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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102화 (102/227)

제 102 화 확실한 착오

엽운은 몸을 뒤로 빼며 순식간에 수백 장 멀어졌고, 오른 발을 한 걸음 내딛자 또 다시 수십 장 거리로 멀어졌다.

나문성의 안색이 변했다.

좀 전까지 확실히 엽운을 위해 목숨을 바쳐 일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는 단지 물에 빠져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린 결정이었고, 3층으로 향하는 통로를 발견하는 즉시 생각을 바꾸었다.

3층으로 가는 통로는 평범한 광막 금제에 의해 차단된 것 같았다.

게다가 방금 전 살펴보니 광막의 힘은 자신의 힘 보다 약간 강한 것이 분명했다.

힘을 조금만 더 발휘해도 뚫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이 금단대수사의 대묘 3층에 무엇이 더 있는지는 몰라도 분명 전의 두 층 보다는 놀라운 것이 있을 것이다.

그 곳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목숨을 부지할 뿐 아니라 새로운 무언가를 맞닥뜨리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 같은 생각을 하고 나니 마음이 눈 깜짝할 사이에 변해 엽운과 힘을 합쳐 금제를 격파한 뒤 곧 바로 엽운을 죽일 생각을 했다.

그러나 엽운이 이리도 머리가 빨리 돌아갈 줄은 생각지 못했다.

진작에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낀 것이다.

안색이 변하며 고개를 드는 사이. 나문성은 미친 듯 도망가는 엽운의 앞으로 세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나는 것을 봤다.

그 중 한 사람은 가냘프고도 아름다운 외모였는데, 금방 나갔던 소령이 분명했다.

”엽운!”

같은 시각, 소령의 더 할 나위 없이 기쁜 목소리가 저 멀리서 울렸다.

소령의 목소리가 들리자 엽운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고, 등은 식은땀으로 뒤덮였다.

이제서야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빠져 나온 것이다.

엽운이 무사한 것을 본 소령은 기뻐서 날뛰며 말했다.

“엽운, 내가 구양 아저씨 문하의 수제자 10명중 2위인 진인 사형과 5위인 양현동 사형을 모셔왔어. 이 분들이라면 나문성도 감히 날뛰지 못 할거야!”

엽운은 몸을 멈추고 소령 옆에 서있는 두 남자에게 인사를 올렸다.

“진 사형, 양 사형.”

두 사람의 신분은 나문성 보다 높으니, 분명 실력도 적지 않게 차이가 날 것이다.

특히 소령의 왼쪽에 사내는 얼굴도 훤하고 눈이 별처럼 빛났는데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기쁨도 분노도 없고, 그저 무시무시한 영압만이 일렁일 뿐이었다.

소령이 굳이 소개하지 않아도 이 자가 진인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진인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그 옆에 온화한 표정을 하고 있던 양현동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엽사제, 좋은 사람은 하늘에서 돕는다더니 위험천만한 일을 잘도 해결했구나. 나가게 되면 큰 포상이 있을거야. 게다가 엽운 사제는 풍채가 참 좋네. 소령이 왜 그렇게 다급해 했는지 알겠어.”

엽운은 어리둥절했다.

양현동은 그 어떤 위엄도 없는 듯 한껏 가볍고도 예의 바르게 말했다.

양현동의 말에 소령은 얼굴을 붉히며 화가 나 발을 동동 굴렀다.

”나문성, 이제 후회 되느냐?”

소령은 매서운 눈빛으로 나문성을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 사제, 그래도 그렇지 좀 너무한 거 아니야?”

양현동은 그제야 이곳에 온 목적을 떠올린 듯 나문성을 보았다.

진인은 마치 그와 무관하다는 듯 두 눈을 살포시 감았다.

나문성은 네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는 투명한 금제에 기대어 새파래진 얼굴로 말했다.

“둘째 사형, 다섯째 사형, 두 분은 어쨌든 저와 한솥밥을 먹은 동문 아닙니까, 어찌 저를 한 번 놓아주실 수는 없을런지요?”

”여덟째 사제야, 무영봉과 절검봉은 같은 천검종에 속해 대대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마치 한 가문처럼 말이야. 소령 사매도 우리 절검봉에 손님으로 자주 왔었지. 분명 너도 몇 번 봤을거야. 헌데 그런 그녀까지 죽이려 들다니, 누구 탓을 하겠어?”

