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화 충천
엽운은 믿기지 않는 듯 사방을 둘러봤다.
요수골은 여전히 검은 안개로 뒤덮여 있었지만 미광결 없이도 사방을 훤히 볼 수 있게 되었음을 알았다.
검은 안개도 아무 소용이 없는 듯 꿰뚫어 볼 수 있었다.
엽운은 시력에 변화가 있음을 느꼈다.
암컷 빙백설사는 두 조각으로 찢겨져 한쪽에 쓰러져 있고, 엽운의 목숨을 앗아갈 뻔한 수컷은 온몸이 굳어진 채 생기라고는 전혀 없이 한쪽에 떨어져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사방 수십장 안이 마치 햇빛에 비치는 것처럼 선명하게 보이고 그의 몸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으며, 체내에는 지금껏 없던 기가 흐르고 있었다.
오른손으로 가볍게 바닥을 두드리자 갑자기 껑충 뛰어 높게 치솟았다.
몸이 더 할 나위 없이 가벼웠다.
바람 소리가 귀에 들어오자 놀랍게도 수백장 밖에서 벌레 우는 소리가 들렸다.
엽운은 불가사의한 몸의 변화를 느끼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옆에 있는 고목을 향해 달려들었다.
“쾅!”
굉음이 울리며 세 사람이 껴안을 굵기의 나무에 놀랍게도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믿을 수 없이 솟구치는 영력은 결코 연체경의 3단계인 세수경이 가질 수 있는 수준이 아니고 적어도 그보다 열곱절은 강했다.
멍하니 서있던 엽운은 별안간 땅을 박차고 쏜살같이 날아올랐다.
그러자 큰 소리가 울려퍼지며 오른쪽에 있던 큰 나무 한 그루가 두 동강이 났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거야?"
엽운은 요수골 2층 잔디밭에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있었다.
"여전히 연체경 3단계인 세수경의 경지인데 실력이 열배는 늘었어. 지금의 영력은 연체경 5단계인 내식경에 달한 고수가 압축시킨 폭발력에 버금가겠는걸. 정말 믿을 수 없군."
엽운은 방금 전 일어난 모든 일을 자세히 회상했다.
두 마리의 빙백설사의 공격을 받고 암컷과 동귀어진 했을때 흑백의 빛이 하늘에서 자신의 몸으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한 폭의 희미한 풍경이 보였는데 지금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 흑백 빛이 내 몸을 변화 시킨건가?"
엽운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변화를 느꼈다.
체내의 활기찬 기운이 느껴졌지만 그 외에는 별다른 이상은 느껴지지는 않았다.
"설마 하늘이 내 억울함을 보고 기적을 내려주신 걸까?"
엽운의 시선은 안개를 뚫고 수십 자 높이의 고목을 넘어 하늘로 향했다
......
외원 산문의 광장에서는 유도열이 소년들 앞에 서있었다.
"내 말 알아 듣겠느냐? 우리 잡역 외원에 들어온 신인들은 매달 수련 영석을 7할씩 바쳐야 한다. 6달 뒤 성과가 제법 괜찮은 녀석들은 5할만 바치면 되고, 1년 뒤 만족스러운 녀석들은 2할만 바치면 된다. 이 규칙을 따를 수 없다면 영수탑으로 보내줄 수도 있다."
"네, 알겠습니다!"
새로 입문한 대부분의 소년들은 유도열의 위세에 눌려 분노는 커녕 두려움에 온몸을 가볍게 떨었다.
"그래, 좋다. 가르칠 만 하군!"
유도열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 속에서 마른 체구의 한 소년이 고개를 들어 유도열을 노려봤는데 눈에 분노가 가득했다.
“어이, 네 이름이 심묵이던가? 이견이 있느냐?"
유도열은 웃음을 삼키며 어린 소년을 노려봤다.
"영석을 착취하는 것은 문파에서 금기입니다."
심묵이라는 여윈 소년이 이를 악물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금기라고? 그럼 윗사숙들을 모셔다가 따져보던지.”
