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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선공-9화 (9/227)

제 9 화 결투

“푸드덕! 푸드덕!”

참매가 날개를 퍼득여 먼지를 날리는 듯한 소리가 몇번 울렸다.

엽운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유옥의 앞으로 돌진하여, 주먹을 그대로 얼굴에 내질렀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유옥은 두려움이 극에 달했다.

방금 전 그 기세는 분명 자신의 영혼을 훨씬 뛰어넘는 위압이 있어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

결코 이해할 수 없었다.

"엽운, 죽기 직전까지도 감히 건방을 떠는 구나!"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뒹굴고 나서야 비로소 엽운의 다음 주먹을 피할 수 있었다.

순간 유옥의 손아귀에서 한 줄기 빛이 번쩍였다.

엽운은 갑자기 멈췄다.

한 자루의 칠흑 같은 장검이었다.

검에는 세촌짜리 독사 같은 칼날이 혀를 낼름 거리고 있었다.

영기(灵器)였다.

각각의 영기는 워낙 귀해서 천검종의 외문 제자라 해도 손에 넣을 수 없다.

그래서 유옥에게 검 모양의 영기 한 자루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낼름 거리는 칼날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력의 파동은 사람을 공포에 떨게 하기에 충분했다.

“천검종이라 하면 당연히 검으로 유명하지. 엽운, 너도 알겠지만, 이것은 검 모양의 영기다. 비록 저급 영기일 뿐이지만, 네가 대적할 수 있는 상대는 아니다. 네가 지금 무릎을 꿇고 잘못을 빈다면 죽음은 면할 수 있다."

유옥은 숨겨둔 영기를 급히 꺼냈지만, 조금 전 두려운 위압을 느껴, 도리어 절대적인 확신은 없었다.

엽운은 안색이 굳어졌다,

영기라는 것을 들어본 적은 있으나 눈으로 본 적은 처음이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이러한 검모양의 영기는 쇠를 장난하듯이 자른다고 했다.

게다가 영력을 주입시키면 원격으로 조종 할 수 있어 손발처럼 다룰 수 있는데다 위력 역시 대단하다고 했다.

영기는 하,중,상 삼품으로 나누어진다.

이 칼이 몇 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유옥이 영력으로 조종하기만 하면 아무리 최하급 영기라 해도 엽운을 죽이진 못 할 지언정 아마 많은 시간을 벌 것이다.

엽운은 냉랭하게 흑색 영검을 바라보다 갑자기 번개처럼 몸을 날렸다.

그에게는 어떤 걱정도 이미 의미가 없었다.

어떤 기술도 수련해본 적이 없고, 최하위 등급의 공법조차 수련한 적이 없었다.

엽운은 오로지 흑백 빛이 바꾸어 놓은 몸에 의지해 공중에 잔상을 만들어 냈는데. 그의 속도가 이 지경까지 빨라진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영력을 담은 주먹이 유옥의 앞에 나타났다.

그의 흑색 영검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유옥의 눈에는 절망이 가득했다.

비록 손에 영기가 있어도 사실은 엄포를 놓는 역할일 뿐으로 당장 제대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은 없었다.

엽운은 과감하게도 순식간에 공격해왔다.

유옥은 주먹이 오장육부를 산산조각 내 죽게 될 것을 예감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마음속으로 절망과 동시에 망연자실했다.

만약 조금 전의 위압이 없었더라면 엽운이 이리도 빨리 따라붙게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었다.

“간도 크구나!”

별안간 멀리서 호된 꾸짖음 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갑자기 살을 에는 듯한 세찬 바람이 불어와 엽운이 공격하기도 전에 유옥의 몸을 모질게 때렸다.

유옥은 몸이 약간 기울어 엽운의 철권이 순간 그의 왼팔을 때렸다.

“퍽!” 소리를 내며 왼팔 전체가 그대로 부서져 피와 살이 사방으로 튀었다.

“간도 크구나!”

호된 꾸짖음이 한 차례 더 들려왔다.

호통소리가 가까워져 마치 천둥이 터져 울리는 듯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고막을 아프게 했다.

다음 순간, 여러 개의 그림자가 공중에서 내려왔는데 마치 여러 자루의 장검처럼 날카로웠다.

검은 옷을 입은 천검종 제자 셋이었다.

냉철한 얼굴에 늘씬한 자태를 한 그들의 가슴에는 종률전 제자의 표식인 자주색 검모양이 수놓아져 있었다.

이 곳 천검종을 관장하는 종률전 제자들은 모두, 외문 제봉에서 특출난 자들로, 들리는 바로는 그들 한 명, 한 명의 수위는 이미 연체경을 돌파하였으며 천지의 영기가 움직이는 궤적을 깨닫고 제 2의 수련인 연기경에 달했다고 했다.