양현동은 종이부채를 가볍게 흔들며 유감을 표했다.

나문성은 애걸복걸하며 말했다.

“두 사형이시여, 저는 그저 청옥신부를 잃고 잠시 정신을 놓았을 뿐입니다.”

”나한테 그렇게 말해봤자 소용없고.”

양현동은 가볍게 중얼거리더니 나문성을 보며 말했다.

“순순히 우릴 따라오는 편이 좋을거야. 그럼 우리가 스승님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 청해 보도록 하마. 그럼 살아남을지도 모르잖아.”

”스승님의 성격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하물며 이 일이 무영봉에 흘러들어가게 되면, 저 여자의 아버지가 기필코 저를 죽일 것이고, 스승님도 막을 수 없겠지요. 두 분을 따라가는 일이야 말로 죽음 그 자체가 아니겠습니까?”

나문성은 창백해진 얼굴로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두 사형께서 저를 위해 살 길을 마련해주시지 않는다면, 저는 그저 독안에 든 쥐 아닙니까.”

”나 사제, 이렇게 고집이 세서야 원, 날 원망하지 말거라.”

양현동은 한숨을 내쉬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군, 다섯째 사제 네가 상대 하거라. 속전속결 하도록.”

진인의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전히 조금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양현동은 몸을 돌려 인사를 하고는 부채 한 자루를 꺼내자 빠른 속도로 나문성을 향해 날아갔다.

양현동의 수위는 연기경의 정점에 달했다.

하지만 체내의 진기는 이미 강원이 되었고 진화를 이루었다.

촉기경까지 반걸음도 안 남은 상태였고, 원한다면 언제든 뛰어 넘을 수 있었다.

단지 기초를 더 탄탄히 다지는 것이 촉기경의 수행에 더 도움이 될것이라 생각할 뿐이었다.

나문성 역시 수위가 연기경의 정점에 달하긴 했으나 촉기경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었고 양현동과 비교하자면 적지 않은 차이가 났다.

흰색의 빛은 허공을 가르며 순식간에 나문성에게 도달했다.

나문성은 이를 악물며 공격을 피하려 하지도 않고 검으로 반호를 그리며 가슴 앞에 가져다 댔다.

“펑!”

작은 소리와 함께 흰색의 빛이 반호를 세차게 때리자 빛이 터져 나왔다.

나문성은 공격을 버틸 수 없는 듯 몸을 떨며 뒤로 물러서더니 보이지 않는 금제에 몸을 부딪치곤 비틀거렸다.

”나 사제, 꼼짝없이 잡히게 생겼네, 목숨만은 살려줄 수도 있는데.”

양현동은 못내 마음에 걸린 듯 느릿느릿 말했다.

나문성은 크게 웃으며 “흥” 하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양현동 네놈은 전부터 능청스럽기 짝이 없었지. 스스로가 잘생긴 줄 알지만 사실 견딜 수 없게 추하단 말이야. 덤빌려면 덤벼라, 헛소리 말고.”

안색이 굳은 양현동은 번쩍 뛰어올라 두 손을 내뻗자 빛이 번쩍이며 거대한 손바닥을 만들어 나문성을 거세게 내리쳤다.

아무런 표정없던 진인은 갑자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엽운 역시 의아하단 표정을 지었다.

나문성을 만난 지 아직 한 시진도 되지 않았지만 저 녀석은 분명 저렇게 고집이 센 놈이 아니었다.

‘저렇게 날뛰는 것 같아도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선 무슨 짓이라도 할 마음을 먹고 있었을텐데. 어찌 이제와서 죽으려 안간힘을 쓰며 물러서지 않는 것일까?’

분명 무언가 문제가 있다.

마음에 한가닥 번개가 치는 사이, 빛으로 이루어진 손바닥은 나문성의 몸을 뒤덮었다.

하지만 나문성은 놀라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입가에는 비웃음이 서렸고, 조금 득의양양한 표정이었다.

다음 순간, 나문성은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없었던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건 좋지 않은데!”

엽운은 가슴이 철렁했다.

순간 어떤 가능성을 떠올리고는 소리쳤다.

”조심해!”

동시에 진인의 목소리도 울려퍼졌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양현동의 분노가 담긴 손바닥은 투명한 금제 위를 거세게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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