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존선공-15화 (15/227)

제 15 화 영력을 훔치다

"뭐지?"

엽운과 심묵은 깜짝 놀랐다.

“응?”

공중에 있던 네 명의 노인 역시 이를 발견했다.

란 장로의 눈길이 번뜩였다.

그가 손을 살짝 내밀자, 또 다른 시험용 영석이 심묵의 앞에 떨어졌다.

“다시 해 보거라.”

심묵은 엽운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기다리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깊이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조심스럽게 영력을 불어넣었다.

탁!

또 다시 맑은 소리가 울리며 고요한 광장에 퍼져 나갔다.

시험영석은 또 다시 잘게 부서져 가루가 됐다.

"이름이 무엇이냐?"

란 장로의 눈에 이상한 빛이 번뜩였다.

"제 이름은 심묵입니다."

가냘픈 목소리로 대답했다.

"좋아, 나를 따라 오거라."

란 장로가 순식간에 심묵의 곁에 다가오자 강력하고 부드러운 영력이 심묵을 감쌌다.

"어디로 가나요?"

심묵은 어리둥절해 무의식적으로 소리쳤다.

"너는 단지 연체경 1단계에 지나지 않을 뿐인데, 오히려 수정을 부숴버릴 수 있는 영력을 가졌다니 정말로 불가사의 하도다. 나로써도 현명한 계책이 보이지 않아 너를 데리고 문중의 몇몇 선배들을 만나 뵐 것인데, 그럼 실마리가 보일 게다."

란 장로는 심묵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심묵 사제, 가면 된다."

엽운은 자신을 바라보는 심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심묵은 영석을 연화하는 속도도 엄청나고 재능도 뛰어나서, 평소 다른 이들이 이를 눈치챘다면 외문 제자들의 질투를 한 몸에 받아 음해를 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장로들조차 이 오묘함을 몰라봤는데, 천검종내 선배들에게 데려가 눈도장을 찍어두면 아무도 심묵을 해칠 수 없을 것이다.

“안심하거라, 네 재능은 누가 뭐라 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어떤 영맥인지 확실히 정하려 할 뿐이다.”

란 장로는 말을 마치기 무섭게 심묵을 데리고 하늘을 찌를 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엽운 사형…”

하늘에서 심묵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엽운은 눈동자를 깜박이며, 침묵했다.

만약 심묵이 정말 전설적인 희귀 영맥이라면 어떤 문내 선배들의 수제자도 될 수 있고, 앞으로 두 사람의 지위는 천양지차로 벌어져 다시는 만나기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험에 합격한 모든 제자들은 듣거라, 너희는 앞으로 더 어려운 시험에 응시하게 될 것이다. 검증을 거쳐 천검종 천촉봉의 일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공중에 있던 또 다른 장로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렸다.

"영맥 시험에서 빨간색이 나온 제자는 바로 천촉봉의 제자가 될 수 있지만, 종문이 너희들의 자질을 잘 볼 수 있도록 이후의 시험에도 참여해야 한다."

“네!”

시험을 통과한 제자들은 환호하거나, 그냥 조용히 서 있거나, 무거운 표정이거나, 부러움을 표하는 등 제 각각의 반응을 보였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제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탄식하며 설령 마음속에 억울함이 남아 있더라도 아무런 방법이 없기에 떠날 수밖에 없었다.

천검종 천촉봉 제자 시험의 첫번째 관문인 혈맥 시험은 여기서 끝이 났다.

1단계 시험을 통과한 제자는 약 200여 명이었고, 천촉봉 제자 여러 명의 안내를 받아 광장 위의 화려한 대전을 향해 호탕하게 걸어갔다.

거대한 대전은 수십 장 높이로 산꼭대기에 우뚝 솟아 구름과 안개 속에 은은한 금빛 광채가 펼쳐져 있어 가까이 할 수 없었다.

엽운은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

그저 먼 옛날의 온갖 풍파가 밀려들어 호흡이 약간 불안정할 뿐이었다.

그러나 1단계 영맥 검사에 합격한 나머지 제자들은 대부분 얼굴이 창백해 온몸이 얼어붙었다.

이곳은 천촉봉의 마음을 다스리는 전당인 연심전이었다.

이 전당은 세워진 지 약 2,000여년 전으로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세월의 변화를 지켜보았다.

