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 화 이익
“이번엔 제대로 봤지?”
단진풍이 고개를 돌려 엽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고소하다는 듯한 모양새였다.
엽운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좀 전의 그 영력이 너무 강력해 자신도 당해낼 수 없다고 느꼈다.
바로 이때 곡일평이 몸을 돌려 자리에 앉았다.
입가에는 핏자국이 생겼고 머리에는 먼지가 잔득 묻은 게 상처도 심해 보였다.
“이 영력은 강력하다. 하지만 결코 우리의 수위보다 많이 높진 않아. 그저 속도가 빨라 피하기 어려울 뿐이다.”
엽운은 곡일평을 한 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려 단진풍을 바라보았고, 곧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듣자하니 우리 둘이 손잡고 이 영력을 막아보자는 뜻 같은데?”
“괜찮은 생각이지. 역시 마음에 드는구나.”
단진풍은 크게 웃더니 고개를 저었고 가볍게 말했다.
“그러나 이 절벽의 무서운 점은 이것 뿐 만이 아니다.”
엽운은 눈살을 찌푸리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또 어떤 게 더 있는데?"
“보면 알게 될거다. 너희 둘, 올라와서 한번 해 보거라!”
단진풍은 엽운에게 속삭이더니 곡일평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잡역제자 두 명에게 건방진 말투로 소리쳤다.
“네가 뭔데?”
그중 한명이 벌컥 화를 내며 말했다.
“안갈거면 죽어라!”
“으악!”
단진풍은 군말 없이 부채를 던져 순식간에 그 제자의 어깨를 관통 시켰다.
“갈게, 갈게!”
다른 잡역 제자는 쉴 새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좀만 늦어서 같은 일을 당할까봐 몹시 두려웠다.
“내 뜻을 거역한다면 결말은 하나뿐이다. 죽음!”
단진풍은 고개를 끄덕인 뒤 한 사람을 가리켰다.
그 제자도 고개를 끄덕였고, 앞 사람처럼 움직여 세 번째 구멍을 향했다.
엽운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
단진풍의 방식은 정말이지 유도열과 다를 게 없었다.
이런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은 이후 자신에게 좋을 것이 없었다.
엽운은 무의식적으로 걸음을 떼 단진풍으로부터 거리를 두려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위에서 두 명의 잡역 제자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며 떨어져 내렸다.
그는 두 개의 영력이 구멍 안에서 재빨리 날아와 동시에 두 사람을 공격하는 것을 똑똑히 봤다.
"위로 몇 사람이 올라가던, 이 구멍은 사람 수 만큼의 힘을 내뿜는 것인가?"
이 장면을 본 많은 사람들이 놀라 소리쳤다.
“이번에는 똑똑히 봤겠지?”
이때 단진풍은 되려 시큰둥한 표정으로 엽운을 바라보며 물었다.
엽운은 눈살을 찌푸리곤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영맥의 벽은 호흡에 반응하는 건가?”
단진풍은 오히려 득의양양하게 웃음을 띠며 말했다.
"제법이군, 우리 정도의 수위로 어떻게 금단의 힘을 피할 수 있겠는가, 헌데 네놈은 호흡에 반응하는 것 말고는 더 알아챈 게 없는가 보구나."
엽운은 탄식하며 말했다.
“호흡에 반응하므로 올라간 사람의 수만큼 영력이 뿜어져 나오지만, 이 영력 사이에는 간격이 있지.”
“역시 내가 잘 못 보지는 않았구나.”
단진풍은 콧방귀를 뀌며 앞에 있는 벽을 보고 말했다.
“이 영천벽은 호흡 감지하는 방식이 매우 독특하고 내뿜는 영력이 대략 10명이 전력을 다해 공격하는 힘과 맞먹지. 그래서 수위가 비슷한 두 사람이 힘을 합쳐 번갈아가며 영력을 막아내야만 비로소 오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군약란 같은 수위로 디딤돌 하나 없이 날아올라 가거나.”
“네 말은, 우선 한 사람이 두번의 영력 충격을 연속해서 막아낸 후 다른 한 사람이 그 틈에 새로운 착지점을 만들고 다시 전력으로 영력을 막아내면, 먼저 충격을 막아낸 사람이 또 그 틈에 다시 새로운 착지점을 만들어내고 이걸 계속 반복하자는 것이냐?”
엽운의 눈빛이 격렬히 빛났다,
단진풍의 의도를 파악했으나 동시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는데...
‘설마 처음부터 사방에서 일을 벌이고 다닌 게 자신과 비슷한 수위를 가진 사람을 찾아 손을 잡기 위해서 였나?’
“드디어 이해했구만.”
단진풍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엽운의 마음속에선 의구심이 더욱 커졌다.
‘설마 이 자가 정녕 겉보기와는 달리 속이 깊은 인간이란 말인가?’
“알았으면 된거고, 네가 영력의 충격을 두번이나 막아낼 수 있는지 보려고 그런 것이다.”
