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79화 (79/227)

제 79 화 바위 속 보물

금형의 얼굴이 별안간 하얗게 질렸다.

“어찌 이럴 수 있지?”

크게 놀라서는 날카로운 비명을 내질렀다.

무시무시한 압력이 몸에 떨어졌다.

곧이어 머리 위 뇌운에서 무수히 많은 보랏빛 번개가 한 곳에 뭉쳐 물통만한 굵기의 다발이 되어 떨어졌다.

“으악!”

순간 무의식중에 손에 쥔 영기를 올리자 한 줄기 검은 빛이 위를 향해 솟구쳤다.

하지만 힘이 보랏빛 번개의 힘에 비해 너무도 미미했다.

굉음이 울려 퍼졌다.

검은 빛은 자주빛 번개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보랏빛 번개가 그의 몸에 내리쳐 완전히 파묻었다.

여명홍과 나머지 사람들은 더 할 나위 없이 놀라 이 모습을 지켜봤다.

여러 갈래의 보랏빛 전기뱀이 바닥에서 뛰어 올랐다.

금형의 몸이 즉시 소멸했다.

가시 모양의 중품영기도 여러 조각으로 부러져 바닥에 널부러졌다.

그러나 바닥에는 구덩이 하나 생기질 않아 보는 이로 하여금 오싹하게 만들었다.

“가자!”

소령은 경멸이 섞인 눈으로 금형이 사라진 자리를 힐끗 보고는 엽운을 잡아 끌며 앞에 있는 푸른 산을 향해 급히 달려갔다.

멍하니 있던 단진풍도 소령의 목소리를 듣더니 잽싸게 몸을 움직여 소령을 따라 달려갔다.

그가 움직이고 나서야 곡일평과 나머지 사람들도 꿈에서 깨어난 듯 잇달아 따라갔다.

“됐다.”

수백 장을 쉼없이 달려와 푸른 산의 산비탈에 서더니 소령은 기쁜 표정으로 혀를 내밀었다.

“엽운. 우리 이번에 정말 힘차게 뛰어왔네.”

엽운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주위의 산과 돌 그리고 나무는 예전과 전혀 다른 게 없어 보이지만 갑자기 실감이 더해진 기분이었다.

돌아보니 하늘 위 뇌운이 아직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보라색 전기뱀이 구름 속에서 끊임없이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정녕 이 공간진법에서 나온 것인가?”

단진풍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다.

“어쩐지 기경을 연마하는 제자들을 안 들여보내 주더니, 과연 진기만의 문제는 아니었네.

연기경에 이르면 영력의 파동을 일으켜 여기 법진의 어떤 힘을 불러일으키는구나!”

얼굴색이 하얗게 질린 진온도 법진의 위력을 보고 놀란 표정이었다.

그는 심정을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좋은 사이였기에 금형이 기경을 깨우치기 무섭게 자신까지 등질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미 진작에 알고 있었겠지.”

동시에 엽운 옆의 소령을 보며 마음속이 또 싸늘해졌다.

“응기단을 준 것은 하늘이 내린 축복인데도 또 빼앗으려하고, 사람을 죽여 입을 막으려하고, 자신까지 죽음으로 내몰았으니, 누구 탓을 하겠어.”

소령은 박수를 치며 고소하다는 듯 금형이 사라진 자리를 보곤 웃으며 말했다.

진온은 속으로 짧게 탄식했다.

말하자면 다 금형이 자초한 일인데다 금형의 마지막 그 표정은 도무지 동정할 수 없었다,

“이 산은 변하고 있어. 소령, 혹시 무슨 일인지 알아?”

바로 이 때, 엽운의 표정이 무거워지더니 갑자기 말했다.

이 푸른 산의 높은 곳을 보고는 허무해졌다.

이것은 구름과 안개에 덮이거나 빛에 가려지는 것 따위가 아니라 점점 투명해 지고 있었다.

“이럴수가!”

아직도 두려움에 떨던 여명홍과 나머지 사람들의 얼굴이 또 한 번 창백해졌다.

엽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저 높은 곳의 큰 나무가 투명한 수정처럼 변하는 것을 봤다.

그런데 가지와 줄기 안의 무늬는 전보다 더 또렷하게 보였다.

“난 몰라.”

소령은 고개를 저으며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말했다.

“이 안의 법진은 나로서는 어찌 할 방법이 없어.”

“응?”

단진풍의 눈이 순간 번득였다.

