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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58화 (58/227)

제 58 화 뇌운전광검

단진풍은 여전히 시큰둥한 태도로 아무렇지 않은 듯 둘러보기 시작했다.

한편 곡일평은 다른 쪽으로 가 최대한 빨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여명홍 사제, 왜 아직도 공법과 선기를 고르지 않는거지?"

엽운은 여명홍이 조용히 자신의 곁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궁금해서 물었다.

"엽운 사형께서 손도 안 댔는데 어찌 제가 먼저 고를 수 있겠습니까."

여명홍의 얼굴에 한 가닥 웃음기가 서렸다.

“여기에 순서가 어디 있겠나, 게다가 나는 기회가 한 번 더 있잖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장 필요한 공법이 어떤 것인지 먼저 파악한 후에 고르려는 것이지?”

여명홍은 미소를 머금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사형의 말씀이 맞습니다. 제 장점은 인내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시험에서도 상대방이 영력을 소모할 때 까지 버텼기 때문에 간신히 이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저는 영력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거나, 방어를 할 때 영력을 덜 소모하는 공법을 선택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능한 한 자신의 장점을 향상시켜 적에게 맞서는 것이 좋지. 짧은 시간 안에 나머지 부분을 크게 발전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는 확실히 좋은 선택이구나."

"무엇보다도 저는 자질이 평범하기 짝이 없습니다. 사형처럼 육신이 강하지도 않고, 영력도 그렇게 크지 않으니까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사형께서는 여러 가지를 선택 하실 수 있겠지요. 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뿐입니다.”

“어느 한 방면이라도 최대한으로 발휘하면 적을 제압할 수 있다. 우선 시간이 촉박하니 공법을 먼저 고르거라."

엽운이 간곡히 말했다.

말을 들은 여명홍은 더 이상 격식을 차리지 않고 전방의 가장 가까운 곳에 떠있는 붉은 빛 속의 고서를 집어 들었다.

엽운은 잠시 제자리에 머물러 생각에 잠겼다.

현재 수위는 그다지 높지 않고, 그저 육신과 체내의 영력이 강할 뿐이었다.

부족한 것은 공격과 방어의 수단이다.

그리고 수선의 공법도 부족했다.

잡역 외원에서 배우는 기초 심법은 가장 쓸모없는 공법이었다.

심지어 공법이라고 할 수도 없으며 지극히 간단한 내식이자 기술일 뿐이었다.

8위까지의 보상은 공법 하나와 선기 하나를 고르는 것으로 3등까지는 한 번의 기회가 더 있으니, 두 가지 공법과 선기를 가지게 될 것이다.

엽운이 지금 가장 원하는 선기는 바로 비할 데 없이 강력한 공격 선기였다.

그 후에 영석을 흡수하고 정화하는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공법을 찾을 생각이었다.

아직 위력이 큰 공법이 필요 하지 않았다.

영석을 흡수하고 정화하는 속도만 충분하면 흑백 빛을 다시 꺼낼 수 있다.

순수한 영기를 가질 수만 있다면 수련의 속도도 누구보다 빠를 것이다.

영기가 자신을 어떤 경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지, 완전히 깨달았기 때문이다.

순간 빨간 빛 속에 잠겨 있는 모든 고서 위에 어렴풋이 빛이 나고 있음을 발견했다.

다른 점이라면 어떤 빛은 빨간색이고, 어떤 것은 검은색이며, 어떤 것은 녹색이고, 또 어떤 것은 파란색과 흰색이라는 점이었다.

갑자기 무언가가 떠올라 두 걸음을 내딛었다.

눈에 띈 것은 수백 권의 붉은 빛을 띤 공법과 선기였다.

잡히는 대로 두 권을 들고는 대충 훑어보더니 웃기 시작했다.

두 권 모두 선기이며, 뛰어난 위력의 공격 선기였다.

다시 수십 장 걸어가 상단에 검은 빛이 비치는 공법을 펼쳐봤는데 이것들은 모두 방어형 공법이었다.

엽운은 빠르게 이해했다.

서로 다른 색채의 빛은 바로 공법의 분류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녹색은 천촉봉만의 독특한 공법과 선기로, 대부분 어떻게 심고, 재배하고, 영약을 채취하는지 등 약을 제조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한편, 파란색은 몸을 가볍게 만드는 보법으로, 9품 선기 중 몸을 가볍게 하는 공법을 하나 수련하기만 하면 비슷한 실력의 상대에게 아주 손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흰색은 모두 신체 내부를 수련하는 공법이었고, 어떤 공격이나 방어 선기도 하나 없었다.

