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38화 (38/227)

제 38 화 첫 대결

연무장에서는 모두가 숨을 죽여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심지어 숨조차 쉬지 않는 듯 했다.

"신입 제자들의 첫 대결은 동서 양전으로 나누어 추첨을 할 것이고, 두 번째 대결은 나머지를 쓰러뜨리고 남은 이들을 추첨하여 그들 가운데에서 최후의 승자가 나올 때까지 싸우도록 할 것이다."

란 장로의 목소리가 천천히 광장에 울렸다.

"이번 시험에서는, 예전과 달리 각각 동서 양전에서 보낸 제자들끼리 겨루게 될 것이다. 8등까지는 양측의 제자들이 각각 4명씩 올라가게 되고 그들 중에서 다시 추첨을 하게 된다. 두 번째 대결에서는 50여 명이 싸우게 될 것인데, 같은 전의 제자들끼리 서로 잔인하게 죽이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구나. 오늘, 적지 않은 새싹들이 죽게 될 지도 모른다."

“란 장로가 말하지 않았나? 한 쪽이 패배를 인정하면 다시 손을 댈 수 없다면서. 그래봤자 부상을 입는 정도 일텐데 많은 사상자가 나올 리 없지.”

“때로는 패배를 인정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사제여, 너무 어리구나.”

광장에서는 여러 의견이 분분했다.

특히 입문한 지 오래된 제자들은 곧 보게 될 장면을 미리 예견하고 있는 듯 했다.

“자, 시합 시작!”

란 장로의 목소리가 광장에 울리고, 손을 들어 가볍게 휘두르자 하얀 빛이 하늘에서 내려와 모든 신입 외문 제자들의 손에 정확하게 떨어졌다.

옥패!

백옥으로 만든 패에는 숫자가 1부터 62까지 적혀 있었다.

동서 양전 제자들의 손에는 모두 이런 옥패가 쥐어져 있었다.

이번 시합에 참가한 사람은 모두 124명으로 동서 양전에서 각각 62명씩이었고, 같은 번호를 받은 사람들끼리 서로 싸우게 되는 것이다.

첫 번째 시합이 끝나고 나면 많아 봤자 62명만이 다음 시합에 참가할 수 있을 것이다.

엽운은 손에 든 7번을 보며 서전 쪽을 바라보았다.

누가 그의 상대가 될지 알 수 없었다.

"고작 너 정도 수위로 어떻게 1번을 가질 수 있겠느냐? 1번을 내놓아라. 내 것을 너에게 주마.”

모두의 시선이 각자 손에 쥐어진 옥패에 머무르는 사이 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엽운이 고개를 들자, 단진풍이 한 서전 제자의 멱살을 잡고, 옥패로 그의 몸에 두드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건... 그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장로님께 물어 봐야겠어.“

상대는 크게 놀라 얼굴에 공포가 가득했다.

“장로님이 한가한 줄 아느냐? 이런 작은 일에 어르신이 관여하실 리 없다.”

단진풍은 그를 휘어잡고는 한쪽으로 밀어젖혔다.

그는 화가 나서 말도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주위의 신입 제자들은 모두 장로를 쳐다보았다.

이런 자리에서 감히 날뛸 생각을 하다니, 장로에게 어떤 처벌을 받으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광장 위에 우뚝 서있던 란 장로는 이 소란을 보지 못한 듯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낮은 숫자부터 높은 숫자 순으로 경기장에 올라가 겨루거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단진풍이 마치 커다란 원반처럼 빙빙 도는 것이 보였다.

공중에서 아름다운 그림자를 그리며 1번 경기장 위에 떨어졌다.

"동전의 1번이 누구더냐?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올라와서 죽어라."

동전의 한 소년이 군중을 박차고 나왔다.

그는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단진풍에게 돌진했다.

갑자기 손 하나가 그의 어깨를 잡고, 한 목소리가 들렸다.

“단진풍의 수위는 이미 잘 알고 있겠지. 무리하지 말거라. 수선의 길은 수위를 겨루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마지막 까지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것이다.”

'곡일평 사형…'

소년은 멍해져 고개를 돌렸다.

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곡일평이었다.

“살아남아라. 그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곡일평은 진지하게 바라봤다.

소년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곡 사형, 감사합니다. 기억하겠습니다."

그는 곧 번쩍 뛰어 올랐다.

비록 단진풍처럼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수위를 가진 듯 보였다.

그 둘의 대화는 엽운도 잘 들었다.

엽운은 마음 속 깊이 냉소를 금치 못했다.

곡일평이 정말 호의로 그 같은 말을 했으리라 믿지 않았다.

분명 환심을 사려는 속셈일 것이다.

