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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52화 (52/227)

제 52 화 부상

막상막하였다!

그러나 아래 제자들은 단진풍이 반 수 뒤쳐졌다고 생각하며 놀라워했다.

태양의 장갑 모조품을 꺼낸 상태에서 맨손인 엽운과 붙었기 때문이다.

품질이 이렇게나 높은 하품 영기로 공격했는데도 이기지 못 하다니, 많은 제자들과 단진풍의 예상을 벗어났다.

“역시 제법이구나!”

단진풍은 차가운 표정을 지어보였는데, 평소처럼 거만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엽운은 두 손을 감싸 쥐고 차갑게 말했다.

“너도 나쁘지 않네.”

흑백의 빛을 얻은 후부터 엽운의 마음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걱정도 기쁨도 느끼지 못했다.

선기와 하품 영기를 갖고 있지 않아서 유감을 느끼지도 않았고, 태양의 장갑의 모조품을 꺼낸 단진풍과 맞설 수 있다고 흥분하지도 않았다.

“이번에는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단진풍은 빛이 아른거리는 부채에 체내의 영력을 미친 듯이 주입했다.

그가 소리치자, 손에 쥔 부채가 갑자기 무수한 검의 형상으로 변했는데, 척 봐도 100 자루가 넘었다.

“이 100자루가 넘는 검이 과연 진짜 검일까?”

엽운은 단진풍의 손목이 떨리는 것을 보였다.

순식간에 100개의 칼날을 나타나자 엽운의 얼굴색도 살짝 변했다.

차분함이 사라지고 무거움이 다시 떠올랐다.

일단 이 100개의 검이 실제인지 가짜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만약 피하지 못한다면 칼날에 맞아 크게 다칠 수 있었다.

영력이 순식간에 솟구쳐 올랐다.

엽운은 진작에 최상의 상태로 회복 되었다.

비록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구분할 수 없었만 흑백 빛을 통해 칼날이 상대적으로 적은 방향을 예리하게 포착해냈다.

약점을 찾았으니 더 이상의 망설이지 않았다.

엽운의 그림자가 빛나며 왼쪽 앞을 향해 한걸음 내딛었다.

더 많은 공간과 시간을 벌기 위해 한 발 짝 물러날 수 도 있었다.

그러나 반걸음 뒤로 물러나는 틈에 단진풍이 갑자기 공격의 방향을 조정해 칼날을 더 빈틈없이 집결시키게끔 두고 싶지 않았다.

두 손을 가슴 앞까지 올리고 십여 개의 칼날을 거세게 공격했다.

공격에는 공격으로 대응할 셈이었다.

칼날들을 가능한 흐트러뜨린 뒤 바로 반격할 마음이었다.

그러나 두 손을 날리려는 순간, 앞에 있던 십여 개의 칼날이 갑자기 멈추더니 마치 하늘의 선녀가 꽃을 피우 듯 터져나가며 수백 개의 점처럼 작아졌다.

피할 수 없을 정도로 응집된 칼날이 엽운의 공격 범위를 넘어 날아왔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어찌 할 바를 몰라, 순식간에 몸이 꿰뚫려 죽거나, 중상을 입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무의식적으로 엽운이 뒤로 물러나 오른쪽으로 몸을 낮춰 구르려고 했다.

팍! 팍! 팍!

그럼에도 3개의 칼날에 맞아 왼쪽 팔과 왼쪽 어깨에 피가 흘러 옷을 붉게 물들였다.

“끝날 줄 알았는데, 그 정도 부상에 그칠 줄이야.”

단진풍은 한 번 공격에 성공하고는 더 이상 공격하지 않았다.

그저 가식적으로 웃으며 엽운을 바라봤는데, 마치 항복하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엽운은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팔에 난 상처를 보지도 않은 채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방금 그 공격의 변화를 자세히 생각했다.

순간적으로 그 공격의 약점을 느꼈는데 놀랍게도 그것은 단진풍이 노린 것이었다.

단진풍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멍청하지 않았다.

시합장 아래 모든 제자들의 안색이 변했다.

특히 곡일평은 지금까지 단진풍을 상대하게 되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방금 단진풍과 싸운 게 자신이었다면 그대로 죽어버렸을 것이다.

“저 녀석, 결투에 대한 경험이 저렇게나 풍부할 줄은 몰랐네.”

“건방진 사람이 이렇게나 강할 줄이야.”

“이 신입 제자는 강해도 너무 강하군, 만약 매번 이런 놈들이 나온다면, 우리는 뭐 먹고 살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우리는 여전히 황포 제자잖아. 신입 제자들이 들어오지 않았어도 가망 없다구.”

“결국 저 놈이 1등을 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 했는데, 정말이지 불쾌하군!”

“너희들 쓸데없는 소리들 하지마라. 저것 봐, 엽운은 절대 항복하지 않으려는 것 같아.”

사람들은 의견이 분분했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들이 보기에 엽운이 어깨와 왼쪽 팔에 부상을 당했고, 단기간에 회복할 수는 없었기에 더 겨룰 것도 없었다.

