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61화 (61/227)

제 61 화 괴이한 공법

“뇌운전광검, 소흡성결 입니다.”

엽운은 등록을 담당하는 흑색 도포 제자에게 손에 쥔 두 권의 책을 건넸다.

“소흡성결? 이게 뭐지?”

흑색 도포를 입은 경비 제자는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어찌,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목차를 보니 영기 흡수를 보조하는 공법이라고 쓰여 있길래 골랐습니다만.”

흑포 제자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9품 공법 중에 이런 게 있었단 말이야?”

경비 제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사색에 잠겼다.

엽운은 미간을 씰룩였다.

흑백의 빛을 통해 가까스로 이 보조 공법을 골랐고, 스스로도 어렵사리 결정을 내려 고른 것인데 어찌 갑자기 문제가 생긴 것인가?

“잠시 기다리거라.”

경비 제자는 뒤쪽에 있던 곡일평 등에게 손을 하며 그들이 고른 공법을 먼저 등록하기 시작했다.

엽운은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다.

“사형, 소흡성결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겁니까?”

그는 먼저 곡일평등이 떠나게 한 뒤에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공법은 기록에도 없고, 어쩌면 이곳의 9품 선기에 속하는 공법이 아닐 수도 있으니 무언가 착오가 있었을 수 있다. 잠시만 기다리거라. 자 장로님을 모셔 올테니.”

흑색 도포를 입은 경비 제자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전혀 짜증을 내지 않고 되려 온화한 태도였다.

엽운은 깜짝 놀랐다.

“이곳에 속하지 않는 공법이라뇨?”

“걱정할 필요 없다. 착오가 있었던 거라면 분명 다시 고르게 해 줄 테니까.”

흑색 도포 제자는 한 마디 위로의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려 가버렸다.

엽운은 마음이 무거워져 심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걱정하는 것은 흑색 도포 제자가 말 한 것과는 다른 일이었다.

이 소흡성결을 원할 뿐이고,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길 바라는 것이다.

잠시 후 허공에서 한 사람의 그림자가 앞에 나타났다.

“네가 소흡성결을 찾아낸 것이냐?”

한기가 가득 찬 목소리에서는 조금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엽운은 이 목소리가 분명 란 장로가 그들을 데리고 장무각에 왔을 무렵 안에서 들려왔던 목소리임을 알아차렸다.

“자장로님!”

엽운은 몸을 굽혀 인사를 올렸다.

방금 전 경비 제자가 자 장로를 모셔오겠다는 말에 그가 자 장로임을 알아본 것이다.

자 장로는 검은색 도포를 입었는데, 순우연 장로와 마찬가지로 옷깃에 금색 비단이 수놓아져 있었다.

신분이 적어도 순우연과 동급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란 장로가 순우연을 마주할 때 지나치게 예의를 차리지 않는 모습을 보았는데, 조금 전 장무각에 대고 인사를 하며 겸손한 목소리로 말했었다.

지위가 같더라도 이 자 장로라는 사람은 수위나 권위가 순우연보다 높다는 것을 알았다.

“그 많은 공법들 중에 어찌 이 소흡성결을 고른 것이냐.”

자 장로는 차가운 목소리로 계속해서 질문하며 조금도 엽운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소인은 종문의 시험을 앞두고 새로운 공법을 수련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느껴, 혹시 영기의 흡수를 더 늘려 수위를 단단하게 굳혀줄 수 있는 공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차피 저희 제자들은 적지 않은 영석을 가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선택할 시간마저 부족하였기에 이 소흡성결을 고르게 된 것입니다.”

고개를 숙인 채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한번에 대답했다.

“너는 이번 시험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지 못하는데, 어째서 방어 선기라던지 혹은 너의 목숨을 부지하게 해줄 공법을 고르지 않은 것이냐?”

자 장로의 목소리는 여전히 칼처럼 차가웠다.

“저는 자질이 우둔하기에 그 짧은 시간 안에 수련을 마칠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아무렇게나 공격 선기 하나와 소흡성결을 뽑은 것입니다.”

엽운은 이어서 말했다.

“또한, 만약 우리 제자들이 종문의 시험에서 살아 돌아올 수 있다면 분명 다시 장무각에 들어갈 기회를 줄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때 가서 더 잘 맞는 공법을 고르면 된다 생각했습니다.”

자 장로의 눈빛은 마치 못처럼 엽운에게 꽂혀 있었다.

한참이 지난 뒤 그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스스로의 능력을 잘 알고 있구나. 그런 거라면 이 소흡성결을 가져가도 좋다. 3일 뒤에는 반드시 반납해야 하는 것을 기억 하거라.”

“네. 감사합니다 자 장로님!”

엽운의 눈에는 놀라운 기색이 가득했다.

몸을 굽혀 인사를 하며 천천히 두개의 선기를 저물대에 집어넣은 뒤, 경비 제자에게 공수하고 몸을 돌려 떠났다.

소흡성결에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만, 자 장로의 입에서 그 해답을 얻을 수는 없었다.

돌아가 내용을 살펴보고 공법을 수행하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뒷모습을 본 자 장로의 표정이 별안간 어두워졌다.

“확실히 그때와는 다르군. 소흡성결이 이런 최하급 공법들 사이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다는 걸 믿으라니, 내가 무슨 신분인지 모르는 건가?”

눈에 살기가 번득였다.

이를 전혀 모르는 엽운은 서둘러 시련전으로 돌아가 1등에게 주어지는 영석을 받은 뒤 곧바로 집으로 돌아갔다.

