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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86화 (86/227)

제 86 화 갈라진 검

“헛소리를 길게도 하는구나. 어서 덤벼라.”

차갑게 읇조리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엽운은 두검음을 한 번 쳐다보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에 검은 빛이 번쩍이더니 곧바로 흑요검을 쥐었다.

“엽운. 혼쭐을 내버려.”

소령은 분을 삭히지 못하고 하얀 주먹을 휘두르며 말했다.

그리고는 다시 긴장된 모습을 하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심해야 돼..”

고개를 끄덕이며 체내의 영력을 내뿜기 시작했다.

영력이 흐르는 순간, 엽운은 자신의 사방에서 어슴푸레 천둥소리가 퍼지는 것을 들었다.

눈을 가늘게 떴다.

체내의 동맥에서 마치 번개가 끊임없이 요동치는 듯한 느낌이 오묘했다.

“과연 네놈도 검을 쓰는구나. 검을 쥔 자세도 어설픈 주제에 이 몸의 면전에서 감히 검을 쓸 생각을 하다니, 이것은 검에 대한 모욕이다. 검을 모욕하는 것은 이 몸을 모욕하는 일. 내 오늘 너를 반드시 죽여야겠구나!”

흑요검을 든 모양새를 보더니 두검음은 눈을 부릅뜨며 괜스레 발끈했다.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울리는 와중에 두검음의 몸은 이미 위로 날아올랐다.

공중에 떠있는 채로 손에 쥐고 있던 백색의 장검이 수천 번 요동쳤다.

한번 요동칠때 마다 검에선 한 줄기 한 줄기 빛이 검신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허공에서 한데 모여 한 자루 순백색의 광검이 되었다.

“이 검의 이름은 검참산하. 이름 그대로 한 번 베면 산이 무너지고 강이 갈라진다. 위력은 비할데가 없지.”

느릿느릿 말했다.

순간 엽운에게 자세히 설명해줄 마음이 생긴 듯 했다.

말을 마치기 무섭게 거만한 모습으로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공중에 떠있던 순백색의 광검이 높이 들어 올려지더니 쏜살같이 아래로 떨어져 엽운의 정수리를 향해 참격을 날렸다.

검의 위력은 확실히 두검음이 말 한 바와 같이 바위를 부수고 물을 가르기 충분했다.

엽운의 눈동자가 움츠러 들더니 이내 기운이 솟구쳤다.

마찬가지로 뛰어 오르더니 영력을 극한까지 뿜어냈다.

허공에 천둥소리가 들렸고 전기뱀이 튀어나왔다.

“뇌운전광검 제 1식, 뇌운초현!”

흑요검이 순식간에 뻗어 나왔다.

드높은 번개가 허공에서 나타났고, 한마리 전기뱀이 손바닥에서 튀어나오더니 흑요검을 감쌌다.

멀리서 보니 보라색 번개 속에 한 마리 검은 용이 울부짖는 듯 순백의 광검을 향해 돌진했다.

쾅!!

마치 파도같은 위력을 가진 두 자루 검이 격돌하자 어마어마한 영력이 순간 사면팔방을 향해 마치 충격파처럼 지나갔다.

소령의 수준으론 서있기 조차 힘들었다.

광풍이 지나간 후 번개가 사라졌다.

두검음은 이미 제단의 한 쪽에 떨어져 있었고 엽운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있었다.

“나의 일검을 막아내다니, 불가사의한 일이로구나. 그러나 나의 참천궁은 총 다섯개의 기술이 있다. 비록 세개 밖에 익히지 못했지만, 이미 네놈이 당해낼 수준은 아니다. 설령 연기경의 초기에 달한 제자가 온다고 해도 내 삼검은 막아낼 수 없다.”

두검음의 눈에 놀라운 기색이 스쳤다.

이내 평소대로 회복 된 그는 다시 검을 들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볼땐 네 주둥이가 검보다 백배는 더 무서운 것 같은데.”

소령은 엽운이 무사함을 확인하더니 마음을 가라앉히곤 두검음을 향해 입을 삐쭉 내밀며 안도의 비웃음을 날렸다.

“이 계집년이, 내 검을 또 모욕한다면 죽기 전에 두배의 고통을 받게 될 지어다.”

차갑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시선은 자신의 손에 쥔 순백색의 장검을 향했다.

“이 검은 검참성진. 한번 베면 하늘을 가득 메운 별이 산산조각이 나지. 숨어도 소용없다. 어디에 숨던 최강의 일검을 만나게 될 것이니 말이다. 죽어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손에 쥔 백색의 장검을 들어올렸다.

검 끝에서 빛이 솟구치더니 순식간에 수천에 달하는 빛의 점이 되어 제단을 완전히 뒤덮었다.