유도열은 큰 소리로 웃곤 손사래 치며 말했다,
"새로 들어온 제자라는 녀석이 스승에게 대들다니 일단 영수탑에 가서 몇 달만 반성하고 보자꾸나."
그의 뒤에서 냉담한 표정으로 서있던 두 명의 제자들이 심묵을 향해 걸어갔다.
옆에서 지켜보던 잡역부 제자들은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영수탑이란 잡역 제자의 실력으로 들어간다면 죽음을 면치 못하는 곳이었다.
게다가 이들은 기초심법 조차 제대로 깨우치지 못한 신입 제자들이었다.
심묵의 마른 어깨가 살짝 떨리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눈에는 고집이 가득했고 목숨을 구걸하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유도열, 언제까지고 이렇게 멋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더냐?"
바로 그때, 뒷 쪽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응?"
유도열은 어리둥절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 했더니 네놈이였구나. 3일간 도망이나 다니고 천촉봉의 약초 채집마저 빼먹더니, 잘도 여기 나타났구나. 이왕 온 김에 같이 영수탑으로 보내주마!"
‘3일? 내가 3일 동안 실종됐다고? 흑백의 빛 세례에 무려 3일이나 정신을 잃었단 말인가?’
엽운은 한걸음 한걸음 다가왔다.
흑백의 빛은 몸을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두 사람이 끝없는 파도와 같은 금갑신병을 만났을때 내뿜던 용맹한 기백이 그의 마음까지 완전히 바꾸어 놓아 강렬한 느낌을 주었다.
더 이상 겁에 질려 벌벌 떨며 굽신거리고 싶지 않았다.
죽는 한이 있어도 한바탕 싸우고 말겠다!
유도열의 두 제자는 순간 심묵은 본채도 안하고 엽운을 향해 매섭게 달려들었다.
엽운은 웃었다.
체내의 영력이 물밀듯이 솟구쳤다.
쾅 쾅!
두 차례 둔탁한 소리가 나더니 두 사람이 뒤집어진 채 날아가 세차게 바닥으로 떨어졌고 광장위에 핏자국이 튀었다.
사방이 쥐죽은 듯 조용해져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지경이었다.
아무도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그동안 문파 내에서 자신의 수위와 선배들과의 관계만을 믿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던 유도열에게 감히 누가 대놓고 거역을 했겠는가?
게다가 주위의 수많은 잡역제자들은 엽운의 수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이전까지 엽운은 이 둘 중 어느 한 사람의 적수도 될 수 없었고 한 수에 두 사람을 날려버리는 건 말할 필요도 없었다.
유도열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이 힘은 그에게 까지 압박을 느끼게 만들었다.
엽운은 차갑게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돌려 심묵을 보며 말했다.
"괜찮니?"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심묵은 고개를 끄덕였다.
겸연쩍은 듯한 모습을 한 것에 좀 전 화난 눈으로 유도열을 마주하던 기세는 전혀 없었다.
“괜찮다면 다행이네. 너는 일단 피해 있어, 오래된 빚이 있어서, 유도열이랑 잘 계산해봐야 하거든.”
엽운이 말했다.
“네!”
심묵은 흥분하며 말했다.
“조심하십시오 엽운 사형.”
유도열의 얼굴빛이 극도로 나빠졌다,
이 두 놈에게 자기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엽운, 내가 하나 알려주마. 이 곳의 규칙은 내가 정한 게 아니다. 이 영석들은 나 혼자만 먹는 게 절대 아니란 말이다."
그는 더할 나위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느릿느릿 말했다.
엽운은 당연히 유도열의 뜻을 알고 있었다.
단지 이미 이렇게 하기로 한 이상, 그런 일을 어찌 신경 쓰겠느냔 말이다.
엽운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앞으로 한 걸음 나갔다.
발걸음을 내딛으며 유도열의 뒤로 아득히 먼 곳에 안개 속 전당을 바라보았다.
