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32화 (32/227)

제 32 화 내부거래

“사형?”

엽운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미 놀라운 영기가 담긴 영액을 얻었기 때문에 영전을 개간하는 임무의 포상을 받지 못하더라도 괜찮았다.

관건은 그가 무슨 화를 초래하지는 않았는가 하는 점이었다.

“아니다. 임무를 잘 완수했구나. 영석을 받을 준비 하거라.”

검은 모포에 어린 제자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더니 말했다.

엽운은 이 제자의 낯빛이 확 바뀌는 걸 보고 무언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손을 흔들며 따라오라고 했다.

엽운은 그를 따라갔다.

어린 제자는 그를 데리고 시련전을 향해 10여보를 걸어갔지만 전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외진 곳을 향했다.

“50개의 중품영석을 원하느냐, 아니면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느냐?”

어린 제자는 주변에 아무도 보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엽운에게 물었다.

엽운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멍해져 말했다.

“저는 사형이 말씀하신 뜻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린 제자는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내가 전에 말했듯이 칠장로가 성질머리가 좀 괴팍하다보니 이번에 또 무슨 짓거리를 했는지 모르겠다만, 이 전의 제자들이 재쳐 둔 임무를 완성한 것이라 받을 수 있는 영석은 모두 네 머리에 적혀 있다.”

엽운은 갑자기 멍해졌다.

영전에서 칠장로가 했던 말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칠장로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멋대로 지껄인 것이라고 생각했고, 포상이 영석 50개나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자 어린 제자가 말을 이었다.

“포상 총액은 무려 중품영석 100개에 달한다.”

다시금 어리둥절해진 엽운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사형 말씀은 우리가 반 씩 나눠 갖자는 건가요?”

“꽤 똑똑하구나. 조금만 눈치를 줘도 알아 들으니.”

어린 제자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너를 괴롭힌다고 생각하지는 말거라. 예를 들어 다른 요수를 사냥하거나 영약을 채집하는 임무의 경우 정확한 물건만 들어온다면, 허리패와 시련전의 시험표는 모두 사물일 뿐이기에 기록만 되어 있으면 위에서 검사가 들어와도 문제가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네가 맡은 영전을 일구는 임무의 경우는, 설령 칠장로가 네 허리패에 영전을 모두 개간했다고 기록 해주었다고는 해도, 나중에 확실히 그만큼의 수확이 있었는지 검사할 것이란 말이다. 그런데 그 큰 영전을 하루만에 개간했다는 기록이 남는다면 분명히 문제가 될거야. 오늘 내가 아무 것도 모르는 척 눈 감아 주고 중품영석 백 개를 준다 한들 언젠가 윗선에서 누군가 검사하려고 들면 분명히 다 밝혀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네가 받아간 영석을 다시 압수해야 한다. 칠장로가 비록 네게 호의를 베풀었다지만 우선 어떻게 하면 종규를 어기지 않으면서 이 영석들을 모두 얻을 수 있을지 머리를 굴려봐야 한다.”

열심히 듣던 엽운은 망설이며 말했다.

“사형의 말씀대로라면, 어떻게 해야 좋겠습니까?”

“칠장로가 네 허리패에 남긴 기록은 어쩔 수 없다. 시련전의 검증된 옥패 역시 바꿀 방법은 없지만, 전에 네 허리패에 남겨진 임무 정보는 원래 내 권한 이어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어린 제자는 엽운을 보며 말했다.

“네가 수십일 전에 받은 임무로 내가 고쳐 쓰면 된다. 그럼 나중에 윗선에서 검사할 때,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야.”

엽운의 표정은 미동도 없었다.

어린 제자는 그의 생각을 눈치 챈 듯 이어 말했다.

“물론 이 방법도 위험하긴 하다. 넌 막 시험을 통과한 제자이기 때문에 수십 일 전까지만 해도 천촉봉에 없었잖느냐. 하지만 시련전의 기록에 문제가 없고 어떠한 이변이 생기지 않는 한 누구도 이 작은 보상을 검사하려 하진 않을 것이다. 누군가 이 영석 수령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일일이 조사해서 누구의 손을 거쳤는지, 완수한 사람이 누구인지 등을 알아보려 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임무를 검사하고 영석을 지급하는 일은 원래 내 책임이다. 이렇게 되면 내가 너 보다 더 큰 위험을 부담하는 셈이지. 그러니 영석을 반 씩 나눠 갖는 건 부당한 일이 아니다.”

이어서 엽운에게 의견을 물으며 말했다.

“만약 네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내가 윗선에 보고할 수 밖에 없다. 칠장로가 어떻게 처리하는지 두고 보는 수밖에.”

“영석은, 물론 자루에 넣어 두는 편이 안전하겠지요. 사형의 말씀대로 중품영석을 50개씩 나눠 갖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어린 제자의 태연자약한 표정을 보고 있자니 이 자가 처음으로 영석을 뜯어내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이 자에게는 이 일이 들통 나더라도 어떻게든 면할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요직에 있는 사형들의 미움을 사서 좋을 것도 없고, 그가 정말로 태도를 싹 바꾸고 외면한다면 혼자서 중품영석 100개를 꿀꺽 할 수도 있었다.

그럼 더 짜증만 날 뿐이었다.

지금은 고집을 부릴 때가 아니었다.

중품영석 50개는 엄청난 재물이었기에 아무렇지 않은 척 어린 제자를 보며 말했다.

“좋습니다.”

어린 제자는 엽운이 마음에 드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다시 네 허리패 좀 빌리마.”

