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3 화 연원
뇌운전광검은 3검으로 나뉜다.
제1검은 뇌운초현이라 불리는데, 검이 소환되고 번개가 나타나 검신에 응집되며 치명적인 일격을 날리는 것이다.
제2검은 뇌정만근이다.
이 검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번개의 힘을 검 안에 집중시켜야 하는데, 이것으로 공격하면 근방 백장 일대가 날뛰는 번개의 뱀으로 뒤덮이며, 단 한번의 공격만으로 초목이 전부 재가 된다.
제3검은 신뇌멸세이다.
이름대로 이 검의 위력은 믿을 수 없는 지경인데, 일격으로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다고 한다.
엽운은 흑요검을 꼭 쥔 채 조용히 서있었다.
뇌운전광검은 그저 구품선기에 지나지 않기에 아무리 놀라운 내용이 쓰여있다 한들 그저 글로 써놓은 설명일 뿐이다.
또한 뇌운전광검의 수련 방법에 따르면 2검과 3검은 반드시 하늘에 번개가 가득 할 때나, 검에 번개를 미리 저장해 두었을 때만 펼칠 수 있기에 엽운이 쓸 수 있는 건 1검인 뇌광초현밖에 없었다.
수위가 통규경에 달한 뒤, 몇 곱절은 강해진 영력이 흑요검을 향해 세차게 밀려들었다.
엽운의 눈빛에는 신기한 기색이 역력했다.
새카만 영검을 살짝 돌려 위를 향해 찔렀다.
순간 손에 쥔 흑요검에서 차가운 빛이 뿜어져 나오며 허공을 갈랐다.
하늘 위에서 어렴풋이 천둥소리가 들려오더니 번개 한 가닥이 나타나 흑요검 위에 내려앉았다.
찰나의 순간, 엽운은 흑요검에 엄청난 힘이 들어차며 검신을 가로질러 떨려 오는것을 느꼈다.
“펑!”
천둥소리가 터지며 맑은 하늘에서 번개가 사방으로 내리쳤고, 하늘은 마치 반으로 갈라진 것만 같았다.
한 마리 전기뱀 같은 번개가 흑요검의 날 끝에서 매섭게 뿜어져 나왔다.
“쾅!”
공기 중에 폭발음에 이어서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엽운은 눈앞에 펼쳐진 전기뱀을 바라보았는데, 너무도 놀라워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제1검은 비록 허공을 갈랐지만, 앞에서 공기가 폭발하는 힘은 이 일격의 위력이 흑요검을 전력으로 휘두르는 위력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강함을 알려주었다.
단진풍과 겨루었을 때 만약 이런 선기를 가지고 있었다면 이 일격만으로 단진풍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
흑요검은 단진풍이 지니고 있던 두개의 영기와 비교해도 품계의 차이가 아주 컸다.
하지만 앞의 이 검의 위력은 오히려 그것을 간단히 앞섰다.
이 정도라면 통규경을 깨우친 엽운의 영력은 단진풍 보다 강할 것이다.
제1검만 해도 이 정도 위력이라면, 나머지 2검과 3검의 위력은 도대체 어느 정도란 말인가?
이 위력은 급이 다른 수사들, 그리고 천검종의 진정한 실력자들에게는 보잘 것 없는 수준이겠지만, 자신의 힘이 이 정도로 강해졌다는 사실 만으로도 더 할 나위 없이 기뻤다.
여러 번 심호흡을 하고서야 평정심을 되찾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수련을 하는 동안, 저도 모르게 이틀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렸다.
자 장로의 말에 따르면 소흡성결과 뇌운전광검은 3일 안에 반드시 반납해야 한다 했고 그렇다면 아직 시간이 남았을테니, 일단 장무각으로 가볼 셈이었다.
장무각은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어림잡아 반시진 후, 엽운은 이 웅장한 탑 앞에 서있었다.
“사형, 선기를 반납하러 왔습니다.”
장무각에 들어서자마자 이틀전 보았던 경비 제자의 자리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가 인사를 올렸다.
“아, 너구나. 기억하고 있다. 가져간 지 이틀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다 익힌 것이냐?”
흑포를 입은 경비 제자는 엽운을 보더니 저도 모르게 머뭇거리며 말했다.
참고로, 이 같은 공법은 제자들이 빌려가 복사해서는 안되며, 복사 할 수도 없었다.
공법 한 권 마다 촉기경에 달한 장로의 금제가 걸려있기에 눈으로 보며 수행하는 수 밖에 없고, 신기하게도 붓과 먹물로 쓸 수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장무각에 들어와 공법과 선기를 고를 자격을 가진 외문 제자들은 재능이 제법 나쁘지 않은 편에 속하는데, 사흘의 시간은 그들이 공법 하나를 기억하는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엽운은 공법을 두 권이나 빌려가 사흘이 되기도 전에 전부 기억했으니 이미 극한에 달한 수준이었다.
