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9 화 모험의 수
"너의 검은 역시 비범하구나!"
엽운의 목소리가 약간 낮아지면서, 몸의 파동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네가 어떻게 내 검을 받아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육신과 영력으로 선기에 맞서려 하다니, 웃기는군!"
곡일평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지만 엽운의 입가에 흐르는 붉은 피를 보자 눈에 잔인한 쾌감이 서렸다.
시합장 아래가 떠들썩했다.
방금 엽운의 일격은 비할 바 없이 대단했건만 지금 들어보니 역시 곡일평이 이긴 것 인가?
"엽운 녀석 배짱이 너무 큰데? 영기를 안 쓰고 선기에 맞서다니."
"무슨 소리야. 아마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주먹이겠지. 만약에 영기를 사용했다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었을 거야."
"이미 8강에 들었으니 의도적으로 수위를 숨긴 채 패배 할 리 없다. 방금은 그들이 가진 가장 강한 공격이었을 것이다."
"아쉽네. 저 정도 대결은 적어도 4강에 진출해서 1, 2위를 다툴 때나 볼 수 있는 건데."
"곡일평은 경도의 대가문 출신답게 저력이 탄탄해."
"남성 사형, 사형이 졌습니다."
검은 도포를 입은 제자가 고개를 돌려 남성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막상막하. 엽운이 선기를 하나라도 쓸 수 있었다면 틀림없이 이겼어."
남성은 그들을 보더니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이미 승부가 갈린 게 확실한가?”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했다.
설마 아직도 승부가 안 났단 말인가?
쾅!
바로 이때, 엽운이 갑자기 움직였다.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가자 온 몸에서 놀라운 영력의 파동이 다시 발생해 몸 아래에서는 무시무시한 폭발음이 울렸다.
“이럴수가!”
곡일평의 얼굴에 나타난 잔인한 쾌감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날카로운 비명 소리만이 남았다.
필사적으로 온 힘을 다해 칼을 휘두르자 다시 푸른 물빛이 나타났다.
“쿵!”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큰 굉음이 들려왔다.
“욱!”
곡일평의 몸이 뒤로 날아가고, 피가 입안에서 마구 뿜어져 나왔다.
“내가 졌다! 항복하마!”
곡일평은 땅에 떨어지기도 전에 연신 소리를 질렀다.
그의 목소리는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과연…”
검은 도포를 입은 제자들조차 마음이 싸늘해졌다.
엽운이라는 놈은 채집곡에서 도대체 무슨 신기한 경험을 했길래, 이렇게도 영력이 충만한데다 육체마저 강한 것 인가. 방금 저렇게 강한 공격을 받고도 고작 가벼운 내상을 입는데 그쳤단 말인가? 아직도 이렇게 매서운 주먹을 날릴 수 있다는 것인가?
엽운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멈췄다.
방금 그 한방으로는 곡일평을 바로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이 상황에서 또 손을 쓴다면 분명 장로들이 제지할 것이었다.
움직이지 않고 고개를 숙였지만 지금 그의 그림자는 현장에 있는 모든 제자의 눈에 들어왔다.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기세였다!
……
엽운이 이겼다, 4강 진출!
“란 장로, 방금 대결 잘 보셨는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직도 깊은 충격에 빠져 있을 때, 순우연의 목소리가 란 장로의 귀에 울렸다.
란 장로는 살짝 몸을 돌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면서 고개를 저었다.
“순우연 장로, 당신은요?”
순우연 역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방금 곡일평의 공격은 아주 간단해서,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엽운의 주먹에서는 놀랍게도 연기경 진기의 힘을 느꼈습니다. 헌데 저는 이 힘이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겠군요. 엽운의 경지는 연체 5단계 내식경인 게 확실합니다만.”
란 장로는 눈을 계속 깜빡거리며 조용히 말했다.
“그 힘이 뿜어져 나온 순간, 난 그것이 연체경의 영력일 뿐이라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그런데, 연체경의 영력이 어떻게 이렇게 위력적일 수 있습니까? 저는 연체 절정의 검은 도포의 제자들도 이렇게 웅장하고 순수한 영력을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순우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여전히 엽운을 바라보고 있었데 눈에서는 이상한 빛이 번뜩였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아직도 이 힘이 연체경이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한 가닥 진기의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설마 그가 어떤 보물을 가지고 있고, 그 안에 진기를 담고 있는 것일까요?”
란 장로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순우연의 눈에 갑자기 빛이 번뜩이더니 순식간에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시합이 끝난 후, 무슨 내막이 있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봅시다.”