말하는 사이 그는 엽운의 허리패를 손가락으로 몇 번 긋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됐다.”

이어서 엽운의 허리패와 검은색 옥패를 한 곳에 두고 그의 손가락이 약간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영력이 몇차례 은색 옥패에 주입되었고, 검은색 옥패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다시 엽운의 허리패를 덮었다.

손을 한 번 휘두르자 검은 옥패 위의 빛은 모두 사라지고, 대신 금빛 자국이 하나가 생겼다.

"금색 글자에 영력을 불어넣으면 된다."

어린 제자는 웃음을 머금고 기분이 아주 좋은 듯 엽운을 보며 설명했다.

“이 시련전의 옥패는 원래 보물을 받아들이는 영기다. 네가 영력을 이 금빛 자국에 불어넣으면, 그 안에서 해당하는 영석을 꺼낼 수 있지. 이 단계는 네가 직접 해야만 한다. 다른 사람이 네 허리패를 이용해 갈취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엽운은 이제야 영석을 얻는 일이 조금 번거롭다는 것을 알게 됐다.

호기심에 가득 차 금빛 부문에 영력을 불어넣었다.

한 층의 금빛이 빛나자 반짝이는 빛이 흘러 넘치고 중품영석 100개가 샘물처럼 솟아나왔다.

순간, 금색 부분이 빠르게 사라지고, 시련전의 옥패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어린 제자는 손을 뻗어 영력을 두 번 방출해 영석을 정확히 50개 씩 나누었다.

그 중 한 무더기를 앞에 내려놓더니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엽운아, 협력해서 즐거웠다. 이 일은 밖으로 새어나가면 안 된다.”

엽운은 중품영석 50개를 주머니에 넣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연하죠.”

어린 제자는 손을 흔들어 떠나라고 손짓했다.

그러나 엽운이 두 걸음 정도 갔을 즈음 무슨 할 말이 있는 듯 말했다.

“엽운아 멈추거라.”

엽운은 몸을 돌려 놀란 표정으로 보며 물었다.

"사형, 무슨 일 있으십니까?"

어린 제자는 공수를 올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성은 남이고 이름은 성이다. 엽운 사제, 내 듣기로는 칠장로가 성질이 괴팍하고 평범한 장로도 아니라고 들었다. 그 분께서 자발적으로 영전에 갈 것을 요청한 것 같다.”

엽운은 갑자기 멍해졌다.

“평범한 장로가 아니라고요?”

남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보다 휠씬 이 전에 들어오신 분이라 그의 내력을 구체적으로는 모르지만 그 신분은 우리 천촉봉에 계신 장로님들보다도 존귀하신 것 같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그가 천검종 내산제봉에서 왔다고 의심하기도 한다.”

“내산제봉 이라구요?”

엽운은 깜짝 놀랐다.

천검종 내산제봉의 장로라면, 정말이지 놀라운 신분이었다.

"물론 추측이긴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 분의 수위가 아주 높고, 신분 역시 매우 높다는 것이다."

남성은 그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시련전에 있은 지도 5년이 됐는데, 그 양반한테 갔다가 멀쩡하게 나온 자는 네가 처음이다, 게다가 상까지 받고.. 칠장로가 너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구나.”

잠깐 머뭇거리던 말했다.

“네가 칠장로를 직접 만나봤으니 그의 성격이 얼마나 괴팍한지 야 우리보다 더 잘 알겠지만, 만약 그런 인물과 관계를 맺을 기회가 있다면, 우리 천촉봉의 주인을 따라 수제자가 되는 것과도 같다. 다른 사람들은 원해도 얻을 수 없는 기회이지. 임무표에 있는 임무처럼, 위험이 클수록 포상으로 얻을 수 있는 영석은 많아진다. 그러므로 틈나는 대로 그에게 가서 오늘처럼 중품영석 50개를 가져오는 것만으로도 천촉봉에 갓 입문한 제자들로써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 그들이 반년 동안 기를 써봤자 이 만큼의 영석을 얻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엽운은 이 남성이라는 자를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았다.

이 사형이 제 이득만 챙기려는 것 같다고 직감했다.

아마도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것 또한 오늘 같은 일이 더 많이 일어나기를 바라기 때문인듯 했다.

남성은 장사꾼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고, 적어도 어떻게 해야 거래가 이루어지는지 비교적 잘 알고 있었다.

“남사형의 말씀에 일리가 있군요. 깊이 고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게다가 그도 마음이 조금은 설렜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보아하니 엽운 사제는 영리할 뿐 아니라 성실하기까지 한 듯 하니, 우리는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엽운의 표정을 보며 남성도 웃었고 곧 다시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상, 앞으로 우리가 협력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다. 적당한 임무가 있으면 내가 알아서 너를 찾아가마.”

엽운은 문득 그의 뜻을 깨달았다.

시련전은 임무와 포상이 발표되는 곳으로서, 안에는 분명 비교적 원한이 서린 임무가 있을 것이고 어쩌면 인기는 없지만 내막을 잘 아는 사람이 수행하기에는 어렵지 않은 임무가 있을 지도 모르고, 심지어는 암암리에 수작을 부릴 수 있는 임무도 분명 있을 것이었다.

“사형, 감사합니다.”

보기에는 당연히 양쪽 모두에게 유익한 거래였다.

“응?”

바로 이때 남성이 눈살을 약간 찌푸렸고 하늘에서는 다급한 종소리가 들려왔다.

떙! 땡! 땡!

종소리가 공중에 울려 퍼지며 순식간에 허공을 스쳤다.

종문 전체에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