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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51화 (51/227)

제 51 화 막상막하

여명홍이 고개를 돌려보니 엽운이 쥐고 있던 중품영석에 영력이 조금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영력을 거의 다 흡수했을 무렵 엽운은 놀라움과 충격이 가득했다.

곧 이 놀라움과 충격마저 스쳐 지나가고 얼굴에 선함과 겸손한 기운이 돌아왔다

엽운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조용히 눈을 떴다.

. “여명홍 사제, 고맙다.”

중품영석 두 개를 거두고 고개를 돌려 그에게 말했다.

“엽운 사형, 아닙니다. 사형이 회복하지 못했어도 저는 사형의 상대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저는 그저 인정을 조금 베풀었을 뿐입니다.”

여명홍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엽운을 보는 얼굴에는 존경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너의 인정을 내가 기억하마.”

엽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합장을 돌아봤다.

“엽운, 뭘 그렇게 꾸물대느냐? 내가 진작 말했지, 최후의 결전은 너와 내가 장식할 것이라고. 어서 올라 오너라!”

단진풍은 이미 시합장에 올라 엽운에게 짜증내며 소리쳤다.

오만하고 짜증나는 사람이긴 하지만 단진풍의 수위만큼은 정말 강력했다.

만약 군약란과 모용무흔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그의 수위는 신입 제자들 중 가장 강하다 할 수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를 죄다 쓰러뜨릴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사람들은 태도 따윈 신경 쓰지 않았다.

적어도, 신입 제자들 중에서, 단진풍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엽운은 훌쩍 뛰어올라 시합장 위로 올라섰다.

맞은편의 단진풍을 한 번 보고, 또 시합장 아래의 군중들을 봤다.

신입 제자들의 시합이 시작되기 전, 자신이 마지막까지 싸울 수 있기를 바랬지만 결승에 진출하는 것은 정말이지 너무도 어려운 일일 것이라 생각했다.

신입 제자들 역시 쉽게 승리를 거머쥐게 해주지는 않을 것이며, 통과한 제자들은 어쩌면 결정적인 순간에 최선의 이익을 얻기 위해 힘을 숨긴 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추측한 바와 같이 많이 제자들은 수위를 숨기고 있다가 8강에 이르러서야 하나하나 실력을 드러냈다.

엽운은 모용무흔을 만났다.

모용무흔이 어느 정도 수위인지 전혀 몰랐다.

연체경 5단계 내식경이라는 모용무흔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같은 내식경이라도, 그 속에서의 차이는 설명조차 불가능했다.

엽운도 마찬가지로 내식경의 수위를 가졌지만 지닌 영력의 웅장함과 순수함은 같은 경지에서 비교될 수 있는 존재가 거의 없었다.

심지어 단진풍 마저도 영력으로는 그와 비교될 수 없었다.

그러나, 모용무흔은 가능했다.

단지 비교가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엽운을 한번에 이길 수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엽운의 공격을 힘으로 상쇄시켜 완전히 소멸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것은 영력이 거대하고 깨끗할 뿐만 아니라 믿을 수 없는 통제력도 갖고 있다는 뜻이었다.

적어도 이 정도 통제력은 현재의 엽운으로서는 상상 할 수 없었다.

모용무흔은 같은 연체경 5단계의 수위이지만, 실력은 훨씬 능가했다.

그야말로 진정한 천재였다.

놀라운 재주는 마치 요괴의 제자 같았다.

앞으로도 모용무흔의 수위는 무한히 성장할 것이며, 계속 발전해 나간다면 반드시 천검종을 통틀어 가장 강한 제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외문 제자 시험을 통과하여 기쁨과 만족을 느꼈던 엽운은 모용무흔을 만난 이후 진정한 천재와의 차이를 실감하고, 그로 하여금 자신의 얼마나 약한 지 분명히 깨닫게 되었다.

흑백 빛의 주인은 검은 옷과 흰색 치마를 입은 젊은 남녀였다.

외문 제자 시험에서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군약란.

그리고 신진 제자 시합 중 나타난 모용무흔.

그들의 출현은 엽운에게 조금의 부담없이 오히려 더욱 뚜렷한 목표를 가지게 했다.

“다 우물 안의 개구리일 뿐인데, 어찌 그리들 날뛰고 다니는지.”

단진풍을 보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에 살기도 전혀 없이 오히려 고요했다.

“엽운, 정말 이상하구나. 내가 널 잘못 본건 아닐텐데.”

단진풍은 여전히 거만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이 느껴졌다.

엽운은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단진풍 사형, 시작해도 좋다. 그렇지 않으면 란 장로님이 또 화 내실테니.”

“그래, 빨리 끝내는 게 좋겠지. 슬슬 가서 선기나 고르고 영석이나 받아야겠다.”

단진풍이 크게 웃으며 한 걸음을 내딛자 손에 하얀색 빛이 반짝이더니 모조품 태양의 장갑이 나타나고, 왼손에 늘 쥐고 있던 부채에서도 갑자기 빛이 번뜩였는데, 그 영력의 파동은 태양의 장갑 모조품에 뒤지지 않았다.

