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101화 (101/227)

제 101 화 고약한 심보

“엽운, 아니 엽운 사형. 좀 전의 일은 부디 개의치 마시길, 돌아가서는 내 반드시 도우리다.”

한 동안 망설이던 나문성은 곧 이를 악물고 엽운에게 몸을 굽히며 인사했다.

그리고는 공손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는데, 꼭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를 위해 목숨을 바쳐 일하시겠다 하니. 더 이상 추궁하진 않겠습니다.”

엽운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문성은 순간 크게 기뻤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무언가를 느끼고 크게 놀라 위를 보았다.

위쪽의 균열은 이미 하늘을 가로질러 있어 흩날리던 모래는 출구를 찾은 듯 솟구쳐 균열을 통해 빠져 나갔다.

“응?”

순간 나문성의 눈이 번쩍 빛났다.

”뭐지?”

엽운은 저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떴다.

소령이 사람들을 데리고 오기 전에는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나문성이 마음을 바꾼다면 그는 죽은 목숨이었다.

나문성은 격렬하게 흔들리는 눈빛으로 말했다.

“이 곳의 공간 진법은 도대체 알 수가 없군...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데.”

엽운은 당연히 이 곳이 붕괴 될 것을 알고 있었는데, 이는 열염폭운과 빙백쇄혼 두 개의 중품영기를 손에 넣었기 때문이었다.

나문성의 말을 듣고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이 무너진다 한들 우리에게 딱히 위협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우리의 안전이 문제가 아닙니다.”

나문성은 조금 망설이면서도 말을 했다.

“이 공간진법이 완전히 붕괴 된다면 다른 금제에도 영향을 끼칠지 모른단 말입니다. 어쩌면 3층으로 향하는 통로를 찾게 될 수도 있습니다.”

”3층 말입니까?”

엽운의 눈빛이 격렬히 흔들렸다.

“이 균열은 사막을 반으로 쪼개 버렸고, 저는 이 쪽 절반을 통해 들어왔죠. 그렇다면 다른 반쪽은 3층으로 가는 입구가 될 수도 있고 이런 공간 진법은 대게 대칭을 이루고 있지요. 그렇지 않으면 영력의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우니까요.”

나문성은 눈빛을 번쩍이며 한마디 했다.

“제가 가서 살펴보겠습니다. 만약 다른 제자들이 통로를 먼저 찾는다면 기선을 제압당한 격이 될 겁니다.”

나문성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번개처럼 반대편을 향해 갔다.

나문성의 모습을 본 엽운의 마음속에 순간 한 가닥 한기가 서렸다.

다른 제자였다면 3층이란 말에 기뻐했을지도 모르지만, 진작에 마음이 달아났다.

3층에 제 아무리 대단한 보물이 있다 한들 내키지 않았다.

정신이 번쩍 들어 나문성의 행동이 이상하다고 느낀 것이었다.

결국 나문성도 좀 전에 쓴 맛을 보고, 심지어 자신의 목숨을 부지해줄 유일한 보물인 청옥신부까지 꺼내놓았다.

그 역시 이곳의 금제가 얼마나 위험한지 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설령 통로나 균열을 찾을 수 있다 하더라도 어떤 위험한 금제가 걸려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탐색을 하려는 생각이었다면 나문성 역시 혼자 나설 리 없고 함께 가려 했을 것이다.

엽운은 무언가 잘못되었다 생각하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때 길을 나선 나문성이 순간 멈춰서더니 고개를 돌려 엽운에게 말했다.

“엽운 사형, 뭐죠?”

공손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엽운은 그의 눈에서 매서운 기운이 느껴졌다.

심장이 두근거리기고 순간 어떤 가능성이 떠올랐다.

당장 나문성이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목숨을 부지하는 일이다.

정말로 3층으로 가는 통로를 찾게 되면 나문성은 당연히 들어갈 것이다.

3층에는 놀랄만한 보물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3층이 숨거나 도망치기에 적합한 장소일 수도 있었다!

당장 엽운도 이 같은 가능성을 점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문성을 따라가지 않거나, 혹은 두려움을 눈치 채게 된다면 좀 전에 자신이 한 말이 허풍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그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이다.

”매사에 조심하는 게 우선입니다. 3층으로 가는 통로를 찾는다고 한들 그곳의 금제 역시 무시무시 할 것입니다.”

생각이 번개처럼 뇌리를 스쳤고, 엽운은 무표정으로 한 마디를 했다.

그리곤 천천히 나문성이 잇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잠시 동안 계산 해보았다.

소령은 대묘를 빠져 나갔을 가능성이 크고, 그랬다면 도와줄 사람을 찾는 일은 식은 죽 먹기였다.

말인 즉슨 이때 쯤이면 소령은 이미 돌아오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조금만 시간을 끈다면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 표정도 없이 차분한 모습의 엽운을 본 나문성은 오히려 마음이 싸늘해졌다.

그는 어쩔 줄 몰라하며 계속 앞을 향해 나아갔는데, 속도가 적지 않게 느려졌다.

”이건...”

당장 나문성의 호흡은 급격히 거칠어지고 동공은 심하게 수축되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어렴풋이 푸른 빛 한 줄기가 보였다.

푸른 빛 위로 은은한 안개가 피어올랐다.

게다가 빛에 독특한 영압이 있음을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영압이 주위의 공기를 압박하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빛이 끊임없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변화가 일어나도 모래는 단 한 톨도 빠져 나가지 않았다.

모든 모래는 입구 윗쪽의 균열을 향해 솟구쳤다.

이쪽은 눈 깜짝할 사이 깨끗해져 하늘을 가득 매우던 모래는 반대편으로 흡수되어 시커먼 땅이 드러났다.

잠시 망설이던 나문성은 영력을 뿜으며 피어오르는 안개를 가볍게 건드렸다.

순간 부드러운 힘이 그의 영력을 튕겨내는 것을 느꼈다.

다시 숨을 깊이 들이마신 뒤 영력을 손끝에 모아 거세게 찔렀다.

그가 보호막을 찌르는 순간 더욱 강력한 힘이 손을 튕겨냈다.

강한 힘에는 강하게 반응했고, 약한 힘에는 약하게 반응했다.

투명한 보호막에는 지극히 신비한 진법 금제가 걸려있음이 분명했다.

나문성의 눈빛이 격렬히 빛났다.

그는 불현듯 어떤 가능성이 떠올랐다.

다음 순간 눈을 가늘게 뜨며 몸을 돌렸다.

”어떻게 된 겁니까?”

엽운은 그로부터 수십 장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그가 몸을 돌리는 것을 보고 천천히 물었다.

나문성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여전히 예의바른 모습으로 말했다.

“저는 진법 금제에 그다지 흥미가 없고 은천행이 비교적 잘 알고 있어 송자림과 함께 데리고 들어와 탐문 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두 사람은 죽었으니 저는 이 진법 금제에 관해서는 속수무책입니다.”

별안간 잠시 머뭇거리던 엽운은 이내 고개를 들고 말했다.

“그렇습니까?”

나문성은 어리둥절했다.

”이 금제를 뚫을 수 있는지 없는지는, 사실 전혀 상관없습니다.”

목소리가 울리는 바로 그 순간, 엽운은 뒤를 향해 미친 듯이 몸을 날렸다.

“당신은 두 사람을 따라 가야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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