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16화 (16/227)

제 16 화 위험

엽운은 마음이 차가워지고, 순간 음험한 느낌이 몰려왔다.

말을 꺼낸 것은 앞에 있던 한 장로였다.

이 장로가 무엇을 느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최대한 평온을 유지하며 공손히 말했다.

"설명하기 힘든 느낌이 잠시 들었습니다. 어렴풋이 이 전당의 기운으로부터 조금이나마 수련의 이치를 깨달은 것 같았습니다"

“그러냐?”

장로의 눈이 번쩍이더니 곧 그를 다르게 보며 말했다.

이 연심전에는 우리 종문 선배께서 금단을 한 알 봉인해 두었다.

이 장생불사의 영약은 수행의 도리를 품고 있는데, 정말 그 가운데서 뭔가 깨달았다면 엄청난 기회이고 운명이라 할 수 있겠구나.”

"이 전당에 종문 선배의 금단이 숨겨져 있었구나!"

엽운과 그 자리에 있던 제자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금단 수사는 완전히 전설적인 존재였다.

절대다수의 수선사가 도달하기는커녕, 금단수사를 만날 수조차 없었다.

“말도 안 돼!”

"천검종 수천 수백 년이래 금단 대수사가 몇 명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했고, 지금 우리 천검종의 종주님께서도 금단 제조가 가능한지 모르지 않습니까. 그런데 천촉봉은 무영봉 아래의 단종에 불과한데 어떻게 금단이 봉인되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 말이 나오자 주위 사람들은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엽운은 차갑게 웃으며 입가에 경멸의 빛을 띠었다.

단진풍은 정말이지 멍청하기 그지없었다.

그가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 것은 이 장로의 말을 의심한다는 것일 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천촉봉을 무시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천검종에서 천촉봉의 지위는 비록 그가 말한 바와 같지만, 그 자신부터가 이 천촉봉에 들어가려 하는데 주위의 제자들에게 미움을 사면, 앞으로 좋을 것이 없었다.

엽운은 벌써 장로와 주변의 여러 천촉봉 제자들의 얼굴이 안 좋아지는 것을 느꼈다.

장로는 이미 화가 났지만, 단진풍과 란 장로와 관계를 보았는지 억지로 누그러뜨렸다.

"무식한 놈아, 네가 뭘 아느냐?"

결국 참지 못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호통쳤다.

"우리 종파의 선배께서는 천촉봉에서 태어나셨기 때문에 신선의 길에 들어선 이후 이곳에 금단을 봉인하셨다.”

한바탕 호통을 친 후, 그는 입을 다문 채 시험에 참가하는 모든 제자들을 보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우리 종문 선배의 금단은 천촉봉에 있는데, 그 첫번째 이유는 천촉봉에 대한 포상이고, 또 다른 이유는 너희들에게 열심히 수행하기만 하면 그 누구라도 하늘을 놀라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천촉봉은 외문 단종이지만 수행 능력에 따라, 다른 이점들이 있을 것이다."

엽운은 고개를 숙인 채 장로의 눈에 띄지 않기를 바랐지만, 장로의 시선은 그에게로 쏠렸다.

“선배의 금단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놀라운 기회이지만, 반역하고 싶은 마음이 있거나 혹은 어떤 적대적인 종문의 일원이 일부러 이 종문에 잠복해서 첩자 노릇을 하다가 본종인 금단에 의해 감지되면, 그길로 바로 금단의 위세를 불러 일으켜 연기와 함께 사라지게 될것이다.”

장로는 엽운을 바라보며 감명 깊게 말했다.

엽운은 또 한 번의 한기를 느꼈다.

조금 전까지는 몸 안의 흑백의 빛이 앞에 있는 전당 안에서 흘러나오는 기운과 대립하는 듯 했지만, 몸속의 이 두 흑백의 빛이 과연 전당 내 금단의 이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지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장로는 말을 마친 후, 곧바로 몸을 돌려 말했다.

"너희들 모두 전당에 들어가거라.".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한 흡입력이 전당 안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 순간, 시험에 참가했던 모든 제자들이 저절로 전당으로 날아 들어갔다.

금빛이 눈부시게 빛났다.

엽운은 하늘을 찌를 듯한 영기와 무서운 위압이 몸을 스쳐가는 것을 느꼈고, 결코 눈을 뜨지 못했다.

몇번의 호흡이 지나자 눈앞에 있던 금빛이 사라졌고, 그가 눈을 뜨는 동시에 옆에서 비명소리들이 밀물처럼 울려왔다.

분명히 전당 안으로 들어왔지만 눈앞에 보이는 것은 화려한 전당의 내부가 아니라 낭떠러지였다.

낭떠러지의 맞은편 역시 수백 장의 거리를 두고 있는 절벽이었다.

두 절벽 아래에 멀리 거센 파도소리만 들리고 있어 두 절벽이 도대체 얼마나 높은 지 전혀 보이지 않았고, 단지 사람들에게 짜릿한 느낌만 줄 뿐이었다.

