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81화 (81/227)

제 81 화 대묘의 령

이름을 알 수 없는 알이었다.

껍질에는 은은한 푸른빛이 돌고 어찌 이런 곳에서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엽운과 소령은 서로를 마주보았다.

그들은 우거진 수관 속에 이 같은 알이 숨겨져 있을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엽운은 손을 들어 푸른빛의 알을 두드렸다.

순간, 수백 개의 바늘이 손을 파고드는 듯한 진동이 느껴져 매우 고통스러웠다.

안색이 크게 변했다.

푸른 알은 정말로 기이했다.

방금 전의 고통은 결코 일반적인 느낌이 아니라 영혼을 찌르는 듯 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이상하게도 이 대묘 속 모든 물건은 이처럼 기이하기 짝이 없었다.

“왜 그래?”

소령은 엽운의 이마에 가득 맺힌 식은땀을 보고 나지막이 물어왔다.

“조심해. 이 알은 뭔가 이상해. 방금 건드리자 진동이 영혼을 찔러 아주 고통스러웠어.”

엽운은 두려운 마음으로 대답했다.

소령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거 말하는 거야?”

그녀가 알을 집어 엽운에게 내밀었다.

엽운은 어안이 벙벙한 모습으로 그녀를 보았다.

알을 들고 있는데 그녀의 표정엔 어떤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푸른 알이 영적인 지각력이 있어 스스로 주인을 택하는 것인가?

“네가 말한 진동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데.”

소령은 알을 든 채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엽운은 손을 들어 알을 다시 건드렸다.

좀 전에 느꼈던 형언하기 어려운 찌릿함이 다시 전해져와 하마터면 영혼이 통째로 흔들릴 뻔했다.

“정말 이상하네. 이걸 들고 있는데 왜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지?”

엽운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이 알에게서 무언가 익숙하고 친근한 느낌이 느껴져. 마치 이게 내 것인 것처럼 말이야. 뭐 됐고, 일단은 넣어두자.”

소령은 빙긋 웃으며 알을 자신의 저물대에 집어넣었다.

알이 사라지자 이 거대한 수관은 순간 생기를 잃은 듯 했다.

무성하던 잎사귀가 천천히 누렇게 변해가더니 맑은 바람이 불어오자 조각조각 떨어져 내려왔다.

엽운은 눈을 가늘게 떴다.

마음속에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보아하니 그 푸른 알은 보통 물건이 아닌 듯 한데, 왜 대묘의 1층에 있는 것일까?

별안간 마음속에서 강한 착각이 들었다.

이곳에는 수많은 층이 있는데, 점점 깊은 층으로 들어 갈수록 그 안에는 더욱 진귀한 보물들이 숨어 있는게 아닐까?

“이 보물이 영지(灵智)를 갖고 있는 건가?”

이렇게까지 많은 생각을 하지는 못했는데, 엽운이 하는 말을 듣곤 고운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각종 지식을 섭렵했다.

영지를 가져 주인을 선택할 수 있는 보물이라면 천검종의 기록에도 적지 않지만, 하나같이 요수를 뛰어넘는 존재들이었다.

요수는 9급의 경지에 도달한 뒤, 큰 역경을 이겨내야만 영적 지각을 깨우치기 시작해 영수(灵兽)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일반적인 영수들은 이제 막 영지를 깨우쳤을 뿐 의식은 본능에서 겨우 벗어나는 수준이었다.

이처럼 자발적으로 주인을 선택하는 것은 분명 매우 높은 수준이며 인간의 지혜에 필적하는 영지를 가졌다는 뜻이다.

소령의 앳된 얼굴에 순간 설렘의 홍조가 가득했다.

엽운이 알려주지 않았다면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알에서 영지를 깨우친 영수를 부화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엽운. 여기가 진짜 대묘의 1층이 맞는 거지? 우린 반드시 출구를 찾아야해. 아니, 2층으로 가는 입구를 찾아야지. 분명 더 많은 보물들이 기다리고 있을거야.”

소령은 상기된 얼굴로 엽운의 손을 잡아 끌었다.

둘은 서로에게 의지한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하마터면 서로 끌어안을 뻔했다.

“알은 내가 가서 반드시 부화 시킬거야. 어떤 영수가 부화할지 정말 기대되네.”

엽운은 무언가 떠오른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맞다, 혹시 모용무흔이라는 사람에 대해 들어본 적 있어? 그 자도 영수를 한 마리 가지고 있던데, 동료가 아니라 탈것으로... 오색대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모용무흔? 네가 어떻게 모용가문의 요괴를 아는 거야? 그 대조는 영수 같은 게 아니라 9급에 도달한 요수야. 도천에 실패했는데 어찌 형신이 소멸되지 않아 모용무정에게 영혼을 뽑혀 연화된 뒤 모용무흔 녀석에게 넘겨진 것이지.”

소령은 엽운이 모용무흔을 알리라곤 생각지 못했는지 읊조리듯 말했다.

“그 대조가 영수가 아니라구? 모용무정은 어떤 사람이야? 천촉봉의 장로 어르신도 그 이름을 듣곤 아주 꺼려하는 듯 했어.”

다시 모용무정이라는 이름을 듣게 되자 마음속에 호기심이 차올랐다.

소령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말했다.

“사실 나도 딱 한번 만나봤어. 거들먹거리며 잘난 체하는 게, 꼭 아무도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었지.”

“그 자는 수위(修为)가 어떻게 돼?”

