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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76화 (76/227)

제 76 화 놀라운 장점

금형은 응기단을 받고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하며 한 쪽으로 갔다.

손 안에 응기단을 보느라 함께 있던 진온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진온과 나머지는 멀뚱멀뚱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했으나, 별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가 원치 않는다 했으니, 이 남빙초는 다 같이 나누어 갖죠.”

진온은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는 남빙초를 고루 나누어 갖자고 제안했다.

“나와 엽운은 필요없어. 너희들끼리 나누어 가지면 되겠네.”

소령은 고개를 저으며 남빙초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엽운은 이를 악물었다.

어렴풋이 이 말은 응기단을 하나 주겠다고 약속 한 셈이었으나 소령의 태도를 보아하니 좀 전에 한 이야기는 전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어떤 수사가 영석이 너무 많다고 싫어하겠는가?

살아서 나갈 수만 있다면, 이 남빙초는 수 많은 영석과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역시 불편함은 불편함, 응기단이 남빙초보다 가격이 훨씬 높단 생각에 엽운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끙끙거렸다

엽운이 반대하지 않자 진온은 단진풍과 나머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청하는 손짓을 보이더니, 남빙초를 따기 시작했다.

“넌 내가 너무 제멋대로라 네 말은 하나도 안 들릴 줄 알았니?”

바로 그 떄 소령의 목소리가 귓가에 가볍게 울렸다.

엽운은 어리둥절했다.

고개를 돌리자 소령이 그를 향해 혀를 내밀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엽운의 옷자락을 잡아 끌더니 빠른 걸음으로 풀밭을 가로질러 이미 말라 버린 노란 꽃 앞에 멈춰 섰다

소령이 작은 손으로 왼손에 끼워진 반지를 한 번 만지자 곧 정교한 금색 가위가 허공에서 튀어 나왔다.

그녀는 능숙하게 노란 꽃을 잘라 엽운의 손에 쥐어 주었다.

“받아.”

소령은 눈을 비비적거리며 그를 향해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뭐지?”

엽운은 노란 꽃을 받았다.

두 눈엔 호기심이 가득했다.

이 작은 꽃이 적어도 남빙초 보다 비싼 물건임을 알았다.

“나가게 되면 알려줄게.”

소령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다시 그를 붙잡고 앞으로 가기 시작했다.

고작 십 수장을 지나왔을 뿐인데 두 사람의 앞엔 큰 나무 한 그루 뒤에 빼곡히 들어찬 핏빛 버섯이 있었다

“역시 여기 있구나!”

소령이 크게 기뻐하더니 손뼉을 치며 뛰었다.

엽운은 족히 수백송이는 될 핏빛 버섯을 바라보았다.

전부 요상했다.

평생 이런 식물은 본 적도 없었고 기록조차 보지 못했다.

“이게 뭐지?”

“혈영고. 연기경을 연마할 때 쓰이는거야.”

소령은 고개를 돌려 방긋 웃어보였다.

작은 손안에 국자같이 생긴 물건이 튀어나왔다.

희미한 하얀 빛을 뿜는 게, 이것 또한 일종의 영기임이 분명했다.

그녀는 손이 무척 빨라서 한 번 팔때마다 혈영고를 한 송이씩 파내어 한쪽에 놓아두었다.

“뭘 보고 있어? 여기있는 혈영고 전부 가져가.”

소령은 가만히 서있는 엽운을 보더니 그를 향해 손 안의 국자를 흔들어댔다.

엽운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가져가라고?”

“뭐, 너한테 다 줄줄 알았어? 당연히 반씩 나눠 가져야지. 그저 내가 캐는 동안 니가 주워 담으면 그게 더 빠르지 않겠어? 저 사람들이 알고 뺐어 가지 않게 조심해.”

소령은 그를 한 번 바라보았다.

어느 정도 이해했다.

금방 또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한 편으론 말을 하고 한 편으론 계속해서 미친 듯이 버섯을 캤다.

엽운은 어이없다는 듯 그녀를 보았지만 손은 쉴 새 없이 소령이 파낸 버섯을 집어 담고 있었다.

잠깐 사이에 수백 송이의 혈영고를 말끔히 캐냈다.

소령은 방긋 웃으며 몸을 일으키더니 국자 같은 영기를 집어넣었다.

“혈영고가 대체 어디에 쓰이는 건데? 방금 세어보니 무려 이백칠십 송이나 되던데, 영석 몇개로 바꿀 수 있어?”

엽운은 진온과 나머지 사람들이 있는 곳을 살펴보니 그들은 남빙초의 분포를 따라 음푹 패인 곳으로 들어갔다.

모든 주의력이 남빙초를 캐는 데에만 집중한데다 커다란 나무 뒤에 가려지기까지 해 아무도 그와 소령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피려 하지 않았다.

