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46화 (46/227)

제 46 화 영기의 재출현

엽운! 곡일평!

허공에서 옥패 두개가 떨어져 엽운과 곡일평의 손에 쥐어지자 모든 시선이 그들을 향했다.

이번 신입 제자들 가운데 실력을 비교하자면 단진풍, 곡일평, 엽운이 가장 강했다.

물론 모용무흔과 같이 고의적으로 수위를 숨긴 자는 신입 제자에 속하지 않는다.

이변이 없는 한, 세 사람은 최종 순위가 1~3위가 될 것이고, 정확한 순위는 이들의 결투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두 사람이 바로 맞붙을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 했다.

“너희 운이 좋구나. 나와 붙지 않는다니.”

단진풍은 손에 들고 있는 1번 옥패를 보고 만족스럽지 못한 듯 비아냥거렸다.

“단진풍 사형, 편하게 쉬면서 힘을 비축했다가 곡일평 사형이나 엽운 사형과 맞붙는 게 더 좋지 않겠습니까?”

한쪽에서 아부하는 듯한 제자가 다가와 말했다.

“네가 뭘 알아. 이 두 사람은 실력이 꽤 있어. 그냥 손쉽게 해치울 수 있는 자들과는 다르다고. 내가 한 번에 한 명씩 뽑아서 처리해야 쾌감을 느낄 수 있지. 지금 저 녀석들이 미리 붙어 서로를 잔인하게 죽여 버리면 내가 혼내줄 기회가 없잖아. 알아들었느냐?”

단진풍은 눈을 흘기고는 뒷짐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제자는 코를 비비고는 머쓱해하며 물러섰다.

“저 둘이 이렇게 일찍 붙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정말 재밌겠군.”

“그러게, 엽운이 전에 보여준 행동들은 그닥 믿을만 하지 못해. 그 여자의 기습에 질 뻔했잖아. 그에 비해 곡일평은 많이 안정되어 보였고 손쉽게 상대를 이겼어. 지금 이 두 사람이 붙는다면 나는 곡일평이 이길 것 같아.”

“그건 모르지, 엽운의 수위도 만만치 않아. 그때는 그저 적을 좀 얕잡아 봤을 뿐이야. 내가 보기엔 엽운이 이길 가능성이 큰 것 같은데.”

“쓸데없는 소리들 말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내기를 하자.”

“좋아, 난 중품영석 10개를 걸지.”

“좋아, 그럼 나도 10개를 건다.”

“너희들은 명색이 입문한 지 3년 된 황색 도포 제자인데, 중품영석 10개는 너무 초라하지 않으냐? 나는 곡일평에게 50개 걸겠다. 받겠느냐?”

“이렇게 날뛰는 걸 보니, 이 녀석 요 몇 년간 두둑히 챙겼나봐? 50개씩이나 걸고 말이야.”

“허튼 소리 하지마라. 누가 이어 받겠느냐?”

그들은 조용히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중품영석 50개라니, 그들 같은 황포 제자에게는 너무 많은 숫자였다.

“내가 받지!”

한 목소리가 수십 장 밖에서 들려왔다.

그리곤 검은 그림자가 번뜩이더니, 남성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남성 사형, 농담하지 마시지요.”

황포를 입은 제자들은 멍하니 있다가 곧 공수를 올렸다.

남성의 수위가 어떤지는 말할 것도 없이, 시련전에서 임무와 포상을 담당하는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황포 제자들의 아부를 받기에는 충분했다.

“농담 아니다, 진짜로. 곡일평이 이길 것 같다는 사람이 있고, 거기다 중품영석 50개나 걸었으니 나도 손발이 근질거리는걸, 내기를 하도록 하지, 나는 중품영석 50개를 엽운에게 걸겠다. 어때?”

황색 도포를 입은 제자의 얼굴에서 땀이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

어떻게 감히 남성과 내기를 하겠는가? 만약 시련전에서 훼방을 놓는다면 임무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남성 사형, 그만 놀리시지요. 안 하겠습니다.”

“안 한다고? 내기를 하자고 한 것도 넌데, 안 한다고 하는 것도 너구나.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 대장부가 한 번 내뱉은 말은 엎질러진 물인데 어찌 침을 뱉어놓고 다시 삼키겠다는 거냐? 중품영석 50개에 불과하다. 내기 하는 걸로 하지.”

