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59화 (59/227)

제 59 화 소흡성결

한 번의 참격으로 천 리 너머의 적을 죽인다는 표현은 품계에 비해 너무도 과장 되 보였다.

그러나 앞쪽의 천둥과 번개를 흡수한다는 표현은 거짓됨이 없을 것이다.

뇌운전광검은 확실히 순수한 뇌광을 흡수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이것은 높은 품계의 선기 중에서도 극히 드문 것이다.

선택한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천검종에서는 검의 수련이 주가 되기 때문이었다.

검과 관련된 선기를 고르는 것이 봉이나 도와 관련된 선기를 수련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었다.

선기를 선택하자 마음을 놓았고,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엽운 사형, 선기를 고르신 겁니까?”

이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여명홍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단진풍 등도 멀지 않은 곳에서 이미 선택을 다 끝내고 서있었다.

엽운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모두가 공법을 골랐음을 직감했다.

“뇌운... 공격형 선기 인가요?”

단진풍은 이 쪽을 한 번 훑어보더니 헤헤 웃었다.

가타부타 말이 없는 모습이었다.

"사형, 저는 수미벽을 선택했습니다. 영력이 많이 소모되지 않으면서도 방어력이 약하지 않은 선기입니다."

여명홍은 엽운이 가지고 있는 고서를 한 번 보고는 자신이 선택한 고서가 어떤 것인지 작은 소리로 일러주었다.

“사형, 하나 더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서둘러야 해요."

엽운은 고마움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다.”

"그럼 저는 먼저 밖에 나가 사형을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명홍은 예의를 갖춰 말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이곳의 공법은 이 정도가 고작인데, 뭘 꾸물거리느냐?"

단진풍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곤 돌아서 떠났다.

그제서야 엽운은 평화롭게 하얀 빛을 띤 고서를 향해 걸어갔다.

윗쪽에 하얀 빛을 띤 고서는 무려 6700부에 달했다.

만약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전과 같이 한 부 한 부 천천히 살펴보며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공법을 고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두 시진이 넘었고, 앞으로 약 반 시진 정도 지나면 강제로 퇴거해야하니, 시간 상 얌전히 고르는 일은 허락되지 않았다.

엽운의 시선은 수많은 공법들을 넘나들었고, 망설이기 시작했다.

영력을 수행하는 공법은 공격, 방어, 혹은 몸을 가볍게 만드는 선기와는 달리, 결코 속지에 간단명료하게 소개할 수 없었다.

공법 수행 역시 더더욱 많은 수련을 거쳐야 비로소 자신에게 적합한 지 알 수 있었다.

모든 사람의 체질이 다르고 경맥이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골격의 차이만으로도 영력 수행에 큰 차이가 생긴다.

때문에, 똑같이 수선의 길을 걷는 사람이라 해도 그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천재와 보통 사람의 구분이 바로 여기서 갈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눈앞에 있는 이 금오결은 속지 설명에 수련을 할 때, 뜨거운 태양 아래서 천지의 영기를 흡수할 수 있어 수련이 더욱 쉬워지도록 만든다고 쓰여 있었고, 그밖에 소개는 없었다.

그리고 또 다른 책인 성광쉬체결은 육신의 공법을 수련하는 것으로 별빛 아래에서 수련하여 별빛으로 몸을 담금질하고 경맥을 단련한다고 쓰여 있었다.

그러나 이 법결을 수련하기에 어떤 자질을 가진 사람이 적합한 지 따위는 한 마디도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

엽운은 십여 개의 공법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만약 모두 이런 식으로 소개되어 있다면, 어떤 공법이 적합한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곧 20여 부를 더 읽어 보았다.

그러나 모든 책들은 마찬가지로 상세한 설명이 있지 않았다.

줄곧 원하던 영력을 빨리 흡수할 수 있는 공법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생각해보니, 수선의 길이란 영력을 흡수하여 진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만약 영력을 빨리 흡수하게 만들어주는 공법이 있다면 영력을 빠르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은 바로 수위의 향상을 의미한다.

이런 공법이 어떻게 고작 9품일 수 있겠는가?

별안간 이를 이해한 엽운은 자기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

역시 너무 좋게만 생각한 것 같았다.