그러나 이때 누군가 말한 것처럼 엽운이 항복을 외치는 대신 영석 하나를 꺼내 손에 쥐는 모습이 보였다.

“아직도 싸우겠다고? 영력을 흡수해서 보충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느냐?”

이런 행동을 본 단진풍은 자신도 모르게 어안이 벙벙해졌다.

엽운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그를 한 번 보더니 그대로 눈을 감으며 영석의 영기를 온 힘을 다해 흡수했다.

제자들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기 시작했다.

란 장로와 순우연 장로도 서로를 쳐다봤다.

방금 전, 두 사람은 서로의 순수한 영력으로 강경하게 맞섰기에 영력이 많이 소모되었다.

단진풍은 많은 영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영기가 많을수록 소모되는 영력의 속도도 빨라진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단진풍의 영력을 소모시킨 뒤 자신의 영력을 많이 비축해두는 것만이 현재 엽운이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중상을 입은 상황에서 이렇게나 침착하게 영력을 보충하다니, 엽운의 정신력은 정말이지 어마어마했다.

“엽운 녀석 뭐하는 거지? 이길 가망이 전혀 없는데, 왜 항복하지 않는거야? 단진풍에게 죽여 달라고 애원하는 꼴 아닌가?”

많은 제자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잇달아 소리쳤다.

“엽운 사형은 신중하셔서 쓸데없는 잣은 거의 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엔 뒤집힐 가능성이 있어.”

여명홍은 두 사람을 보며 차분하게 말했다.

엽운을 쳐다보며 알 수 없는 눈빛을 번뜩였다.

“정말 시간낭비 하는군.”

단진풍이 갑자기 냉소하기 시작했다.

이때, 엽운이 눈을 번쩍 떴다.

몸에서 마치 번개가 치는 것처럼 기운이 솟고 순간 시합장에 포악한 기운이 가득해졌다.

그의 두 주먹이 번갈아 튀어나왔는데 왼팔은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 같았다.

두 주먹에서 옅은 흰 빛이 뿜어져 “우지직” 하는 소리를 냈다.

“오거라!”

단진풍은 소리치며 태양의 주먹으로 응수했다.

“쾅!”

두 주먹이 세게 부딪히며 흰 빛이 반짝였다.

두 사람은 거꾸로 날아가 공중에서 나란히 뒤집혀 시합장 위에 떨어졌다.

다시 떠들썩해지며 제자들은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다시!”

잠시 멍해졌던 단진풍은 크게 화가 난 모양이었다.

이때 엽운의 손에서 검은 빛이 반짝여 검은 칼날이 손바닥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

흑요검은 이 순간 마치 한 마리 용이 된 듯 죽음의 기운을 가득 품고 단진풍을 찔렀다.

검은 칼날이 울부짖으며 순식간에 단진풍의 가슴을 찔렀다.

“땡!”

흑요검이 원하는 대로 단진풍을 찔렀지만 그의 가슴에 박히는 순간, 마치 철판을 찌르는 듯 금속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엽운은 믿을 수 없어 기세를 타고 그대로 단진풍의 옷을 찢었다.

안에서 옅은 파란색의 빛이 보였다.

방어 영기였다!

단진풍은 푸른 옷 안에 영기를 입고 있었다!

심지어 꽤 희귀하고 진귀한 방어 영기였다.

일반적으로 영기를 고를 때는 공격형의 영기를 선택하는데, 상대방을 쓰러뜨릴 수만 있다면 방어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공격으로 방어를 대신하는 셈이다.

게다가, 공격형 영기를 만드는 것은 비교적 간단했다.

예를 들어 흑요검과 같은 하품 영기는 재료만 괜찮으면 검 끝에 가장 단단하고 영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을 집중시켜 강한 공격력을 가지게 하면 된다.

그러나 방어 영기는 다르다.

방어는 수동적인 의미이고 적의 공격이 어느 곳에 떨어질 지 모르는 것 아닌가?

어디를 공격해 올지 알 수 없는 이상 모든 부위의 방어도를 같은 등급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특히 핵심 부위는 더욱 중요했다.

방어 영기를 만드는 재료와 노고는 공격 영기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방어형 영기가 더욱 귀했다.

단진풍은 방어 영기를 입고 있었다.

심지어 부드러운 재질의 갑옷이었고 상반신 전체를 보호할 수 있었다.

이렇게 방어 면적이 큰 영기는 천촉봉 외문 제자들에겐 정말 소중한 물건이었다.

“방어 영기까지 가지고 있다니.”

“이번 신입 제자들 정말 무시무시하군, 종문 시험 임무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까지 얻을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다.”

“하품영기 3개라니, 이 녀석이 말 한 것처럼 일단 연기경에만 도달하면 중품영기도 별것 아니라는 게 허풍은 아니군.”

“이제 엽운에겐 기회가 없을 것 같네, 시합은 완전히 끝난 셈이야.”

저마다의 의견이 분분했고,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던 엽운은 뒤로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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