맞은편 낭떠러지 위에는 10장 높이의 비석이 우뚝 솟아 있었는데, 비석 전체에서 찬란한 금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저것은… 금단…”

엽운의 마음이 뒤흔들렸다.

이 모든 영압이 저 비석의 중심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비석의 한 가운데에 금단을 봉인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때 영압이 쉴 새 없이 그의 몸을 스치며 그 영기마저 몸속으로 스며들었고 체내에는 흑백의 빛이 간간히 비쳤지만 이 금단 영압과는 아무런 충돌도 없었다.

별안간 엽운은 마음이 안정되었다.

"건너편의 비석 봤느냐? 저곳이 바로 연심전의 출구다."

장로의 목소리가 다시 하늘 위에서 들려왔다.

"너희가 이 낭떠러지를 기어 내려가서 아래쪽의 작은 강을 건넌 후, 다시 맞은편 절벽으로 올라오면 저 비석의 뒤를 통해 전당을 나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심사를 통과하여 우리 천촉봉의 제자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내 한 마디 더 충고하건대, 이 낭떠러지는 1300장이다. 내려가기는 쉬워도 올라가기는 어렵고, 그 속에는 물론 환상도 더러 있다. 정신이 약한 자가 발을 헛디디면 몸이 산산조각 나 끝장 날것이다. 지금 너희들 중에서 후회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직 늦지 않았으니 물러나도 좋다.”

“이 작은 낭떠러지가 뭐 어쨌다고? 나가고 싶은 놈 있으면, 빨리 나가라구.”

시건방진 목소리가 들렸다.

엽운이 돌아보니 또 단진풍이었다.

"하하, 난 맞은편에서 기다릴게."

단진풍은 한 바탕 크게 웃고 나서, 일렁이는 운해를 향해 그대로 돌진했다.

“멍청한 놈.”

엽운은 마음속으로 차갑게 욕을 해댔다.

아직 장로의 말이 다 끝났는지도 모르는데다 일렁이는 운해 속에 무슨 위험이 있는지조차 모르는데 무턱대고 뛰어들었으니, 멍청하다는 말 말고는 달리 설명할 수 있는 단어가 없었다.

“단진풍 사형이 내려간다면 나도 내려간다.”

푸른 옷을 입은 곡일평도 똑같이 뛰어내렸다.

“우리는 시험에 합격한 제자로서 솔선수범하는 수 밖에 없어.”

군약란은 아름다운데다 목소리도 부드러웠다.

그녀는 치맛자락을 구름처럼 흩날리며 떨어져 한없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냈다.

다른 제자들도 참을 수 없었다.

잠시 후 합격한 제자들 모두 소용돌이치는 운해 속으로 사라졌다.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이 시점에서 물러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수선을 통해 도를 이루고, 불로장생하는 것이야말로 모든 선인이 가시밭길을 걷도록 만드는 동력이었다.

연체경 4단계에 달한 제자들도 단진풍처럼 뛰어 내려 멋진 자태를 뽐냈다.

평범한 수위의 제자들은 절벽에 돌출된 바위들을 조심스럽게 피하며 기어가기도 했다.

엽운의 수위는 이미 연체경 4단계의 정점에 이르러 내식경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는데, 일단 내식경에만 들어가면 그의 실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우물쭈물하는 사이 더 많은 천지의 영력이 몸에 배어들었고, 시험에 참가한 모든 제자들 가운데 그 만큼의 실력을 갖춘 사람은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많은 관심은 끌고 싶지 않았고, 어떤 과시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먼저 잘 살펴보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쳐 지나간 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조심스럽게 아래로 뛰어내렸다.

온 하늘에 뭉게뭉게 쌓인 흰 구름은 솜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고, 엽운이 운해에 뛰어들자 아래쪽에서 끄집어 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결코 경솔하지 않아서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착지점쯤은 정해두었다.

엽운은 약간 몸을 틀어 절벽에 돌출된 작은 바위덩어리에 내려앉았다.

순간, 비명소리를 들었다.

소용돌이치는 하얀 운해 아래에서 별안간 작은 소용돌이가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절벽에서 뛰어내려온 제자 한 명을 빨아들이는 것을 봤다.

신중한 성격에 엽운은 이런 광경을 보자 그대로 멈춰섰다.

그가 집중해서 들여다본 결과, 일렁이는 흰 운해 아래에는 가늘고 긴 소용돌이들이 무수히 숨어 있었는데, 마치 모두 회오리바람 같았다.

이 소용돌이들은 빠르게 회전하였고, 강력한 흡입력이 사방팔방으로 퍼져나가 모든 것을 빨아들이려 했다.

다행히도 엽운은 소용돌이와는 조금 떨어져 있었다.

흡입력이 아주 강한 듯했으나 그를 빨아들이려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엽운의 아래쪽에 있던 몇몇 잡역 제자들은 그다지 운이 좋지 못했다.

수차례 비명 소리가 들리며 강력한 흡입력이 그들을 빨아들였다.

그들은 허공에서 팔을 휘둘러보았지만 아무 소용 없었고, 입을 쩍 벌린 것 같은 소용돌이에 두 눈을 뜬 채로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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