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47화 (47/227)

제 47 화 영기의 대결

검을 손에 쥐자, 곡일평은 갑자기 매우 거만하고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변했다.

“이 벽유청수검의 위력은 그리 크지 않지만, 너를 상대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곡일평은 차가운 숨소리를 내며 천천히 말했다.

“적어도 두 개의 영기를 갖고 있다는 거잖아... 저 놈 도대체 정체가 뭐야!”

“이미 영기를 두개나 갖고 있는데, 어쩌면 더 많은 영기를 갖고 있을지도 몰라! 엽운이 어찌 상대가 되겠어!”

“엽운은 왜 이렇게 침착한 거지?”

모두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 엽운을 봤다.

검광이 온몸을 푸르게 비추고 있었지만 여전히 무표정한 모습이었다.

휙!

칼날이 번쩍이며 순식간에 공중에 푸른빛이 퍼졌다.

벽유청수검의 주변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 그 사이로 검의 본체가 살짝 떨리는 게 보였다.

주변에 물안개가 순식간에 달라붙더니, 벽유청수검이 몇 배나 커져 하늘을 뚫고 나와 엽운을 거세게 찔렀다.

엽운은 여전히 무표정한 모습이었다.

손에서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번쩍이더니 검은 검 한 자루가 몸에서 튀어나와 벽유청수검을 향해 쏘아졌다.

“영기다!”

“엽운도 영기를 갖고 있다니!”

거무스름한 칼날이 나타나자 수많은 제자들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입문한 지 오래된 제자들이 영기를 갖고 있는 것은 신기한 일이 아니지만, 이들 같은 신입 제자들이 영기를 갖고 있다는 것은 출신이 비범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사람들의 눈에는 별안간 그가 신비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영기를 숨기고 꺼내지 않았다니.”

남성조차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엽운이 꺼낸 검을 보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시끄러운 목소리들 속에서 엽운은 시종일관 차분한 눈빛을 유지했다.

이 검은 예전에 유옥에게서 빼앗은 흑요검이었다.

이 영기를 손에 넣은 이래 다른 사람들은 이것을 쓰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남몰래 영기의 품성을 알아 두었고, 이미 여러 차례 시험해 봤다.

이번 시험에서 흑요검을 꺼낼 생각은 없었다.

첫째로는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 유옥이 천촉봉의 어떤 사람에게 하사받은 상이었기 때문에, 괜히 사용했다가 그 사람의 귀에 들어가면 귀찮은 일이 생길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곡일평은 이 영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었다.

둘은 같은 하품영기로 품질 상의 차이를 빼고도 효능이 각각 달랐다.

벽유청수검은 사실 공격용이 아니라 공격과 수비를 모두 할 수 있는 검으로 물이 흐르듯 공격과 수비를 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흑요검은 다른 특성이라곤 전혀 없고 효과도 아주 간단했다.

영력을 주입 시키면 최강의 공격을 뿜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흑요검은 품질 면에서는 벽유청수검보다 조금 뒤쳐지더라도 공격 면에서는 반 수 위 였다.

엽운의 영력은 견줄 상대가 없을 정도로 웅장하고 순수해 이런 영력을 흑요검에 불어 넣는다면 최강의 검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흑요의 빛이 곧장 날아와 물안개에 둘러싸인 청수 검신을 정확히 찔렀다.

“팍!”

가벼운 소리와 함께 청수검을 감싸던 푸른 안개가 터져버렸다.

마치 햇살이 내리쬐어 순식간에 증발하는 것 같았다.

엽운은 미간을 찌푸리며 손에 조금씩 영력을 더 불어 넣었다.

흑요검이 갑자기 공중에서 몸을 돌리더니 마치 한 자루 군도처럼 벽유청수검을 거세게 베어 내렸다.

그러나 마치 물 속에서 휘두르는 것처럼 위력이 급격히 떨어져 벽유청수검에 닿지 못했다.

한 줄기의 물길이 두 개의 검을 갈라놓았다.

벽유청수검의 방어가 일순간에 촉발되었다.

곡일평이 손을 휘두르자 벽유청수검은 순식간에 손으로 돌아갔다.

그는 놀란 눈으로 엽운을 바라보았다.

"영기? 네가 어떻게 영기를 가질 수 있지?"

눈에 보이는 광경이 믿기지 않았다.

검을 날리며 이것이 엽운을 다치게 할 순 없어도 혼란을 줄 수는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더욱 강력한 공격을 펼쳐 엽운을 순식간에 격파할 셈이었다.

모든 것을 계산해 두었지만 신경조차 쓰지 않던 변방의 어린 녀석이 하품 영기를 꺼낼 줄이라고는 생각지 못 했다.

이는 전혀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일이고, 뒤이은 공격을 완전히 망쳐놓았다.

“미안하구나, 실망시켜서.”

엽운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곡일평은 멍해졌다.

엽운의 살의를 느꼈다.

“무식한 녀석, 하늘 높고 땅 넓은 줄 모르는구나.”

곡일평은 끝내 화가 났다.