“흑백의 빛, 아직까지도 너를 뭐라고 불러야 할 지 모르겠다. 네가 말해 보거라. 어떤 공법이 우리를 완벽하게 어우러지게 할 수 있지?”

속으로 탄식하며 고개를 저었다.

갑자기, 몰래 탄식을 하는 소리가 들었는지 가슴 앞 단중혈에서 진동이 울렸다.

흑과 백의 빛 덩어리가 서로 부딪히며 약간 떨리기 시작했다.

흑백의 빛은 마치 말을 알아듣고 지혜를 가지게 된 것 같았다.

만약 흑백의 빛이 영지를 갖고 있다면 수행에 적합한 공법을 선택해 줄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

만약 그렇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흑백의 빛이 체내로 들어온 후, 이것이 생명이나 의식을 가진 물건이 아니라 확신했다.

흑백의 빛이 이따금 내뿜는 기운은 그보다 몇 배나 강했지만,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뿐 어떠한 자주적 의식도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상황은 이전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전설 속에나 등장하는 최고 품계의 영기라고 해도, 심지어 전설의 금단수사 법보라고 해도, 영지는 없을 것이고 스스로 주인의 생각을 깨달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금방 석연함을 느꼈다.

몸속에 있는 이 물건은 틀림없이 금단수사보다 더 높은 존재에게서 왔을 것이다.

그런 수준의 수사로부터 온 물건에서 그가 이해할 수 없는 신묘한 현상들이 일어나는 것은 매우 정상적이다.

이를 생각하니 심장이 갑자기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이 책인가?”

손가락으로 공법 하나를 건드리며 마음속으로 물었다.

흑백의 빛은 살짝 흔들릴 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 책은”

엽운이 공법을 바꿨다.

흑백의 빛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매우 빠른 속도로 계속해서 공법을 하나씩 지나쳤다.

단진풍과 여명홍 등은 그의 손가락이 빠른 속도로 수많은 공법을 넘나드는 것을 봤다.

심지어는 표지와 속표지도 읽지 않고 바로 다음 공법으로 넘어갔다.

“저 사람 뭐하는 건가요?”

누군가 참지 못하고 물어왔다.

"모르겠네요. 엽운 사형께서는 원래 엄청 신중하십니다. 그런데 지금은 뭘 하시는 건지 저도 모르겠네요.”

여명홍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마 눈을 감고 세고 있을거야. 결국 마지막에 아무거나 손에 닿는 대로 고르겠지.”

단진풍은 진지하게 관찰한 후에 말했다.

“사형은 공법과 선기를 두 개 고를 수 있습니다. 방금 선기 하나를 골랐고 이제 시간이 없으니 아무거나 하나 고르지 않겠습니까?”

유운송이라는 소년이 나지막이 말했다.

엽운의 손가락이 공법에 닿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숨 열 번 쉬는 사이에 이미 공법의 반을 스쳐지나갔다.

갑자기, 미끄러지던 손가락을 멈추고는, 두 눈을 떴다.

엽운은 가슴 속 흑백의 빛이 빠르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떨리는 빈도는 좀 전에 천천히 떨려올 때 보다 수십 배는 빨랐다.

‘이거구나!’

눈에서 희색이 번뜩이더니 공법을 집었다.

“소흡성결!”

표지를 열어본 엽운은 곧 눈살을 약간 찌푸렸다.

보조 공법으로, 천지의 영기 흡수 속도를 약간 증가시킨다.

아주 간단하지만 명확한 설명이었다.

엽운은 순간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 소흡성결은 단시 천지의 영기를 보조적으로 흡수하는 공법일 뿐, 결코 정통적인 9품 영기를 수련하는 공법이 아니었다.

이것을 선택하면 엽운은 이어지는 수행에서도 기초 심법만 수련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기초 심법은 영력 수련 중에서도 속도가 가장 느리고 효율이 가장 좋지 않다.

엽운은 난처했다.

만약 소흡성결이 영기를 흡수하는 속도가 기초 심법인 9품 공법과 비교조차 될 수 없다면, 선택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러나 가슴에 있는 흑백의 빛이 심하게 요동치는 것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심지어는 점점 세지며 마치 심장이 뛰는 것처럼 가슴이 터질 듯 흔들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