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 화 포상
이제서야 엽운은 마침내 수선대종의 웅대함을 제대로 느꼈다.
이러한 기세는 결코 짧은 시간 동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천검종에서 수 천년 동안 전승되어 오늘에 이른 것이었다.
“이 정도로 엄청난 곳에서도, 금단 수사 한 명이 나오기 어렵다는 말이군.”
엽운은 더욱이 감개를 느꼈다.
천검종의 수제자들은 실제로 자신과 같은 무수히 많은 잡역제자들이나 외문제자들의 공양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 이제 두개의 대열로 나눠 한 쪽은 나와 함께 가고, 다른 한 쪽은 양 장로와 함께 간다.”
나이가 지긋한 손장로는 고개를 돌려 흥분한 제자들을 향해 천천히 말했다.
그의 손짓에 모든 사람들이 신속하게 두 대열로 나뉘었고 엽운과 곡일평도 한 쪽에 섰다.
단진풍은 양장로 쪽에 서있었다.
“곡일평, 방금처럼 까불면 내가 이틀 동안 더 뛰어다니게 해주마. 자리를 잡거든 내가 네 피로 위세를 떨칠테다.”
단진풍은 곡일평을 보더니 오른쪽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쳤다.
“도대체 뭐가 문제야?”
엽운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단진풍이 어리석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를 도발해봤자 또 문제를 일으킬 뿐이었다.
그러나 절벽아래에서 단진풍과 이야기를 나눌때만 해도 이 자는 평범하지 않은 것 같다 느꼈다.
“흥!”
양장로가 콧방귀를 뀌며 그의 얼굴을 쳐다보자, 순간, 단진풍의 안색이 창백해지며 얼굴에서 가느다란 땀방울을 떨궜다.
이를 바득 갈며 간신히 고개를 들더니 또 살의와 분노가 가득한 눈빛으로 곡일평을 매섭게 노려보며 주먹을 치켜들었다.
엽운은 눈살을 찌푸리며 힐끗 보았지만 이내 다시 생각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절대 저 자와 엮이지 않을 셈이었다.
이제부터는 빠르게 자리를 잡아 천촉봉 외문의 생활에 익숙해져 앞으로의 수련에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자, 다들 입 다물거라. 계속 헛소리를 하는 자는 천촉봉 제자의 자격을 박탈해 왔던 곳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니."
양 장로의 칼날처럼 차가운 눈빛이 사람들을 훑었다.
순간, 제자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고, 온 천지가 조용해졌다.
두개의 대열은 앞의 숲을 가로질러 두 갈래로 나뉘어 숲속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반쯤 지나자 앞쪽의 밀림이 점점 좁아지더니 곧 시야가 확 트였다.
상반부는 구름에 둘러싸여 잘 보이지 않는 봉우리 하나가 우뚝 솟아 있었다.
아랫 쪽의 봉우리들은 건물들처럼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데 마치 산을 끼고 지은 도시 같았다.
"저기가 바로 천촉봉이다. 저 구름 깊은 곳이 바로 천촉봉의 수많은 단약을 만들어내는 곳이자 장로들이 있는 곳이고, 아래에 보이는 것은 바로 외문 제자들이 활동하며 지내는 곳이다.”
손 장로는 앞의 봉우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사람들이 바라보니 산 중턱에 건물들은 산을 끼고 지어져 독특한 맛이 있어 어떤 건물들은 각도 상 마치 산 중턱에 떠 있는 것처럼 매우 보기 좋았다.
길을 걷는 동안 천촉봉 제자들은 마주쳐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굳은 얼굴로 분주히 움직이는 것을 보아 무슨 중요한 일이 생긴 것 같았다.
엽운은 외문 제자 시험을 10일 정도 앞당긴 것도 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청색의 두루마기 두 벌, 불꽃 무늬가 새겨진 허리 패.
이것은 천촉봉 제자의 상징으로 거의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이 가지고 있었다.
엽운은 손에 든 옷와 허리 패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삼 년 동안 온갖 고난을 겪으며 암투와 옹졸한 수단을 다 보았다.
그 모든 것은 천검종의 외문제자가 되기 위함이었다.
이 두루마기는 특별한 점이 없고 무슨 재료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허리 패는 엽운의 신분을 나타냈다.
허리의 패는 옷과 똑같이 청색이고 중간에 외자가 있으며, 허리 패 뒤에는 20037 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이는 엽운이 외문 제자 중 20037번째라는 것을 나타낸 것으로 보였다.
