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62화 (62/227)

제 62 화 통규

‘어떻게 된거지?‘

순식간에 다시 몸이 거세게 떨려오며 눈에서 믿을 수 없는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지금 책 속의 빽빽한 글자를 볼 필요도 없었다.

놀랍게도 머릿속에 소흡성결의 수련법이 선명히 나타난 것이다!

마치 이 책을 수도 없이 읽어본 것 같은 느낌이 들 뿐 아니라, 깊은 곳에 생생히 기억났다.

이미 글자 하나하나와 책 전체의 함축된 내용까지 전부 철저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느낌상 이 공법은 확실히 평범하기 짝이 없게 느껴졌다.

“대체 어떻게 된건지 한 번 실험해봐야 알겠군. 만약 정말 이 정도로 평범한 공법이라면 흑백의 빛이 어째서 그런 이상한 행동을 보인 것이며, 어떻게 이 공법의 책을 단박에 이해한 것이고, 또 어째서 자 장로가 그렇게 이상하게 굴었던 것일까.”

한참이 지난 뒤 엽운은 손을 뻗어 중품영석 한 웅큼을 집었다.

족히 일곱 여덟 개는 되었다.

기초심법을 천천히 시작함과 동시에 소흡성결도 작동시켰다.

순간 방대한 양의 영기가 마치 장강대하처럼 손바닥을 타고 몸속으로 솟구쳐 들어 왔다.

속도는 이전과 비교하자면 족히 열곱절은 빨랐다.

경맥에서 격렬한 통증이 일었다.

열배가 넘는 영기가 몸속으로 들어오자 저항할 수가 없었다.

흑백 빛의 개조를 받은 신체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 영기가 몸에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순식간에 몸이 터져버렸을 것이다.

“소흡성결, 이제 됐냐?”

엽운은 이를 악물었다.

그의 이마에는 온통 땀방울이 맺혔다.

믿을 수 없는 양의 영기가 계속 몸속으로 들어왔다.

빨리 연화시키지 않으면 곧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릴 것이다.

“흑백의 빛, 빨리 흡수 안하고 뭐해?”

화가 나 마음속으로 소리쳤다.

가슴 깊은 곳에 숨은 흑백의 빛에 정신을 집중했다.

마치 제 손발을 놀리듯, 흑백의 빛은 부름을 듣고 곧바로 튀어 나와 빠르게 회전하며 소용돌이가 되어 터질 듯한 영기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찰나의 순간 끝없는 고통이 사라지고, 끊어질 것 같던 경맥은 영기에 씻겨 내려가 회복되며 더욱 강해졌다.

기초심법과 소흡성결의 도움으로 일곱 여덟개쯤 되던 중품영석은 빠르게 어두워졌다.

반나절 만에 중품영석 모두 재가 되어 사라졌다.

“모자라. 아직 멀었어!”

흑백 빛이 아직 더 많은 힘을 원함을 느끼고 상품영석 두개를 꺼내 손에 쥐었다.

상품영석과 중품영석의 환율은 1대 100이다.

중품영석 200개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다시 미친 듯이 흡수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만큼 흡수했다.

“탁!”

맑은 소리가 울리며 품질이 조금 떨어지는 상품영석이 터져 안에 담겨있던 영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남김없이 흡수된 것이다.

흑백 빛은 결국 흡수를 잠시 멈추었고, 엽운은 영석을 던져버렸다.

기초심법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정신을 집중했다.

모든 것이 지금 이 순간 허무하기 그지없었다.

다시 수심의 상태에 돌입하여 기묘한 경계로 들어갔다.

그저 조용히 반좌하고 앉았다.

모든 것이 허망했다.

한 시진, 두 시진, 반나절, 하루...

마침내, 이틀이라는 시간이 지나 몸이 저절로 떨려오기 시작했다.

온 몸의 모공 하나하나, 털 한 가닥 한 가닥, 그리고 피부 한 점 한 점과 피 한 방울 까지 전부 떨려오는 것 같았다.

