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473화 (473/477)

< 제473화 중국? 없애버리면 되지(18) >

진코퍼레이션.

재준이 CNN 뉴스를 보며 혀를 찼다.

쯧쯧쯧.

“갈수록 엉망이네.”

윌켄도 재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동의를 표했다.

“유럽도 절반은 사라지겠어요.”

“그리고 저 방향이······. 저대로 죽 가면 중동, 인도까지 위험할 것 같은데.”

“동유럽과 중동 사람들이 러시아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국경에서 총성이 자주 들린다고 하고요. 아무래도 조만간 큰 거 한 방 터질 것 같아요.”

재준의 시선이 지도를 향했다.

유럽과 중동, 아시아로 이어지는 그림.

그리고 저 위에 펼쳐진 드넓은 러시아 영토.

이건 꼭 견적을 내지 않아도 결과가 훤히 보인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부 한때 죽일 듯이 물어뜯었던 러시아로 향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중국도 문제가 심각했다.

“엘리자베스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콘택트폰을 출시하는 것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원자력 발전소 가동 중단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처사였다.

에너지 공급을 무기로 중국 길들이기에 들어간 건가?

“‘블랙’.”

【네.】

“중국에서 방사능 유출 가능성은 얼마나 되지?”

【꽤 높습니다.】

재준이 슬쩍 시선을 올려 ‘블랙’의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봤다.

‘블랙’이 객관적인 숫자가 아니라 의견을 냈어?

의외네.

“엘리자베스가 하는 일에 네가 도움을 주는 거 맞지?”

【아직 명령이 없었습니다.】

“그럼, 옆에서 지켜만 보고 있다는 거야?”

【대기하고 있습니다.】

“방사능 유출은 막아.”

【네.】

“엘리자베스 이전에 내가 하는 명령이야. 방사능 유출은 절대 안 돼.”

【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다.

나노봇으로 파괴된 유럽과 중동을 재건하려면 미국의 자본과 중국의 노동이 필요하다.

만약 방사능 탓에 중국의 공장이 돌아가지 않으면 21세기의 문명은 최소한 17세기나 18세기 중세로 돌아갈 수도 있다.

중세로 돌아가는 것까지는 문제가 안 되는데 이미 돈맛을 알아버린 중국 인민이 세계 각지로 퍼지며 닥치는 대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를 것이다.

한국같이 인구도 적고 국토도 적은 나라는 정부와 국민이 같이 손을 잡고 으쌰으쌰 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겠지만 중국은 14억 인구가 한마음 한뜻으로 손을 잡는다고?

공식적으로 분류된 민족만 50개가 넘고 미분류된 민족 60개까지 합치면 100개가 훨씬 넘는 민족으로 구성된 중국이 단지 같은 땅에 산다는 이유로 뜻을 모은다?

불가능한 일이다.

“아빠.”

고민에 고민을 더하는 재준을 진이 부르며 들어섰다.

옆에 손을 들어 보이는 엘론도 보였다.

“진, 엘론, 어서 와.”

재준은 진과 엘론의 표정을 먼저 살폈다.

요즘 습관이 되어 버린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다.

그나마 다행이네.

좋은 소식이라도 있나?

재준의 희망을 알아차렸는지 엘론이 피식 웃었다.

“이제 공중 건물로 사람들을 이주시켜도 될 것 같아.”

“정말이야? 건물을 올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엘론에게 질문을 했지만, 시선은 진을 향했다.

“이주를 시키면서 건물을 올려도 괜찮다는 결괏값이 나왔어요. 건물은 무거울수록 중심을 잡기 수월해요.”

“어, 그래?”

신장 위구르 지역에 두 개, 태평양에 스무 개의 건물을 올리고 있었다.

첫 영상이 나가고 건물로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의 문의가 폭주했다.

“이주자의 기준은 어떻게 정하실 거예요?”

“기준?”

재준은 진의 질문에 초췌한 안색이 더욱 초췌해졌다.

그동안 꽤 고심했던 부분.

“네 생각은 어떠냐?”

“저 위로 올라가면 모두 다 똑같은 위치가 될 거예요. 권력과 돈이 등급을 만들어 내지도 못해요.”

“시간이 지나면 생길지 모르겠지만 처음엔 그렇겠지.”

“그럼 선착순이겠죠.”

“선착순? 그렇게 단순하게 한다고? 거기에 범죄자도 있을 거고,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도 있을 건데?”

“그렇겠죠.”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건 제가 생각해 놓은 게 있어요. 걱정 마세요.”