먼저 하얀색 빛이 나는 공법으로 시선을 돌렸다.

영석을 흡수하는 속도가 매우 빨라지는 기법을 찾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9품 공법을 하나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손을 뻗었다.

하얀 빛이 사라지더니 한 권의 고서가 천천히 떨어져 가슴 앞으로 왔다.

엽운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면서, 고서를 손바닥으로 받쳤다.

장하대강결!

장하대강결은, 영력을 수련하는 내가 선기로, 극한까지 수련한다면 영력이 장강대하처럼 끊이지 않고, 영원히 고갈되지 않게 만들어 준다.

고서 맨 앞장의 해설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었다.

고서를 살짝 뒤집어 본 엽운의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공법에 특별한 침식 작용 같은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쩌면 영석을 정화하는 속도를 높여 줄 것이라고도 생각했지만, 이것은 일반 공법보다 단지 영력을 지속시키는 시간을 조금 더 길게 할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세차게 큰 강과 같이 영력이 쏟아지고, 영원히 마르지 않는다는 것은 순전히 허풍이었다.

영력이 영원히 고갈되지 않고 무한히 지속되는 공법이 어디 있겠는가?

순간, 엽운은 조금 낙담하기 시작했다.

공법을 고르는 것이 평소의 식견과도 큰 관계가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평범한 출신이라 진정한 수선의 공법에 대해서는 이름도 들어본 적 없었는데, 이제와 공법을 고르자니 남들보다 손해가 클 것만 같았다.

“화혈신도! 그래, 이 선기야말로 나에게 어울리지!.”

바로 이때, 미친 듯이 기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8위 안에 든 누군가 자신이 원하는 선기를 골라낸 것이다.

엽운이 다시 훑어보자 고서 위에 빨간색 빛이 있는 것이 보였다.

게다가 그 이름까지 보니 틀림없이 위력이 강한 공격 선기처럼 보였다.

“극광약영! 몸을 가볍게 하는 선기이지. 이것이 있으면 종문 시험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크게 향상 될거야.”

곧이어 또 한 명의 제자가 선기를 골랐고, 얼굴 가득 웃음을 띠었다.

이 웃음소리는 다른 이들을 일깨웠다.

이번 종문 시험은 매우 어려울 것이고 사망률도 매우 높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격형 선기를 선택해봤자 그들 수위로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설령 가능하다고 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어찌 보장할 수 있겠는가?

외문 제자들까지 차출되었으니 내문 제자, 정예 제자, 심지어 수제자까지 나올 것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공격은 수위가 높은 사형들이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고, 외문 제자로서 해야 할 일은 바로 살아남는 것이었다.

그러니 방어형의 선기는 공격형 선기보다 더욱 유리할 것이다.

곡일평 역시 깨달았다.

이제는 뛰어난 공법과 공격형의 선기를 얻더라도 일정한 위력을 발휘할 때까지 수련할 시간이 없었다.

순식간에 거의 모든 이들이 방어형 선기와 몸을 가볍게 만들어주는 법결로 몰려들었으나, 이때까지도 엽운은 오히려 빨간 빛을 띠는 고서 아래로 조용히 걸어갔다.

공격형 선기를 반드시 골라야 했다.

식견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양한 영력을 수련하는 공법보다 완전히 공격적인 선기를 고는 편이 더 빠를 것이다.

그래서 먼저 공격적인 선기를 하나 고르고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수련하는 공법을 고르는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써, 아무 것도 고르지 못하게 될 수도 있었다.

그러면 정말이지 큰 손해다.

마원개산봉! 교룡복마권! 성광권! 소주천검!......

엽운은 하나씩 빠르게 훑으며 지나갔다.

이 공격 선기들은 이름도 가지각색 이었다.

거의 한 시진이 지난 후, 대부분의 모든 공격 선기를 대충 훑어본 엽운은 신중하게 고서 세 권을 쥐었다.

또 망설인 후 결심을 하고 한 권을 골랐다.

“뇌운전광검”

고서의 표지에는 이 같은 글자가 쓰여 있었다.

천둥과 번개를 흡수한 검으로 한 번 베어내면, 천리 너머의 적을 죽인다.

속표지의 소개 글도 매우 간단했는데, 단지 한 문장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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