온 몸의 혈이 빠르게 떨려오는 것을 느끼고, 속도는 상상할 수 없을 지경으로 빨라졌다.

이를 따라갈 수 없어 관찰할 수도 없었다.

휴!

한 줄기 간결하고 깨끗한 영력이 흑백의 빛에서 뿜어져 나와 단숨에 천만 개가 되며 엽운의 모든 혈과 골격, 그리고 경맥을 파고들었다.

온 몸 구석구석에서 폭발하는 힘을 느꼈다.

웅장하고 거대한 힘은 설명할 수 없는 쾌감을 느끼게 했다.

탁 탁 탁!

몸에서 마치 콩을 볶는 듯한 폭발음이 났다.

몸 속 모든 혈이 전부 열린 것이다.

혈속에 주입된 순수하고 간결한 영력은 순식간에 가득 차 힘이 넘쳐났다.

통규경!

연체경 6중인 통규경에 지금 이 순간 도달한 것이다!

“그렇군!”

눈빛이 격렬하게 번뜩였다.

크게 놀라며 기뻐하고, 마침내 어째서 자 장로가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표정을 지었는지 깨달았다.

이것은 영기 흡수 속도를 열배 가까이 증가시킨다.

하지만 흑백 빛의 도움이 없었다면 경맥이 이를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 느꼈다.

무엇보다 수련중 이 정도의 영기가 한꺼번에 들어온다면, 몸의 약한 부위가 죄다 터져 죽는다.

이렇게 보니 이 소흡성결은 절대 아무나 수련할 수 없는 것이 분명했다.

제대로 수련하지 않을 경우 반드시 죽음에 이르거나 불구가 된다.

절대다수의 공법은 스스로 천천히 방법을 모색하며 수련 중 깨달음을 얻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소흡성결은 처음부터 엄청난 영기가 경맥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에 이를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결코 수련과 실험을 병행할 수 없는 것이다.

흑백의 빛이 반응하여 완전히 이해하게 만들지 못했다면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수련에 실패한다면 죽거나 불구가 된다.

이렇게 생각하니 엽운은 뒤늦게 두려움이 몰려와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그런데 어째서 9품 공법들 틈에 있었던 것일까?

게다가 경비 제자의 말을 들어보니 그곳에 원래 소흡성결이라는 공법이 없었던 것 같았다.

자 장로 역시 누가 이 소흡성결을 장무각의 1층에 버려둔 것인지 모르는 눈치였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된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깊은 숨을 몇 번 들이마셨다.

주어진 시간이 촉박함을 알고 있기에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손을 뻗어 뇌운전광검의 책을 집었다.

천검종에 들어온 이래 손에 넣은 유일한 공격 선기였기에 9품 선기가 기초 무공에 비해 얼마나 강한지도 몰랐다.

한참 동안 어떻게 뇌운을 끌어 모아 번개를 만들어 내는지도 모르고 있었지만, 수위가 통규경을 돌파한 이상, 이 선기를 수련하며 다가올 종문의 시험을 맞이하는 것이 당연했다.

뇌운전광검은 비교적 간단했다.

총 3검까지 있는데, 검을 불러오는 것이 간단하여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단지 뇌운을 흡수하고 번개를 만들어내는 방법이 조금 복잡했기에 두 시진이 넘게 지나서야 완전히 터득할 수 있었다.

“지금 당장 뇌운전광검을 완벽히 습득하지는 못하더라도, 1검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시험해볼 수는 있겠지!”

이전까지 엽운은 손에 쥔 책을 서둘러 이해하기 급급했으나, 지금은 검을 불러내는 것과 수행 수단까지 모두 머릿속에 선명히 떠올릴 수 있는데다 수위가 통규경에 도달하고 몸속에 솟구치는 영력이 느껴져 걷잡을 수 없는 충동이 일었다.

“쉭!”

하는 가벼운 소리와 함께 그의 손에서 흑요검이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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