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35화 (35/227)

제 35 화 육체와 정신의 수련

엽운은 외문 제자 숙소의 마당에 앉아 있었다.

줄곧 작은 방 안에서 수련하는 것 보단 마당에서 수련을 하는 것이 더 상쾌하다고 생각했다.

그의 개인적인 취향이었다.

달빛은 마치 대지에 은사를 덮어 놓은 것 같았다.

엽운은 조용히 앉아 있었는데 그의 머릿속은 텅 비었고 마음은 마치 오래된 우물처럼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내일이면 시험을 치러야 하는데도 서둘러 영석을 흡수하지 않았다.

수위는 이미 내식경에 이르렀고 3년간 잡역 제자였다가 이제 막 천촉봉의 제자로 진급했는데, 이 정도 수위만 해도 아주 놀라운 수준 이었다.

만약 또 다시 비약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이면, 반드시 란 장로의 의심을 살 수 있었다.

영력을 수련하지는 않아도 마음을 수련할 수는 있었다.

수선의 길이란, 하늘을 거슬러 올라가 천지에 목숨을 내거는 것이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깥세상의 일에 쉽게 흔들리며 잡념에 사로 잡힐 것이고, 불필요한 감정에 현혹되어 지금껏 깨달은 모든 것들을 잃게 될 수 있었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심마에 빠지지 않아야 천지의 비밀을 깨닫고 진정한 대도의 법칙을 터득할 수 있었다.

엽운은 잡역제자가 되었을 무렵에 이미 이 같은 이치를 깨달았다.

당시 그들에게 기초 심법을 가르치던 장로들은 수 많은 예시를 들어 여러 차례 경고했었다.

‘마음을 갈고닦지 않으면 앞으로도 연체경에 머물러 수위가 더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수준으로는 천지의 오묘함을 깨닫는다든가, 대도의 법칙을 깨닫는다는 것은 모두 허망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전에 그 장로들과 금단으로부터 느낀 위압은 굳건한 의지와 확고한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줬다.

끊임없이 심경을 연마하면, 강대한 정신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정신이 강할수록 앞으로 금단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커지며, 응집된 금단도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육체와 정신을 모두 발전시키는 것이 진정한 수행이다.

다만 대다수의 하층 수사들은 심경의 수련은 저도 모르게 내팽개쳐놓고 법보와 단약을 쫓았다.

자신들을 더욱 빨리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을 갖기 위해서였다.

엽운도 얼마 전까지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심지어 대부분의 하층 수사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일부 수행 방법과 단약 만으로 정신이 강해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흑백의 빛을 얻고 장로들을 만나게 된 후, 특히 금단의 위압을 느낀 후, 그 어떤 단약으로 정신을 강화 하더라도 자신의 마음이 안정 되어있지 않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부 몸이 건장한 사내들은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마주 할때 조차 겁을 먹고 공격하지 못하여 되려 당하고 만다.

생각해보면 간단명료한 이치였다.

오늘 느낀 칠장로의 살의와,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치뤄지는 시험, 게다가 종문 시험의 배후에 있는 위협까지, 모두 그로 하여금 고통에 시달리게 하였고, 큰 충격을 주었다.

흑백의 빛을 얻은 후 밀물처럼 쏟아지는 금갑신병을 보았고, 살의와 영혼의 위압마저 응결되며 거대한 천검을 만들고, 강풍이 휘몰아쳤다.

산은 가루가 되고 하천이 끊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흑과 백의 두 줄기 빛은 오만하기 짝이 없는 것이 마치 어떠한 두려움 조차 없는 듯 했고, 그 후 엽운의 심경에도 큰 변화가 발생했다.

이때 느꼈던 압력은 그의 심경에 대한 큰 충격을 선사 하였고 일종의 계기가 된 것 같았다.

잡역 제자로 보낸 3년 동안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수련한 이유는 단지 영력을 수련하고, 신체를 단련하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항상 자신의 심경을 가다듬기 위해서였다.

매번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머릿속의 잡념을 떨쳐내며 저항했고 앞을 향해 나아갔다.

온갖 번거로운 일이 생기고 수 많은 불이익을 당해도 오래된 우물처럼 조금도 흔들리지 않으려 했다.

무려 2년이 넘는 시간을 들여 비로소 이따금 기묘한 경지에 들어설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온 세상이 다 사라져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온 세상에 자신을 포함한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것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느낌인데, 이처럼 방대한 정신이 구체적으로 얼만큼의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 또 영력과 도대체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이런 느낌을 가졌을 때를 기점으로 수위의 성장에 점점 가속도가 붙었다.

