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90화 (90/227)

제 90 화 중품영기

엽운은 이 번개와 화염의 원소가 영력 속에 융합되어 종국에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얼마나 진귀한 일인지 알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영력과 진기의 수련은 가능한 불순물을 제거한 뒤 이를 흡수하고 정화시키는 것이 가장 자신에게 적합한 힘이 되는 것이다.

물론, 공법의 좋고 나쁨이나 영석의 청정도 같은 것들 때문에 모든 수련자들은 최대한 불순물을 제거할 수밖에 없고, 완벽히 순수한 영기를 흡수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일단 갈고닦은 영력이 굳어지면 다른 자연계 원소의 힘을 녹여내기는 어렵다.

많은 공법이 한 가지 원소의 힘을 흡수할 수 있게 만들어주지만 두 가지, 심지어는 그 이상은 그야말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원소의 힘은 서로를 배척하기 너무도 쉽기 때문에 훗날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게 되는데, 손상이 가벼울 경우엔 경맥이 끊어지고 무거울 경우엔 죽게 된다.

헌데 엽운은 이전의 보라색 번개에서 번개의 원소를 흡수하였고, 지금은 두개의 태양으로부터 화염 원소의 힘을 융합시켰다.

그리고 왜인지 모르게 두 힘은 서로를 배척하지 않고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이때 엽운은 체내의 영력에서 번개의 원소가 횡포를 부리는 것과, 또 화염의 원소가 미쳐 날뛰는 것 역시 느꼈다.

두 가지 원소가 융합된 영력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뜨거운 물줄기를 방불케 했다.

미쳐 날뛰는 힘을 흘려보낼 배수구라도 필요할 지경이었다.

갑자기 엽운의 눈에서 빛이 번뜩이며 기세가 완전히 변했다.

이전에는 그저 연체경의 후기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하늘에서 내려온 신장처럼 온몸에서 패기를 뿜어대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세를 띄었다.

두 손이 몸을 털어내는 모습이 보이더니 곧 천지에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손가락을 검처럼 만들어 하늘을 비스듬히 가리켰다.

엽운의 오른손에서 보라색 번개가 번쩍이자 몸에서 엄청난 고열이 뿜어져 나왔다.

이때 번개와 화염의 힘을 손끝에 최대한 끌어 모았다.

이 검으로 한번 찌르면 천지의 색깔이 바뀔 것이다.

엽운에게 일어난 일련의 변화에 소령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는 눈앞의 이 사람이 지금껏 자신과 함께 온 엽운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연체경 여섯번째 단계인 통규경을 연마 중인 게 맞단 말인가?

이런 기세는 연기경을 연마하는 제자들에게서도 본 적이 없었다.

소령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머릿속에 아주 우스운 생각이 떠올랐다.

엽운이 뿜어대는 이 기세를 언니인 소음설에게서 본적이 있었나?

소음설의 수위는 진작에 연기경에 달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전진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계속 돌파해 나가기보단 자신의 수위를 억눌러왔다.

기초를 튼튼히 다지고, 더 이상 지체 말고 돌파해야 할 때가 와도 그녀는 결코 수위를 올리려 하지 않았다.

때문에 매번 수위가 올라갈 때 마다 놀랄만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특히 언젠가 한 번은 수위를 돌파했을 때 소령이 마침 옆에 있었는데, 두 눈으로 언니가 한계를 돌파하는 그 순간 뿜어져 나오던 그 형언하기 어려운 기세에 넋을 잃고 말았다.

그런데 지금 엽운이 보여준 이 기세가 자신의 언니인 소음설의 기세에 뒤지지 않는다는, 아니 오히려 그것을 능가한다는 착각이 들었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

넋을 놓고 있던 그때 한 편에서 콧방귀를 뀌는 소리가 들렸다.

소령은 어리둥절하여 곧바로 고개를 돌렸다.

“두검음?”

그녀는 눈을 부릅떴다.

두검음의 몸이 허공에 떠있는 것을 보았다.

연기경의 수위에 달하지도 못했는데도 공중에 떠있을 수 있다는 게 놀라웠는데, 심지어 두검음이 공중에 떠있는 것은 지금껏 그가 연마해온 검식 때문이 아니었다.

