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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13화 (13/227)

제 13 화 시험

가만히 앉아있던 엽운은 홀연히 자신의 존재를 잊었다.

얼마가 지났는지도 모른 채 금갑신병에 빠져들어 마음속에는 온통 금빛이 일렁였다.

별안간 형용할 수 없는 두 눈이 보였다.

깊은 연못처럼 맑고 투명하면서도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고 갓난아기처럼 깨끗한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

엽운의 심장이 떨려왔다.

갑자기 그 눈에서 두 줄기 빛이 뿜어져 나오는데, 하나는 흑색, 하나는 백색이었다.

곧 한데 뭉쳐져 덩어리를 만들더니, 소리를 내며 곧장 날아와서 그의 정수리에 천영을 뚫고 들어왔다.

쾅!

엽운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거대한 힘이 들어와 순식간에 모든 것을 뒤덮은 것만 같았다.

엽운은 순식간에 눈을 번쩍 떴고 여전히 작은 방 한가운데에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꿈속의 그 광경이 다시 한 번 나타났는데 이번에는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특히 그 눈동자는 엽운이 천년을 더 살아도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엽운이 숨을 내쉬자 순간 그의 심신이 몸속으로 가라앉았다.

순간, 가슴에 위치한 단중혈에서 희미하게 흑백의 빛이 보일 듯 말듯 하는 것을 보았다.

흑백의 빛이 드디어 처음으로 또렷하게 엽운의 정신 속에 나타난 것이었다.

“계속 여기에 숨어 있었구나?”

엽운은 매우 기뻤다.

최근 들어 계속해서 흑백 빛의 위치와 그 심오함을 찾으려 했지만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는데 이 순간, 뜻밖에도 스스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흑백의 빛은 하나의 아주 작은 빛의 구슬로 뭉쳐져 마치 심장이 뛰는 것 같았다.

엽운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려 하자 흑백의 빛은 순식간에 단중혈로 파고들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어떻게 된 일이지?"

엽운은 멍해져 다시 살펴보려 했지만 여전히 어떠한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은, 몸속에 숨어 있을 뿐이라는 뜻이었다.

그 눈동자... 엽운은 눈살을 깊게 찌푸렸다.

이 흑백 빛의 수수께끼가 그 두 눈동자와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만 느꼈다.

“사형?”

바로 그때,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엽운은 멍해져 있다 이내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영석 두 알 다 연화가 끝났습니다만?”

“요물이다! 심묵, 네 재능은 정말 요물 같구나!

땡! 땡! 땡!....

별안간 종소리가 한 바탕 울려 산봉우리 사이를 맴돌았다.

“무슨 일이죠?”

“이건 모든 잡역제자들은 시험에 참가하라는 종소리다. 큰 시험은 열흘 뒤에야 시작하는데, 왜 벌써 시작하려고 하지?”

방금까지 심묵의 수행 재능에 놀란 엽운은 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믿을 수 없어 창밖의 높은 봉우리를 바라보았다.

……

천검종의 외문 제자 심사는 3년에 한 번 열리며, 수련이 연체경 1단계에 이르러야만 시험에 참가할 자격을 가질 수 있었다.

엽운과 심묵은 수천명이 넘는 잡역 제자들과 함께 거대한 광장에 서 있었다.

천검종 바깥 산에는 무영, 절검, 람월, 적성 등 네 개의 주봉이 있었다.

각 주봉마다 각종 직무를 담당하는 봉우리 십여개를 관할하고 있었는데 엽운과 심묵이 이때까지 있었던 천촉봉은 무영봉의 관할 하에 영약을 채취하고 일부 종문에서 일상적으로 필요한 낮은 등급의 단약을 정제하는 역할의 약봉이었는데 작은 단종에 해당됐다.

천촉봉은 또 약곡, 영전, 채집곡 등 10여 곳을 관할했다.

지금 엽운과 심묵이 있는 이 천촉봉의 어느 광장에, 약곡과 영전, 채집골에서 온 잡역제자 4~5천명이 모인 것이다.

모든 잡역 제자들은 시험의 조기 개최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지만 그 누구도 말을 하지 못했다.

바로 그들 앞 백장 높이의 공중에 칠흑 같은 신검 한 자루가 아른거렸고 빛이 번쩍일 때마다 사방팔방으로 날카로운 빛이 솟구쳤다.

검광은 공중에서 번쩍이더니 멀리 무영봉을 향해 모여들었다.

무영봉의 검광은 천검종 주봉의 거대한 신검과 어울려 은은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엽운은 이때까지 천촉봉을 먼발치에서만 바라봤다.

