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48화 (48/227)

제 48 화 깨달음

칼날은 짙푸른 색에 투명하고, 웅장한 힘을 담고 있어 한눈에 봐도 그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결코 막을 수 없었다.

“참랑삼연격, 제2식!”

팔을 들어 올리자 손에 든 청수검이 갑자기 쏘아지며 엽운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

이 수는 조금도 화려하지 않고 물안개도 없었으며, 검과 그 검을 집어 삼킨 푸른 장검만이 있었다.

그러나 이 검에 담긴 위력은 첫 수보다 몇 배 강력했다.

첫 수는 쉽게 파훼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이 수는 이 다음에 무엇이 나올지 조금도 파악이 되지 않았다.

"선기, 이것이 바로 선기로 영기를 움직여 뿜어내는 위력이구나, 믿을 수가 없다.”

엽운은 순식간에 날아오는 검을 느끼고 있었다.

미간마저 절로 벌떡거렸다.

충격에 빠졌지만, 조금도 느려지지 않았다.

흑요검이 가슴을 가볍게 가로지르자 순간적으로 영력이 솟구쳐 손끝으로 뿜어져 나왔다.

찰나의 순간, 먹물과 같은 흑요검의 빛이 구름 전체를 가렸다.

멀리서 바라보니 온통 칠흑 같은 빛이 가볍게 떨리는 것만 보였다.

엽운은 선기를 수련한 적도 없고, 그것을 쉽게 피할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내지 못 했다.

그가 한 것은 가장 쉬운 선택이었다.

몸 속의 모든 영력을 흑요검에 주입해 단단하게 만들었다.

“땡!”

맑은 금속의 소리가 터져 나왔고 마치 폭죽에 불이 붙은 것처럼 끊임없이 폭발했다.

순식간에 흑요검과 벽유청수검이 수백 번 부딪쳤다.

매번 엄청난 영력이 폭발했다.

둘이 연체경의 제자가 아니라 만약 연기경 절정에 달한 상태였다면 공간이 터져나가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막상막하,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곡일평과 엽운은 몇 장 떨어져 있었다.

이 장면이 믿기지 않았다.

참랑삼연격 제2식이 뜻밖에도 통하지 않는다니 이럴 리가 있겠는가?

비록 엽운이 잠재력이 있다지만 어떠한 선기도 배우지 못했다.

하품 영기인 흑요검을 가지고 단지 영력에만 의존한 채로 어떻게 자신의 공격을 연이어 받아낼 수 있는 것인가?

시합장 아래에 외문 제자들 대부분은 놀라서 말을 하지 못했다.

입문한 지 오래된 제자들만 두 사람을 보며 낮은 소리로 의논했다.

“보았느냐, 방금 곡일평의 그 검을, 정말 말도 안된다. 이렇게까지 강할 수 있다니.”

“이 녀석들 잠재력이 정말 무한하군요. 하지만 잠재력이 큰 풋내기들은 매번 있었는데, 실제로 이름을 떨친 자들이 있기는 했습니까?”

“이번에는 뭔가 느낌이 다르다. 전 사제, 네 수위는 이미 연체 6단계 통규경에 이르렀지만, 네가 스스로 느끼기에 엽운처럼 거대한 영력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곡일평이 하는 두 번의 연속 공격을 막을 수 있겠느냐?”

“아마 어려울 것 같은데요.”

전 사제는 자신의 뒤통수를 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저라도 그 공격을 쉽게 막을 수는 없어요. 곡일평의 수위는 이미 저보다 낮지 않을거에요. 비법이나 보물로 수위를 감춘 것 일겁니다.”

“나도 네 의견에 동감한다. 새로 온 녀석들 중에 군약란이라는 여자 아이가 있는데, 그녀는 연심전의 시험에서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지도 않고, 착지점도 찾지도 않고 수백 장을 그냥 훌쩍 뛰어 넘더니 금단 비석 아래에 섰다.”

“맞아요, 그리고 모용무흔은 란 장로도 한 수 접어주던데요. 맞다, 혹시 주사형께서는 모용무흔이 도대체 어디서 왔는지 아십니까?”

“지금 시합이나 잘 보거라. 그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나는 곡일평의 제3식이 우리조차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 역시 3년이 걸려서야 9품 선기를 하나를 배울 수 있었는데, 이런 신입 제자들이 저런 선기를 갖고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주 선배는 고개를 저었다.

곡일평을 바라보는 눈에는 질투가 가득했다.

천촉봉에서 눈에 띄지 못했거나 전당에 들어가지 못한 외문 제자들은 필요한 모든 수행 자원을 스스로의 힘으로 벌어야 했다.

