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 화 괴상함
이 술에는 분명 놀라운 영약이 들어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이건 술이 아니라 그저 술 맛이 나는 영약일 것이다!
직감으로, 이 술에 영기가 중품영석 몇 개의 양을 뛰어넘는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놀라운 영기를 가진 영약은 또 다른 특별한 효과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 술단지를 그대로 갖다 두면 들어있는 술은 금세 사라져 버릴 것이니, 남은 술을 모아서 가져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잔류액에 지나지 않더라도 그 정도에 수위를 가진 자에게는 틀림없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관건은 칠장로가 미쳐서 발광을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행동이 칠장로를 화나게 할지 말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어쨌든 조금 전 느낀 바에 의하면 칠장로의 수위는 바깥 장로들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다.
망설이는 사이, 칠장로가 벌써 영전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 보였다.
곧 그는 구름이 자욱한 영전으로 사라졌다.
엽운은 생각할 겨를조차 없이 저도 모르게 석옥으로 들어가 최대한 빠른 속도로 청목단병 하나를 꺼내어 세 술단지의 잔류액을 모두 단병에 담았다.
술단지 안에 남아있던 잔류액은 거의 두 손가락 굵기의 단병을 가득 채웠다.
단병을 닫는 순간, 엽운의 온 몸에서 땀이 나고 심장이 크게 뛰어 마치 생사의 갈림길에 선 것 같았다.
감히 지체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술 단지를 내려놓은 후 가버렸다.
"꼬맹이, 기다리거라."
그가 골짜기에 가까워지는 찰나 칠장로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이 소리에 계속 날뛰던 심장이 멈출 뻔했다.
엽운은 자신의 몸이 굳는 것을 느꼈다.
가능한 차분하게 몸을 돌렸다.
행방을 알 수 없었던 칠장로가 지금은 뒤에 서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지금의 칠장노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나며 극도로 맑아 마치 보석 처럼 보였다.
그 눈빛은 마치 몸 속 깊은 곳을 꿰뚫어 보는 것만 같았다.
칠장로는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이전과 같은 광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연심전 비석에서의 시험을 통과했을 때 금빛 단광을 받은 것 같지는 않더냐?"
엽운을 보며 물었다.
엽운의 눈동자가 순간 급격히 움츠러들었다.
칠장로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금광이 흑백의 빛에 의해 흡수되었을 때도 그 자리에 있던 장로들조차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지금 와서 칠장로가 뭘 알아냈단 말인가?!
“어르신, 혹시 무언가가 보이십니까?”
머릿속이 텅 빈 엽운은 요행을 바라는 마음으로 말을 꺼냈다.
“연심전을 통과할 때, 그곳에 있던 비석이 황금색의 빛을 뿜었습니다. 저의 온몸이 그 속에 잠겨 있는 것 같았는데, 그 금빛이 주는 느낌은 정말이지 묘했습니다.”
칠장로의 얼굴은 좀 전처럼 엄하지 않았다.
그저 눈살을 찌푸리며 꾹 참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밖에 다른 느낌은 없었느냐? 몸이 한 줄기 금광을 흡수하는 걸 느낀 적이 있다거나?”
엽운은 즉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특별한 느낌은 없었습니다만, 어르신, 혹시 제 몸이 잘못된 건가요?”
“너무 걱정할 것 없다. 그저 네 몸에서 금단광에 스며든 듯한 기운을 조금 느꼈을 뿐이다. 금단광의 비밀은 너희 같은 제자들이 깨달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원래대로라면 단광에 흠뻑 빠진다 한들 그 무엇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헌데 어떤 계기로 단광이 주동적으로 네 몸과 어우러진다면 그건 큰 행운이겠지.”
칠장로는 찌푸렸던 미간을 피며 말했다.
“금단광이 몸을 윤택하게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니 걱정하지 말거라.”
엽운은 마음속으로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금광이 흑백의 빛에 의해 삼켜진 순간 자신의 몸속에서 흘러 나왔기 때문에 칠장로가 그 기운을 발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자신의 직감도 맞을 터였다.
흑백의 빛이 금단의 정수를 삼킨 것이 분명했다.
헌데 칠장로는 도대체 어떤 경지에 오른 것인가.
놀랍게도 자신의 몸이 금단의 빛에 젖어 있던 것조차 알아봤다.
고개를 숙여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동시에 할 말이 더 없다는 듯이 물었다.
“어르신, 그 비석 속에 정말로 우리 선배의 금단이 봉인되어 있는 것입니까?”
칠장로는 힐끗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냥 떠도는 말은 없지. 그것은 당시 천촉봉에 있던 한 금단대능이 소멸 할때, 엄청난 법력으로 금단을 비석에 박아서 연심전을 진압하였고, 그 뒤로 제자들의 시험에 사용된 것이다.”
“하지만 그들도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던 게야. 금단은 함부로 비석 따위에 박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아무리 금단대수사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야. 그 비석과 연심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법진이기 때문에 금단의 힘이 제때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다만, 만약 금단이 그에게 가장 적합한 제자를 찾게 되면 그 제자는 금단의 자발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고, 그렇게 금단대수사의 전수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잠시 머뭇거리던 칠장로는 다시 한 번 엽운을 보며 말했다.