자신이 드높은 경도 대가문의 자제라고 자부했는데, 뜻밖에도 변방의 촌구석에서 온 애송이에게 두 번이나 당했다.

녀석은 말을 할 때도 비아냥거리곤 했는데, 지금은 심지어 살의까지 품고 있다니.

죽인다, 반드시 저 녀석을 죽일 것이다!

전에도 엽운에게 살의를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단호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벽유청수검이 약간 흔들리더니 갑자기 빛이 반짝였다.

“참랑삼연격!”

분노에 가득 차 소리쳤다.

몸을 움직여 순식간에 옆운의 앞으로 달려들었다.

벽유청수검은 그의 머리를 향해 매섭게 날아가고 있었다.

순간 엽운의 머리 위에서 파도가 일었다.

벽유청수검은 마치 하늘의 검처럼 출렁이는 파도를 갈라버렸다.

엽운의 안색이 확 바뀌었다.

그의 몸은 과거 흑백의 빛에 의해 벌모세수 했었다.

감각은 매우 예민했는데, 또 칠 장로의 정신을 안정시키는 잔액을 마셨기 때문에 머리가 더욱이 맑아져 있었다.

비록 정신을 단련시키기에는 아직 멀었지만, 영력의 파동과 힘의 강도에 대한 감각은 일반 제자들보다 몇 배나 예민했다.

참랑삼연격.

첫 번째 공격일 뿐이지만 엄청난 압력을 느끼게 했다.

마치 분노한 해신이 거센 파도를 일으켜 모든 것을 쓸어버리려 하는 것 같았다.

이 검격은 막아내기 힘들다!

피하려 한다면, 분명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지만 피하고 싶지 않다.

곡일평과 당당히 맞서고 싶었다.

하품영기와 9품 선기를 갖고 있는 이 녀석이 내뿜는 최강의 공격이 도대체 얼마나 강한 지 보고 싶었다.

영기가 솟구쳐 순식간에 흑요검에 주입되었다.

그 순간 흑요검이 빛나고, 검은 빛이 하늘을 찔렀다.

멀리서 보니 마치 검은 태양과도 같이 빛을 내뿜었다.

엽운은 어떠한 선기도 수련한 적이 없었고, 그 어떤 기법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가지고 있는 것은 오로지 영력, 가장 깨끗하며 웅장하고도 순수한 그 힘뿐이었다.

흑요검은 아무런 화려함도 없이 위로 올라가 거센 파도를 일으키는 벽유청수검을 베었다.

푸른 물결과 칠흑 같은 태양이 순식간에 부딪혔다!

푸른 파도가 태양을 삼킬 것인가,

아니면 검은 태양이 거센 파도를 헤치고 하늘을 찌를 것인가?

시합장 아래, 수천 장 밖 제자들도 뚫어지게 쳐다보며 숨을 죽였다.

그들의 눈은 기대로 가득했다.

검은 태양은 순식간에 푸른 물결에 잠겼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눈 깜짝 할 사이에 검은 태양이 푸른 파도를 헤치고 튀어나와 하늘로 솟아올랐다.

그러나 푸른 물결도 솟아올라 뛰어 오르더니 검은 태양을 한 번 더 덮쳤다.

“퍽!”

무거운 소리가 공중에서 울리고 순식간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

마치 한 번도 나타나지 않은 것처럼.

푸른 파도와 검은 태양은 마치 환각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엽운과 곡일평은 시합장 위에 차분하게 있었지만 표정은 전혀 달랐다.

엽운의 공격은 다시 한 번 예상을 벗어났다.

곡일평의 얼굴에는 충격이 가득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변방에서 온 소년이 참랑삼연격을 무너뜨렸다는 것을 믿기 어려웠다.

비록 참랑삼연격은 9품 선기 그저 그런 품계의 기법에 불과하지만 방금 엽운이 꺼낸 검에 어떠한 선기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모두 영력과 흑요검 자체의 위력에 의한 것이었다.

곡일평은 경도의 대가문에서 왔기에 자연스레 안목이 좋았는데 흑요검의 등급이 벽유청수검 보다 좋은 것은 절대 아니었다.

아무리 균형이 맞는다 해도 공격만 가능하며 그 어떤 방어도 불가능한 영기다.

그러나 공격이 강하다 해도 선기를 내뿜는 벽유청수검의 강력한 공격을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엽운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인가?

곡일평은 충격에 휩싸였다.

엽운을 다시 보게 되었다.

“훌륭하다. 내 첫번째 검을 막아냈군. 이들 중에서는 단진풍만이 내 검을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너도 막을 수 있다니, 너를 너무 우습게 봤구나.”

곡일평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손에 있던 장검 위에 빛이 떠올랐는데 마치 잔잔한 물결 같았다.

“뭐 이정도로!”

엽운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내 검을 한 번 막을 수는 있어도, 두 번이나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곡일평이 웃기 시작했다.

벽유청수검이 흔들리자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다.

청수검의 끝에서 옅은 푸른빛이 뿜어져 나와 칼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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