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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75화 (75/227)

제 75 화 응기단

“그래?”

단진풍은 그 말을 듣곤 금형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뭘 하려는거지?”

금형은 그 모습을 보곤 눈에 차디 찬 눈빛으로 냉소를 지어보였다.

단진풍 역시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 남빙초가 그리도 귀하다면, 물론 채집해야지.”

“이 남빙초는 내가 발견했으니. 나누어 가지려거든 네가 자격이 있는지를 먼저 보아야겠다.”

금형의 얼굴에는 살의가 가득했다.

고개를 돌려 진씨 성을 가진 제자에게 말했다:

“진온 사제, 이 자는 자네에게 맡기지.”

진씨 성의 제자는 즉시 아무말없이 단진풍의 앞을 가로막았다.

손에 빛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자 은총 한자루가 단진풍의 얼굴을 겨누고 있었다.

“뭐야, 저 풀 때문에 사람 하나 죽이겠다는거야?”

단진풍은 자신의 얼굴과 마주한 은빛 광채를 보았다.

그의 손에도 똑같은 빛이 번쩍였고 유명 견갑과 대일 견갑의 모조품이 순식간에 튀어나왔다.

여명홍과 곡일평은 서로를 한 번씩 바라보고는 역시나 말없이 단진풍의 옆으로 몸을 옮겼다.

단진풍이 포악하게 굴기는 해도 어쨌든 위협에 지나지 않는 수준이다.

그러나 앞의 금형과 진온 이 두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는, 마치 보물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사람을 죽여 입막음을 하려는 기세였다.

만약 단진풍이 죽임을 당하게 이 황색 도포의 제자들 앞에서 처지가 더욱 곤란해질 것이다.

“보아하니 진짜로 한 판 붙고 나서 얘기 하자는 것 같은데.”

여명홍과 곡일평의 움직임을 본 금형 또한 남빙초의 채집을 멈추고 몸을 일으켰다.

그의 시선은 오히려 엽운에게 쏠렸다.

이들 중 그에게 가장 껄끄러운 사람은 엽운이었다.

그러나 엽운은 남빙초를 바라보며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저 남빙초 백송이일 뿐이야.”

사람들의 귓가에 들린 앳된 여자 목소리는 조소를 띄고 있었다.

“그깟 남빙초 좀 뺏어보겠다고 서로 죽이려 하는 꼴이라니, 정말 우습네.”

소령은 난빙초를 응시하고 있던 엽운을 보더니 경멸하는 투로 말했다:

“엽운, 너도 저걸 뺏으려는 생각은 아니지?”

“제가 비록 식견이 얕긴 하지만, 남빙초가 응기단을 만드는 주 재료임은 익히 들어왔습니다. 응기단은 아주 진귀하여 연체경의 정점에 달한 이후 이를 복용하면 기를 모으는 것이 훨씬 온전해져 연체경의 한계를 돌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죠. 이런 효능 때문에 어중이 떠중이단이 아닌 응기단이라는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이고.”

엽운은 고개를 돌리곤 무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우리같이 연체경을 수련중인 수사들에게 응기단은 영석 백개보다도 더 중요한데, 이것을 빼앗겠다는 게 어디가 우습죠?”

“응기단은 얻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나갈 수만 있다면 내가 한 알 줄 수도 있어.”

소령은 어리둥절해 하며 말했다.

“응기단을 갖고 있다고?”

금형과 진혼은 동시에 소리쳤다.

탐욕스러운 눈빛이 아른거렸다.

그들의 입장에서 응기단은 지극히 귀했다.

엽운의 말이 맞는 것이, 응기단 한 알의 가격은 영석 백 개에 맞먹었다.

외문 제자가 된지 몇 년이 지났다고는 해도 영석 백 개를 모으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남빙초는 그들을 미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무슨 상관이야. 갖고 싶으면 얼마든지 저 남빙초를 뽑아다 만들어 보던지.”

소령은 입을 삐쭉거리며 콧방귀를 뀌었다.

“응기단을 내놓아라.”

금형은 험상궂은 표정으로 순식간에 소령의 앞에 불쑥 나타났다.

엽운이 말없이 소령의 앞을 막아섰다.

금형이 차갑게 말했다.

“엽운,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비켜라. 그렇지 않으면 봐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엽운도 똑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금 사형, 정말 응기단을 가지고 있다고 쳐도, 그건 그녀의 물건이 아닙니까. 그리고 백번 양보해서 나를 쓰러뜨리고 응기단을 가져간다고 쳐도 어쩌실 겁니까? 여기서 연기경을 펼치시려고? 잊지 마세요. 이 곳에서 연기경에 이르면 몸이 터져 죽는다는 것을.”

“그래?”

금형의 손에서 검은 불빛이 번쩍였다.