"너희들에게 일러주마. 연심전에 들어가서는 떠들지 말고, 마음속에 경의를 가져야 한다. 일단 다른 마음을 먹게 되면 전당은 그것을 감지할 것이다. 그러면 너희의 평가는 극히 낮아질 것이고, 중용을 전혀 받지 못 할 것이다."

한 장로가 몸을 돌려 사람들을 보았고, 특히 군약란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말했다.

군약란은 천년에 한번 보기 드물다는 보라색 혈맥을 가진 천재인데, 이 연심전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너무도 아쉬울 것이었다.

"네!"

제자들은 숨을 죽이며 더욱 긴장했다.

천검종에 들어와 겪었던 고난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커서 잡역 제자들의 생활은 도무지 사람이 견딜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이 날만이 오기를 기다리다 겨우 1단계 심사를 통과하여 이 자리에 섰으니, 당연히 한 발짝 더 나아가 높은 지위에 서서 절대 강자로 거듭나고 싶을 따름이었다.

"엽운, 보아하니 넌 촌에서 와서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가 보구나. 긴장하지 말아라. 만약 연심전에서 거절당한다면, 재미없지 않겠느냐."

단진풍은 조롱하는 목소리로 몇 번이고 말했다.

엽운은 눈살을 찌푸리며, 못 들은 척 했다.

방금 단진풍과 란 장로가 얘기하는 것을 보았는데, 어쩌면 종문 내의 어떤 거래가 오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직접 머리를 칠 것이 아니라면,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된다.

“쓸 데 없는 소리 말거라.”

앞에 있던 장로가 고개를 돌리더니 단진풍을 노려보며 말했다.

"더 시끄럽게 떠들면 그냥 산 밖으로 쫓아낼 것이다.”

순간 단진풍은 감히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말을 꺼낸 장로가 낮은 소리로 중얼거리자 몇 개의 신비한 광채가 그의 손에서 튀어나와 전당의 문 앞에 떨어졌다.

그러자 전당 문이 서서히 열렸다.

맑은 바람이 불어왔다.

엽운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순수하고도 방대한 영기가 순식간에 오장육부로 스며들어 더 할 나위 없이 상쾌했다.

천촉봉의 영기와 잡역 외원의 영기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의 차이였는데, 아직 연심전에 들어서지도 안했는데 이렇게 영력이 넘쳐나니 천촉봉 위의 수련지에서는 또 얼마나 영력이 넘쳐날지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엽운은 정신을 집중하며 숨을 더욱 깊이 들이마셨다.

웅장한 기운이 별안간 미간 깊숙히 흘러들어와 경맥을 따라 몸을 파고들고, 곧이어 흑백의 빛이 휙 스쳐 지나갔는데, 짧은 순간에 예전보다 몇 배는 더 미세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엽운은 눈살을 찌푸렸다.

놀랍게도 이 영력이 비록 매우 미세하지만, 오히려 순도가 몇 배 더 높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다시 말해, 흑백의 빛이 서로 섞이면서 천지의 영력을 더욱 많이 정화한다는 것이었다.

"이 흑백의 빛은 역시 영력을 정화하는 역할을 하는군."

엽운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수행의 길 중 하나는 하늘의 뜻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었다.

천지의 영기에는 불순물이 많아서 영기가 깨끗할수록 수련의 효과는 더욱 높았다.

그래서 순수하고 맑은 영력이 흘러넘치는 대부분의 명승지는 아주 오래 전에 큰 문파들에 의해 나누어졌는데, 바로 수련에 가장 적합한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더구나 연체경에 머물러있는 동안은 진기를 깨닫지 못하기에 천지의 기운을 받아 수련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는데, 영력을 흡수하더라도 10분의 1도 정화해내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이 영기는 곧바로 경맥으로 들어가, 순식간에 정화되고 흡수되어 수정과 마찬가지로 놀랍고 불가사의했다.

천지의 영기를 그대로 흡수하고 정화할 수 있다면, 비록 군약란처럼 문파의 신임을 받는 천재적인 제자들의 수련 자원에는 못 미칠지언정, 수련의 속도는 그들보다 결코 더디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는 더 빠를 수도 있었다.

그는 일전에 영석을 정화할 때 흑백의 빛이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지금 이곳의 영력은 농도가 아주 충분하다고 느꼈는데 시험해보니 과연 그러했다.

“엽운, 뭐하고 있느냐?”

날카롭고 쇠로한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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