3년 가운데 2년 동안, 단지 억지로 수행을 해 연체경 2단계인 환혈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마지막 1년, 흑백의 빛에 의해 다시 태어나기 전, 연체 3단계 세수경의 후기를 단번에 돌파했다.

잡역 제자들 중에서는 매우 뛰어난 존재였다.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 생명에 닿으리!

그 어떤 두려움도 없이, 나를 잊고 앞으로 나아가리!

환상처럼, 공허처럼, 천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엽운은 달빛 아래에 조용히 앉아 있으면 달빛은 그의 얇은 옷을 뚫고 몸에 쏟아졌다.

육신은 점점 더 맑아져, 마치 완전히 투명한 것처럼 달빛을 비추었다.

달빛이 그의 몸 한쪽으로 뚫고 나오는 듯했다.

달이 지고 별이 움직였다.

수사들에게 하룻밤이란 무척 짧은 시간이다.

늦가을 이슬이 이마에 떨어지자 천천히 눈을 떴다.

“훗날 더 훌륭한 공법을 배우게 된다 할지라도 이렇게 잡념을 버린 채 물아를 잊고, 영력을 체내에서 자유롭게 활동시켜 정신을 가다듬는 편이 얻는 게 훨씬 많겠지.”

천촉봉 동쪽 지평선에서 옅은 햇무리가 서서히 떠올랐다.

새로운 날이 밝는다는 것은 신입 제자들이 시험을 치를 시간도 곧 다가온다는 것이었다.

몸속에 끓어오르는 영력이 느껴졌고 머릿속이 한없이 맑아졌다.

눈을 감으면 백 장 밖의 전해오는 아주 미세한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영력은 별로 늘지 않았지만 정신은 확실히 더 강해진 느낌이었다.

“단진풍...곡일평....”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이 또렷한 정신이라면 오늘의 시험을 통과하여 더욱 훌륭한 수행 공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또 자연스레 이 두 사람이 떠올랐다.

단진풍이 늘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단진풍은 경도 출신이고 왕의 친척이다.

만약 그가 단지 부잣집 도련님에 지나지 않는다면 이렇게 날 뛸리가 없다.

그렇다면 두 가지 가능성 밖에 없었다.

첫째는 타고난 신분과 가문 내에서 지위가 높아 이 같은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

만약 그가 타고난 신분과 지위가 높다면, 그는 어째서 천검종에 들어와 3년이나 잡역 제자를 하고서야 외문 제자 시험의 정원에 들었다는 말인가?

비록 진나라 왕가의 친척이란 점은 천검종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천검종 역시 진나라의 국경 안에 있으니,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속의 힘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헌데, 진나라의 왕가친척이, 그리도 높으신 신분의 소년 하나를 고작 천검종의 천촉봉 같은 비전투 경비봉에 넣어두었는데 어째서 3년간이나 잡역제자를 시킨다는 말인가?

"설마 일부러 미친척해서 쓸모없는 인간처럼 보이려는 셈인가?"

엽운의 머릿속에, 불현듯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또 곡일평은 엽운이 전부터 지켜봤는데, 몇 번의 싸움을 통해 알 수 있듯 열대여섯 살에 불과해도 타산에 아주 밝은 소년이었다.

엽운은 경도와 곡씨 가문이 도대체 어떤 존재들인지 잘 모르지만, 단가와 비교하자면 조금은 차이가 날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곡일평이 가지고 있던 흑색의 팔찌를 통해 알 수 있듯, 곡일평 역시 가문 내에서의 지위가 결코 낮지 않기에 이 같은 영기를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대가족이 수많은 영기를 지니고 있고, 심지어 하인까지도 하나씩 갖고 있다는 소문 따위는 전혀 믿지 않았다.

영기는 수선자여야만 가질 수 있는 보물인데, 어찌 속세의 사람들이 가질 수 있겠는가?

엽운은 곡일평과 서로 알지 못했지만 외문 제자들이 시험을 볼 때 몰래 그를 관찰했었다.

무엇보다 곡일평은 다른 사람과 아무런 충돌이 없었다.

그보다 수위가 훨씬 낮은 제자들을 마주할 때에도 단진풍처럼 폭언을 쏟아 부으며 안하무인으로 행동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가 단진풍을 마주할 때에는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과격해졌다.

"이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원한이 있는 게 분명하군. 어쩌면 이 곡일평은 단진풍을 처리하려는 작자가 보낸 것일 수도 있다. 단진풍의 태도는 오해만 사고 모두가 그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게 만들 뿐이니..”

이 순간 머릿속은 말끔히 정리된 느낌이었다.

그 말인 즉슨 두 사람 다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을 수도 있고, 심지어 영기를 한 개 이상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니, 엽운의 눈은 가늘어졌다.

오른손을 뒤집자 손에 빛나는 청목단병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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