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6 화 해저의 보물찾기
허공에서 갑자기 몇 개의 그림자가 나타나 하마터면 바닷 속으로 떨어질 뻔했다.
엽운이 아직 있었다면 분명 크게 놀랐을 것이다.
이들은 모두 그가 아는 자들이었다.
단진풍과 곡일평, 그리고 여명홍 뿐만 아니라 소령 역시 그들과 함께 있었다.
”3층, 역시 3층이군.”
단진풍 특유의 광기어린 웃음소리가 천지에 울려 퍼졌다.
”단사형, 정말 우리가 3층에 들어왔군요. 위험한 예감이 듭니다. 빨리 떠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여명홍은 평소와 다름없이 얌전한 모습이었다.
곡일평은 두 눈을 부릅뜨고 망망대해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에선 걷잡을 수 없는 설렘이 느껴졌다.
”단진풍, 정말 엽운을 찾게 도와 줄거지?”
소령은 눈 앞의 바다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단진풍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네 말대로 엽운이 3층에 들어왔다면, 천천히 찾아보면 그만이다.”
소령은 몸을 돌리며 그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엽운을 찾게끔 도와준다고 해서 여기까지 데리고 와줬는데, 만약 약속을 어기기만 해봐, 그때 가서 내 탓 해도 소용없어.”
소령과 엽운은 부서진 공간의 틈에서 나온 무시무시한 힘에 빨려 들어왔지만, 그녀는 바로 이곳으로 오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갔다.
그곳의 공간에는 어떤 영기의 파동도 없고, 해도 달도 별도 없이 쥐죽은 듯 조용했다.
그곳에서 소령은 안에 갇힌 단진풍등 세 사람을 만났다.
다행히 소령은 공간진법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그 곳이 공간진법이 붕괴되면서 생긴 하나의 불규칙적인 공간의 틈임을 알 수 있었다.
온전한 공간 금제가 아닌 이상 소령은 손쉽게 3층으로 가는 통로를 찾을 수 있었고, 그녀의 유일한 요구는 단진풍과 나머지 사람들이 엽운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지금와서 단진풍이 엽운을 찾아주겠다는 약속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하자 그녀는 순간 크게 분노했다.
단진풍의 수위는 그녀와 엇비슷했지만, 소령이 가지고 있는 영기와 수련한 선기는 단진풍을 아득히 뛰어넘기에 그녀가 마음먹고 상대하려 한다면 단진풍은 열 수도 버티지 못 할 것이다.
”안심해라. 나 단진풍이 누구냐? 경성의 단가에서 온 존귀한 신분이시다. 내뱉은 말은 엎질러진 물과 같지. 절대 후회할 만한 일은 안 생길 것이다.”
단진풍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럼 다행이고, 만약 그렇지 않으면 내게 온정 따위는 바라지 말아야 할거야.”
소령은 싸늘한 표정으로 차갑게 호통쳤다.
단진풍은 고개를 끄덕이며 저 멀리 열여덟 개의 물기둥이 받치고 있는 수운전을 보았는데, 그의 눈동자가 저도 모르게 움츠러 들었다.
꿈속에서도 보기 힘든 광경이 앞에 펼쳐져 있었다.
”이 대전은 물줄기로 이루어진 것 같아요, 정말이지 신비롭네요.”
여명홍 역시 놀란 표정이었다.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는 것 같았다.
소령은 고귀한 출신인데다, 비범한 식견을 가지고 있었지만 앞의 이 수운전은 그녀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곡일평 만이 어두운 표정을 한 채 싸늘하게 수운전을 바라보았다.
눈에서 불꽃이 일렁였고 격렬한 기대감이 뿜어져 나왔다.
”엽운이 3층에 들어왔다면, 분명 이 물줄기로 된 대전에 들어 갔을거야.”
소령이 그곳으로 몸을 날리려 했다.
”기다려!”