왜인지 모르게 자신과 흑백의 두 사람이 맞닿아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형언하기 어려운 오만한 기운이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유도열의 눈빛이 완전히 어두워졌다.
두 손을 한 번 흔들자 온 몸에서 탁탁 거리며 콩을 볶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는 연체경 4단계의 연장의 경계에 있는 무인이었고, 순식간에 내장을 단련시키고 살가죽을 강화했다.
피부 아래는 이미 막이 쳐져 있어 상처를 입지 않았고 혼신의 혈맥을 정련하는데 성공하여 영력이 충만했다.
그의 뼈는 단단하고 강인했는데 힘을 한 번 주자 그의 기세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 잡역제자들 사이에서 그는 군계일학으로, 머리 하나는 더 컸다.
"엽운아. 일전에는 채집을 하다 도망을 가더니, 오늘은 또 나를 도발하며 말썽을 피우고 사형을 공격하다니. 널 죽여도 종칙에 어긋나지 않겠구나.”
“엽운 녀석 왜 저러는거야. 너무 충동적이잖아.”
“수위를 어느 정도 돌파했다고 해도 유도열 사숙이 징수한 영석은 대부분이 위에계신 천촉봉의 사숙들과 사백들에게 바쳐지는데, 지금 이긴다 한들 처참한 최후를 맞게 될거야.”
"우리 중에서는 엽운의 수위가 두드러진 편이라 외문 제자가 될 가망이 있었지만, 지금은 스스로 앞길을 끊은 샘이지 뭐."
잡역제자들이 사방에서 소곤소곤 속삭였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눈에는 엽운이 죽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정해진 결말이었다.
"엽운 형님, 조심하세요."
심묵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서도 반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네가 이 자들 중에서 가장 허약하긴 해도 가장 기백이 있을 줄이야."
엽운이 감개무량해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쓰다듬자 심묵의 뺨에 홍조가 떠올랐다.
“기회를 한 번 줄테니, 먼저 덤벼 보거라.”
몸을 똑바로 세운 유도열의 기세는 이미 최고점에 달했다.
엽운은 차갑게 그를 쳐다봤다.
“죽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이라면, 네가 원하는 데로 해주마.”
별안간 그가 두 발을 내딛었다.
사나운 호랑이가 하산하듯 도무지 막을 수 없었다.
“흥!”
유도열은 콧방귀를 뀌며 두 발을 살짝 벌리고 한 손을 쭉 폈다.
“개산열비수.”
개산열비수는 천검종 외문의 무기였다,
비록 낮은 수준의 기술이긴 하지만, 형편없는 기초 무술을 몇 수 배운 게 전부인 잡역 제자들에게는 이 한 수도 도저히 당해낼 수 없는 것이었다.
“호포산림!”
심지어 엽운은 그 어떤 낮은 등급의 기술조차 배운 적이 없었다.
이 호포산림은 그냥 모든 잡역부 제자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기초 기술인 맹호권의 한 수였다.
어떤 특징도 없이 그저 힘으로 힘에 맞서는 것이다.
펑!
주먹과 손바닥이 세차게 부딪히자 바로 한사람이 날아가더니 쿵 소리를 내며 돌기둥에 부딪혀 바닥 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광장에는, 엽운이 우뚝 서 마치 산처럼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바닥에 떨어진 유도열을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았다.
눈빛에는 조롱과 야유가 가득했다.
모두들 어안이 벙벙했다.
누구도 이런 결과가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유도열은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일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으나 손과 발에 힘이 빠져 다시 바닥 위로 넘어지고 말았다.
그도 방금 전의 장면을 믿을 수 없었다.
주먹과 손바닥이 만났는데 자신이 날아가다니?
그럴리없다.
절대로 불가능하다.
환각임에 틀림없다,
환각!
팍!
경쾌한 소리가 울렸다.
유도열은 자신을 뺨을 세게 한대 치더니 이내 뺨을 어루만졌다.
두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마침내 그는 눈앞에서 벌어진 모든 일이 사실임을 믿게 되었다.
자신는 엽운의 주먹 한 방에 날아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