흑백의 빛이 선택한, 그리고 자 장로에게 빼앗길 뻔한 소흡성결을 서둘러 살펴보았다.

도대체 어디가 이상한 것일까.

마당으로 들어온 뒤 두 권의 선기를 꺼내놓았다.

뇌운전광검의 책을 아무렇게나 옆에 던져둔 채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소흡성결을 펼쳤다.

소흡성결을 펼치는 순간 명치 한 가운데에서 흑백의 빛이 다시 모습을 나타내더니 격렬하게 요동쳤다.

마치 오래된 친구라도 만난 듯 극도로 흥분한 것 같았다.

“세상의 그 어떤 영기를 흡수하지 못하랴!”

표지를 넘기자 이렇게 쓰여 있었다.

간단하면서도 드높은 기세가 느껴졌다.

천하의 영기는 각양각색이고 너무도 복잡하다.

어떤 영기는 쉽게 흡수할 수 있지만, 어떤 영기는 반드시 특별한 체질을 타고나야만 흡수할 수 있다.

또 어떤 영기는 극히 특수한 영기라 흡수하면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들도 있다.

그런데 이 소흡성결의 두 번 째 장에는 이 같은 몇 글자가 쓰여 있었는데, 알 수 없는 패기를 뿜어대는 것 같았다.

엽운의 눈썹이 씰룩였다.

너무도 과장된 설명이라 생각했다.

고작 9품 공법에 지나지 않는, 심지어 보조 공법인데 천하의 그 어떤 영기라도 흡수한다니. 그는 무의식 중에 이것이 뇌운전광검으로 단칼에 천리를 벤다는 말처럼 허풍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슴 속의 흑백 빛이 다시한번 세차게 뛰기 시작했고, 속도도 점점 더 빨라졌다.

심지어 흑백 빛이 기쁨과 흥분을 표하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일찍이 이 순간을 준비해온 것 같았다.

충만한 영지력과 기세는 감히 소흡성결을 수련하지 못할 정도로 크게 놀라게 만들었다.

다음 장을 펼쳤다.

별안간 빽빽하게 쓰여진 작은 전서체가 나타났는데,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전에 마치 올챙이처럼 뒤틀리며 뭉쳐져 모양을 이루기 시작하더니, 종이를 찢고 튀어 나와 한 줄기 검은색 줄기가 되어 그의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

엽운이 놀라 이를 저지하려는 순간, 칠흙같은 줄기가 번쩍이며 가슴으로 파고 들더니 흑백의 빛 속으로 들어갔다.

순간, 흑백 빛이 또 다시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

백색이었던 부분이 천천히 퇴색되고 검은 부분은 점점 커졌다.

마치 소흡성결이 만들어낸 검은 줄기가 흑과 백의 균형을 깨뜨린 것 같았다.

엽운은 마음속으로 경외를 느꼈다.

만약 흑백의 균형이 무너진다면 결국 어떻게 되는 것일까?

단진풍과의 결투에서 흑백의 빛이 서로 대립하는 힘이라는 것을 느꼈다.

백색의 빛은 해처럼 찬란히 빛났고, 흑색의 빛은 깊고 검은 못처럼 괴이한 기운을 뿜었다.

이 둘은 결코 조화를 이룰 수 없지만 억지로 한데 뒤섞여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헌데 지금 소흡성결에 쓰여 있던 글자가 흡수됨에 따라 흑백 빛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듯 했다.

엽운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정신을 집중하며 흑백의 빛을 제어해보려 했다.

이전에도 시도해 본 적이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만약 흑백 빛을 제어해내지 못한다면 이 녀석이 얼만큼 성장하여 무엇으로 변할지 어떤 결과를 낳을지 결코 알 수 없었다.

오랜 시간 이어진 심경의 수련이 그로 하여금 기묘한 경계에 진입하도록 도왔다.

마치 심신을 모두 통제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어서 마음을 다 잡은 듯 흑백 빛의 흐름에 올라 타 천천히 사로잡았다.

흑백 빛은 여전히 서로 대립하고 있었다.

흑색의 빛이 우위를 점하고 백색의 빛이 점점 퇴색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둘은 더 이상 공존하지 않고 한 덩이의 검은 빛으로 변할 것이다.

그런데 엽운의 정신이 빛 위에 올라타는 순간, 천천히 사라지던 백색의 빛이 퇴색을 멈추었다.

더 강해지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사라지지도 않았다.

이 상황이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설명하기 어려운 기묘한 경계에 들어섰고, 마치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듯 천지의 일부가 되었다.

피와 살, 그리고 영혼이 모두 소멸되고 온 몸에 한 덩어리의 흑백 빛만 남은 것 같았다.

흑과 백은 서로 교차하고, 서로 맞서 싸웠으며, 하늘과 땅에 온통 흑백만이 존재했다.

흑과 백은 마치 천지의 양면같이 하나의 하늘과 하나의 땅, 그리고 하나의 달과 하나의 태양이었다.

세상 만물이 두개의 면을 가지고 있듯 천지의 이치, 그리고 대도의 법칙에 정확히 부합했다.

얼마가 지났는지 알 수도 없이 시간이 흘렀고, 모든 것을 느낀 뒤 자신의 몸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아무 일도 없는 듯 조용하게 반좌하고 있었다.

마음은 가라앉았다.

가슴 속 깊은 곳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고, 도무지 마음대로 관찰할 수 없었던 흑백 빛이 다시금 흑과 백의 균형을 이루어 아무런 파동도 없게 되었다.

“소흡성결은?”

책은 옆에 놓여져 있고 빽빽한 전서체도 그대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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