단진풍은 손을 들어 그녀를 막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내가 아는 엽운은 말이다, 워낙 신중한 녀석이라 계획을 먼저 세우고 움직인다고. 만약 그 녀석이 3층에 들어왔다면 이 물로 된 신전에 들어갔을 리가 없어.”
”왜지?”
소령과 여명홍이 입을 모아 물었다.
”잘 생각해봐라. 2층이 열린 후 각 세력의 고수들이 한 번에 몰려 왔고, 그들도 당연히 그 부서진 빛을 통해 3층으로 들어왔겠지. 엽운의 수위가 어떤데? 신분은 또 어떻고? 만약 그 자들에게 발견되면 곧 바로 죽임을 당할 것이 뻔해. 고작 연체경 제자 한 명이 감히 여기서 한 몫 챙길 생각을 할 수 있겠어?”
단진풍은 그 순간 마치 계산에 능한 노인이라도 된 양 세세히 분석했다.
”만약 이 대전에 들어간 게 아니라면 엽운은 여기 들어와서 뭘 하고 있는 건데? 이 망망대해 위에, 여기 말고는 달리 보물을 숨길 곳도 없잖아.”
소령은 눈살을 찌푸렸다.
예쁜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맞아요. 엽운 사형의 성격이라면 저도 알고 있는데, 그라면 3층에 들어온 이상 보물 없이는 절대 떠나지 않을 거에요. 헌데 대전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어딜 간다는 말씀입니까?“
여명홍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령의 의견에 완전히 동의했다.
”보물을 숨길만한 곳이 꼭 저 대전만 있는 건 아니지.”
곡일평이 갑자기 한마디를 내뱉었다.
단진풍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의외로 머리를 좀 쓸 줄 아는군, 내가 널 좀 우습게 본 모양이구나. 하지만 넌 아직도 머저리다. 이 몸 하고는 근본적으로 비교가 안되지.”
곡일평의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대꾸하지 않았다.
단진풍과 말싸움을 해봤자 좋은 게 하나도 없었다.
소령은 우쭐거리는 단진풍을 자연스럽게 무시하고 급하게 물었다.
“그럼 어디로 간건데?”
“당연히 바닷 속이지.”
단진풍은 앞의 바다를 가리키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소령과 여명홍은 일제히 멍해졌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저 대전에 들어가지 못하게 된 이상, 바다에 들어가서 뒤져보는 것이 당연하지. 바닷 속에 보물이 잔뜩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잖아.”
단진풍은 웃으며 말했다.
소령은 매우 총명해 좀 전에 잠깐 정신을 놓긴 했지만 금방 이해했다.
엽운은 단진풍의 말대로 바닷 속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제가 내려가서 보겠습니다!”
여명홍은 자진해서 바다에 들어가려 했다.
”기다려.”
그를 막아서며 말했다.
“이 거대한 바다가 도대체 몇천, 몇만 리 인지도 모르는데, 섣불리 내려가 봐야 뭘 찾지도 못 할거다. 내가 물속에서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도록 하지.”
소령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내게 방법이 있어.”
말을 마치며 그녀 손에 옥처럼 새하얀 손바닥 위에 파란색 구슬 4 개가 나타났다.
투명한 구슬 속에는 마치 물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이건 피수주야. 영력을 조금만 주입하면 20시진 동안 물을 막아주니까 그동안 가서 엽운을 찾으면 돼.”
세 사람은 크게 놀랐다.
소령이 이런 보물을 지니고 있을 줄도 생각지 못했지만, 더더욱 놀라운 것은 그녀가 피수주를 한 번에 4 개나 꺼낼 만큼 엽운이 그녀에게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피수주같은 보물이 있으니, 세 사람 모두 망설임 없이 소령을 따라 망망대해를 향해 뛰어들었다.
네 사람이 바다로 뛰어들 동안 엽운과 화일성은 이미 몇백 리 깊이인지도 모를 해저에 도달했다.
