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65화 (65/227)

제 65 화 전송 영진

“내 수위라면, 진작에 내봉에 들어와 수련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시건방진 목소리가 허공에서 울렸다.

모든 제자들은 이렇게 건방진 소리를 할 사람이 단진풍 한 사람 밖에 없음을 알고 있었다.

“단진풍 네가 종문의 시험에서 돌아올 수 있다면 기회를 주마. 내문 제자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줄테니, 통과하기만 하면 내봉에 들어와 수행할 수 있다.”

란 장로는 의외로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온화하게 말했다.

“란 장로님, 분명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만, 사실 하나 마나한 약속입니다. 저는 분명 살아 돌아올 테고 내문 제자 시험쯤은 저에게 더할 나위 없이 쉬운 일이니, 내문 제자가 되어 내봉에 들어와 수행하는 것은 물이 흐르는 곳에 도랑이 생기듯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 또한 장로님이 정을 베푸시는 셈이니 분명히 기억해 두지요.”

단진풍은 으시대며 대답했다.

란 장로는 이때까지 기분이 좋아보였지만, 이 미쳐 날뛰는 애송이 때문에 성이 났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백명의 제자들을 보고 입가에 웃음기가 어렸다.

이번 종문 시험이 도대체 무엇인지, 사실 그도 알지 못했다.

그저 매우 위험하고, 외문 제자로써는 살아 돌아오는 것조차 하늘에 별 따기라는 것만 알았다.

천검종 고위층은 반드시 잠재력과 수위가 모두 뛰어난 백명의 제자를 참가시킬 것을 요구했고, 이 제자들을 잃는 것쯤은 천촉봉에게 있어 큰일은 아니지만, 훗날의 발전에 적지 않은 손해가 생길 것이기에, 고위층에서는 분명 희생된 제자의 수만큼 후한 보상을 줄 것이다.

이렇게 얻은 보상의 일부는 천촉봉에게 분배될 것인데, 그것은 전부 그와 순우연이 쥐게 된다.

수선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수행이다.

비록 란 장로가 천촉봉 외문을 다스리고 있다지만, 그 누가 수련 자원을 마다하겠는가?

그에게 있어 눈앞의 제법 괜찮은 재능과 수위를 가진 제자들이 죽는 것 쯤은 아무 일도 아니었다.

충분한 자원으로 돌려받을 수만 있다면, 이 모든 것은 수지타산이 맞는다.

외문 제자 따위는 3년 뒤 다시 한 번 더 뽑으면 그만이다.

다시 말해, 이번 종문 시험에 참가하는 이들은 청포 제자들과 황포 제자들 중 발탁된 자들이고, 천촉봉 외문의 진정한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자포 제자들과 흑포 제자들은 단 한명도 참가 시키지 않았기에 큰 손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수선의 길은 이토록 암담하다.

천검종 같이 진나라에 몇 안되는 대파들조차 이 지경이었다.

하지만 이 외문 제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들은 마음속 한 가득 기대를 품은 채 종문 시험 임무에서 힘을 발휘하여 큰 이익을 얻고, 돌아와 더 많은 상과 함께 하루아침에 용이 되어 흑포 제자가 되는, 심지어는 자포 제자가 되는 꿈을 꾸고 있었다.

피가 들끓는 소년들, 이 무적의 청춘들은 줄곧 앞날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설령 어둠이 있어도 손아귀에서 밝게 빛나는 주먹 하나에 기대어 용맹무적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란 장로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입가에 머금은 웃음기가 점점 선명해졌다.

천촉봉 내봉에는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고 영기가 충만했다.

시험을 통과한 백 명의 제자들은 란 장로와 몇몇 흑포 제자들이 이끄는 대로 천천히 위를 향해 올라갔다.

내봉은 평소에 외문 제자들의 진입을 허락하지 않기에 연기경 제자들이 모든 통로를 지키고 있지만, 오늘은 아무도 그들을 막지 않았다.

일찍이 소식을 전해 듣고 란 장로가 사람들을 데리고 올라가도록 둔 것이다.