남성은 뒷짐을 지고, 미소를 지었다.

황색 도포를 입은 제자는 표정이 몇 번 바뀌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남성 사형께서 저를 알아봐 주셨으니, 함께 하겠습니다.”

남성은 웃었다.

“그래야지.”

엽운 대 곡일평. 이건 분명 지금까지의 신입 제자간 시합 중 가장 볼 만한 대결이었다.

누가 지든 이기든 간에, 이번 시합은 전처럼 재미없지 않을 것이다.

시합장에서는 곡일평과 엽운이 양쪽으로 갈라져 조용히 서서 아무도 먼저 나서려 하지 않았다.

“엽운 사형,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만.”

곡일평은 가식적으로 웃어보였지만 눈에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살의가 번뜩였다.

“일찍이든 늦게든 언젠간 만나게 될텐데 언제인지는 중요하지 않지.”

엽운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담담히 말했다.

8위 안에 들어간 이상 그의 유일한 목표는 1위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누구를 먼저 만나고, 나중에 만나는지는 그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이렇게 개의치 않아 하신다니, 비록 사형께서 저를 이기더라도, 제가 최선을 다해 사형의 힘을 빼놓으면 단진풍을 이길 수는 없겠죠?”

곡일평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엽운은 그를 한 번 보고는 말했다.

“나를 자극하여 시작부터 전력으로 속전속결 할 셈이라면, 말을 아끼는 게 좋을텐데.”

곡일평의 얼굴이 굳었다가 이내 되돌아왔다.

“기회를 많이 드렸는데도 알아듣지를 못하시니, 좀 이따 나를 무정한 놈이라 나무라지 마십시오.”

“그러냐?”

엽운은 그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속의 영력이 솟구쳐 몸 바깥쪽까지 굉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곡일평은 엽운이 이렇게 반응 할 지 몰랐다.

비록 얕잡아 보고 있지만 그도 엽운의 수위가 확실히 나쁘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만약 말로 그를 자극할 수 있다면, 이어지는 싸움이 훨씬 수월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엽운이 이렇게 침착할 줄은 생각 못했다.

오히려 이런 태도는 곡일평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덤벼 보시지요.”

두 손으로 가슴을 감싸 안으며 냉소를 지었다.

엽운도 냉소를 지었다.

그러다 갑자기 날카로운 화살처럼 돌진했다.

곡일평의 눈동자가 움츠러들었다.

엽운이 말 한 마디 안 하고 바로 공격해 올 줄은 몰랐다.

꾀가 깊은 사람이었기에, 말로 도발할 때부터 이미 준비를 마쳤다.

두 손을 몸 앞으로 살짝 움직여 부채꼴을 그려냈다.

희미한 영력이 두 손바닥 사이에서 흘러나와 하얀 빛의 호를 이루었다.

엽운이 순식간에 다가와 이 빛의 호를 가볍게 쳤다.

곡일평의 안색이 조금 바뀌었다.

마치 들소에게 부딪힌 것처럼 느껴졌다.

힘이 확실히 그의 상상을 초월했다.

엽운이 이렇게까지 강할 줄은 생각하지 못 했다.

하지만, 그도 준비를 해두었고, 이 공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합 소리가 입에서 튀어나왔다.

두 손바닥 사이의 호는 음푹 파였지만, 오히려 수정석처럼 빛을 뿜었다.

마치 곧 갈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무수한 파편이 되어 튀어나갔다.

그러나 엽운은, 순간 몸을 뒤로 빼, 한 줄기의 잔영을 남기며 원위치로 물러났다.

곡일평의 눈빛이 변했다.

방금 한 수에 엽운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하게 됐다.

앞에 있는 이 14~5살의 소년은 절대 자신이 생각한 것만큼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엽운 사형, 정말 대단한 영력입니다!”

곡일평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두 손 사이 빛의 호는 사라지고 손에 푸른 장검 한 자루가 나타났다.

“영기다!”

“저자도 영기를 갖고 있었다니!”

검을 쥐는 순간, 모여 있던 신입 제자들의 안색이 죄다 변했다.

연심전을 통과할 때, 곡일평은 이미 검은 팔찌로 된 영기를 보여줬었다.

그런데 지금 또 다른 영기을 손에 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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