“좀 전에 마쳤습니다. 종문의 시험을 그르칠까 걱정돼 서둘러 반납하러 온 것입니다.”
웃으며 두 권의 공법을 꺼내 단상위에 올려놓았다.
“잠깐만 기다리거라. 자 장로께서 네가 공법을 반납하러 오거든 보고하라고 하셨다.”
경비 제자는 엽운을 한 번 쳐다봤는데,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
엽운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경비 제자는 자리를 떠나지 않고, 그저 옥패 한 조각에 영력을 주입시키자 장무각 안에 공손한 목소리가 퍼졌다.
“자 장로님, 엽운이 뇌운전광검과 소흡성결을 반납하러 왔습니다. 오셔서 만나보시겠습니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눈 앞이 번쩍이며 흑색 도포 위 금색 비단실을 두른 자 장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틀만에 다 외웠다는 것이냐?”
자 장로의 목소리는 전과 같이 차가웠다.
“그렇습니다!”
엽운은 몸을 굽혀 인사를 올렸다.
“연습은?”
“감사합니다, 장로님!”
자 장로는 눈살을 심하게 찌푸렸다.
눈가에는 온통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충격적인 기색이 서려있었다.
“훌륭하다!”
엽운과 자장로의 대화는 어딘가 이상했다.
두 사람 다 말을 아끼듯 간결하기 짝이 없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경비 제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 듯 했다.
이틀 안에 두개의 공법을 외웠을뿐 아니라, 연습까지 마쳤다고?
이 녀석이 이번 신입 제자들 가운데 1등을 했다는데, 설마 제자들의 수준이 이 지경까지 높아졌다는 말인가?
“나를 따라 오거라.”
잠시 망설이던 자 장로는 한결 온화해진 목소리로 말을 건내곤 몸을 돌려 갔다.
엽운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그를 따라갔다.
혼자 남겨진 경비 제자는 충격에 휩싸인 표정으로 자리에 서있었다.
엽운은 자 장로가 어디로 데려가는지 도통 알 수 없지만, 어떤 위협을 가할 것 같지는 않았다.
긴 복도를 돌고 대나무 숲을 지나, 자 장로는 옥석으로 조각된 정자 앞에서 몸을 멈췄다.
“근 백년간, 그 누구도 소흡성결을 연성해내지 못했다. 헌데 30년 전부터 어째서인지 소흡성결은 모든 이들에게 잊혀졌지. 심지어 공법의 분류를 담당하는 장로들조차 이것이 어떤 공법인지 잊어버려 이것을 최하급 공법 사이에 버려둔 것이다.”
자 장로의 목소리가 갑작스레 울려퍼졌다.
얼버무리는 듯한 말투였지만 그 속에는 한기가 서려있었고 무언가 깊은 불만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엽운은 어안이 벙벙해져 대답하지 못했다.
“수위도 이미 통규경에 도달하였고, 체내로 부터 순수하고 웅장한 영력이 뿜어져 나오는걸 보니 과연 연성을 해낸 듯하구나.”
자 장로는 이어서 말했다.
고개를 끄덕였다.
“수련을 할때, 영력이 경맥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와 몸을 찢어버리는 듯 한 느낌이었습니다만, 다행히 큰 문제없이 수련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자 장로는 별안간 냉소하며 말했다.
“바로 그것 때문이다. 소흡성결을 수련하다 보면, 죽거나 불구가 되기 쉽상이지. 그리하여 아무도 감히 소흡성결을 익히려 하지 않게 되었고, 심지어 불경한 것으로 취급된 것이다. 결국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고, 무가치한 쓰레기 취급을 받으며 최하급 보조공법 사이에 버려진 것이다.”
엽운의 눈이 번뜩였다.
전혀 놀란 기색 없이 물었다.
“자 장로님의 말씀을 듣자하니 이 소흡성결은 그러한 내력이 많은 모양입니다?”
“물론이다. 적어도 네가 나타나기 전에, 어느 한 사람이 수련에 성공한 적이 있긴 하다만.”
자 장로의 차가운 웃음소리가 더욱 커졌고, 눈에는 어딘가 오만한 기색이 드러났다.
엽운은 가슴이 철렁하여 물었다.
“다른 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지금 이야기 해봐야 소용없고, 네가 종문의 시험에서 살아 돌아오면 그때 다시 이야기 하지.”
자 장로는 냉소를 거두고 엽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살아 돌아올 수 있다면, 좋은 것을 하나 알려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