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472화 (472/477)

< 제472화 중국? 없애버리면 되지(17) >

중난하이.

“어딜 갔다가 이제 오는 거야?”

시앙핑은 초췌한 얼굴을 한 딩쉐이를 보고 눈을 부라렸다.

딩쉐이는 주석을 보자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주석은 의외의 반응에 미간을 찡그렸다.

“뭐야? 왜 이래?”

“저, 주석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당연히 있어야지. 네 반응이 너무 이상해.”

“원자력 발전소에 문제가 있습니다.”

“그건 나도 알아. 자꾸 꺼졌다 켜졌다 하잖아. 원자력 발전소가 불안불안한데, 어떻게 해결이 가능한 거야?”

“저, 그게······.”

딩쉐이가 어떻게 말을 시작할까 입술을 꿈틀거렸다.

코어, 그것만 없애면 방사능이 퍼지는 걸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무슨 말로 주석님을 이해시키지?

“그게······.”

딩쉐이가 말을 하다 말고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자 시앙핑의 눈썹이 내려앉았다.

“왜, 불가능한 거야?”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단 코어를 파괴해야 합니다.”

“코어? 누가 그래?”

“그보다······. 주석님, 캡슐 하신 적 있으십니까?”

“없어. 그런 건 왜 물어?”

“아닙니다.”

캡슐을 한 적이 없다.

그렇다면 최소한 ‘엘리’에 가서 엘리자베스를 만나면 진실을 알 수 있지 않을까?

모시고 갈까?

“도대체 왜 그래?”

시앙핑은 안절부절못하는 딩쉐이가 어쩐지 불안하게 보였다.

“저, 그게······.”

“뭐? 왜? 임재준이라도 봤어?”

임재준?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는데.

“아, 아닙니다. 그보다······.”

“뭐?”

“‘엘리’에 갔다 왔습니다.”

“‘엘리’?”

“네.”

“콘택트폰 생산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아니요. 생산에는 차질이 없습니다. 다만······.”

“다만 뭐? 아유, 답답해. 얼른 말해. 뭐든 다 들어줄 테니까.”

후.

딩쉐이가 결심을 한 듯 주석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네, 그게······. 이틀 안에 원자력 발전소가 전부 가동을 완전히 중단할 것 같습니다.”

“완전히? 그게 무슨 소리야!”

가타부타 설명도 없이 결론만 말하는 딩쉐이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알아듣게 말을 해야지. 갑자기 원자력 발전소가 왜 가동을 중단해?”

“이미 저희 전산 시스템이 엘리자베스에 의해 점령당했습니다.”

“엘리자베스?”

“네.”

시앙핑이 정색을 하며 팔짱을 끼었다.

“그게, 내가 아는 그 엘리자베스를 말하는 거야? 진의 엄마인 엘리자베스?”

“네, 맞습니다.”

“저격당해서 생사가 불분명하다고 했잖아. 근데 그사이에 해커로 변신한 거야? 시스템을 장악하게?”

“그게······. 해커가 아니라, 엘리자베스 자체가 인공지능이 되어서······. 코어를 통해 저희 시스템에 접속한 거 같습니다.”

딩쉐이도 잘 모르지만 일단 질러보았다.

역시나 주석의 반응은 어이없음이었다.

“사람이 인공지능이 되어서 시스템에 접속했다고?”

“네.”

“사람이? 인공지능?”

“네.”

“뭔 개소리야? 사람이 인공지능이 되었다니? 내가 이해가 잘 안 돼서 그러는데. 사람이 어떻게 인공지능이 돼?”

“그때 저격을 당하고 죽어가는 걸 진이 뇌의 전기 신호만 컴퓨터에 옮겨서······.”

“가만, 가만, 가만.”

시앙핑이 손을 들어 마구 흔들었다.

그리고 무언가 골똘하게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런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것도 같아.

어떤 영화였더라······.

잠시 후.

뭐, 그럴 수도 있을 거야.

임재준이 하늘에 건물을 짓겠다는데.

인간이 인공지능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

“그래, 알겠어.”

“정말 이해하신 겁니까?”

시앙핑의 얼굴에 지친 표정이 서렸다.

당연히 이해 못 했지.

그냥 그러려니 할 뿐이야.

“네가 확인했으니까 나한테 이야기하는 거잖아. 그렇다고 치고. 이제 우리가 할 일이 뭐야? 코어만 제거하면 되는 거야?”

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코어부터 제거해 보려고 합니다.”

“그래, 그럼 제거해. 제거한다고 갑자기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아니지, 오히려 일이 안 일어나겠네.”

“네.”

“처리해.”

“네.”

딩쉐이는 우슈보에게 통화를 시도했다.

원자력 발전소가 파괴되는 것만큼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

띠리리링.

-네, 주임님.

“우슈보, 코어 빼. 그리고 아예 파괴해 버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알겠습니다. 당장 시도하겠습니다.

“통화 끊지 말고 바로 보고해.”

-네.

딩쉐이는 통화 너머에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우슈보의 명령에 여러 가지 소음이 들려오고 제거가 되었다는 보고가 귀에 전달되었다.