만약 장무각에 들어가 무기를 고르려면 충분한 임무를 수행하고 비로소 원하는 선기로 바꿀 수 있었다.

물론, 주 사형이나 전 사제처럼 황포를 입은 능구렁이들은 어떤 쓸만한 선기도 얻을 수 없었다.

그들의 수입으로는 충분한 수련 자원을 살 수 있을 뿐이었다.

시합장 좌측 위에서 지켜보던 란 장로 등의 입가에 기쁨이 가득했다.

“엽운, 네가 이렇게 강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내가 널 우습게 봤구나.”

곡일평은 왼손으로 벽유청수검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마음 속 충격과 분노를 억눌렀다.

선기가 마음에 영향을 줘 안정시키는 것 같았다.

엽운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온몸의 피부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작은 혹이 생겼다.

자신이 한계에 다다른 것을 직감했다.

곡일평의 다음 검은 자신을 한 번에 베어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불안감이 마음에 가득했다.

갑자기 고개를 들었는데 눈에는 놀라움과 충격이 뒤섞여 있었다.

순간 살의가 가득한 세계에 들어온 것 같았다.

수많은 금갑신병들이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그들의 응집된 살의는 모두 실체화 되었다.

살의가 지나간 곳은, 천 장쯤은 되는 산 까지도 산산이 부서졌고, 산 전체가 돌가루가 되며 모든 것이 초토화됐다.

강물조차 바로 말라서강바닥이 드러나며 순식간에 갈라졌다.

짧은 순간,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

“들어 오거라.”

손에 쥐고 있던 흑요검을 올려 곡일평을 가리켰다.

눈빛에는 갑자기 자신감이 생겼다.

“건방지구나!”

곡일평은 속으로 은근히 불안감을 느꼈다.

그러나 길게 생각할 겨를도 없이 크게 소리치며 훌쩍 뛰어올랐다.

놀랍게도 공중에서 벽유청수검과 융합되어 거대한 푸른 검 한 자루가 되고, 엽운을 목을 베러 날아왔다.

검의 위력은 이미 연체경 무사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조차 넘어섰다!

엽운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눈에는 조금의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이 검을 마주하고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신묘한 경계에 들어온 그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 순간, 거대한 푸른 검은 그의 눈에 느리게만 보였다.

파란색 검 뒤에 숨은 곡일평이 똑똑히 보였다.

사람과 검이 하나로 보였지만, 사실은 영기가 커져 그 빛이 곡일평을 가렸을 뿐이었다.

손에 들고 있던 흑요검을 거두며 눈을 감았다.

“뭐하는 거지? 겁도 없이.”

“이 공격은 나조차 쉽게 받아낼 수 없다. 두 눈을 감는 것은 혹시 죽음을 기다리는 게 아닐까?”

검은 도포의 제자가 눈살을 찌푸렸다.

엽운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검이 강한 것은 공격력이 아니라, 그 안에 연기경 쯤은 되어야 깨달을 수 있는 법칙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만약 법칙을 깨닫게 된다면 오기가 이루어지고, 진기를 모아 연기경을 이룰 수 있는 것일지도. 안타깝게도 나는 계속 여기에 멈춰있지만.”

“맞아. 어쩐지 이 검이 좀 익숙하고, 끌리는 것 같더라니.”

“남성, 우리 중에, 네가 가장 높은 수위를 가졌으니, 곧 오기를 실현해 연기경에 달 할 것이다.”

검은 도포를 입은 제자 몇 명이 함께 서서 수군거렸고, 남성은 그 안에서 그저 엽운을 바라볼 뿐이었다.

“이 검은, 연체경의 제자의 손에서 나온 것이라 해도 확실히 얕볼 수 없어. 우리도 쉽게 받아낼 수 없을지 모른다고.”

“남성 사형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니, 엽운이 정말 으쓱하겠네요. 아직도 그를 좋게 보신다니 정말 눈이 삐었나 봐요.”

“중품영석 50개는, 남성 사형에게 아무 것도 아니다.”

남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내가 엽운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너희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왠지 모를 자신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자신감은 결코 오만해서가 아니야, 오만한 것은 단진풍 같이 멍청한 놈들이고. 엽운은 배짱과 뚜렷한 자신감이 있어. 저 검에 이렇게 반응한다는 것은, 마음속에 무언가 대책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그저 보기만 하면 돼. 어차피 곧 승부가 갈릴테니.”

하늘 위에서 검과 하나가 된 곡일평도 순간 멍해졌다.

