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103화 (103/227)

제 103 화 3층에 들어가다

양현동은 촉기경 까지 반걸음도 남지 않았고, 분노를 담아 날린 손바닥의 위력 강력했다.

거대한 손바닥이 투명한 금제를 때리자 순간 마치 공간이 붕괴된 것처럼 떨려왔다.

기의 파동은 사방을 향해 뿜어져 나갔고, 그 기운은 엽운 정도의 수사를 단숨에 끝장내기 충분했다.

불빛이 산산조각 나는 가운데, 사람 하나가 거꾸로 날아가 땅 위로 세게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는 몸을 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이내 미끄러져 넘어졌다.

놀랍게도 양현동이었다.

전력을 다해 날린 손바닥은 투명한 금제에 반사되며 위력이 몇 곱절은 강해져 되돌아왔는데, 아무리 강력한 육신과 높은 경지를 가지고 있어도 막아내기 어려운 것이었다.

만약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죽거나 적어도 혼절했을 것이다.

수천의 기가 쏘아져 공간을 꿰뚫더니 순식간에 엽운과 세 사람의 앞에 나타났다.

이 기는 너무도 빨라 엽운이나 소령 정도의 수위로는 도저히 막아낼 수 없었다.

표정이 어두워진 엽운은 단숨에 소령을 자신의 뒤로 잡아 끌었다.

피할 수 없다면, 막아보기라도 해야 한다.

그러나 기가 닿으려는 순간 진인이 가볍게 손을 휘두르는 것이 보였다.

쏟아지던 투명한 기를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이것이 바로 촉기경의 힘이었다.

그저 가볍게 손을 한 번 흔들었을 뿐인데, 수많은 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나문성이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이 많은 기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냈는지 알 수 없지만, 지금 그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고, 자신의 앞에서 산산조각 나고 있는 금제를 보며 몇 번이고 크게 웃었다.

”다섯째 사형, 제 대신 3층으로 가는 통로를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혼자였다면 절대 열지 못했을 겁니다.”

이윽고 몸을 일으킨 양현동은 단약 한 무더기를 입 안에 집어넣고 운기조식을 해 빠르게 수위를 회복했다.

몸을 일으킨 뒤 첫 번 째로 한 일은 욕지거리도 아니었고, 계속해서 싸우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눈썹을 씰룩거리며 손을 들어 헝클어진 상투를 정리하곤 입가의 핏자국을 닦아냈다.

”여덟째 사제, 이러면 도망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둘째 사형이 계시는 건 못봤나보지?”

.잠시 머뭇거리던 나문성은 곧 냉소적으로 대답했다.

“애초에 둘째 사형이 손을 쓰실 생각이었다면 어찌 당신이 다치게 두었겠어? 둘째 사형도 일찍이 꿰뚫어 보셨으니 당신더러 먼저 나서서 금제를 깨도록 하거지. 아니면 이것도 역시 스승님의 뜻인가? 둘째 사형, 제 말이 맞습니까?”

소령과 양현동의 눈빛은 순식간에 진인의 얼굴로 향했다.

진인의 얼굴에는 어떤 표정도 없었고, 미동조차 없었다.

”맞다. 이 공간은 이미 무너졌고, 이 금제는 내가 들어올 때부터 이미 꿰뚫어 본 것이다. 만약 다섯째 사제가 깰 수 없다면 내가 친히 나서려 했지. 여덟째 사제 네가 확실히 총명하구나. 스승님께서는 늘 너를 끔찍이 아끼셨지. 어르신께서는 네가 3층에서 값진 천재지보를 찾아낸다면 목숨을 살려줄지도 모른다 하셨다.”

진인은 담담한 목소리로 침착하게 말했다.

”뭐라고요?”

양현동과 소령은 일제히 소리쳤다.

”둘째 사형, 스승님께서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까?”

양현동은 그래도 제법 잘생긴 편이지만, 창백하게 질린 얼굴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소령은 눈을 부릅뜨고 진인을 노려봤다.

그녀의 얼굴에도 마찬가지로 불가사의한 기색이 역력했다.

진인은 두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양현동의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했다.

만약 정말 그런 것이라면, 어째서 진인 자신이 나서지 않은 것인가?

금제의 반동은 양현동이 가한 공격의 몇배는 강력했다.

만약 그가 재빨리 공격의 일부를 상쇄시키지 않았다면, 그 반동 한번에 죽을 수도 있었다.