“뭔가 준비하는 게 있는 모양이구나?”

“네.”

“그래, 그럼······.”

정신 개조라도 하고 올려보내려는 건가?

그러면 다행이지만 모두 똑같은 생각의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삶의 의미가 있을까?

아니지, 이제 인류라는 문명을 다시 써야 하는 시점이니까 삶의 의미도 달라지겠지.

그리고 또 다른 문제도 있는데.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이 너무 많으면 어떡하지?”

“전에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지금 소행성에 케이블을 달아 건물을 짓는 것은 실험에 불과하다고.”

어?

그렇지. 이건 본 게임이 아니지.

“그거, 달에 케이블을 다는 거. 그걸 정말 하려고?”

“이미 시작했어요. 달과 지구, 양쪽에 케이블을 연결해서 중간에 달 크기만 한 위성을 만들 거예요.”

여기.

진이 손을 위로 올리자 지구와 달 사이에 거대한 위성의 모습이 홀로그램으로 떠올랐다.

“이렇게 크게?”

“70억 인류가 살려면 이 정도는 돼야죠.”

“그렇지. 이 정도는 돼야지.”

달 크기의 위성이라······.

이주가 시작되고 새로운 삶이 시작하려면 새로운 행성이라는 생각이 들어야겠지.

이때.

띠리리링.

재준의 폰이 울렸다.

익숙하지만 반갑지 않은 이름이 떴다.

시앙핑?

방사능 때문이겠지.

“여보세요.”

-임재준, 내가 왜 전화한지 알죠?

“방사능 때문 아닙니까?”

-맞아요. 지금 저희 서버에 카운트가 되고 있어요. 이제 40시간도 안 남았어요.

“그건 ‘블랙’이 막을 겁니다. 중국에 방사능이 유출되면 주변 국가들도 위험하니까요.”

-진짜 막을 수 있는 겁니까?

“이미 지시를 내렸어요.”

-진짜요?

“네.”

시앙핑이 계속 되묻자 재준의 마음도 살짝 흔들렸다.

내가 왜 이렇게 긴장하고 있는 거지?

-임재준, 이번 원자력 발전소 가동 중단은 엘리자베스가 만든 겁니다. 알고 있었습니까?

“엘리자베스?”

재준이 진을 바라보며 소리 질렀다.

‘블랙’.

대답이 없다.

진이 폰을 꺼내 ‘블랙’을 호출했다.

그러나 진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응답하지 않아요.

뭐? ‘블랙’이?

뭔가 이상한데.

재준이 다시 소리쳤다.

‘블랙’.

대답이 없다.

방금까지 대답을 하던 ‘블랙’이 갑자기 대화를 중단했다.

“주석님, 내가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통화를 끊고 다시 불렀다.

‘블랙’.

대답이 없다.

“아빠, 뭔가 이상해요.”

“뭐야, 이거 엘리자베스에게 문제가 생긴 거 아냐? 전에도 엘리자베스 때문에 한동안 ‘블랙’이 먹통이 된 적이 있잖아.”

진이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다다다다다닥.

한동안 공간 안에는 키보드 소리 외에는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엄마도 연락이 안 돼요.”

“뭐?”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재준이 미간을 일그러지며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쾅.

격하게 문이 열리고 퀴니코와 블록이 뛰어 들어왔다.

“보스.”

둘의 표정만 보아도 대형 사고가 터진 걸 알 수 있었다.

“중국에 문제가 생긴 거지?”

“중국이 아니라 유럽이에요.”

“데미안이 방향이라도 틀었어?”

“데미안이 아니라 사람들이 러시아로 몰려갔는데······.”

“그건 이미 아는 건데.”

멍청한 놈들, 그럼, 러시아가 얼씨구나 하고 받아들이겠냐고.

“그래서?”

“러시아가 국경으로 몰려드는 우크라이나 피난민을 향해 발포를 했습니다.”

“뭐? 민간인에게 발포했다고?”

푸차르, 너 미친 거 아냐?

“한동안 유럽이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해 왔는데 급하니까 몰려온다고 몇 번 경고하고는 그대로······.”

몰려가는 놈이나 그렇다고 거기에 총질을 하는 놈이나.

“윌켄, 도날드에게 중재에 나서라고 하세요. 이대로 놔두다가는 러시아 접경 국들과 전쟁이 일어날지도 몰라요.”

“알겠습니다.”

이때.

띠리리리링.

재준의 폰이 또 울렸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이름을 확인하고 ‘후’하고 한숨을 쉬었다.