내봉에서는 외문 제자들이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고, 오직 란 장로와 몇 사람만이 그럴 수 있었다.

따라서 제자들은 그저 천천히 산벽을 기어오를 뿐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몰랐다.

짙은 구름으로 뒤덮인 구역을 한 번 뚫고 올라가자 눈 앞이 환해졌다.

고목이 덮개처럼 하늘을 가리고 있었고, 기이한 꽃과 풀들이 무수히 자라나 있었다.

영기로 키워낸 온갖 진귀한 영수들이 뛰놀고 불시에 멈춰 서서 천천히 다가오는 손님들을 살펴보았는데, 조금도 무섭지 않았다.

제자들을 놀라게 만든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었다.

한눈에 들어오는 산봉우리 꼭대기에 금빛 찬란하고 화려한 대전이 세워져 있었다.

태양이 비추자 빛이 사방으로 뿜어졌고, 드높은 기세를 자랑하고 있었는데, 이것은 천촉봉의 주전인 천촉전이었다.

모든 천촉봉 고위층 들은 평소 그곳에 상주하며 천촉봉을 관리했다.

소문에 의하면 천촉전은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곳이며 내문 제자 중에서도 극소수만이 이곳에 불려갈 수 있고, 수위가 충분한 수준에 달한 정예 제자들 쯤은 되어야 고위층의 관심을 사 천촉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보이느냐, 저게 바로 천촉전이다. 우리 천족봉에서 가장 신성한 곳이지.”

란 장로는 제자들의 눈에 비친 갈망을 보곤 산 꼭대기를 가리키며 말했다.

“란 장로님, 듣자하니 천촉전에는 일반 내문 제자들도 들어갈 수 없다고 하는데, 장로님은 들어가 보신 적이 있습니까?”

곡일평의 목소리가 제자들 틈에서 들려왔다.

몹시 궁금한 듯 했다.

천촉전을 바라보는 란 장로의 눈에는 기대가 가득했다.

곧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내문 제자의 시험을 갓 통과했을 무렵, 내문 장로님의 부름을 받고 한 번 들어가 보았다.”

말을 하는 동안 란장로의 정신과 육체 그리고 모든 것이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천촉전에 들어가 본 것이 그의 일생 최대의 자랑거리인 듯했다.

제자들은 차가운 숨을 들이마셨다.

란 장로는 어느 정도 수위를 가졌는가?

연기경 7충의 진화경이라면, 천지의 질곡을 돌파하여 촉기경에 달하기까지 한 걸음 정도 남은 셈이다.

대부분의 외문 제자들에게 연기 7중 진화경이란, 이미 그들 일생의 목표에 해당한다.

평생을 수련해도 도달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경지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수위를 가진 란 장로 역시 평생 천촉전에 딱 한번 들어가 보았다고 하는데, 이 천촉전에 마음대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대체 어떤 인물이란 말인가.

“열심히 수행 하거라. 만약 이번 종문 시험에서 살아 돌아온다면 훗날 내문 제자가 되어 나처럼 천촉전에 불려갈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것은 너희들 일생 최고의 영광이 되겠지.”

란 장로는 이곳에 고작 한 번 밖에 들어가 보지 못한 것이 유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무한한 영광이라고 여겼다.

제자들의 얼굴에는 기대가 가득했고, 눈에는 전의가 넘쳤다.

마치 모든 이가 이 위험한 종문의 시험에서 살아 돌아올 자신이 있는 것 처럼 보였다.

그들의 마음은 하늘보다 드높았고 피가 들끓었다.

“흥, 천촉봉은 천검종 아래 무영봉의 작은 산 하나에 불과한데, 저렇게나 오만들 떨다니. 미쳤군.”

단진풍의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렸다.

그는 내봉에 들어온 후 어딘가 꺼림칙한 듯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고성이 오갔을 것이다.

“단사형, 조용히 하세요!”

여명홍은 그의 옆에서 다급히 주의를 주었다.

단진풍의 옆에 있던 제자 몇몇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는데, 눈에는 분노가 서려 있었다.