짧은 찰나에 주위에 있던 바위와 나무들이 모두 투명하게 변했다.

몇 장 떨어진 곳에 있던 바위 조각 안에 이상한 빛이 요동치는 것을 보았다.

동시에 줄곧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곡일평이 놀라 반대편을 향해 날아갔다.

“무슨 보물이라도 있는 건가?”

엽운의 마음이 움직였다.

곡일평이 향한 나무에 한 줄기 연한 녹색의 빛이 있고 어렴풋이 연녹색의 장검이 보였다.

소령과 엽운 그리고 단진풍 세 사람은 아직 움직이지 않는 동안 나머지 사람들은 참지 못하고 나무를 향해 달려갔다.

이곳의 주인이 아무렇게나 남겨둔 영기마저 보통 물건이 아닐 것이다.

“같이 가요”

소령마저 움직이려는 모습을 본 엽운은 단 숨에 잡아 세웠다.

엽운과 소령은 서로를 한 번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 연녹색의 장검이 정말로 강력한 무기일 수도 있지만 함정일 수도 있다.

저들은 필히 멈추어 다시 살펴 본 후 행동해야 할 것이다.

단진풍은 고개를 돌려 엽운을 바라보았다.

할 말이 있으나 참는 듯 했다.

곧이어 제자리에서 서서 아무 말 없이 곡일평을 바라봤다.

그 때 폭발음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곡일평이 쉴 새 없이 나무를 때리고 있었다.

나무를 짤라 그 속에든 검을 꺼내려는 듯 했다.

그러나 커다란 나무는 꿈쩍도 안했다.

심지어 나뭇잎 한 장 떨어지지 않았다.

“과연 이 보물도 호락호락하지 않네. 헌데 이상하다... 딱히 법진의 힘을 반사시키는 것 같지는 않은데.”

소령은 혼잣말을 중얼거리곤 엽운을 잡았다.

“우리도 가서 보자.”

소령은 그를 나무로 끌고 가지 않고 저 멀리 푸른색의 바위 한 조각이 있는 곳으로 이끌었다.

그 곳에 가까워지자 엽운은 은은한 보라색 빛이 번득이는 것이 보였다.

심지어는 기이한 울림소리까지 들렸는데 마치 번개소리와 같았다.

“그러지 말고 내가 먼저 볼게.”

엽운의 팔을 놓더니 청색 바위를 애워싸고 몇 바퀴 돌았다.

그러다 엽운의 귓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확실해. 이건 그저 단독적인 봉인법이 맞는 것 같아. 보물 상자에 보물을 봉인해 두는 진법이랑 비슷해. 힘을 좀 써야 해서 귀찮겠지만 딱히 엄청난 반동을 일으키거나 하진 않을 거야.”

“맞는 것 같다?”

소령은 발을 구르곤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완전 확실한건 아니지만 크게 틀리진 않을거야. 어느 정도 파악했다구. 한 번 시도해 봐도 좋아.”

말을 마친 소령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겁쟁이.”

물론 엽운은 저렇게 말한다고 화가 나진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푸른 바위 속 은은한 보랏빛에 기이한 울림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마음속에서 충동이 일었다.

몸속에 숨어있던 검은색과 흰색의 두 빛이 조금씩 떨려오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호흡이 잠깐 멈췄다.

완전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마치 흑백의 두 빛이 그에게 저 물건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일깨워 주는 것 같았다.

“제가 해보죠!”

망설임 없이 손을 살짝 움직이자 검은 빛이 번쩍이며 흑요검이 나타나더니 한 줄기 검은 빛으로 변해 푸른 바위를 거침없이 베었다.

“쾅!”

엽운의 몸이 살짝 떨려왔다.

“응?”

푸른 바위에 작은 흠집 하나 없었다.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지만 마음속은 어리둥절해졌다.

금단 대수사의 재주는 일반적인 수사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비범했다.

이 대묘 안의 진법과 금제는 너무도 밀집되어 있었다.

만약 사람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면 어마어마한 살상력을 가진 대진을 하나 두면 될 터인데 어째서 기경을 연마하는 수사들만 들어오게 한 걸까?

어찌 됐든, 절대로 이 금단 대수사라는 분의 실수는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이 곳의 수많은 금제가 모두 기경을 수련하는 수사들을 겨냥한 듯했기 때문이다.

금단 대수사는 꼭 기경을 연마하는 수사들만 들어오게 한 뒤 이 안에서 고난을 이겨내고 구사일생으로 살아 나가길 바라는 것 같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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