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100화 (100/227)

제 100 화 순창설검

함께한 시간은 짧았지만 소령을 잘 알게 되었기에 이런 때에 소령은 절대 가지 않으려 할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 남는다 한들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그녀가 나갈 수만 있다면, 혹여나 구양문천을 데려와 자신의 목숨을 살려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문성이 두 사람의 앞을 가로 막았을때 엽운의 머릿속에는 수백가지 방법이 떠올랐지만 이 방법만이 조금이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다행히도 나문성은 곧바로 공격해오지 않고 쥐를 잡듯 천천히 두 사람을 가지고 놀다 죽일 심산이었기에 엽운과 소령이 출구에 가까워질 수 있었고. 소령을 날려 보낸 것이다.

소령의 얼굴을 따라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려서부터 남들보다 훨씬 총명하였기에 엽운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보기에 시간이 너무도 부족했기에 좀 전을 마지막으로 영원한 이별이 될 수도 있었다.

그녀가 고집스럽게 남으면 분명 죽게 될 것이고 최대한 빨리 나가 원군을 불러온다면 엽운에게 조금은 기회가 있을 수도 있음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소령은 엽운의 힘에 실려,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순식간에 출구에 도달해 떠날 수 있게 되었다.

나문성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체내에서 영력이 매섭게 솟구쳤다.

순식간에 잔상을 남기며 미친 듯이 속도를 올렸다.

“이렇게까지 나를 무시하는 건가?”

엽운은 냉소를 보이며 두 손으로 화염과 얼음에 영력을 거세게 주입했다.

찰나의 순간, 열염폭운과 빙백쇄혼 두개의 영기가 빛을 내뿜었다.

요동치는 불꽃과 뼈에 사무치는 얼음이 솟아오르더니 하나의 보호막이 되어 나문성의 앞을 가로막았다.

나문성은 애초에 엽운이 던진 얼음과 화염은 안중에도 없었다.

엽운 정도되는 수준의 제자, 심지어는 천촉봉에서 보낸 희생자쯤 되는 자가 어떤 보물을 가졌다 한들 자신에게 상처 하나 낼 수 있겠는가?

급히 몸을 날려 엽운의 머리를 뛰어넘으려 했다.

순간, 활활 타오르는 화염이 세차게 솟아올랐고 한 줄의 얼음이 저항하기 힘든 한기를 내뿜으며 앞길을 가로막았다.

나문성 정도의 수위라면 이 화염과 얼음이 가진 힘이 상상을 아득히 초월함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특히 은천행과 송자림을 죽이는데 많은 양의 진기를 낭비한 상태로 화염과 얼음에 맞게된 다면 무엇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문성은 다급히 몸을 뒤집어 모래 위로 떨어져 내려왔다.

“중품영기?”

나문성의 눈빛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놀란 표정으로 솟아오르는 화염과 얼음을 바라보았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는 눈치였다.

연체경도 넘기지 못한 제자가 어떻게 중품영기를 한번에 두개씩이나 가질 수 있는 것인가?

나문성은 절검봉 십대제자중 하나인데, 손에 쥔 장검은 간신히 중품영기의 범주에 속하는 물건에 지나지 않았다.

헌데 앞에 이 두개의 보물은 그의 장검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의 물건이었다.

“도대체 뭐하는 녀석이냐?”

나문성은 별안간 극심한 두통을 느꼈다.

중품영기 두 개를 한번에 다룰 수 있는 연체경의 제자가 보통 사람일리 없었다.

평범한 제자가 아니라면 어찌 천촉봉에서 희생양으로 선발되어 대묘에 들어온 것일까?

이 보물들은 대묘에서 얻은 것일까?

틀림없다. 반드시 그럴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 어찌 중품영기 두개를 다루겠는가?

죽인다. 저놈을 죽인다. 반드시 저놈을 죽여야 한다!

나문성은 마음속으로 한을 품으며 후회했다.

엽운과 소령에게서 보물을 뺏으려 한 일을 후회하는 게 아니었다.

그가 후회하는 것은 격노하여 두 사람을 잔인하게 죽인 것이다.

지금은 소령을 놓쳤고, 빨리 나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일단 그녀가 대묘를 나가게 되면 무영봉주 딸의 신분으로 분명히 축기경의 고수를 데리고 올 것인데, 그렇게 되면 그때가 바로 나문성이 죽을 때였다.

“두개의 중품영기, 게다가 품질도 아주 훌륭한데, 아쉽게도 지금 내가 가져봤자 무얼 하겠는가? 서럽다. 정말로 서럽다.”

나문성은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목소리에 아쉬움과 한이 서려있었다.

엽운은 그를 말리지 않았다.

나문성이 지금처럼 계속 울부짖길 바랬다.

소령이 사람을 데리고 올때까지 계속 처절하게 통곡하고 있으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을터였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연기경 7단계의 고수이자 절검봉 10대 제자 중 한 사람인 나문성의 분노를 맞이해야한다.

“살고 싶어도 살지 못하고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게 만들어주마!”