“그래서 처음에 네 몸에서 금단의 기운을 느꼈을 때 크게 놀란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또 뚜렷한 느낌이 없구나. 분명 네 몸은 그 금단과 어울리는 것 같지만 금단광이 네 몸속 깊은 곳으로 들어가기를 포기한 모양이다.”
“과연 그런 것이었군요.”
비록 흑백 빛의 작용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칠장로가 말해준 것은 그가 알던 것과 큰 차이가 있었다.
엽운은 몸이 떨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 흑백의 빛이 금단 정수를 조금이나마 삼킨 것이었다.
앞으로 금단대수사의 또 다른 힘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실망하지는 말거라.”
엽운이 떠는 모습을 본 칠장로는 오히려 그가 실망한 줄로 알았다.
엽운을 한번 보더니 말했다.
“너는 기초심법을 연마한지도 3년 밖에 안되었는데, 이미 내식경에 이르렀고 몸도 일반 수사들보다 훨씬 좋다. 분명 올해 시험에 참가한 모든 제자들 중 가장 뛰어날 것이야. 금단의 단광이 언젠가는 네 몸에 스며들 수도 있는데, 그러려면 마땅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네 재능이 하늘로 올라 금단의 인정과 전수를 받기에는 부족하다 할지라도, 열심히 수련하기만 하면 분명히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다. 넌 앞으로 천검종에서 반드시 출세할 게야.”
장로가 이미 금단의 단광을 찾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자, 엽운의 마음이 차분해졌고, 공손한 어조로 말했다.
“어르신의 말씀에 감사드리지만, 소인은 천검종에서 출세하는 것까지는 그다지 바라지도 않습니다.”
“장난치는 게냐.”
엽운의 겸손한 말에 칠장로는 오히려 두 눈을 가늘게 뜨고서는 콧방귀를 끼었다.
“너는 최근 몇 년 동안 이곳에서 영석을 벌어간 유일한 놈이다. 헌데 네가 천검종에서 출세조차 못한다면, 나까지 무능하게 보이는지 않겠느냐?”
엽운은 다시 한 번 싸늘한 기운을 느꼈다.
장로가 다시 미치기 시작한 건 아닐까 생각했다.
칠 장로는 단지 천촉봉의 곡영전을 관할하는 사람일 뿐이다.
물론 그가 뒤를 봐준다면 천촉봉에서 출세하는 것쯤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천검종 전체를 놓고 말하자면 글쎄.... 천촉봉은 단지 외문 단종일 뿐이라 이곳의 일부 장로들은 내산제봉에 들어갈 자격조차 없었다.
그런데 칠장로는 지금 이렇게 말하니 정말 허풍도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전에 한 말을 기억하거라. 꼭 참가해야 할 시험이 있을 때를 제외하곤, 시간이 있을 때마다 내게 오거라. 내 알아서 너에게 몇 가지 일거리를 마련해주겠다.”
칠장로는 거만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이젠 꺼져도 좋다.”
엽운은 사면을 당한 듯 공손히 절을 올린 뒤 더 지체하지 않고 영곡을 빠져나왔다.
간단하게 영전을 개간하는 임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이런 위험을 만나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 했다.
"시련전에 가서 다시 한 번 봐야겠어.”
그저 헛된 꿈을 꾼 것 같다고 느꼈다.
지금은 이 영곡에서 멀어질수록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에 들고 있던 허리패를 봤다.
좀 전에 이상한 칠장로가 손을 뻗어 선을 긋는 순간 무슨 수작을 부리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시련전 문 앞에는 외문 제자들이 왕래하며 임무를 맡기도 했다.
신진 외문 제자들 외에는 대부분 매우 바빠 한 눈 팔 시간이 없어 보였다.
시련전 문 앞에는 전에 몇 마디 나눈 적 있는 어린 제자가 있었다.
앞으로 걸어가서 손에 있는 허리패를 건넸다.
“사형, 임무 제출입니다.”
검은 모포를 입은 젊은 제자는 그제야 엽운을 알아보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너는? 영전을 개간하러 간?”
이전에 이 사형과 대화를 나누어 보니 특별히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긴장하지 않고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일단 칠장로님은 만났는데, 칠장로님은 좀... 아무튼 제가 임무를 완수했으니 나가서 복명하면 된다고 하시더군요.”
말을 마친 엽운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말을 덧붙였다.
“사실은 장로님이 말씀하신 바와 같이 제가 임무를 완수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아 사형께 허리패를 좀 봐 달라고 부탁드리는 겁니다.”
젊은 제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눈에서는 별안간 괴상한 빛이 뿜어져 나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곧 품에서 검은 옥패를 꺼내더니 영력을 주입했다.
검은 옥패에서 빛이 뿜어져 나와 엽운의 허리패 위에 떨어졌다.
순간 젊은 제자의 눈에는 믿을 수 없는 빛이 번뜩였고 얼굴도 괴상하게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