마치 ‘이 머저리같은 녀석아. 날뛰려면 혼자 날뛸 것이지 왜 우리한테까지 누를 끼치냐’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확실히 란 장로의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내문 제자들에게 천촉전은 신성한 존재와도 같기에, 만약 누군가가 이 말을 듣는다면 단진풍의 수위가 지금보다 10배 강해도 어찌 할 수 없을 것이다.

“단진풍, 입조심 하거라. 네가 경도의 왕실에서 온 것은 잘 알고 있다만. 이곳은 내봉이다. 망언을 삼가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너를 구해줄 수 없을 것이야.”

란 장로 정도의 수위라면 분명 그의 목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몸을 돌리자 눈에는 역시 분노가 서려 있었다.

“그냥 하는 말입니다.”

“말이 화를 부르는 법. 부디 기억하거라.”

란 장로는 콧방귀를 한 번 뀌고 계속 앞을 향해 나아갔다.

단진풍은 감히 말을 내뱉지 못하고 나지막이 두어 마디 웅얼거릴 뿐이었다.

엽운은 관심이 없어 그저 주위를 둘러보며 자세히 관찰했다.

내봉에 들어오기 힘든 만큼, 지금 자세히 봐두면 훗날 다시 오게 되었을 때 쓸모가 있을지도 모른다.

가는 길에 마땅히 있어야 할 식물과 몇몇 진귀한 짐승들을 제외하고는 단 한명의 내문 제자도 보이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한 시진이나 산길을 타면서 어찌 제자 한명을 마주치지 못하겠는가?

설마 내문 제자들은 소문으로 들었던 것처럼 평소에도 오직 수련, 수련, 그리고 또 수련만 한단 말인가?

“란 장로님, 저희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겁니까?”

엽운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제법 기분이 좋은 듯한 란 장로는 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희들은 길을 타고 내봉에 들어갈 자격이 안된다. 게다가 내문 제자들이 활동하는 구역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 지금 내가 데리고 가는 곳은 천촉봉의 전송 영전이다. 그곳에서는 너희들을 종문이 지정한 지점으로 보낼 수 있다.”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무영봉이나 천검종 본부로 전송될지도 모르겠네요?”

곡일평도 참지 못하고 질문했다.

제자들은 일제히 란 장로를 보았다.

그들도 분명 관심이 있는 듯 했다.

란 장로는 차갑게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종문의 기밀이라 나도 모른다.”

이번 종문 시험은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날짜는 점점 앞당겨졌지만, 누구도 어떤 종류의 시험인지 조차 알지 못했고 심지어 천촉봉 외문을 다스리는 란 장로같은 사람도 알 수 없었으니, 보안이 아주 철저한 사안임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제자들의 마음에는 이번 종문 시험이 얼마나 어려운지 확신이 생겼다.

순간, 거의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산길을 따라 한 계단씩 올라온 뒤 그로부터 반 시진 정도를 더 걸어 밀림을 지나자, 앞쪽에 별안간 5개의 기둥이 나타났는데, 셋에서 다섯 사람이 껴안을 정도의 굵기에 각각 붉은색, 노란색, 검은색, 하얀색, 보라색등 5개의 색깔이었다.

기둥은 족히 열 장 높이는 됐고 매 기둥마다 빼곡히 조각이 되어있었다.

사람도 아니고 물건도 아닌 것이 마치 부적같은 모양새였다.

다섯 개의 기둥은 지름이 약 수십 장은 되는 갑판의 가장 자리에 위치해 있었는데, 5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갑판은 푸른색 옥석으로 조각되어 멀리서 보면 마치 은은한 푸른색 별이 수놓아진 것처럼 보기 좋았다.

“이것이 바로 우리 천검종의 전송진이다. 잠시 후 너희들은 전부 안에 들어가 종문이 지정한 장소로 전송될 것이다.”

란 장로는 느린 걸음으로 걸어가며 다섯개의 기둥 아래 푸른 갑판을 가리켰다.

전송영진!

엽운이 보기에 저 푸른 별빛은 공간을 휘게 할 만큼 기이한 힘을 내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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