구름 속 깊은 곳에 보일 듯 말 듯한 건물을 보며 마음속으로 언젠가는 천검종 천촉봉의 정식 제자가 되리라 얼마나 많은 맹세를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놀라운 검광을 보고 있으면서도 그의 가슴속에선 은연중에 적대감이 감돌았다.

예전에는 이들을 경외하여 이 검광 아래에 복종하여 제자가 되려고 했다면, 지금의 그는 수선(修仙)의 재주를 익히고 이 검광을 밟아 무한한 신선의 길을 걷기 위해 이 시험에 참가할 따름이었다.

주변 모든 잡역제자들은 칠흑 같은 신검이 뿜어내는 위압에 마음이 뒤흔들려 숨조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몸이 뻣뻣하게 굳어 있었지만 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서 이러한 감정을 모두 날려버렸다.

눈을 가늘게 뜨며 눈이 부신 것을 꾹 참고 까만 신검을 노려보았다.

은연중에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이 들었다.

이 신검 속에는 웅장한 힘 외에도 천도의 규칙이 담겨 있었다.

만약 이 규칙을 이해할 수 있다면 분명 비약적으로 발전해 쉽사리 연체경의 경지를 타파하고 수련의 2단계 연기경에 이르게 될 것 같았다.

엽운은 눈을 지그시 감고 신검에 담긴 천도규칙을 느끼려 했다.

설령 조금밖에 깨닫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도 앞으로의 수행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자 엽운은 십여 일 동안 볼 수 없던 흑백의 빛이 스치는 것을 느끼고 이내 귀와 눈이 밝아지며 머릿속도 맑아졌다.

눈을 감았지만, 엽운은 신검이 자신에게 더 가까워져 마치 실낱같은 기이한 기운이 천천히 불어와 몸속으로 파고드는 듯 한 착각을 했다.

기운이 몸으로 스며든다고 느끼는 순간 엽운은 머릿속에 지극히 순결하고 맑은 물이 돌연히 나타나 하나로 뭉쳐져 마치 공이라도 된 듯, 잠시 동안 또 반짝이다가 사라졌다.

땡……

낭랑한 종소리가 갑자기 전해져 천지에 메아리쳤다.

엽운은 순간 묘한 감각으로부터 깨어나 정신을 차리곤 두 눈을 떴는데, 지척에 있던 신검은 다시 하늘로 올라가 조용히 날카로운 검광을 내뿜고 있었다.

“어라? 연제경 4단계라? 훌륭하구나.”

엽운의 옆에서 놀라움이 가득한 목소리가 울렸다.

엽운은 눈살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비단 두루마기를 입고 접은 부채를 흔드는 청년 한 명이 웃고 있었다.

"이 나이에 이 정도꺄지 수련을 할 수 있다니, 잠재력이 무궁무진하여 앞길이 훤하구나. 아주 좋다. 앞으로 나를 따르며 내 수행원이 되어 주거라. 기억해라, 나는 단진풍이고, 경도단에서 왔다."

젊은 남자가 손에 든 부채를 접고, 엽운을 가리켰다.

엽운은 멍해졌다.

만약 진천한 정도 되는 존재라면 이런 말을 듣고도 감내할 수밖에 없었지만, 보아하니 시험에 참가하러 온 듯한데 이런 말을 하자 눈에 별안간 매서운 한기가 서렸다.

“경도단가구나, 뭐하는 놈이냐?”

냉소를 지어보이며 마치 야생의 늑대처럼 새하얀 이를 드러냈다.

단진풍 역시 멍해졌다.

그는 18년을 살았는데, 지금껏 아무도 그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 누가 단씨 성이 바로 진나라 왕의 성인지 모르겠는가?

“시건방지구나!”

단진풍의 뒤에 있던 세 사람이 일제히 호통을 치며 한 걸음 내딛었다.

몸에서 위세가 솟구치고 살의가 응집되어 있었는데, 놀랍게도 모두 연체경 4단계의 무인들이었다.

"당신들, 정말 여기서 손찌검이라도 하려고?”

엽운은 연신 냉소를 터뜨렸다.

시험장에서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정말 무식한 짓이었다.

이러한 점만 보아도 이들은 그저 오만하고 무식할 뿐, 이 같은 수선종파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단진풍은 손을 저으며 세 사람을 말리고는 엽운을 흥미롭게 바라보며 말했다.

"좋다, 하지만 넌 반드시 지금 네가 한 말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오히려 나중에 나를 따르길 바라게 될지도 모르지.”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부채를 가볍게 쥐고는 몸을 돌려 가 버렸다.

엽운은 눈살을 찌푸렸다.

저 자는 정말이지 머저리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생각했다.

이 수선 종파 안에서는 평범한 속세의 권세가들은 아무 쓸모도 없었다.

이 곳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수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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