수지타산이 맞는다.

하지만, 구양문천은 누군가가 한 발 먼저 화운대전을 찾아 낸 것을 발견했고, 심지어는 이미 안에 들어간 듯 보였다.

그렇다면 그 안의 보물은 먼저 들어간 사람이 전부 챙기게 되는 것이 아닌가?

구양문천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선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고, 만약 정말로 누군가가 먼저 들어간 것이라면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봤자 혼란만 야기할 뿐이었다.

특히 두건명은 분명 물불 가리지 않으며 정예 제자들을 끌고 들어갈 것인데, 그렇게 되면 4대 세력의 연합은 백지화 되는 것이다.

구양문천과 나머지 사람들이 모두 물기둥에서 빠져 나왔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화운대전의 앞에 모여 사자의 몸과 용의 머리를 한 조각상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 조각상들은 대문임이 분명했지만 도무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노련한 구양문천은 그저 한참동안 조각상을 살피다가 조각상의 이마 위 동공 없는 외눈에 시선을 멈췄다.

이 외눈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어쩌면 영력을 주입해야 하는 것 일수도 있고, 어쩌면 어떤 보물을 끼워야 하는 것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다른 것일 수도 있다.

너무 많은 가능성이 있었지만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두건명과 은파파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된 이상 여러 의견을 행동으로 옮기며 천천히 방법을 모색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엽운이 흑암해마의 몸속에서 화일성이 수십 년간 감춰온 비밀을 듣지 못했다면, 대문을 여는데 두 가지 원소의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죽어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화일성의 말대로, 두개의 원소만 있으면 문을 열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네 개의 조각상이 있었던 것일까?

문이 열리고 나타나는 공간이 다른 것은 아닐까?

아니면 얻을 수 있는 장려품이 달라진다거나? 혹은 다른 것인가?

엽운은 알 수 없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왜냐면 지금의 그에겐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할 시간 따위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엽운은 이미 앞에서 각종 빛을 뿜어대는 보물들을 보고 넋을 놓고 말았다.

화운대전에 들어오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석실 한 칸이었다.

가운데에는 1층으로 가는 계단 하나가 나 있었고, 석실의 네 벽을 따라 이름 모를 옥석으로 만들어진 탁자들이 놓여 있었는데, 옥석으로 된 탁자 하나마다 각종 빛을 뿜어대는 보물들이 놓여 있었다.

왼쪽 돌벽 위에는 산호 모양의 붉은 보물이 놓여 있었는데, 금도 아니고 옥도 아닌 것이, 은은한 붉은 빛을 뿜고 있었고, 은연중 방대한 힘이 뿜어져 나와 엽운의 마음을 흔들었다.

혈옥선정!

엽운이 다가가자 탁자위에서 빛이 반짝였다.

눈을 들어 바라보니 커다란 네 글자가 쓰여 있었다.

엽운은 이 혈옥선정이 어떤 품질의 보물인지 알지 못했고, 또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지만, 이름만으로도 예사롭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수행은 수선의 길을 걷는 것인데, 이 수선의 ‘선’자를 이름에 쓸 수 있는 보물이라면 얼마나 진귀하겠는가.

엽운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마음속으로는 크게 흥분했지만, 생각 했던 것 만큼 미칠 듯이 기쁘지는 않았다.

지금 그의 수위는 이 수선의 ‘선’ 자로부터 얼마나 먼지 알 수 없었다.

그는 현실적인 사람이었기에, 당장 그의 앞에 가장 중요한 것은 보물을 얻어 빠르게 수위를 올리는 것이었다.

이 혈옥선정은 일단 거두어 두고 나중에 써보는 수밖에 없다.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살짝 건드렸다.

이같이 특별한 보물은 일반적으로 금제가 걸려있기 마련이다.

섣불리 움직이다가 금제로 인해 부상을 입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달리 어떤 금제도 걸려있지 않았다.

혈옥선정의 차가운 촉감과 옅은 냉기가 그손끝을 타고 스며들어 가슴을 파고들었다.

멍하니 서있던 엽운은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손을 뒤집어 손바닥만한 혈옥선정을 손에 쥐었다.

혈옥선정을 한 번 쳐다보고는 저물대에 던져넣었다.