두 사람은 벽안정수의 외피를 걸친 채 마치 어선처럼 제빠르게 움직였다.
2층의 사막은 황폐했지만, 이곳의 바다는 더더욱 황량하기 짝이 없었다.
백 리를 더 지나왔지만 그 어떤 생물 하나 없고, 심지어는 수초 한 조각도 보이지 않았다.
바다 전체에 바닷물 밖에는 없고, 끝도 보이지 않았다.
”화형, 이래서는 방법이 없겠습니다. 멈춰서 한 번 살펴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엽운은 눈살을 찌푸렸다.
화일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바다는 아마도 공간 진법이 일으키는 환각일 겁니다. 환각을 깨려면 진안을 찾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진법이 움직이는 궤적을 따라 움직이며 다른 출구를 찾아봐야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운전이 보물이 숨겨진 유일한 장소는 아닐 것 같습니다.”
”화형께서는 공간 진법에 대해 얼만큼 알고 계시는 겁니까?
엽운은 호기심에 물었다.
”조금 아는 정도지요. 이처럼 금단대수사가 짜놓은 공간 진법은 당신과 나 같은 사람이 파훼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화일성은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역시나 바닷물 밖에는 없었다.
엽운은 눈살을 찌푸렸다.
“만약 소령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나가고 싶어 했으니, 분명 이미 대묘를 떠났겠지.”
엽운은 고개를 저으며 사방을 한참 둘러보고는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방향을 정해서 계속 나아가야겠네요.”
”맞습니다.”
화일성은 웃으며 몸을 돌렸다.
눈에서는 음산한 빛이 스쳤다.
두 사람은 방향을 정하고 계속해서 아래로 잠행했다.
벽안정수의 가죽은 정말 신기했다.
두 사람이 움직이는 속도는 위에서 언덕 위를 움직이는 속도와 엇비슷했다.
심지어 어떤 때는 조금 더 빠르다고 느껴졌다.
두 사람의 수위는 연기경 후기, 촉기경의 고수들과는 비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수행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주향의 시간 만에 백 리를 갈 수 있고, 한 시진이면 수백 리를 갈 수 있다.
화일성의 수위는 엽운보다 높았다.
선두에 서서 일직선으로 앞을 향해 나아갔다.
엽운은 뒤에서 영력을 끌어올려 속도를 높여야 간신히 따라갈 수 있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날때마다 화일성의 몸이 조금씩 흔들리며 방향이 바뀌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이처럼 세밀한 변화는 자세히 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이고, 우연히 발견했다 한들 그저 오랜 시간 움직이며 생기는 미세한 편차라고만 생각했다.
두 사람은 족히 세 시진 동안 앞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갔다.
이윽고 앞에서 빛이 하나 반짝이는 것이 간신히 보였다.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그 빛의 반짝임이 잦아져 선명히 볼 수 있었다.
”역시 이 바다에 다른 보물이 숨겨져 있었군. 다 그 대전에 있는 건 아니었어.”
화일성의 목소리에는 놀라움과 기쁨이 가득했다.
엽운은 눈을 부릅떴다.
앞쪽의 빛이 점점 선명해져 마치 유등처럼 깜빡였다.
반주향의 시간이 더 지나고 그 빛은 드디어 눈 앞에 나타났다.
등유가 웬 말인가.
지름이 반장은 넘는 커다란 물 구슬이었다.
물 덩어리 안에서 빛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거대한 물 구슬의 뒷면에는 붉은 산호 한 뭉텅이가 모여 하늘과 땅을 이루고 있었고, 가운데에 모든 빛을 집어 삼킬 듯한 검은 구멍이 나있었다.
”엽운, 도착했습니다!”
화일성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엽운도 마찬가지로 더 할 나위 없이 기뻤는데, 거대한 물 구슬 속의 붉은 산호를 보더니 별안간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화일성은 뭔가 눈치 챈 듯 고개를 돌려 물었다.
“괜찮습니까?”
엽운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