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80화 (80/227)

제 80 화 각자의 이득

엽운은 한 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소령의 눈엔 그가 전력으로 바위를 공격했지만 아무 영향을 끼치지 못한 것으로 보여 신뢰가 떨어졌다.

“내가 해볼게.”

소령이 은은하게 나오는 보라색 빛을 보며 손을 뻗어 두드리기 시작했다.

옥처럼 하얀 손이 반투명한 바위를 가볍게 두드렸다.

한 번씩 두드릴 때 마다 옅은 빛이 손끝에서 나왔다.

푸른 바위는 마치 수면 위에 있는 듯 잔잔한 물결을 겹겹이 일으켰다.

흰 손이 나비처럼 날아 끊임없이 푸른 바위를 두들겼다.

정신을 차린 엽운의 눈 절로 휘둥그레졌다.

잠시 후 푸른 돌 중앙에 한 줄의 뚜렷한 균열이 일어났다.

소령의 깨끗한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고 안색은 창백해졌다.

금제를 풀기 위해 많은 양의 영력을 소모한 듯 했다.

온 정신을 집중하고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엽운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였다.

“됐다!”

소령은 펄럭이던 두 손을 멈추고 기뻐했다.

푸른 바위 가운데에 생긴 균열이 천천히 커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팍” 하는 소리와 함께 반으로 갈라졌다.

보랏빛 번개불이 구속에서 벗어난 듯 하늘을 향해 쏘아졌다.

엽운은 이를 지켜보며 번개가 하늘로 솟구치는 찰나 손을 뻗어 보라색 불빛을 잡았다.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 손바닥을 파고들자 번개에 뚫린 듯한 착각이 들었다.

보랏빛 번개불은 마치 엽운의 손바닥을 뚫고 빠져 나가려는 듯 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임을 알았다.

번개불을 꼭 쥐고 놓지 않았다.

이때 몸 속 흑백 두개의 빛이 별안간 아른거렸다.

몸이 흔들리자 머릿속에선 무의식적으로 이 보라색 번개불을 흡수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법이 자연스럽게 흐르기 시작했다.

일종의 흡입력이 영석에서 기운을 뽑을 때처럼 손 안에서 맴돌았다.

놀랍게도 “휙” 소리를 내며 손바닥 안으로 파고 들더니 힙겹게 팔을 타고 올라 몸속으로 들어갔다.

보라색 번개불은 온힘을 다해 저항했다.

엽운에게 흡수되기 싫은 듯 했다.

하지만 속도를 조금 늦출 뿐, 멈추지는 않았다.

보라색 번개는 경맥을 따라 들어가더니 몸속에서 천천히 흘렀다.

엽운은 천둥 번개의 힘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번개가 경맥의 한 곳에 이르자 마치 번개로 지지는 듯 찌릿찌릿했다.

엽운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이 번개불은 결코 보물 같은 게 아니었다.

그저 한 덩어리의 힘일 뿐, 이 힘을 흡수해서 연화시켜 사용 할 수만 있다면 더 높은 경지에 오르게 될 것이라 굳게 믿었다.

아마 연체경의 7번째 단계인 오기경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번개가 뇌운전광검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뇌운전광검은 사실 허울만 있을 뿐 위력은 10분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만약 이 번개를 흡수해 낸다면 훨씬 강력한 위력을 발휘해 낼 것이다.

엽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극심한 고통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하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천검종에 들어와 선인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그날부터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다.

삼사년간 엽운이 겪은 고통은 보통의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마음은 이미 평범한 소년보다 몇 곱절이나 강해졌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번개의 빛이 마침내 몸 속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갔다.

이 거대한 힘이 속에서 뛰어다니는 것을 느꼈다.

공법을 타고 경맥의 구석구석에 퍼지는 고통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이 힘은 결국 천천히 연화 될 것이다.

엽운은 힘이 조금씩 약해지면서 경맥이 더욱 강인해지고 뼈와 살에 번개가 흘러 점점 강력해지는 것을 발견하고 기뻐했다.

심지어 피부 아래 희미한 막이 한 층 생겼고 그 가운데 번개가 번쩍였다.

마치 번개의 빛이 몸을 한 번 개조라도 한 듯이 번개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모든 번개가 전부 연화가 되고 엽운이 천천히 두 눈을 떴을 떄, 옆에 있던 소령의 아름다운 눈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녀는 엽운의 두 눈에서 한 줄기 번개가 앞을 향해 쏘아지는 듯한 모습을 보았다.

