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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68화 (68/227)

제 68 화 대묘

평범한 출신에 식견도 모자란 엽운마저 비장에 대해서는 들어 본 적이 있었다.

소위 비장이라 하는 것은, 대부분 오래된 종문의 유적이거나, 강대한 수선자의 거처이거나, 혹은 오래된 종문이 시험의 장소로 사용하기 위해 조성한 장소를 말한다.

이런 곳은 대부분 영기가 충만한 곳이라, 연단 재료로 쓰일만한 보물이 많이 남아있거나 엄청난 영약이 있기도 했다.

동시에 이런 곳은 수많은 진법과 금제가 있기 마련이었다.

하나의 종문, 혹은 강대한 수선자가 남긴 금제의 위력은 신입 수사들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머지 제자들 역시 바보는 아니었다.

엽운과 단진풍의 온 몸이 차갑게 얼어붙는 동시에 그들 역시 안색이 변했다.

심지어 그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은 몸을 떨기까지 했다.

이 때, 하늘 위에서 또 다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맞습니다. 천검종이 절검봉 구양봉주를 보냈다는 건 이번에야말로 목표를 이루겠다는 뜻이겠지요. 이번 비장에서는 진나라 제일가는 가문인 두가 만이 구양봉주와 겨루어볼만 하겠군요. 저희 제양종은 그저 여러분이 일전에 하신 약속을 잊지 않으시길 많을 바랄 뿐입니다. 원치 않는 보물이나 자원이 있다면 저희에게 조금 넘겨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서쪽의 하늘에도 마찬가지로 수십 명의 사람이 나타났다.

지금 말을 한 사람은 노파였는데, 손에는 용머리 지팡이를 짚고 얼굴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했다.

“은파파도 참 너무 겸손하십니다. 은파파의 수위가 금단대도까지 반걸음도 안 남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어디 있겠습니까. 은파파께서 자격이 없으시다면 저 구양문천도 자격이 없는 샘이지요.”

중년 남자는 사방을 향해 공수하며 웃음을 지었다.

“구양봉주의 말이 맞습니다. 은파파께서 겸손이 지나치시군요. 비록 우리 두가의 실력이 비범하다지만, 가문을 통틀어 은파파와 비견될 만한 수위를 가진 자는 열일곱 여덟이 고작입니다.”

남방의 하늘에서 음침한 눈을 한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투였다.

“다들 참 재미있군요. 이 노인네는 20년 전에 인질을 간신히 뛰어넘었고, 오늘날까지도 천인의 경지를 깨우치는 것에 그쳐 촉기 6중에는 도달하지도 못했는데 어찌 금단 대도를 깨우치겠습니다. 두가야말로 촉기 6중 천인경에 도달하였다는 두삼족장을 보내셨으니, 단단히 작정하신 모양이군요. 구양봉주께서도 두삼족장에 비견되지 못할까 걱정 될 정도입니다.”

은파파는 두어번 기침을 하더니 힘없이 말했다.

“물론입니다. 두삼족장의 수위는 모두가 이미 잘 알고 있지요. 저 구양문천도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구양문천은 가볍게 웃어보이며 대답했다.

남쪽 하늘의 음침한 눈매와 매부리코를 가진 남자가 냉소하며 말했다.

“다들 스스로를 잘 알고 계시니 다행입니다. 이번 화운비장에서는 저희 두가만 나서도 될것 같습니다만, 모두들 진나라의 수선 동문이시니 당연히 혼자 독식하지는 않겠습니다.”

“두건명, 네 종문이 손을 잡았으니, 자화자찬은 그만하고 빨리 와서 비장을 연 뒤 겨루어 보는 게 어떻겠나.”

북방 패도문의 노인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손일도, 감히 나에게 그따위로 말을 하는게냐?”

두건명은 눈살을 찌푸리며 화가나 소리쳤다.

“그래서? 한 번 붙어 볼텐가?”

패도문의 손일도는 큰 소리로 하하 웃었다.

목소리가 백리 너머에 울렸다.

“형님께서 너희들도 참가하는 것을 허락 하셨을때 내가 반대했건만, 이렇게 된 이상 패도문을 먼저 제거하고 시작하면 되겠군.”

두건명은 분노에 차 소리치며 손가락으로 손일도를 가리켰다.

“두가의 가주께서는 금단 대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지요, 나와 은파파 모두 존경해 마지않는 분이십니다. 허나 삼족장께서는, 아무래도 영 모자라지 싶습니다.”