엽운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는데, 이런 장로들의 마음을 알 리 만무했다.
장로들은 아직까지 아무런 명령도 내리지 않아 시합장 옆에 있던 검은 도포의 제자들도 그를 무대에서 내려오라고 하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막대한 위협을 느꼈다.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품속에서 청목단병을 꺼내 재빨리 그 속에서 한 방울을 따라 한 입에 삼켰다.
예전에 시험삼아 마셨던 것처럼 입에 한 방울을 떨어뜨리자 그의 몸이 갑자기 심하게 요동쳤다.
차가운 기운이 천령을 향했고 두개골을 열어 그의 정신을 몸 밖으로 밀어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한 순간, 흑백의 빛이 번쩍이더니, 이 차가운 약의 기운을 반 이상 삼켜버렸다.
"어떻게 된거지?"
"엽운 녀석 뭘 하는거지?"
엽운의 행동은 일순간에 거의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응?"
란 장로의 눈에서 갑자기 매서운 빛이 스쳤다.
“슉!”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한 줄기 무지개 빛이 드리워지더니 순식간에 엽운의 앞에 나타났다.
손을 뻗어 엽운의 손에 있는 청목단병을 움켜쥐었다.
약 냄새를 한 번 맡아봤을 뿐인데, 란 장로는 갑자기 안색이 크게 변하며 호통 쳤다.
“너, 이 영액 어디서 났느냐?”
엽운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비록 무시무시한 위압이 몸을 휘감았지만 고개를 숙이고 아무 내색 하지 않았다.
“영전의 칠 장로님이 하사해주신 것입니다.”
“칠 장로라고?”
란 장로의 동공이 심하게 움츠러들더니 이어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칠 장로께서 어째서 너에게 이런 영액을 주신거지?"
숨을 몇 번 고른 후, 란 장로는 엽운을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엽운은 여전히 고개를 떨구고 거만하지도 비굴하지도 않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칠 장로님은 제가 요 몇 년 동안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제자라고 하셨고, 저더러 그 분의 영전에 시간 날 때마다 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게 영액 한 병을 주셨습니다.”
란 장로의 얼굴빛이 다시 크게 변했다.
"칠 장로가 준 영액이라면, 조심히 잘 받아 두거라."
란 장로는 이 말을 한 후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엽운의 몸을 다시 한 번 꿰뚫어 보고는 손에 들고 있던 청목단병을 건냈다.
그림자가 빛나더니, 다시 여러 장로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저 아이가 칠 장로와 관계가 있었다니."
순우연 등이 입을 열기도 전에, 란 장로가 안색이 굳은 채 작은 소리로 말했다.
순우연 등은 모두 크게 놀랐다.
“그럴리가!”
란 장로는 멀리서 엽운을 한 번 보더니 말했다.
“그의 손에 있는 영액은, 칠 장로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연신옥액입니다.”
“연신옥액이라…”
순우연은 차가운 숨을 한 모금 내쉬며 말했다.
“만약에 연신옥액이라면, 칠장로의 관계는 확실하군.”
“그리고 방금 자세히 살펴봤는데, 하품 영기 말고 다른 보물은 없었습니다.”
다시금 안색이 차분해진 란 장로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어떤 이유 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칠 장로가 저 녀석을 마음에 들어 해 영약으로 몸을 개조시킨 것 같습니다. 연신약옥도 견딜 수 있게끔 말이죠.... 역시 연체경의 수사가 이 정도로 강한 몸을 가지게 할 수 있는 건 칠장로 밖에 없습니다.”
“칠 장로 정신이 이상하긴하다만, 이렇게 되면 엽운은 그가 몸소 가르친 수제자에 해당하는군요.”
장로들 몇 명이 서로를 쳐다봤는데 속으로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엽운을 건드릴 필요는 전혀 없었다.
“화를 피한 것 같습니다. 칠 장로는 도대체 어떤 신분이길래?”
엽운은 굳이 고개를 돌려 란 장로의 표정을 살피지는 않았지만 란 장로의 안색이 변하는 것은 숨길 수 없었다.
청목단병을 돌려주던 모습에서 알 수 있듯 란장로와 칠장로의 신분은 하늘과 땅 차이 일 것이다.
이 위험한 도박이 먹힌 것이다.
“엽운이 마신 것은 어떤 영액일까?”
“엽운은 도대체 어떤 내력이 있길래, 란 장로조차 꺼리는 모습이지?”
란 장로의 행동과 표정 변화는 자연스레 모든 사람들 눈에 들어 더욱 신비롭게 비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