“소령, 고마워.”

엽운은 이내 몸을 돌려 소령을 바라보곤 두 손을 그녀의 어깨에 얹고 성심껏 말했다.

소령의 예쁜 얼굴이 빨개지더니 “흥흥”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엽운 너 또 위아래 없이 군다. 이런 작은 일 쯤이야 선배가 도와주는 건 일도 아니지. 근데 그 보라색 번개는 대체 뭔데?”

“몰라. 아무래도 영기는 아닌 듯 하고, 영력으로 번개를 만든 것 같은데 무슨 방법으로 만들었는 지는 모르겠어.”

엽운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뇌운전광검이란 걸 하나 얻었거든. 이 번개는 나한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뇌운전광검? 이름이 썩 나쁘지 않은데!”

엽운의 말에 소령은 눈이 반짝였다.

이어서 만족스럽게 웃어 보였다.

왠지 보라색 번개를 그녀가 받은 것만 같다.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엽운은 저도 모르게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졌다.

말로 설명하기도 어려운 미묘한 감정들이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맴돌았다.

“하하!”

난데없이 광기 서린 웃음소리가 울렸다.

두 사람에게서 수십 장 떨어진 곳에서 단진풍이 옥패를 하나 들고 기뻐하고 있었다.

엽운과 소령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단진풍을 향해 날아갔다.

“엽운아. 내가 뭘 얻었는지 아느냐?”

단진풍은 엽운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웃으며 반겼다.

그의 손 안에 은은한 파란색을 뿜는 옥패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 옥패는 집령옥이라고 하는데 연기경에 다다른 후 이걸 몸에 지니기만 하면 수련을 할 때에 주변 수백 장 내 천지의 영기를 모아서, 조금만 수련해도 큰 효과를 거두게 된다. 하루 수행하면 다른 이들이 하루 반나절에서 이틀간 수련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게 되지.”

엽운은 찬 공기를 한 숨 들이마셨다.

단진풍은 재능이 좋은 편이라 수행의 속도도 아주 빨랐는데 저런 보물을 갖게 되면 앞으로 그의 수행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하루에 두 사람 몫을 한다니, 일 년이면 이 년분의 효과를 낼 것이고, 그렇게 몇 곱절씩 늘어나는 수행 속도가 훗날 얼마나 무서운 효과를 낼 지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았다.

“가히 스스로 군대 하나를 부리는 격이다. 정말 불가사의 하군. 금단대수사의 묘지는 1층부터 이렇게 진귀한 보물들이 있으니 말이야.”

이번엔 소령마저 혀를 내둘렀다.

그녀는 원래 영기에는 좀처럼 관심이 없었다.

좀 전 보라색 번개는 저항할 수 없는 느낌이 들어 어렴풋이 자신은 도무지 그 번개를 몸 안에 받아들이지 못하리라 짐작했다.

그러나 단진풍이 얻은 것은 과연 보기 드문 보물이라, 순간 그녀마저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참지 못하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저 멀리 곡일평은 아직도 장검과 싸우고 있었고 한 쪽에선 여명홍이 눈썹을 씰룩이며 두 손에 바위 하나를 잡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에 저항하듯 머리에선 땀이 흘러내렸다.

“이봐, 저건 뭐야?”

엽운의 목소리가 갑자기 울렸다.

오른쪽, 백 장 남짓 떨어진 곳에 하늘 높이 솟은 고목의 수관을 가리켰다.

백 장 떨어진 곳에는 잎이 우거져 있는데, 엽운은 한 눈에 수관에 감춰진 한 덩이 파란 빛이 보였다.

“가보자!”

소령은 망설임 없이 엽운을 붙잡고 달렸다.

백 장의 거리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하늘을 찌르는 고목에 수관이 사방 수십 장을 가리고 있었다.

수관의 중앙에는 잎의 흔들림에 따라 파란 빛의 그림자가 틈틈이 스쳐 지나갔다.

두 사람은 이내 빙굿 웃으며 수관의 깊은 곳을 향해 뛰어 올랐다.

무성한 나뭇잎이 푸른 빛을 가리고 어긋난 나뭇가지가 두 사람의 길을 가로막았다.

마침내, 두 사람의 앞에 파란색의 부드러운 빛을 깜빡이는 무언가가 나타났다.

뜻밖에도 그것은 지름이 반 척, 높이가 한 척 정도 되는 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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