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8 화 구성검결
네 사람은 나문성을 가운데에 두고 포위했다.
하지만 나문성은 전혀 두렵지 않은 듯 얼굴에는 조금도 놀란 기색이 없었다.
손에 쥔 장검을 치켜 들자 조금씩 떨려오더니 별똥별이 날아올라 눈부시게 빛났다.
“나 사형, 이게 무슨 고생입니까? 소령 사매의 신분을 믿고 놓아주기만 한다면, 분명 오늘일을 밖에 알리지는 않을 겁니다.”
은천행은 무거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문성의 실력은 충분히 알고 있으니, 얼굴이 갈기갈기 찢긴다면 분명 끔찍할 것이다.
하지만, 은천행의 실력은 나문성과 비교할 수는 없어도 이미 연기경의 6번째 단계인 진강경에 도달했다.
체내의 진기를 별로 만들면 위령은 열배 이상 올라간다.
나문성을 쓰러뜨릴 수는 없어도 도망칠 기회를 만들기엔 충분했다.
“송사제, 잠시 기다렸다 다 같이 공격하자. 반드시 가장 강력한 보물과 기술을 꺼내어 소령 사매와 함께 나문성을 공격하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소령사매는 여기서 죽을 것이고 우리도 살아남아봤자 막다른 길이다. 무영봉주의 실력을 나 사형과 비교하자면 밝은 달과 반딧불 정도의 수준차이이니, 나 사형의 손아귀에서도 우리에게 한 번의 기회가 있다. 소봉주의 손에 잡히면 분명 죽음을 면치 못 할 것이다.”
은천행은 근처 수 장 너머에 있던 다른 제자를 향해 전음으로 말했다.
내문 제자의 이름은 송자림이다.
수위는 가까스로 연체경 6단계 진경에 달했는데, 은천행과는 다르게 그는 올해 들어서야 나문성을 따르기 시작했고 이미 나문성의 천성을 눈치 챘다.
사실 그는 한번도 이 둘을 사제로 여긴 적이 없었다.
그의 말을 따르자면 그저 두 마리 개였을 뿐이다.
그래서 송자림은 일찍이 노여움을 품었으나, 경지의 차이가 너무 큰데다 실력이 부족하여 감히 나문성에게 반기를 들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몸속에 반 년간 쌓여온 분노를 뱉어낼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은 사형, 중요한 게 무엇인지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은천행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는 송자림이 나문성의 수위가 두려워 머뭇거리다가 진정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까봐 걱정이었다.
“상의는 끝났느냐? 그럼 시작해볼까!”
나문성은 곁눈질로 엽운을 바라보더니 곧 손에 쥔 장검을 휘두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연체경의 버러지 녀석, 진정한 선기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하루 종일 보여주마.”
“구성검결!”
그가 소리치자 장검에서 별안간 별똥별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찬란한 푸른빛이 선명하게 나타나 공중에서 커다란 하나의 별을 이루고는 조금씩 떨려오더니 엽운을 향해 쏘아졌다.
“안좋은데!”
엽운의 심장이 벌떡 뛰었다.
전혀 받아낼 엄두가 나질 않았다.
체내의 영력을 필사적으로 끌어올려 뒤를 향해 급히 달아나 순식간에 수십 장이나 멀어졌다.
그는 나문성이 지독한 놈이라 쉬운 상대부터 노린 줄 알았으나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이 공격은 속임수였다.
구성검결 제 1검이 맺은 별은 공중에서 매섭게 엽운을 향해 세 장 정도를 날아오다 별안간 회전하여 이상한 각도로 날아왔다.
진짜 목표는 다름 아닌 송자림이었다.
이는 네 사람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은 일이었다.
엽운은 속임수 일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
그러나 속임수여도 좋다.
시간과 공간을 주었으니까.
송자림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 역시 진작 대비를 해놓았다.
나문성의 공격은 예상 외였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손에서 작은 솥 하나가 나오더니 별안간 공격을 쳐냈다.
솥은 그의 머리꼭대기에서 눈부신 하얀 빛을 뿜으며 천막처럼 늘어져 송자림을 보호하고 있었다.
커다란 별들이 벌컥 날아와 하얀 빛을 매섭게 때려댔다.
작은 솥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늘처럼 하얀 빛이 순간 흐려지더니, 곧 더할 나위 없이 어두워졌다.
마지막으로 “팍” 하는 소리를 내고는 공중에서 내려오더니 더 이상 빛을 발하지 않았다.
송자림의 얼굴이 조금 하얗게 질렸다.
구성검결의 위력이 대단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 솥 역시나 보통의 영기가 아니고 중품영기로 승급 될 수도 있는 성장속성의 희귀 영기인데, 나문성의 공격을 가까스로 한 번 막아 내는데 그쳤다.
연기경의 일곱번째 단계인 진화경의 수위는 실로 무서웠다.
나문성 역시 이런 기습이 뜻밖에도 송자림에게 막힐 줄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저도 모르게 정신이 팔렸다.
