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45화 (45/227)

제 45 화 8위까지

“모용무흔이 나타났음에도 결국 이겨서 8위 안에 들었구나.”

란 장로의 눈길은 엽운을 포함한 최후의 승리자 8명을 향했다.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희는 이미 이 봉을 대표해서 다음 종문 시험 임무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이는 최고의 영광이라는 것을 알도록. 평소 너희들이 시련전에서 아무렇게나 맡을 수 있는 임무와는 차원이 다르다. 천촉봉 제자 대부분은 일평생 이 무영봉 전체 종문 시험 임무에 참가해 본 적도 없을 것이며, 천검종의 종문 시험은 말할 것도 없다. 앞으로 너희가 종문 시험에서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기만 한다면, 놀라운 상을 받게 될 것이고, 하늘로 오를 수도 있다.”

란 장로의 목소리는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귀에 퍼졌지만 엽운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상을 많이 받을수록 그 위험도 자연스레 커진다.

그래도 이 한 마디는 입문한 지 오래된 제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입문하고 나서 지금까지 어떤 종문 시험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막 입문한 신입 제자들은 무려 8명이나 정원을 차지하게 됐으니, 불만이 생길 따름이었다.

특히 어떤 사람들은, 평범하게 천촉봉에서 일생을 보내며 아무런 부여받지 못했다.

이는 죽는 것보다 더 괴로운 일이었다.

"이 신입 제자들의 수위는 우리보다 훨씬 낮은데, 어찌 8명이나 올라갈 수 있는 거죠? 이건 불공평합니다!”

지금까지는 모두가 듣고만 있었지만 최후의 8명이 나온 후 란 장로의 이같은 말에 참지 못하고 불평을 토로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그들이 전투 경험이나 있습니까? 우리와 비교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요수도 한 마리도 못 잡아봤을 텐데요?"

"맞습니다. 신입들이 지금은 가능성이 좀 있을지 몰라도 종문의 시험을 볼 정도는 아닙니다. 저희에 비해도 많이 떨어지구요. 장로님들께서 심사숙고하여 다시 결정해주시길 바랍니다."

이같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순식간에 계속해서 늘어났다.

이를 듣고, 눈살을 찌푸리던 란 장로는 빠르게 광장을 지나갔다.

"보아하니 2년간 우리가 너무 잘해준 모양이구나."

우레 같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웅장한 위압이 내려와 광장을 가득 뒤엎고, 모든 제자들이 그 안에 갇혔다.

엽운은 다만 위압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느꼈을 뿐, 지금의 식견과 수위로는 얼마나 강한지 형용할 수 없었다.

그저 땅에 무릎을 꿇고 싶다는 충동이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을 뿐이었다.

란 장로는 연기경 7단계의 고수다.

비록 순우연 장로보다는 많이 뒤떨어지지만, 연기 7단계 진화경의 수위만 해도 정말 강했다.

진화경은 본디 정신의 불을 응축시키는 것으로, 수련이 극에 달하면, 위압만으로도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었다.

“탁” 하는 소리가 울리더니, 엽운 옆에 있던 청색 도포의 제자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해 무릎을 꿇었다.

머리가 새빨개지더니 핏줄이 불끈 솟아났는데 고통이 실로 엄청나 보였다.

하나가 있으면, 둘이 있는 법. 애써 버티고 있던 외문 제자들은 누군가 쓰러지는 것을 보자, 마음 속 방어선이 갑자기 무너져 하나둘씩 무릎을 꿇고 말았다.

눈 깜짝 할 사이에 광장 전체에 200여 명 만이 억지로 버티고 있었다.

엽운 등 8위 안에 든 제자들은 아무도 무릎을 꿇지 않았다.

엽운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영혼은 흑백 빛의 벌모세수를 입었고, 칠 장로의 영주 잔액을 마셨다.

비록 지금의 수위로는 영혼을 단련하기에 부족했지만 위압에 대항하는 힘만큼은 같은 수준의 제자들보다 강했다.

무릎을 꿇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르고, 하늘 위 란 장로를 차갑게 바라봤다.

"어휴, 순우연 장로와 란 장로가 나란히 서 있다니."

엽운은 순우연 장로를 바라보았다.

언제 란 장로와 함께 섰는지 알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냉철한 표정으로 아래를 바라봤다.

엽운의 마음 속이 갑자기 밝아졌다.

방금 전의 위압은 엄청 강했는데 알고 보니 란 장로 한 사람의 소행이 아니라 순우연 장로와 함께 한 것이었다.

방금은 이 모든 것이 란장로 한 사람의 힘인 줄 알고 크게 놀랐다.