구양문천의 온화한 목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

“구영문천, 감히 나를 얕잡아 보다니.”

두건명은 몸을 돌리며 살기가 가득한 눈으로 응시했다.

은파파가 손에 쥔 용머리 지팡이를 가볍게 두드리자 땅 속 깊은 곳에서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우르릉” 소리가 들려왔다.

“여러분, 이 노인네가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화운비장을 열 생각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만약 오늘 열지 않으면 또 다시 12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만약 결정을 못하신 것이면 이 노인네는 먼저 가보도록 하지요.”

두건명은 어리둥절해 하며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은파파 말씀이 맞다. 오늘 이 일은 나중에 따로 이야기 하지. 지금은 비장을 여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말을 마치기 무섭게 손에서 빛이 번쩍였다.

무슨 재료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거울 하나가 나타나 은은한 백색 빛을 뿜었다.

구양문천, 은파파와 손일도 세 사람이 서로를 한 번 바라보곤 손을 가볍게 흔들자 똑같이 생긴 거울 3개가 나타났다.

네 개의 진원이 손바닥에서 뿜어져 거울을 때렸다.

네 개의 거울이 7색의 빛을 발하더니 아래에 펼쳐진 끝없는 평원을 향해 쏘아졌다.

다음 순간,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거대한 평원 위에는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대묘가 땅에서부터 천천히 솟아 올라왔다.

하지만 돌 조각 하나 날리지 않고 땅이 갈라지지도 않았다.

어떤 흔들림도 느껴지지 않았다

도대체 몇 리나 되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대묘가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엽운과 단진풍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서로를 쳐다봤는데, 하나같이 눈에서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것은 들은 적도 없었다.

저들이 말하는 화운비장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 남긴 것인가?

구양봉주의 대화를 들어보면 적어도 금단대수사의 묘지쯤은 될 것이다.

“이래서 이 많은 제자들을 다 끌어 모은 것이군. 지금의 10배를 넘게 데려와도 이 대묘의 백분의 일조차 채우지 못 할 것 같은데 말이야.”

곡일평은 입을 벌린 채 대묘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눈을 도무지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금단대수사가 남긴 대묘가 분명하다. 수많은 보물들이 숨겨져 있을거야. 무엇보다 저 안에는 금단수사의 공법과 수련 심득 같은 것도 분명 있을텐데, 그것들을 얻을 수만 있다면 적어도 지금부터 금단기까지의 수행은 걱정이 없겠군.”

단진풍의 오만함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그저 물끄러미 대묘를 바라보며 말했다.

“단사형, 우리가 이런 곳에 들어가서 살아나올 수 있겠습니까?”

여명홍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했다.

거대한 대묘일수록 기이한 일들이 더 많이 일어나는 법.

그 말은 이들이 생존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뜻이었다.

“부귀를 누리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법, 하물며 우리에게 선택지가 있기는 한가?”

지금의 단진풍은 조금도 경도 왕실 자제답지 않았고 눈이 온통 새빨겠다.

엽운도 눈을 가늘게 떴다.

물론 대묘에 들어가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어째서 자신과 같은 하급 제자들을 이곳에 보낸 것인지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화운비장은 이미 열렸고, 약속에 따라 화운 12문에 각각 제자 백명 씩이 들어갈 것이며, 우리 천검종과 두가는 도합 오백명씩 들어갈 것입니다. 은파파와 손문주께서는 그쪽에 문 하나씩 맡아주십시오.”

구양문천의 목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좋습니다!” 은파파와 손일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 천검종이 우리 두가와 똑같이 다섯 개의 문을 차지한다니, 우리 형님께서도 참 정신이 없으신 모양이군.”

두건명은 못마땅한 듯 불평을 털어놓았다.

“오, 삼족장은 불만이 있으신가보지? 그럼 두가에게 문 10개를 다 드리면 어떠한가?”

구양문천은 담담히 말했다.

“흥!”

두건명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말만 그렇게 할 뿐이었고, 천검종과 두가의 실력을 비교 하자면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모든 것을 듣고 있던 엽운의 마음속에는 불안이 더욱 커져갔다.

그때 양청봉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촉봉의 외문 제자들은 나를 따르라!”

이때, 흰색 도포를 입은 스무 명의 내문 제자들이 달려들었는데, 그들은 냉엄한 표정을 짓고 눈에는 살기를 품었다.

만약 천촉봉 외문 제자들이 감히 저항한다면, 그들에게 곧바로 격살 당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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