"이 서열은 아마 천검종 전체에서겠지, 천촉봉에 외문제자들이 이렇게 많을 리가."
엽운은 허리에 붙은 패를 보고 감개무량했다.
이때 손 장로의 목소리가 울렸다.
"지금 너희가 받은 것이 허리 패와 외문 제자의 옷이다. 어떤 제자들은 이미 허리 패 위의 숫자를 보았을 것이다. 그래 맞다. 이것이 너희들의 번호이다. 천검종 무영봉의 외문 제자라는 것을 나타내고, 숫자는 너희들의 서열을 의미한다.”
엽운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는 이 순위가 놀랍게도 무영봉에 국한된 것이라고는 정말 생각조차 못했다.
이렇게 되면 전체 천검종의 외문 제자가 십만 명을 넘을 가능성이 있었다.
얼마나 거대한 종파란 말인가,
외문제자 만으로도 중간급의 도시의 인구보다 더 많다니...
내문제자나 진전 수제자는 그 수가 훨씬 적다고들 하지만, 또 잡역부 제자들까지 있지 않은가.
이번 천촉봉의 외문 제자 시험에는 모두 4천에서 5천 명쯤 참가하였으나 마지막에 합격한 것은 겨우 백여 명 뿐이었다.
이 수를 따져 보자면 천검종의 제자는 수백 만 명이 되지 않겠는가?
즉, 최상위 장교들의 수제자는 수백만 명의 공양을 받는 셈이었다!
처음 엽운은 오기를 품고 감히 유도열에게 저항 하였고 흑백의 빛을 얻으면서부터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
천검종 장교의 수제자들은 수백만명의 공양과 지원을 받아 온 종문의 자원을 끌어다 쓰며 수행을 누리는 셈이라 생각하니, 경외심이나 신복이 들기는 커녕 훗날 이들을 뛰어넘어 천촉봉 출신의 수사처럼 금단을 이루는 것이 가능하긴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리 패에 영력을 주입하면 지도 하나를 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너희들이 이동할 수 있는 범위이며, 주소도 그곳에 있다. 지금부터 너희들은 비로소 우리 천촉봉의 진정한 제자가 된 것이다. 앞으로 모든 이들은 천촉봉을 중히 여기도록 하고, 절대로 천촉봉을 망신시켜서는 안 된다."
손 장로의 목소리가 천둥같이 울렸다.
“네!”
수많은 제자들은 감격하여 목소리마저 변했다.
손 장로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천촉봉은 무영봉에 속해있다. 기이한 꽃과 풀들을 채집해서 단약을 제조하며 영전을 재배하는 등 후방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데, 이 정도는 너희들이 이미 익히 들어왔을 것이다. 헌데 우리 천촉봉에서 어떻게 금단 대수사가 나왔는지 생각해 본 적 있느냐?”
“천검종에서는 천년 동안 금단 수사 몇 명이 나왔다. 하지만 우리 천촉봉은 그저 무영봉 아래의 단종일 뿐이다. 무슨 이유인지 생각해보았느냐?”
순간 사방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정말 그렇다.
사람들은 천촉봉이 단지 꽃과 풀을 채집하고 단약을 제조하며 영전을 재배하는 일만 맡는다고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평소에 전문적인 검술 연구와 다른 수행 수단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데 시간을 투자하는 다른 봉과 견줄 수 없고, 게다가 그들을 대적할 수단과 경험 또한 그들에 미치지 못할 것이었다.
“너희들, 이런 문제는 생각해 본적이 없는 것 같구나,”
손 장로는 아무도 감히 소리내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냉소를 지었다.
“수련의 도는 각자의 마음에 달렸다는 헛소리들을 한다만, 우리 천촉봉은 단종으로서 당연히 다른 종에게는 없는 좋은 점도 많이 있을 것이다. 우리 천촉봉의 제자들은 영약이 많이 나는 영산을 드나들며 영약을 채취할 기회가 아주 많으니 임무를 완수하기만 하면 자연스레 좋은 상이 주어져 왔다. 심지어 그 중엔 수위를 증진시키는 단약도 있을 수 있으니, 인연이 있다면 여러 가지 과업 외에 높은 품계의 영약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별도의 상도 주어질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지금 너희를 두 대열로 나눠 각각 나와 양 장로가 이끄는 것도 향후 포상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무언가를 이해한 듯 흥분하는 제자들을 보고는 손 장로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