단진풍은 이어서 말했다.
“어쨌든 너는 나처럼 영기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잖아. 나야 우리와 수위가 비슷한 영력의 충격을 두 번쯤 막는 건 문제가 없지만, 너는 시험해 봐야 알지.”
“그럼 한 번 해보고 다시 얘기하지.”
엽운은 말을 마치더니 몸을 날려 세 번째 구멍에 올라섰다.
예상대로 거대한 영력이 솟구쳐 순식간에 그의 가슴을 덮쳤다.
엽운은 이미 준비 하고 있었다.
영력이 솟구치는 순간, 매섭게 앞을 향해 주먹을 날리고 동시에 다른 한 손으로는 구멍의 입구를 움켜쥐었다.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엽운의 그림자가 휙휙 흔들렸지만 떨어지지는 않았다.
이 광경을 본 단진풍은 허허 웃더니, 그 역시 순식간에 구멍을 향해 날아갔다.
다음 순간, 영력이 또 한 번 구멍 안에서 솟구쳐 나왔다.
엽운의 체내에는 이미 기혈이 들끓어 고통이 극에 달했다.
그는 영력이 날아오는 것을 느끼며 이를 악물고 다시 한 번 주먹을 날렸다.
주먹이 전방에서 날아오는 영력을 향해 뻗어나가는 순간, 별안간 체내의 흑백의 빛이 번쩍였고, 두 번째 주먹에 부딪힌 영력이 놀랍게도 흑백의 빛에 의해 체내에 흡수되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모든 압력이 풀리는 것을 느끼고 첫번째 공격을 막아내는 것만큼 힘들지 않았다.
“이건…?”
엽운은 깜짝 놀랐다.
영기가 흑백의 빛에 의해 삼켜지는 것을 느낀 것이다.
비석에서 금단의 최면이 일어날까 걱정했지만 주변의 기운이 달라진 것 같지는 않았다.
정신을 집중해 느껴보았지만 특별한 반응은 없는 듯 했다.
삼켜진 영력은 흑백의 빛 속에 그대로 녹아 들어 있는 듯 했지만 몸에는 스며들지 않았다.
“아주 좋다. 역시 잘못 본 게 아니었군.”
단진풍은 구멍의 입구에서 흡족한 듯 한 마디를 던졌다.
그는 이미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영력 공격을 두번이나 막아내다니, 엽운이란 놈 왜 이렇게 센거야?"
엽운의 모습에 아래쪽에 있는 모든 잡역 제자들은 경악했다.
"저 정도 수위였다니, 몸도 엄청 강한 것 같은데 무슨 영약으로 단련한 거지?"
곡일평의 얼굴빛은 매우 어두웠고, 눈에서는 빛이 번득였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자갈이 튀었다.
단진풍은 위쪽 네 번째 착지점을 정확히 찾아내어 구멍을 뚫었다.
엽운의 그림자가 움직이더니 구멍 입구를 향해 올라왔다.
“쾅!”
영력이 밖으로 뿜어져 나오자 단진풍의 장갑이 반짝였고, 몸이 조금 흔들리더니 싶더니 곧 막아냈다.
"일단은 서두르지 마라. 아! 한 가지 잊은 게 있다!"
엽운이 그 틈을 타고 위로 올라가 다섯 번째 구멍의 입구를 열려는 순간 갑자기 단진풍이 낮은 목소리로 호통을 치며, 같이 동시에 주먹을 뻗어 나오는 영력을 막았다.
“뭐하는 거냐?”
엽운은 어리둥절했다.
"너는 이 힘을 영력으로만 막아내고 있지 않느냐. 이렇게 높은 절벽이라면 반쯤 올라갔을때 쯤 영력이 다 떨어져 아마 버티지 못 할 것이다,"
단진풍은 한 손으로 구멍의 가장자리를 잡고, 한 손으로는 순식간에 저물대에서 영석 한 뭉치를 꺼내 엽운에게 건네며 말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영석을 흡수하여 힘을 보충하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는 그만두어라. 그땐 내가 대신 막아주마.”
영석이 족히 열 몇 개는 되었는데, 영롱한 빛을 뿜어 눈을 부시게 했다.
놀랍게도 모두 중품영석들이었다.
"이 인간 어쩐지 다른 잡역 제자들은 안중에도 없더라니, 유도열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중품영석을 갖고 있었군."
엽운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사양하지 않고 영석를 모두 품에 안았다.
"나와 손을 잡고 연심전을 무사히 통과한다면 이 중품영석 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때가 되면 진짜 상품영석 두 개를 더 주마."
단진풍은 엽운의 속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손사래를 치며 아무렇게나 말했다.
“좋아, 그때 가서 후회하지 말거라.”
엽운은 제 발로 찾아온 이익은 사양하지 않았다.
특히 몸속에 신비로운 흑백의 빛을 가지게 된 후로 수행에 필요한 영석이 부족해진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단진풍을 바라보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