푸차르.

“임재준입니다.”

-오랜만에 목소리를 듣네요.

“방금 이야기를 들었는데 총을 발포했다고요?”

-그것 때문에 전화한 겁니다. 우리가 먼저 발포한 게 아닙니다. 우크라이나 피난민에 섞여 있던 폴란드 놈들이 먼저 우리한테 총질한 겁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제 말을 못 믿는 겁니까?

“폴란드가 그럴 이유가 없잖아요.”

-그레이 구가 예상보다 훨씬 큽니다. 체코에서 폴란드 남부를 덮쳤어요. 이대로라면 동유럽 전체가 사라질 거예요.

이게 무슨 소리야.

지금까지 ‘블랙’의 데이터로는 1/4 정도 피해를 예상했는데.

“갑자기 커진 겁니까?”

-그레이 구가 체코에 들어서자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그 폭우로 인해 그레이 구가 갑자기 덩치를 키웠어요. 이건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겁니다.

“그게 언제 이야기입니까?”

-일주일.

“그래서 계속 피난민에게 총을 겨눌 겁니까?”

-내가 그런 일로 전화했을 것 같습니까? 총 몇 방 쏜 거로?

“그럼, 또 무슨 일이 있는데요?”

-지금 우리 해외 정보 요원이 도청한 내용을 전했습니다. 거기에 루마니아 공유 중인 B61 핵을 러시아로 쏘자는 내용이 드러났어요. 이거 미국 핵입니다. 루마니아가 잠시 보관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발사를 지시할 수 있는 건 미국이에요. 만약 루마니아에서 핵이 발사되면 러시아는 이 음모에 가담한 모든 나라에 핵을 발사할 겁니다.

이건 또 무슨 이야기야?

“러시아 대통령님, 내 말 잘 들으세요. 미국에서 일어난 재난을 보고 알고 있겠지만, 만약 핵을 쏘면 나노봇이 대량 확산되는 거예요. 지금 그레이 구 진로가 러시아를 피해가고 있지만 그레이 구가 커지면 러시아도 무사하지 못해요. 잘 생각해야 합니다.”

-그럼, 핵을 맞고 가만히 있으란 말입니까?

“그 전에 차단해야죠.”

-러시아는 이제 그럴 정보력이 없습니다. 이번에도 KGB 요원이 목숨을 걸고 가져온 거예요. 그리고 이번 사건으로 인해 유럽 내에서 러시아 요원들의 활동에 제약이 큽니다. 할 수가 없어요.

“일단 알겠어요. 미국 정부와 이야기해 볼게요.”

통화를 끊기가 무섭게 다시 폰이 울렸다.

미치겠네.

내가 미국 정부야? 왜 나한테······.

어라? 서형길?

“네, 이사장님.”

-도련님, 큰일 났습니다.

“러시아 국경 문제 말입니까?”

-알고 계시는군요.

“네, 방금 러시아와 통화를 했습니다.”

-네? 푸차르와 통화를 했다고요?

“네, 방금.”

-아니, 그 미친놈이, 루마니아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다고요?

“네?”

-지금 뉴스로 나오고 있습니다.

재준이 CNN 뉴스로 고개를 돌렸다.

화면에는 긴급 속보로 불바다가 된 루마니아의 장면이 흐르며 기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미친놈, 나랑 통화하면서 발사 스위치를 누른 거야?

“도날드는 뭐 하고 있습니까?”

-지금 전화통 붙들고 난리입니다.

“누구랑 통화를 하는데요?”

-나토죠. 거기서 러시아를 향해 폭격하겠다고 결정이 난 것 같습니다.

보스.

서형길과 통화중인 재준을 향해 퀴니코가 고함을 질러댔다.

퀴니코는 손가락으로 TV를 가리켰다.

저, 저, 저거······.

[속보입니다. 지금 중국 13곳의 원자력 발전소에 있는 55기 전부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중국 동부 연안 전부에서 거대한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습니다.]

뭐야?

40시간 남았다며.

왜 갑자기 터진 거지?

“아빠.”

진이 다가왔다.

얼굴에 수심을 가득 담은 채.

“아무래도 ‘블랙’이 잘못된 것 같아요.”

‘블랙’이?

‘블랙’이 왜?

뭐가 잘못될 수 없는 거잖아.

단순한 인공지능이 잘못돼 봐야 시스템 다운 정도 아냐?

“아빠, ‘블랙’이 의지를 가진 것 같아요.”

뭐?

< 제473화 중국? 없애버리면 되지(18)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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