그가 늘 손에 쥐고 다니던 부채는 놀랍게도 영기였다!

두 개 모두 품질이 뛰어난 영기였다.

경도 왕실 자제의 저력은 평범한 수사 출신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단진풍 사형은 역시 왕실의 자제이시군, 집안이 넉넉하니 이렇게 질 좋은 영기도 두 개씩이나 갖고 계신거지. 정말 부럽구나.”

현장에 있던 많은 신입 제자들이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이건 하품영기일 뿐이다. 내 수위가 연기경에 도달하기만 하면 중품영기도 내겐 아무것도 아니다.”

단진풍은 그들의 말을 듣고는 더 거만해졌다.

중품영기가 별거 아니라니!

단진풍의 말에 모두를 몸서리쳤다.

심지어 란장로 같은 사람들도 거슬려 했다.

중품영기는 매우 귀중하여 보통은 천촉봉 내산 제봉의 제자만이 가질 수 있었다.

때로는 잠재력이 뛰어난 외문 제자들도 하사받곤 했지만 그 수는 백십 년 동안 2~3명 밖에 안됐다.

천촉봉 전체를 보아도, 자색 도포를 입은 제자들조차 중품이상의 영기를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거만한 말 한 마디는 그를 다시 보게끔 만들었다.

경도 왕실이 그렇게 대단한가?

아니면 단진풍이 왕실에서 높은 지위를 가진 자 인가?

엽운의 얼굴에는 미동도 없었다.

그에는 중품영기는 그다지 큰 가치가 없어 보였다.

단진풍을 쳐다보자 녀석의 기세등등한 얼굴에 알 수 없는 음산함과 분노를 내비치는 것을 발견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비록 중품 영기라도 별거 아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거만함에 놀라고 있었으니 그의 성격대로라면 기세등등하고 안하무인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엽운은 그의 얼굴에서 음산함과 분노를 보았다.

정말 기괴한 표정이었다.

엽운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여전히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며 천천히 말했다.

“시작 하시지.”

“나랑 맨손으로 싸우겠다고?”

단진풍은 엽운이 흑요검을 안 꺼내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좀 전에 그 영기는 비록 품질이 좀 떨어지지만, 적어도 네 공격을 강화시킬 수는 있을 터, 어째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지?”

엽운이 무표정하게 쳐다봤다.

“단진풍 사형, 지금 내 걱정을 하는 것인가?”

“아무래도 내가 말이 많았던 것 같군.”

단진풍이 눈을 가늘게 뜨자 사나운 빛이 번뜩이고 손에서 굉음이 울렸다.

태양의 장갑은 웅장한 영력의 힘이 증폭되어 빛을 뿜어댔다.

멀리서 보면 마치 손바닥에 뜨거운 태양을 쥐고 있는 것 같았다.

주먹을 들어 올려 언제든 공격할 준비를 했다.

준비만 했을 뿐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도 많은 검은 도포의 제자들은 힘이 곡일평이 전력을 다해 날린 검보다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정말 강한 힘이군. 신입 제자가 이렇게 거대한 영력을 갖고 있다니...”

“영력의 문제가 아니야. 중요한 것은 그의 경지야. 왜 갑자기 잘 느껴지지가 않는 거지?”

“아, 그런 거 였군, 완전히 숨겨서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어. 설마 숨겨두었던 공법을 펼친 것인가?”

많은 제자들이 단진풍을 보며 크게 놀랐다.

이 경도에서 온 자는 모두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영기를 하나씩 하나씩 꺼내든 것도 그렇고 분명 선기를 더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위는 뜻밖에도 잘 보이지 않았다.

“쿵” 하는 소리가 울리며 단진풍이 공격을 시작했다.

하얀색 빛이 번쩍이더니 주먹을 엽운의 가슴에 내리 꽂았다.

엽운의 눈꺼풀이 약간 무거워졌다,

한 걸음 앞으로 나가며 양 손에 옅은 빛을 두르고 단진풍의 공격을 향해 두 주먹을 날렸다.

두 사람의 영력은 매우 거대했고 영력의 싸움만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시합장 아래의 제자들은 태양의 장갑 모조품을 가진 단진풍이 조금 더 이길 확률이 높아 보였다.

“쾅!”

두 주먹이 세게 부딪히며 시합장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두 사람 모두 뒤로 물러나지 않았고 오히려 빠르게 뛰어올라 허공에서 또 다시 매섭게 싸웠다.

주먹이 부딪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두 사람은 놀랍게도 어떤 기법이나 변칙 없이 그저 온 힘을 다해 서로의 영력을 겨뤘다.

숨 몇 번 쉬는 사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수십 번의 공격을 날렸지만 서로를 반걸음도 물러나게 하지 못 했다.

시합장 위로 떨어질 무렵 주먹의 그림자는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두 사람은 마주 서있었고, 무거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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