역시나 바로 다음 순간, 나문성은 벌써 그를 바라보며 포효했다.

진작 예상하고 있던 엽운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손에 당신의 생사가 달려있는데 그렇게 까불다니, 정말 웃기네요.”

나문성이 격렬하게 숨을 들이쉬었고 하나 남은 눈이 붉어졌다.

“내 명령에 따른다면, 소령이 돌아오고 나서도 무사할 수 있을텐데.”

“내가 백치인줄 아느냐!”

나문성은 분노가 극에 달해 되려 웃기 시작했다.

“고작 연체경에 불과한 제자 따위의 말을 구양봉주께서 따르게 할 수 있단 말이냐?”

엽운은 그를 한 번 쳐다보곤 무표정으로 말했다.

“고작 연체경에 불과한 제자 따위가 중품영기를 두개나 다루는걸 본 적 있습니까?”

나문성은 어리둥절했다.

“설마 아직도 이 보물들을 여기서 찾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요? 대묘의 1층부터 이런 중품영기가 도처에 깔려 있다면 이 대묘의 주인은 적어도 금단대수사가 아니라 원양진인, 아니 심지어는 그보다 더 높은 경지에 계시는 분일텐데,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엽운은 뒷짐을 지고 선 채 얼음과 불이 옆에서 소용돌이치게 내버려 두고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나문성은 눈을 들어 먼 곳을 바라보았다.

이 소년에게서는 어렴풋이 오만한 기세가 느껴지는데, 이런 기세는 절대로 일반적인 외문 제자가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뛰어난 심성과 놀라운 재능을 가져 어렸을 적부터 종파에서 길러진 천재 제자들이나 가질 수 있는 기세였다.

문득 이 녀석이 설마 천검종 어느 고위층의 후인이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들었다.

게다가 소령과 이 자가 허물없이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떠올리니 별안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애송이, 이름이 뭐냐? 아까 소령이라는 계집이 엽운이라고 부르는걸 들은것 같은데.”

“역시 나사형께서는 고수이시군요. 그렇게 멀리서 우리끼리 작은 소리로 나눈 대화가 다 들리니 말입니다. 맞습니다. 내가 엽운이고, 무영봉주 소호께서는 우리 집안 사람 이십니다.”

엽운은 거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문성은 어안이 벙벙했다.

곧 그의 얼굴에는 후회가 가득 차올랐다.

이번엔 정말로 후회가 밀려왔다.

어째서 엽운과 소령을 건드렸는지 후회했다.

어떻게 두 녀석들 중 한 녀석은 무영봉주의 딸이고 다른 한 녀석 마저 무영봉주의 무리일 수 있는가.

게다가 이 정도 나이와 수위로 이토록 훌륭한 품질을 가지고 있으며 배합까지도 가능한 중품영기 두개를 하사 받았으니, 무영봉주가 엽운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 수 있었다.

“정말로 이번 일을 없던 일로 만들 수 있느냐?”

나문성은 자신이 죽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다가 또 마음 가득 후회가 밀려오고, 또 목숨을 애걸하게 되고, 심신이 몹시 어지러워 목소리마저 떨려오기 시작했다.

“물론입니다. 저는 스승께서 가장 아끼는 제자이니 저와 소령이 변호하면 분명 아무 일도 없을겁니다. 하지만 좀 전에 독단적으로 행동하신 바람에 소령은 대묘 밖으로 나갔고, 분명 있는 그대로 저희 스승님이나 구양사숙께 말씀 드릴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런 처벌도 없이 이번 일을 덮는 건 불가능 할 겁니다.”

엽운은 고개를 끄덕이곤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아주 큰 벌을 받지는 않으리라 장담할 수 있는가? 수위를 빼앗기거나 천검종에서 쫓겨나지는 않겠지?

나문성은 마음속의 걱정을 털어놓았다.

엽운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히 그런 일은 없습니다. 만약 절검봉이 받아주지 않는다면 저희 무영봉으로 오시면 됩니다. 하지만 반드시 오늘 이후로 제 호령에 따르고 저를 위해 일한다고 맹세하셔야 합니다.”

나문성은 눈살을 잔뜩 찌푸리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런 거라면, 당연히 승낙 하마!”

“좋습니다. 나 사형께서 이렇게 뉘우치고 돌아오신다면, 당연히 소령과 함께 방법을 생각해 봐서 때가되면 죄를 덜어내고 좀 더 가벼운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엽운은 옷소매를 가볍게 흔들어 두개의 영기를 거두며 말했다.

조금 정신을 차린 나문성은 또 다시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또 필사적으로 엽운을 죽인다 해도 최후의 결과는 가차없이 처형당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엽운의 말을 믿는다면 적어도 한 줄기 희망이 늘어나는 것이다.

특히 좀 전에 상대방에게 친밀하게 대하던 소령의 모습은 결코 꾸며낸 것이 아니었다.

엽운은 뒷짐을 지고 서서 눈빛이 끊임없이 반짝이는 나문성을 보았다.

여전히 아무 표정도 짓지 않고 있었지만 마음은 크게 안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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