참랑삼연격 제3식을 마주하였는데도 이런 태도를 보인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꼼짝 못하고 잡힌 것일까 아니면 단지 오만 방자한 것인가?

그러나 알고있는 엽운은 절대로 패배를 인정할 녀석이 아니다.

그러면 가능성은 단 한 가지, 영기를 사용하지 않고 이 검을 막을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이게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조용히 서있던 엽운은 두 손을 벌리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뜨자 눈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눈 깜짝할 사이 몸에서 영력이 넘쳐흘렀는데, 마치 갇혀있던 거친 파도가 배출구를 찾은 것 같았다.

두 주먹을 쥐고 솟구쳤다.

엽운은 훌쩍 뛰어올라 공중에서 몸을 활짝 펼치더니 마치 큰 새처럼 푸른 검을 향해 곧장 날아갔다.

그의 오른 주먹에 흰 빛이 번뜩이며 희미하게 뿜어져 나왔다.

이것은 영력이 어느 수준에 이르러 곧 밖으로 나올 조짐이었다.

연체경은 단지 영력을 수련할 뿐, 밖으로 내뿜을 수는 없다.

영력으로 진기를 응결시켜야만 비로소 기가 몸을 뚫고 나가 먼 거리에 있는 상대에게 해를 입힐 수 있다.

그러나, 엽운의 주먹은 그의 몸 속의 영력이 이미 진기를 이룬 듯 수시로 몸 밖으로 새어 나가, 백 보 거리의 사람조차 죽일 수 있을 듯 한 느낌을 주었다.

남성과 검은 도포를 입은 제자들은 눈썹을 치켜 올리고 놀라는 기색을 보였다.

이 두 명의 신진 외문 제자가 보여준 수위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곡일평의 검은 이미 연체경의 흔적은 거의 남지도 않았고, 엽운의 주먹은 더 대단했다.

영력이 몸에서 뿜어져 나와, 먼 거리에 있는 사람을 공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들이 정녕 신입 제자들이란 말인가?

언제부터 신입 제자들이 이랬던가?

그리고 이 제자들 중에 이미 연기경의 수위에 이르렀다는 군약란도 있었고, 또 란 장로조차 한수 접게 하는 모용무흔도 있었다.

게다가 그 오만 방자한 단진풍까지. 이번 신입들의 실력은 정말 공포스러울 지경이었다.

곧 하늘 위의 란 장로와 순우연 장로의 눈에도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 모두 연기경 후기, 심지어 절정에 이른 수위였다.

남성 등 검은 도포를 입은 제자들과 달리 그들은 엽운 등의 수위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설령 그들이 법보나 비법으로 수위를 숨겼다 하더라도, 장로들의 눈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들은 두 사람의 수위를 분명하게 알아낼 수 있어 모두 연체 5단계 내식경에 그칠 뿐이었다.

비록 모두 절정에 있었지만, 결코 돌파해 내지는 못했다.

그런 연체 5단계의 수위가, 어찌 이렇게 강한 공격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저 주먹과 검은 거의 연체경 절정의 범위에 이르렀으니,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푸른 검에서 수증기가 올라오더니 곡일평을 그 안에 숨기며, 검과 사람이 하나를 이루었다.

엽운의 청색 도포가 나부꼈다.

공중에 떠있던 그는 이미 진기를 깨우쳐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하늘을 오르내리며 두 걸음을 내딛었고 하얀 빛이 번쩍이는 오른쪽 주먹을 가볍게 내질렀다.

그러나 이 주먹의 위력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결코 같은 수위를 가진 제자들이 막아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남성 옆의 그 검은 도포의 제자들조차 이를 보고는 숨을 한 번 들이켰다.

주먹 하나와 검 하나가 순간 모든 시선을 사로잡았고, 다른 시합장에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두 개의 공격이 순식간에 충돌했고, 폭발하는 빛이 마치 화려한 불꽃놀이처럼 공중에서 터지면서 천천히 떨어져 내려왔다.

빛 가운데 두 사람의 그림자가 거꾸로 날아간 후 땅에 뚝 떨어졌다.

누가 이기고 누가 진 것일까?

모든 시선은 2번 시합장에 집중 되었다.

하늘 가득한 빛은 빠르게 흩어지고 두 사람이 몸을 일으키는 것만 보였다.

곡일평의 안색은 창백해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들고 있던 벽유청수검은 이전의 광채를 잃고 조금 어두워졌다.

엽운은 그의 10 장 너머에 서있었다.

창백한 얼굴에는 조금의 감정 기복도 보이지 않았고, 입가에 한 줄기 선혈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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