한 발짝 다가서서 독살스런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

“천종검에서 이리도 오랜 세월을 보내면서 내가 아는 것이라곤, 어떤 보물이던지 일단 손에 넣고 봐야 한다는 것이지. 어떻게 쓰는지는 나중에 생각해 볼 문제이고.”

엽운은 검은 빛을 번쩍이는 흑요검을 꺼내들었다.

“응기단 이라면 마침 딱 하나있어. 원한다면 주지.”

순간 소령이 고운 손을 한번 뒤집자 하얀 손바닥 위에 하늘색 단약이 그윽한 향기를 풍기며 나타났다.

금형은 온몸을 벌벌 떨며 감격해 마지않았다.

눈앞의 이 하늘색 단약, 그 향기는 그가 일찍이 단방에서 보았던 응기단과 똑같았다.

“진정 응기단이란 말인가..?”

생전 응기단을 본 적 없는 여명홍은 그저 금형의 표정을 보고만 있었다.

그들은 이것이 진짜 응기단이란 것을 알고 있었고 소령을 향한 그들의 눈빛엔 깊은 믿음이 서려있었다.

그 때 엽운의 가슴 역시 크게 떨려왔다.

소령이 평범한 신분이 아님은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정말 응기단을 꺼내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보아하니 무영봉 위의 범상치 않으신 신분의 제자들에겐, 이런 수준 낮은 수사들은 목숨을 내걸고 싸울 응기단 조차 별 것 아닌 듯 했다.

저들과는 급이 다른 수사들에게 응기단은 물론 지극히도 진귀해 아무 이유도 없이 금형에게 넘겨줄 이유가 없었다.

“이 응기단은 당신 것이니. 저 자에게 주겠다면 내가 막을 순 없지. 하지만 여기 이 남빙초는 무덤 안의 물건이니, 절대로 줄 수 없어.”

엽운은 눈을 반짝이며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소령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하, 응기단이 있는데 남빙초를 가져가서 무얼 하겠나. 게다가 응기단은 뭔래 하나만 먹을 수 있어서 두 알째 부턴 약효도 없고 되려 수사에게 해를 끼칠 뿐이다.”

엽운의 말을 듣고는 금형이 마구 웃기 시작했다.

“남빙초는 너희들에게 넘겨주도록 하지.”

금형은 이미 연체경의 정점에 달했고, 이 응기단은 그가 밤낮으로 생각하던 물건이니 당장 머릿속엔 응기단 세 글자 말고는 없었다.

탐욕이 곧 정상적인 사고도 할 수 없을 만큼 타올랐다.

“엽운!”

소령이 엽운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엽운의 태도가 영 마음에 안드는 듯 했다.

“너희들 또 싸우지 말아줬으면 좋겠네.”

그녀는 응기단을 곧바로 금형에게 던졌다.

“너가 어떤 신분의 사람이든, 응기단이 손 한번 뻗으면 꺼내올 수 있다 한 들, 내가 방금 한 얘기를 제대로 듣지도 않았잖아.”

엽운도 지지않고 그녀를 노려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에겐 의미가 없는 물건일지라도, 여기 우리 모두에겐 귀중한 보물입니다. 게다가 여긴 천축봉이나 무영봉도 아니고, 이들 중 어떤 이는 그저 기회만 생기면 보물을 위해 가차없이 사람도 죽여 버릴 수도 있어. 만약 계속 그렇게 뻗대다가는 이 사람들이 언제 손을 쓸지 몰라. 그 때가 되면 우리 두 사람은 이들과 목숨을 걸고 싸울 각오 해야 돼.”

멍하니 있던 소령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나 곧 잠깐 사이에 무슨 생각이 났는지 되려 기뻐하기 시작했다.

엽운을 한 번 보더니 곧 흐뭇한 모양새로 웃으며 말했다.

“알고 보니 너도 제법 괜찮네... 그 말은 이 사람들이 모두 날 노려도 너는 내 편에 서겠다는 말 아니야?”

“그래봤자 뭐 어쩔건데? 금형 하나만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어. 그때가 되면 나는 그래봐야 죽기밖에 더 하겠냐만, 넌 아니지. 넌 여자고 제법 괜찮게 생겼으니까 나보다 훨씬 처참한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고.”

엽운은 일부러 무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또 멍하니 있던 소령의 얼굴이 다시 한 번 하얗게 질렸다.

그러다 또 금새 웃기 시작하더니, 또 만족스러운 눈으로 엽운을 바라보았다.

살짝 치켜 올린 입술을 엽운의 귓가에 바싹 대곤 말했다.

“그 말은 지금, 내가 예쁘다고 칭찬하는 거지?”

엽운의 눈썹이 크게 씰룩이기 시작했다.

저도 모르게 골치가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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