반대쪽 돌벽에는 똑같이 이름을 알 수 없는 옥으로 만들어진 탁자가 있었는데, 탁자위에는 병 하나가 놓여져 있었다.

아주 작은 병이었는데, 엽운이 칠 장로가 남긴 영주의 잔액을 담았던 병과 비슷한 청옥병이었다.

하지만 이 병의 품질은 확실히 몇배는 뛰어나 보였다.

옅은 빛이 부드럽게 뿜어져 나오자 알 수 없는 그윽한 향기가 은은하게 풍겼다.

재빨리 걸어 올라가 옥탁자를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탁자 위에 줄지어 선 글자가 보였다.

청화응기단!

하지만 좀 전의 탁자처럼 네 글자만 덩그러니 있는 것이 아니라, 청화응기단 아래에 글씨가 한 줄 더 있었다.

연기경의 수사가 복용할 시, 곧바로 한 단계 상승된다.

아주 간단한 한 마디였고 이해하기 아주 쉬웠다.

청화응기단은 연기경의 수사가 복용하면 수위가 한 등급 올라간다.

정말이지 불가사의하다.

만약 연기경 1중에서 한 단계를 올리면 영기 2중으로 올라가는 것이 전부이다.

헌데 이 설명대로라면, 만약 연기경 6중의 수위에서 한 알을 복용할 경우 곧바로 연기 7중으로 올라가는 것 아닌가?

이게 말이 된다고?

엽운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 다시 한 번 읽었다.

연기경 수사가 복용할 시, 곧바로 한 단계 상승된다.

확실하다. 명명백백하다.

따뜻한 빛을 뿜어대는 글자가 눈에 보였고 어떤 변화도 없었다.

엽운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몸이 조금씩 떨려왔다.

지금 그에게 연기경은 머지않아 필연적으로 도달하게 될 경지였다.

이 청목응기단만 있다면 훗날 연기경 수행 중 넘을 수 없는 벽을 마주하게 될 때, 이 약을 먹는 것만으로 바로 돌파하여 수위를 한 단계 올릴 수 있다는 말 아닌가?

만약 생사와 존망이 걸린 상황에서 이 청목응기단을 복용하면 수위가 곧바로 한 등급 상승해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게 증가한다.

아무튼, 이 청목응기단은 엽운에게, 그리고 아직 연기경에 도달하지 못한 모든 수사들에게 너무도 진귀한 것이었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가볍게 청목응기단이 든 병을 받쳐 들고 병마개를 열었다.

은은한 향기가 코를 찔렀고, 속이 시원해졌다.

조금 아쉬운 것은, 병 속에는 청색의 단약이 한 알 뿐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이내 마음이 편해졌다.

청목응기단이 얼마나 귀한지는 놔두고, 이 단약은 분명 한 번만 효과가 있을 것이다.

만약 여러 번 복용할 수 있었다면, 화운비장의 주인이 이 약을 수천 수백 알씩 만들어 연기경 정점에 달한 후인들을 얼마나 많이 키워냈겠는가?

엽운은 조심스럽게 청목응기단이 든 병을 저물대에 넣었다.

지금껏 저물대가 이리도 소중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는데, 이 최하등급의 저물대가 자칫하면 파손될까봐 걱정됐다.

만약 안에 있던 혈옥선정과 청목응기단이 망가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화운비장, 여기야 말로 진정한 화운비장 이로구나.”

엽운은 감개무량했다.

일전에는 중품영기 두개를 얻고 세 가지 원소의 힘을 흡수했다.

비록 수위가 크게 올라가진 않았지만 수행의 잠재력은 확실히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잠재적인 힘일 뿐이었고, 두개의 중품영기는 쉽게 전개 할 수도 없는데다가 원소의 힘이 주는 혜택들도 훗날의 수행에서 차츰차츰 구현해내야 하는 것들 이었다.

하지만 이 청목응기단은, 짧은 시간 안에 수위를 질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

엽운은 마음속의 흥분을 억누르며 다른 쪽의 돌벽으로 시선을 돌렸다.

영롱한 옥탁자 위에 반지가 하나 놓여져 있었다.

아주 평범하고 조금 검게 변한 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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