두검음의 체내에 무언가 오묘한 기운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을 분명히 느꼈고, 그것이 두검음을 허공에 띄우고 있는 것이었다.

“나를 앞서가고 싶은가?”

두검음은 엽운을 보며 냉소를 지어보였다.

손에 검이 별안간 투명해지더니 마치 주변의 천지와 같은 색이 된 것 같았다.

다음 순간 투명한 검 빛이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하하하!”

엽운은 별안간 큰 소리로 웃으며 몸을 급히 쏘아 올렸다.

오른손을 검 모양으로 만들고 둔탁한 천둥소리를 냈다.

손끝에 번개가 감돌며 “타닥” 하는 소리를 내더니 별안간 보라색 검광이 솟구쳤다.

뜨거운 열을 내뿜는 두개의 태양 아래 두 자루 검이 하늘로 솟아오르며 그 중 한 개의 태양을 향해 돌진했다.

소령은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 나올 것만 같았다.

한번도 이 정도까지 긴장해본 적이 없었다.

어렸을때 부터 공간의 법칙을 연구한 덕에 공간 진법에 대해 심도 깊은 이해를 갖고 있었는데, 도무지 그녀로써는 대처할 방법이 없기는 해도 분명 알고 있었다.

엽운과 두검음의 공격이 먹히지 않는다면 세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공간의 법칙이 만들어낸 공격일 것이고 그들의 수준으로는 결코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을.

“엽운, 반드시 성공해야해!”

두 자루 검은 한순간에 천리를 내달리듯 쭉 뻗어 나가더니 마침내 태양에 닿았다.

동시에 태양이 눈부신 광채를 뿜어대며 엽운과 두검음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엽운!”

소령은 눈도 뜨지 못했다.

빛이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피부가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엽운에게 가까이 가려 했지만 몸이 무언가 방대한 힘에 의해 뒤로 밀려났다.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안심해. 난 괜찮으니까.”

그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몹시 차분하고 익숙한 목소리가 곧바로 그녀의 귀에 들려왔다.

“엽운!”

몸이 흔들리자 그녀는 참지 못하고 또 비명을 질러댔다.

단지 이번엔 그 목소리에 놀라움이 가득할 따름이었다.

눈이 다시 보이기 시작할 무렵 그녀는 하늘에 떠있던 두개의 태양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목격했다.

한 태양은 여전히 뜨거운 열기를 뿜어대고 있었지만 검에 찔린 다른 태양은 이미 광채가 사라지고 그 가운데 검은 구멍이 생겼다.

곧 구멍이 빠르게 커지더니 마침내 태양 전체에 퍼졌다.

결국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남은 하나의 태양이 별안간 하늘에서부터 모래사장위로 떨어져 작은 산을 이루었다.

모래위에 쌓인 산의 꼭대기에 불타는 붉은빛의 고리가 꽂힌 채 은은한 빛을 내뿜어 주변의 온도를 크게 높였다.

“마침내 보물을 찾은 건가?”

이때 소령은 물론이고 차분하던 엽운의 가슴마저 철렁 내려앉았다.

“영기. 심지어 중품 영기인것 같은데!”

그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소령의 예쁜 두 눈이 급격히 커졌다.

엽운의 손을 붙잡고 달려가더니 손을 뻗어 붉은 고리를 손에 쥐었다.

붉은 고리을 잡는는 순간 소령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온 몸이 저절로 조금씩 떨려오기 시작했다.

그녀는 힘겹게 속삭였다.

“품질도 훌륭해!”

“중품영기? 게다가 품질도 훌륭하다고?”

엽운의 숨이 절로 가빠졌다.

중품영기는 어떤 개념인가?

보통의 경우에는 하품영기 백개를 가져와도 중품영기 한개와 비교할 수 없는데, 하물며 좋은 품질의 중품영기라면 얼마나 진귀하겠는가?

엽운은 보라색 모포를 입은 외문 제자들이 중품영기를 갖고 싶어 했던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다.

그 어떤 천신만고를 겪어도, 심지어는 내문제자라 할 지언정 모두가 중품 영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니, 이 중품영기의 귀중함을 알 수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