“나도 몰라. 듣자하니 5년 전에 이미 촉기경에 도달했다고 하던데, 그때가 아마 갓 스무살이 됐을 무렵 일거야. 아버지 말로는 천검종의 3천년 세월 동안 모용무정이라는 자가 제일가는 천재일거라고, 훗날 반드시 금단의 경지에 오를 것이고 심지어는 더 나아가 원영의 경지에 이를 것이라고 하셨어.”

“스무살에 촉기경에 도달했다구?”

엽운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올해 열여섯살이 되었지만 고작 연체경의 여섯번째 단계인 통규경에 머물러 있는데, 연기경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헌데 이 모용무정이라는 듣자하니 자는 스무 살 무렵에 연기경의 정점인 촉기경에 도달하는데 성공했다니, 이는 엽운의 인식을 완벽히 뒤집는 일이었다.

“그래. 지금 천검종 전체에서도 그를 다음 장문인으로 키우고 있으니, 만약 원영의 수준에 달하면 천검종은 분명 진나라를 벗어날 수 있겠지.”

소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열네 살에 연체경의 정점에 도달했으니 이미 보기 드문 천재라 할 수 있지만 모용무정에 비하면 한참 모자랐다.

엽운은 앙상해진 수관을 바라보며 마음속엔 거센 파도가 일었다.

소령의 몇 마디 말엔 아주 많은 정보가 담겨있었다.

우선 모용무정이라는 자야 말로 천검종 삼천년 역사 이래 가장 뛰어난 제자이며 5년 전에 이미 촉기경의 경지에 달했음을 알려주었다.

또 금단의 경지 위에 원영의 경지가 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 번 째로 모용무정은 이미 천검종의 다음 장문인으로 여겨지는데, 그렇다면 자신이 연기경을 돌파하고 내문 제자의 자격을 심사 받을때 모용무흔을 다시 만나게 되면, 이 모용가문이라는 큰 배에 올라타 훗날 수련을 하면서 자원이 부족할 염려가 없도록 해야하는 것인가?

“생각도 마, 듣자하니 모용무정은 수련 밖에 모르고 그 외에 일들은 전혀 신경 안쓴다는데, 누구든 그의 수련을 방해하면 큰 죄를 물어 장로들이라 할지라도 크게 꾸짖음을 받는다고 하니.”

소령은 멍하니 서있는 엽운의 허리를 찔렀다.

“그렇게 인정도 세상 물정도 몰라서야 어떻게 장문인이 돼?”

엽운은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내가 어떻게 알아?”

소령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나무 아래로 잡아 끌었다.

엽운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손아귀에 작고 여린 여자아이의 손이 느껴지자 별안간 마음속에선 색다른 감정이 샘솟았다.

소령은 푸른 알을 하나 얻었는데 그 안엔 한마리 영수가 들어있고, 엽운은 보랏빛 번개를 손에 넣었다.

아직까지는 경맥을 조금 가다듬어 육신을 강화 시켰을 뿐이지만, 훗날 이 번개의 도움이 끊임없이 펼쳐질 것임을 알았다.

주위를 둘러보자 나머지 사람들은 각기 다른 모습이었다.

어떤 이들은 보물을 이미 꺼냈고, 어떤 이들은 눈살을 찌푸린 채 금제를 풀려 하고 있었다.

“엽 사형, 소령 사저.”

여명홍은 두 사람을 보고는 한 걸음에 달려왔다.

“여 사제, 보아하니 이미 원하는 보물을 얻은 것 같군.”

여명홍은 고개를 끄덕였고 얼굴엔 흥분이 가득했다.

손에 빛이 번뜩이며 스치더니 거북이 등껍질 모양을 한 물건을 꺼냈는데 은은한 검은 빛을 띄고 있었다.

“이게 뭐지?”

엽운은 호기심에 물었다.

“소현무의 방패 입니다. 듣자하니 어떤 신비한 거북이의 등껍질을 정련하여 만들었다는 것 같은데, 방어력이 아주 강해 연기경 삼단계 이하 공격을 두 번이나 막아낼 수 있다고 하니 하품 영기 중에선 절품이지요. 이런 영기는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 매우 드뭅니다.”

여명홍은 흥분한 나머지 말이 빨라지며 소개했다.

“소현무의 방패? 그건 하품 영기중 가히 최고의 방어 장비라고 할 수 있지.”

소령은 넋이 나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소현무의 방패를 바라보는 엽운의 마음속에도 놀라움이 가득했다.

연기경 삼단계 이하의 공격을 두 번 막을 수 있다니, 이런 방어 영기는 보기 드물었다.

게다가 여명홍은 방어가 특기이니 이와 같은 영기가 매우 적합하여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단진풍은 집령옥을 하나 얻었는데 그로 하여금 영기를 흡수하는 속도를 곱절은 빠르게 만들어 주었다.

엽운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

단진풍의 영기를 이용한 선기가 굉장하긴 했지만, 그의 진짜 무서운 점은 수위였다.

녀석은 줄곧 자신의 수위를 숨겨왔다.

사실 진작에 통규경 후기에 도달하고 심지어는 오기경에 도달할 만큼 수련 속도가 빨랐는데, 이제 집령옥 까지 얻었으니 그야말로 범이 날개를 얻은 격이다.

엽운은 마음속에서 어렴풋이 공포가 느껴졌다.

대묘 일층의 보물이 마치 한 사람 한 사람을 겨냥하듯 모두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하고 필요한 것을 얻은 것이다.

마치 모든 것을 누군가가 조종하는 것 같았다.

금단 수사가 아직 죽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대묘에 후손이 남겨져 있는 것인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