"자, 이제 너에게는 두 갈래 길이 있다. 한 쪽은 무릎을 꿇고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고, 다른 한 쪽은 내가 너를 죽이는 것이다."

경기장 위에 서있는 단진풍은 정말이지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

소년을 보며 미친 듯이 웃어댔다.

소년의 얼굴은 다시금 상기되었고 눈에는 분노가 가득 찼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 듯 싶더니 다시금 냉정을 되찾았다.

"단진풍 사형, 한 수 부탁드리겠습니다."

단진풍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짜증을 내며 말했다.

“정말 귀찮군.”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한 걸음을 내딛었는데, 놀랍게도 순식간에 소년의 앞에 나타나 손바닥을 내질렀다.

소년은 아연실색했다.

단진풍의 속도가 이 정도로 빠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정말 믿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는 오른손에 영력을 모아 단진풍의 공격을 향해 손을 뻗었다.

쾅!

두 손바닥이 부딪히는 순간, 소년은 한 줄기 거대한 힘이 손바닥으로 밀려드는 것을 느끼는 순간 몸은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단진풍과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알았다.

“패배를 인정합니다!”

그의 입에서 조금의 억지도 없는 세 글자가 튀어나오고 나서야 몸은 다시 경기장 위에 떨어졌다.

단진풍은 휘몰아치던 주먹을 멈추고 뒷짐을 지더니 경기장 위에 누워있는 소년을 보며 지겹다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진작에 꺼지라 했는데도 감히 이 몸에게 덤비다니, 시간 낭비하는군."

곧 껑충 뛰어 내려 서전의 대열로 돌아갔다.

서전의 제자들이 잇달아 길을 비켜 주었다.

단진풍은 오만하긴 하지만 분명 믿을만한 구석이 있었다.

서전의 제자들 중 과연 누가 연심전의 시험을 통과한 제자를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겠는가?

"너희들도 질질 끌지 말고 서둘러라. 저 머저리 같은 동전 놈들의 정신머리를 쏙 빼줄테니.”

단진풍은 부채를 꺼내들고 부채질을 했다.

주위의 신인 제자들은 죄다 혐오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엽운의 옥패에는 7이라고 적혀 있었다.

도합 8개의 경기장이 있으니 원래대로라면 단진풍과 동시에 시합을 시작해야 했지만 단진풍이 눈 깜짝할 사이에 상대를 격파해 버렸다.

엽운이 아직 7번 경기장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7번 경기장에는 이미 서전의 제자 한 명이 서있었다.

그는 멀리서 날아오는 것이 엽운이라는 것을 보곤 달갑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엽운 사형, 한 수 가르쳐 주시지요."

두 손을 몸 앞으로 살짝 뻗고 느릿느릿 말했다.

엽운은 상대를 평화롭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 오거라.”

앞선 경기와 참으로 비교 되는 모습이었다.

엽운은 그저 의례상 한 마디 던졌을 뿐이었지만 좀 전의 단진풍과 비교하자니 서전 제자의 눈에 엽운은 이미 분수에 넘치게 친절했다.

“엽운 사형, 이것은 선기인 화운열염수입니다. 위력이 무시무시하니 조심하십시오.”

심지어 감격스러운 듯 엽운을 보며 말했다.

자신이 뛰어난 선기를 쓸 수 있다고 술술 부는 것을 듣자 엽운의 눈이 약간 빛났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이 서전 제자를 보았다.

“알겠다. 조심하마.”

서전 제자를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일러주어 정말 고맙다.”

서전의 제자는 엽운의 겸손함에 더 큰 호감을 느꼈다.

그러나 영력이 체내를 도는 순간 이 서전의 제자의 얼굴도 빠르게 평온해졌다.

보통 신입 제자들이 수련하는 것은 잡역 제자들의 기초 심법과 하찮은 기술 몇개가 전부였으니, 이런 선기를 쓸 수 있다면 결코 평범한 자가 아닐 것이다.

물론 엽운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제 자리에서 체내의 영력을 빠르게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서전 제자의 양 손바닥이 갑자기 빨갛게 달아올랐는데 마치 손바닥에서 불꽃이 일렁이는 것 같았다.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은 마치 쇠도 녹여버릴 것만 같았다.

진정한 선기는 사용자의 수위가 연기경에 이르러야만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영력을 방출할 수 있는 수준에서 수련을 하게 되면, 불꽃이 손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공중으로 뿜어져 나와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선기도 익힌 적이 없는 평범한 제자들은 이 정도 위력도 충분히 놀라웠다.

“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화염으로 뒤덮인 두 손이 뜨거운 바람을 타고 엽운을 향해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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