수천 장은 되는 광장에 외문 제자들이 가득한데 아무리 그의 수위가 연기경 7단계 진화경에 달했다 해도 수천 명을 제압했다는 것은 믿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금 보니 두 사람이 함께 한 것이고, 그렇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손을 잡았다 해도 그 위압은 믿을 수 없을만큼 강했다.

수천 명을 제압하다니. 힘이 정말 이렇게나 강하다고?

엽운은 여전히 굳건히 서 있었다.

숨을 죽이고 정신을 가다듬자 위압이 끼치는 영향이 점점 작아졌다.

비록 무시할 수는 없지만 다치게 하는 건 이미 불가능했다.

털썩!

광장위에는 청색 도포와 황색 도포를 입은 외문 제자들이 줄줄이 쓰러져 무릎을 꿇었다.

오직 검은 도포의 제자들만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들은 다만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반각 정도 지나자 광장 전체에는 200여 명만이 남고, 나머지는 모두 땅 위로 쓰러졌다.

순간 연무 광장을 뒤덮은 위압이 사라져 사람들은 한결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큰 바위에서 벗어난 듯 홀가분했다.

“흥! 마음을 갈고 닦지 않았구나. 나와 순우연 장로의 정신력에 이렇게나 많은 자들이 무릎 꿇다니, 정말 수치스럽다.”

란 장로는 천천히 훑으며 말했다.

“이렇게 된 이상, 바닥에 쓰러진 자들은 오후 시합에 참가하지 않아도 된다. 너희들은 이미 자격이 없다.”

“왜….왜죠?”

막 일어난 황색 도포의 제자 하나가 어리둥절해 하며 큰소리로 외쳤다.

“종문 시험은 영력만 강한 쓰레기들을 찾는 것이 아니다. 영력은 영석은 끊임없이 채워주면 절로 쌓이게 된다.”

차갑게 바라보던 란장로는 엽운 등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희들은 신입 제자 8명이 자리를 뺏어 갔다고 생각하느냐? 그렇다면 지금 똑똑히 보았겠지? 종문 시험에 참여할 자격을 얻은 8명은 나와 순우연 장로의 공격에도 단 한사람조차 쓰러지지 않았다. 그들의 정신의 수위는 이미 너희들을 훨씬 능가했다.”

“이번 종문 임무는 분명 너희가 예상한 것처럼 아주 위험하다. 그렇기 때문에 포상도 이만큼이나 후한 것이겠지. 그리고 내가 지금 알려줄 수 있는 건, 종문 임무에 참가해 살아남은 제자는 바로 검은 도포를 입는 제자가 되고 각 사에서 일하게 되어 매월 두둑한 자원을 받아 수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순우연 대장로가 서있던 200여 명의 제자들을 향해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제자들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눈에 흥분이 가득했다.

이번 시험에는 검은 도포를 입은 제자들은 참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 비교적 중요한 직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시험에 참가하면, 천촉봉 외문의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모두 이번 시합에 참가하지 않은 것이다.

이번 시험에 참가한 제자들은 모두 청포와 황포를 입었다.

수련 자원을 얻으려면 반드시 자신의 실력으로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임무의 보수도 비교적 적을 뿐 아니라, 종종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다.

그러므로, 안전하게 천촉봉에서 수행하려면, 반드시 검은 도포의 제자가 되어야 했다.

흑포를 입을 자격이 있어야만 천촉봉 고위층의 중시를 받을 수 있다.

모두의 감정이 격앙되어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위압에 저항하지 못한 외문 제자들은, 어쩔 수 없이 장로들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200여 명의 외문 제자들은 한자리에 모였고, 엽운 등 8명은 다른 한쪽에 섰다.

란 장로는 모두를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돌려 엽운과 나머지를 보았다.

“너희는 지금부터 종문 시험 임무에 참가할 자격을 얻었다. 그러므로 8강 이후의 시험은 완전히 너희 스스로를 위한 시험이 될 것이다. 장무각에 들어가 더 좋은 공법을 고르고, 더 많은 영석을 얻을 수 있겠느냐? 이어지는 시합 규칙은 마찬가지로 생사를 묻지 않는 것이다.”

란 장로가 천천히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생사를 안 따진다니 아주 잘됐군요. 너희들 내 말 잘 듣거라, 누구든지 나와 1등을 겨루려 한다면, 나는 바로 죽일 것이다.”

단진풍의 목소리가 울렸다.

여전히 오만 방자하기 짝이 없었다.

곡일평은 냉랭한 웃음을 지었고 눈가에는 살기가 번뜩였다.

여명홍은 엽운과 곡일평 옆에 서서, 공손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엽운은 여전히 얼굴에 별 다른 감정을 내비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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