“온기단이라고 들어본 적 있어? 기경을 단련하는 제자들이 빠르게 영기를 회복하기 위해서 쓰는 단약인데 이 혈영고는 그 중 가장 중요한 재료고, 돈이 되겠어 안되겠어?”

소령이 히히 웃으며 대답했다.

엽운은 크게 놀라 심장이 저절로 마구 뛰기 시작했다.

온기단은 연기경 중에 소모되는 영기를 빠르게 보충시켜 줄 수 있다.

낮은 수준의 수사들은 역시 거들떠 볼 수 도 없는 물건인데도 기경을 연마중인 제자들의 목숨을 부지하는데 많이 쓰이는지라 시장에서 응기단 보다 비싼 가격에 팔린다.

이 정도로 많은 혈영고라면 도대체 영석이 몇개지?

이곳은 아직 대묘의 1층에 지나지 않는데도 벌써 이토록 까무러치게 많은 영약이 있다니, 이 대묘는 도대체 얼마나 많이 좋은걸 숨기고 있는거야?

순간 엽운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엽운이랑 계집애는 어딜 간거야? 주변이 온통 위협 투성이이니 안전을 신경 써야지. 사랑이나 나눌때가 아닌데 말이야.”

바로 그때 단진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어서 나가지. 그렇지 않으면 또 의심할거다.”

엽운은 차분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걸어 나갔다.

“너흰 뭐 발견한 거 없어?”

단진풍이 멀리서 엽운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의 뒤에선 여명홍과 나머지가 따라왔고 남빙초는 전부 다 채집했음이 분명했다.

“딱히 발견한건 없네요. 금형은?”

염운이 고개를 저었으나 도통 금형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미 혼자 앞으로 갔어.”

단진풍이 냉소하며 말했다.

“응기단 하나 얻었으니 나가면 연기경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고, 게다가 여기에 남빙초까지 있으니까 저 앞엔 더 좋은 게 많을거라 생각하겠지. 그러니까 앞장서서 가는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남빙초를 이렇게 쉽게 포기하겠어?”

“이렇게 넓은 곳에서 과연 혼자 살아남을 수 있겠어?”

엽운은 경멸하는 듯한 작은 목소리로 한 마디 던지곤 속으로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보아하니 네 머리는 시종일관 깨어있는 것 같네. 무엇이 목숨보다 중요하겠어.”

단진풍은 엽운을 한번 빤히 쳐다보곤 이렇게 말했다.

“난 그저 빨리 진안을 찾아서 금제를 깨고 나가고 싶을 뿐이야. 만약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면 함께 가도 괜찮아.”

여명홍, 곡일평과 나머지 사람들은 일제히 엽운을 바라보며 그의 대답만을 기다렸다.

소령에게 엽운의 첫 인상은 그저 진천한의 손에 잡혀 죽을 수도 있는 잡역 제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과 너무도 달라졌고 심지어 그녀가 이해할 수 없는 특별한 기질이 생겼다.

엽운은 잠시 읊조리다 곧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따라갔다.

이런 곳에서 그저 한 사람의 힘만으로 나갈 기회가 생길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단진풍에게 어떤 비밀이 있든 적어도 그가 보기엔 협력할 수 있는 상대였다.

“이 곳엔 몇 가지 문제가 있어.”

엽운도 단진풍을 따라 푸른 산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곡일평은 잠시 머뭇거리다 이를 악물고 말했다.

“무슨 문제?”

이번엔 단진풍이 오히려 전처럼 호통을 치지않고 멈춰서 그를 보고 냉랭하게 물었다.

“방금 내가 실험해 봤는데, 우리가 아무리 다가가고 멀어져도 저 푸른 산은 줄곧 이 만큼 멀리 있었어.”

곡일평이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것 같네.”

여명홍은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이제서야 그는 조금 깨달았다.

방금 남빙초를 채취하던 곳과 이곳을 보아하니 저 멀리 푸른 산은 그대로인 듯 했다.

“남빙초와 이곳의 식물들은 분명히 자라고 있었고 결코 허상이 아니었어. 그 말인 즉슨 이곳의 지면은 실제라는 것이지. 게다가 저 멀리 푸른 산의 영기가 이렇게나 강한걸 보면 환영일리도 없는데, 어찌 이럴수가!”

자세히 생각해 볼수록 더더욱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엽운은 눈을 가늘게 떴다.

가슴에선 한기가 느껴졌다.

그 역시 여명홍과 같은 마음이었다.

“공간진법.”

그 때 단진풍의 목소리가 울렸다.

“만약 내 짐작이 맞다면 여기 1층의 진안이 저 산 속에 있고, 우리가 저 산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공간 진법이 깔려있을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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