연체경의 수위는 연기경에 비교할 수도 없었다.

연체경은 글자 그대로 육신을 단련해 경맥을 확장시키고 뼈를 단단하게 만들어 불순물이 피 한방울도 없을 정도로 정화하는 것이지만 아무리 단련해봤자 연체경은 후천적 경지에 속해 천지의 영기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없었다.

설령 연체경의 7단계인 오기경까지 수련했다고 하더라도, 천지의 영력을 조금씩 체내에 끌어들여 몸 안에서 자유롭게 작동해 몸을 더욱 강화시킬 뿐이었다.

그러나, 연기경은 달랐다.

연기는 곧 천지의 영기를 단련하는 것이다.

수련을 통해 체내로 들어오는 천지의 영기는 정화되어 진기로 변한다.

이러한 진기는 육신을 더욱 강하게 하고 밖으로 분출해 적을 물리칠 수도 있다.

연기경에 달한 고수는 만약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엽운 쯤은 백 명이 있어도 부족했다.

검은 옷의 제자 세 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엽운을 노려보았다.

엽운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온몸이 차가운 침에 찔리는 듯 따끔거렸다.

“무슨 일이 있었나?”

종률전 제자의 시선이 유옥을 향하더니 냉소적으로 물었다.

유옥은 팔이 부러져 얼굴에서 굵은 땀방울이 계속 떨어졌지만, 살아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상처를 돌볼 겨를도 없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진천한 사형, 이 자는 유도열의 지도에 불복하고, 또 기회를 틈타 저를 기습하였으니, 그 죄를 물어 반드시 엄벌에 처해야 합니다.”

검은 옷을 입은 진천한이 콧방귀를 뀌더니 엽운에게 매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 이름이 뭐라고?”

엽운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엽운입니다.”

진천한은 미간을 찌푸리고 웃기 시작했다.

“잡역 제자의 신분으로 천촉봉 제자를 공격하다니 무슨 변명을 해도 죽을죄다. 지금 널 죽이는 것에 동의하느냐?”

엽운은 느릿느릿 말했다.

“진사숙님이 간과하신 게 하나 있습니다.”

어리둥절해진 진천한은 그를 힐끗 보더니 물었다.

"내가 뭘 간과했지?"

엽운은 유옥을 보며 말했다.

“제가 기억하는 바로는 종률에 명확한 규정이 있는데, 문내에서 비공식적인 결투를 하거나, 종률사가 법을 집행하거나, 혹은 수제자의 신분이 아닌 이상 문내의 제자들 끼리 다툴 때 영기를 동원해서는 안된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저에게 영기를 꺼낸 건 중죄입니다.”

진천한은 눈살을 깊게 찌푸렸다.

마음속에 한기와 살의가 동시에 스쳐 지나갔다.

그는 유도열이나 유옥과는 달리 제멋대로 행동할 수 없었다.

종률전 제자의 신분이란 매우 특수해서 만약 소문이 공평무사한 장로의 귀에 들어간다면, 그가 받게 될 처분은 이런 유옥 같은 자들보다 훨씬 더 심했다.

"유옥아, 네가 말해보는 게 어떻겠느냐?"

유옥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이 점은 전혀 생각지도 못해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가 기습한 것이냐, 아니면 너희들이 여기서 결투를 벌인 것이냐?"

진천한은 그를 쳐다보곤 더 무거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유옥은 그의 눈빛에 놀라 순식간에 반응했다.

“천한 사형께서는 식견이 높지 않으십니까. 저는 방금 부상을 당해 정신이 없었고 제가 마침 이곳에서 공개적인 결투를 벌이는 모습은 모두가 보았습니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네 잘못이 아니다.”

그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며 엽운에게 몸을 돌렸다.

“할 말 있느냐?”

엽운은 웃기 시작했다.

“한통속이군.”

순식간에 살의가 진천한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뭐라고 그랬느냐?”

엽운은 그를 외면한 채로 말했다.

"공평한 결투였던 만큼 그 뒤의 생사는 하늘의 뜻에 달렸겠지요."

진천한은 눈동자 속의 살의를 거두고 유옥을 보며 말했다.

“그렇다면, 방금 전 너희들의 결투는 나로 인해 중단 되었고, 유옥은 큰 상처를 입었으니, 먼저 상처를 좀 치료 하거라. 공평한 대결인 만큼 이유를 묻지는 않겠다. 그 다음은 알아서들 계속 하거라.”

유옥은 웃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는 체내의 영력이 흔들려 영기를 촉진시킬 방법이 없었지만, 진천한이 이길 수 있게 시간을 벌어준 것이다.

회복하면, 단번에 엽운을 죽여 버리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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