검은 위력이 강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빨랐다.

이전의 검참산하라는 기술이 가지고 있던 거대한 힘과는 달리 적의 모든 퇴로와 피할 수 있는 모든 각도를 압박하여 억지로 받아내게 만드는 기술이었다.

“엽운 조심해!”

소령의 얼굴빛이 변했다.

그녀의 식견이라면 이 검의 정교함을 눈치채기에 충분했다.

어렴풋이 검의 엄청난 위력을 느꼈다.

엽운에게 놀라운 기색이라곤 없었다.

오히려 조금은 엄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한 발 내딛더니 물러서지 않고 나아갔다.

손에 쥔 흑요검을 순식간에 수천 번을 찔렀다.

“뇌정만근!

뇌운전광검 제 2식이 마침내 펼쳐졌다.

보라색의 번개를 정련하는 힘이 육신을 개조하지 않았다러면, 또 제단위의 보라색 뇌운전광을 흡수하지 않았더라면 이 검은 꺼내 보일 수가 없었을 것이다.

순간 천둥번개가 제단 위를 가득 메웠다.

여러 줄기의 번개가 허공의 깊은 곳에서 쏟아져 내려와 셀 수 없이 빽빽했다.

한 줄기 한 줄기 번개가 전부 검참성진이 만들어낸 빛에 박히더니 모든 칼날에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명중했다.

심지어 수십 갈래의 번개가 두검음을 향해 휙휙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두검음의 얼굴에 있던 거만한 표정이 사라졌다.

뇌정만근이라는 기술이 이리도 정교하고 강력할 줄이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줄곧, 그는 자신의 검법에 상상도 못할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연기경 초기에 달한 제자라 할지라도 이 검 아래에선 죽음뿐이라 믿었다.

그러나 이 소년은, 분명 고작 통규경 정도의 수준으로 자신의 오기경보다 한참 모자란데도 이런 검을 꺼내보였다.

그 속에 담긴 영력은 결코 자신보다 약하지 않았다.

“어찌 이런 일이..?”

두검음은 손에 쥔 백색의 장검을 거두었다.

그리곤 검의 꽃을 피워내 앞을 막았다.

쾅!

수십 개의 번개가 전부 명중하진 않았지만. 세 줄기에서 다섯 줄기 가량의 번개가 검의 꽃을 매섭게 때리며 “우지직” 하는 소리를 냈다.

모든 검의 꽃이 전부 사라졌다.

번개는 기세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두검음의 가슴을 때렸다.

두검음은 강한 힘이 쇠망치처럼 가슴을 때리는 것을 느낄 수 없었다.

멀리 수십 장 너머에 있던 벽에 세게 부딪혀 바닥에 고꾸라졌다.

“이것은 무슨 검법이더냐?”

장검으로 간신히 몸을 가누며 일어난 그의 입가에서 새빨간 피가 흘러 나왔다.

엽운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구품신기의 뇌운전광검 이다. 기술이 하나 더 있다만, 우선 네가 더 버틸 수 있는지부터 봐야겠군.”

두검음의 눈에 두려움이 없고 오히려 열광하는 기색이 역력한 것을 보았다.

그러나 곧 멍해졌다.

두검음이 더 생각해보지도 않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아니, 이 검도 받아내지 못했는데 이 다음 기술도 역시 버틸 수 없겠지. 네가 이겼다!”

소령 역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녀는 두검음이 아직도 무슨 꿍꿍이가 있는 줄 알았다.

“넌 아직 나에 비해 수위가 조금 낮고 똑같이 검을 썼는데 되려 내가 네 손에 패배했다. 이 말은 나의 검법에 대한 깨달음이 틀렸고, 내가 네 검을 모욕했다는 뜻이겠지.”

이어서 두검음은 이상하리만치 시원스럽게 검을 몸 앞에 꽂고 말했다.

“네가 나를 죽이면 된다.”

이같은 반응은 되려 엽운을 망설이게 만들었다.

그 때, 엽운의 시선이 마침 자신의 흑요검을 향하더니 조금씩 얼어붙었다.

흑요검의 거울처럼 매끈한 검신에 몇 가닥의 선명한 균열이 보였다.

“이 검은 품격이 너무 낮아 번개의 원기를 담기 쉽지 않군.”

마음속에서 번개가 치자 그는 곧 바로 반응해 왔다.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

고작 이 정도 수준에서도 흑요검에 이토록 선명한 균열이 생겼는데, 더 강력한 번개를 주입 시킨다면 흑요검은 견디지 못하고 완전히 폭발해 버릴 것이 분명했다.

엽운은 고개를 들었다.

시선이 어쩔 수 없이 두검음의 앞에 있는 옥처럼 새하얀 장검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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