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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83화 (83/227)

제 83 화 기괴한 진안

“이상하네.”

소령은 앞의 세 줄기 빛을 바라보며 눈썹을 씰룩였다.

엽운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뭐가 이상한데?”

“이 세 줄기 빛이 가진 영기의 성질은 극히 단순해. 게다가 서로 무슨 교감을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인상을 더 심하게 찌푸리며 말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보통의 금제나 진법과는 너무 달라.”

“영기의 성질이 단순하다고?”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듯 했다.

“일반적인 진법과 금제는 해독을 막기 위해 영기의 성질이 당연히 복잡한데다 끊임없이 변화해서 규칙을 찾을 수 없게 만들어. 그런데 이 세 빛이 가진 영기의 성질은 너무 단순한 것이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것 같단 말이야.”

소령은 무거운 목소리로 설명했다.

엽운은 별안간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그냥 힘으로 파훼 시키면 되는 것 아닐까?”

순간 소령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이 빛이 담고 있는 힘이 놀라운 수준이라 엽운과 그녀가 대적할 수 없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힘으로 뚫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면, 그녀와 엽운은 곤경에 처한 셈이라 어떻게 해도 나갈 방법이 없을 것만 같았다.

엽운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 순간 소령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앞에 파란색 흰색 보라색의 세 덩이 빛을 보곤 이를 악물고 흰색 빛을 살짝 건드렸다.

순간 맹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더니 손끝을 따라 몸속으로 전해졌다.

강한 육체를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면 맹렬한 기운은 다치게 하기에 충분했다.

“엽운, 뭐하는 거야!”

소령은 순간 놀라서 소리쳤다.

그러나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 기괴한 기운이 번득였다.

한 걸음 더 나아가더니 파란 빛을 가볍게 건드렸다.

익숙한 기운이 밀려오더니 영혼 깊숙한 곳에서 격렬한 고통이 솟구쳐 도무지 저항할 수 없었다.

격한 고통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순간에도 오히려 입가에 기쁜 미소를 띄었다.

“엽운, 뭔가를 발견한 거야?”

엽운의 창백한 얼굴이 되려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곤 다급히 물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빛을 만져봐.”

잠시 머뭇거리더니 손을 뻗어 세 줄기 빛을 살짝 건드렸다.

“아무 일도 없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그녀가 이상한 눈초리로 엽운을 보며 말했다.

엽운은 어리둥절해 했다.

표정을 보아하니 그녀의 말은 사실인 듯 세 줄기 빛은 그녀에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엽운은 궁금해 졌다.

자신이 무언가 잘못한 것인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영혼의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격통과 그 맹렬한 기운은 결코 환각이 아닌 실제임이 분명했다.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보라색 빛을 살펴보았다.

예상이 맞다면 이 보라색 빛은 그에게 익숙한 느낌일 것이다.

손가락을 뻗어 보라색 빛 위에 점을 찍었다.

순간, 손가락이 강력한 힘에 의해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도무지 빠져 나오질 못했다.

엽운은 저항 할 수 없는 번개가 보라색 빛 속에서 날아다니고 한 줄기 전기뱀이 이리 저리 도망 다니는 것을 느꼈다.

전기뱀이 저 보라색 빛에서 튀어 나온다면, 그와 소령의 수준으론 당해 낼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엽운은 크게 놀라 순식간에 손을 거두었다.

이마엔 땀이 흥건했고 얼굴엔 두려움이 가득했다.

“무슨 일이야?”

소령이 그의 눈을 바라보곤 깜짝 놀라 물었다.

엽운은 눈살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정말 아무것도 못 느꼈어?”

소령은 고개를 저었다.

“하얀색 빛 속에서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는데 하마터면 손을 꿰뚫릴 뻔했어. 거기다 보라색 빛 속에선 끝없는 번개를 본 것 같았는데 한 줄기 한 줄기의 번개가 다 우리를 죽이기 충분한 듯 하고. 파란 빛 속에선 뭘 느꼈는지 알아?”

엽운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천천히 말했다.

“뭘 느꼈는데?”

소령은 별안간 안색이 변했다.

“설마 저번에 나한테 말했던 그 영혼 깊은 곳에서 격렬한 통증을 느낀 거야?”

엽운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리가 있나? 투명한 산봉우리의 모든 보물이 다 우릴 겨냥하고 있었던 게, 여기서 진을 파훼하는데 쓰라는 뜻이라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고운 얼굴엔 믿기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이 보물들의 위력과 잠재력은 그들 모두가 봤다.

엽운이 얻은 번개가 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훗날 수행에 어떤 도움을 가져다 줄 지는 말할 필요도 없고, 소령이 얻은 푸른 알 속에는 인간에 필적하는 영지 능력을 가진 영수가 들어 있을텐데 순조롭게 부화하기만 한다면 연기경 후기에 달한 동료를 얻게 되는 셈이다.

더 나아가서는 영수가 머지않아 촉기경의 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설마 그 푸른 알을 여기에서 되돌려 받으려 한다고?

농담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닌가.

엽운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이 보물들을 여기서 거두어들이려는 건 아닐지 몰라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주어진 보물들이 다 목적이 있는 듯 해, 나에겐 번개가 필요하니 번개를 주었고, 단진풍의 수련 속도는 우리를 보다 이미 빠른데 집령옥을 줘 더 빠르게 만들었고. 여사제는 방어가 특기인데 소현무의 방패를 쥐어주었고, 곡일평은 마음씨가 음험하고 악독한데 칠절대마의 마도를 주고, 이 모든게 계획 된 일이 아니라면 믿을 수 없죠.”

“만약 이 모든 게 계획이라면, 설마 이 대묘의 주인인 금단대수사인가?”

소령은 넋을 놓았다.

예쁜 얼굴은 두려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사실이라면, 우리한텐 달리 저항할 여지도 없어. 여기까지 왔으니 계속 갈 수밖에 없어. 이제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고 보자구.”

엽운은 그녀를 보며 천천히 말했다.

“그럼 지금은 어떡해?

내 알은 꺼내갈 수 있다지만 너의 보라색 번개는 이미 몸속에 흡수되어 연화 되었는걸.”

소령은 고개를 끄덕이곤 손을 뒤집어 푸른 알을 꺼냈다.

“한 번 해보시죠.”

엽운은 푸른 알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령은 숨을 들이쉬며 속의 공포와 놀라움을 가라앉혔다.

푸른 알을 받쳐들곤 푸른 빛을 향해 다가가더니 조심스럽게 알을 건넸다.

푸른 알이 푸른 빛과 부딪히는 순간 광채가 뿜어져 나와 온 세상을 파란 불꽃으로 뒤덮어 모든 것을 가렸다.

엽운은 온 세상이 회전하는 것을 느끼고 혼란스러워졌다.

푸른 광채 속에서 소령의 그림자를 보곤 힘겹게 한 걸음을 내딛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빛이 사방에 가득했고 하늘과 땅이 빙빙 돌았다.

얼마 안 가 하늘을 뒤덮은 푸른 광채가 천천히 사라지고 제단이 다시 앞에 나타났다.

엽운은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제단 위 세 줄기 빛 가운데 푸른 빛이 사라지고 없는 것이다.

엽운은 그녀를 끌어 당겨왔다.

“괜찮아요?”

소령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손바닥만 묵묵히 쳐다보고 있었다.

푸른 빛의 알은 그대로였지만 계란만한 크기로 작아져 있었다.

껍질의 푸른 빛이 더 진해지고 무늬가 더 깊게 파여 깨질 듯 말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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