곧 이어 그의 표정이 한층 더 어두워지더니 별빛이 다시 번쩍였다.
“아주 좋다. 그럼 구성검결 제 2검을 받아라. 성진최찬!”
분노에 가득 차 소리치며 땅 위에 우뚝 서있었다.
장검은 공중에서 순식간에 수천 수백 번을 찔러댔다.
매 일격마다 하나의 별이 함께했다.
수많은 별빛이 공중에서 한데 모여 또 한번 커다란 별을 만들더니 곧바로 떨어져 내려왔다.
“송사제, 힘을 합치자.”
은천행은 나문성이 쏘아올린 수천 개의 별빛을 보곤 손에 든 장검에서 붉은 빛을 내뿜으며 하늘을 향해 찔렀다.
오래전에 고안해낸 공격이었다.
은천행은 이 한번의 공격을 위해 줄곧 힘을 모으고 있었다.
나문성을 잘 알고 있기에 정면으로 맞서서 쓰러트리는 일 따위는 있을 수 없음을 알고 있고, 그렇다면 기회를 노려 기습하는 것만이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방법이었다.
게다가 진작에 마음속으로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기에, 이기지 못하면 도망치면 된다.
그와 소령이 도망칠 수만 있다면 훗날의 수행은 하루 만에 천리를 달리는 셈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나문성에게 두 번 다시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
나문성이 제 2검을 꺼내는 것을 본 은천행은 미친 듯이 기뻐했다.
이 구성검결 이라면 더 할 나위 없이 잘 이해하고 있었다.
이 검법은 절륜한 위력을 가지고 있으며, 일검을 꺼낸 이상 되돌릴 수 없게 된다.
특히 제 2검인 성진최찬은 칼날이 은하를 이루고 한데 모여 커다란 별이 되니 정말로 돌이킬 여지가 없다.
은천행은 이 순간을 기다렸다.
나문성이 이 검을 뽑을 때 그에게는 짧은 빈틈이 생기게 되는데, 이 기회를 노려 공격하면 그를 상처 입히지는 못할지언정 잠깐 동안 붙잡아 시간을 끄는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송자림이 이 일격을 받아낼 수 있는지 없는지는 관심 밖이었다.
붉은 칼날을 마치 독을 품은 전갈처럼 내지르자 선홍색 빛이 번쩍이며 나문성의 허리를 향해 쏘아졌다.
동시에 구성검결이 만들어낸 커다란 별이 매섭게 떨어져 내려오며 빛나는 별빛이 순식간에 송자림의 온몸을 뒤덮었다.
후욱!
작은 소리와 함께 선홍빛의 칼날이 나문성의 허리를 찔렀다.
은천행은 크게 기뻐하며 체내의 진기를 몽땅 장검에 주입시켜 나문성의 방어를 깨고 상처 입히려 했다.
은천행은 나문성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면 소령을 데리고 탈출할 기회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 믿었다.
이 순간 무영봉주 소호가 친히 자신을 만나고, 심지어는 많은 수련 자원을 하사하며 정예 제자로 양성하는 모습을 본 것 같았다.
“맞췄다.”
은천행은 모든 수위를 검에 담아 매섭게 내질렀다.
나문성은 은천행이 이 짧은 순간에 기회를 잡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검이 잠깐 끊기는 틈을 타 단숨에 방어를 깨고 칼날을 자신에게 찔러 넣은 것이다.
“네가 감히!”
나문성은 분노에 차 소리치며 자신의 몸에 꽂힌 장검을 세게 내리쳤다.
“쨍그랑” 하는 맑은 소리와 함께 하품영기인 장검이 바로 토막이 나버렸다.
하지만 은천행은 이 수를 진작 읽기라도 한 듯 그의 손 내려오는 순간 힘을 빼고 검을 놓더니 나문성의 눈을 향해 수십 개의 붉은 날을 쏘아 눈을 멀게 하려했다.
은천행은 3년간 나문성을 따라다녔고, 나문성은 그의 천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녀석은 천성적으로 약한 자를 업신여기고 강한 자를 두려워하고, 과감히 손을 뻗을 줄도 모르는데다 우유부단했다.
그러나 송자림은 반대로 과감한 솜씨를 지녔고 일단 결심한 일에는 온 힘을 다했다.
두 명이 같은 연기경 6단계의 수위에 있긴 하지만 나문성이 더욱 껄끄럽다고 여긴 것은 송자림이었기에 그를 우선 죽이고 이어서 천천히 은천행 소령등 세 사람을 처리하려 했다.
하지만 우유부단하기 짝이 없는 은천행이 별안간 과감한 손놀림으로 인정사정없이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고 눈을 멀게 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오랜 세월의 판단 착오 때문에 나문성은 순식간에 넘어가고 말았다.
즉시 머리를 젖혔지만 오른쪽 눈은 붉은 칼날에 맞아 눈 깜짝할 새에 피가 흘러내렸다.
“소령, 지금이야!”
이 모습을 본 은천행은 기뻐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소령이 엽운에게 이끌려 출구를 향해 달려가는 것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