진인 정도의 수위라면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금제를 꿰뚫어 봤을 것이고, 그 반동이 얼마나 강한지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꿰뚫어 봤으면서도 전혀 주의를 주지 않은 채 양현동이 나서게 하여 죽게 만들 뻔 했다.

무엇보다 간담이 서늘한 것은 그가 소령을 따라 들어오기 전, 구양문천께서는 소령의 말이 사실이라면 주저말고 그를 잡아오고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나문성을 죽이라고 했으나, 둘째 사형은 스승인 구양문천의 말과 반대로 이야기 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현동으로써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다섯째 사형, 이제 우리 스승님이 어떤 인물인지 아셨습니까? 당신도 제법 케케묵은 면이 있군요. 우리같은 수선자들에게 수련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겠습니까? 만약 제가 스승님의 수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려 금단의 대도에 도달할 기회를 만들어 내기만 한다면, 목숨을 부지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스승님의 기술을 전수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양현동의 표정에 놀라움이 가득한 것을 본 나문성은 웃으며 말했다.

”여덟째 사제, 스승님을 모욕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양현동은 분노에 가득 차 말을 잇지 못했다.

“둘째 사형, 스승님이 그렇게 말씀 하셨다면, 먼저 가보겠습니다. 나중에 다시 뵙지요.”

나문성은 부서진 빛 조각을 한 걸음에 밟고 올라가며 순식간에 멀어지더니 종적을 감추었다.

진인은 그를 막지 않았고, 오히려 나문성이 사라지는 것을 조용히 지켜봤다.

소령은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진인을 노려보았다.

진인은 이를 보지 못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좋아. 보아하니 이것이 정말 3층으로 가는 통로가 맞는 것 같군. 들어가자.”

말을 마친 그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순식간에 백장 너머로 몸을 날리더니 부서진 빛의 조각 앞에 나타났다.

잠시 망설이던 양현동도 안타깝게도 그의 뒤를 따라갔다.

”소령 사매, 두 사람도 3층으로 갈텐가?”

진인은 몸을 돌려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저는 안가겠습니다. 진인 사형, 정말이지 실망스럽군요. 구양 아저씨께서 그런 분이실 줄은 몰랐습니다.”

소령은 화가 나 발을 동동 굴렀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가능한 빨리 떠나거라. 머지않아 다른 종파의 제자들이 대규모로 몰려 들어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다치지 않도록 조심 하거라.”

진인은 희미하게 웃어보이곤 몸을 돌려 빛 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몸이 순간 부서지는 듯 하더니 사라져버렸다.

양현동은 엽운과 소령을 바라보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소령 사매, 엽운 사제, 아니면 내가 밖으로 데려다 줄게. 3층에 올라가면 잔혹한 싸움이 벌어질거야. 연체경의 수위로는 낄 수도 없다고.”

”아닙니다. 알아서 나가겠습니다.”

소령은 씩씩거리며 대답했다.

”안돼!”

바로 그때, 엽운의 안색이 별안간 크게 변했다.

그들의 앞에 있던 부서진 빛의 조각들 속에서 갑자기 수많은 별빛이 보였다.

그런데 이 별빛은 바깥으로 쏘아지는 것이 아닌 안에서 떨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동시에, 엄청난 흡입력이 빛의 조각 속 별빛으로 부터 뿜어져 나왔다.

찰나의 순간에, 엽운은 주위의 공간이 모두 갇혀버린 것 같다 느꼈다.

등 뒤에서 보이지 않는 무수한 거인들이 부서진 빛을 향해 그를 밀고 있는 것 같았다.

“엽운!”

소령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심지어 그녀는 이미 몸을 날리고 있었다.

3층으로 가는 통로가 열리자, 평형을 이루고 있던 금제의 영력이 균형을 잃으며 그들과 함께 3층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 것이다.

”양 사형!”

엽운은 소령을 붙잡고 크게 소리쳤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3층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게다가 이 흡입력은 도무지 당해낼 수 없는 것이었기에, 양현동 만이 그와 소령을 도울 수 있었다,.

”나...나도...”

양현동 역시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소령을 도우려 했지만 부상이 꽤나 심했기에, 이 힘에 도저히 저항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동안 그는 말조차 할 수 없었다.

”이게 내 운명인 것인가.”

엽운은 표정은 어둡게 잠겼다.

그저 이를 악 물고 “키득키득” 소리를 내며 가볍게 웃었다.

그와 양현동, 그리고 소령은 거대한 흡입력에 의해 공기를 가르는 소리를 내며 빛 속으로 사라졌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