과연 이걸로 해결될까?

엘리자베스는 맘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데.

이걸 유도한 게 아닐까?

이때, 딩쉐이의 귀에 저 너머의 소란이 들렸다.

-우슈보 팀장님. 이, 이, 이게 뭘까요?

-뭐야?

-카운트가 되고 있습니다. 48시간 남은 것 같습니다.

딩쉐이는 48시간 이란 말에 소름이 등줄기를 쫙 타고 내려가는 걸 느꼈다.

48시간? 이틀?

코어를 제거하자 카운트가 되기 시작했다고?

역시 코어가 시동을 거는 열쇠라도 되는 거였어?

왜? 왜 하필······.

딩쉐이의 머릿속에 엘리자베스의 잔인한 웃음소리가 메아리쳤다.

‘호호호호호. 난 지배하려는 목적이 아니야.’

지배하려는 목적이 아니야.

지배하려는 목적이 아니야.

지배하려는 목적이 아니야.

계속해서, 계속해서 울렸다.

지배가 아니면 파괴, 파괴?

이런 빌어먹을.

그 파괴의 죄책감을 우리에게 뒤집어씌우려는 거구나.

-주임님, 아무래도 무언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당장 알고리즘을 뒤져 봐.

잘못됐다.

무언가 잘못됐어.

딩쉐이는 시앙핑을 바라보았다.

주석님 아무래도 이번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주임님, 알고리즘의 문제가 아닙니다. 카운트가 멈추지 않습니다.

주임님.

우슈보의 고함에 딩쉐이가 힘없는 톤으로 말했다.

“우슈보, 일단 거기서 나와.”

-네?

“멀리 달아나.”

딩쉐이는 얼이 반쯤 나간 표정으로 되풀이했다.

“멀리, 멀리, 신장 위구르까지 가. 거기라면······.”

말을 잇지 못하면서 고개가 절로 주석에게 돌아갔다.

주석이 피식 웃으면서 손을 까닥였다.

이리 오라는 듯.

네.

딩쉐이는 통화를 끊고 시앙핑에게 다가갔다.

“뭐, 숨기는 거 있지?”

“네.”

“말해 봐. 네 잘못은 아닌 것 같은데.”

딩쉐이는 가만히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콘택트폰을 바라보았다.

‘엘리’.

“이틀 후에 원자력 발전소 55기가 동시에 정지되고 방사능이 중국을 덮을 겁니다.”

후, 후.

“그거야? 방사능? 우리가 멈출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지.”

“네.”

시앙핑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엘리자베스라면······. 임재준, 이번엔 뭘 원하는지 말해 봐.

그래야 내가 뭐라도 할 거 아냐?

“딩쉐이, 임재준 연결해.”

딩쉐이가 아랫입술을 잘게 깨물었다.

“네.”

***

중앙판공청 지하 9층.

“다 나가!”

우슈보는 요원들에게 다 죽일 듯이 소리 질렀다.

“네.”

우르르.

요원들이 서둘러 나가고 공간에 홀로 남았다.

멍하니 부서진 코어를 바라봤다.

엘리자베스의 목소리가 귓가에 윙윙거렸다.

[이제 새로운 세상을 여는 데 당신이 아주 중요한 일을 하는 겁니다.]

우슈보는 자신의 콘택트폰을 꺼내 서버에 연결했다.

이제 중국은 없어진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인민 모두가 중국이다.

중앙집권을 벗어나 각자가 하나의 나라로 존재한다.

[원자력 발전소는 가동이 중단됩니다.]

방사능이 유출될 것이라고 했다.

이제 당분간 중국은 국가의 기능을 상실한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따졌다.

하지만 기존의 기득권을 가진 인간들이 자신의 권리를 내려놓게 하려면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었다.

[앞으로 만 년 동안 대지는 인간이 살아가기 힘든 곳이 될 겁니다.]

우리는 땅을 버리고 공중도시나 공중 건물에서 살게 된다.

과연 이게 인간을 위한 올바른 선택일까?

띠링.

콘택트폰 화면이 인지하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움직이다 멈췄다.

다 끝난 건가?

이제 인민이 중국의 진짜 주인이 되는 건가?

[당신들이 말하는 블록체인을 실현해 줄게요. 모든 인민이 하나의 블록으로 서로가 연결되어있는 세상. 공산당에 묶여서 속박당하던 세상을 인민에게 되돌려 주는 겁니다.]

우슈보의 눈에 창 너머 바쁘게 움직이는 서버의 불빛이 비쳤다.

이게 과연 잘하는 짓일까?

콘택트폰 화면에 아내의 사진이 보였다.

잘한 거야.

아무도 힘들게 살아도 되지 않는 세상.

모두가 자신의 일에 책임지는 세상.

블록체인.

말 그대로 블록이 체인으로 엮여 있는 웹이다.

인간 하나하나가 하나의 서버를 가지며 서로 연결된다.

예를 들면 지금의 U튜브는 중앙 서버에 모든 동영상이 저장되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서비스된다.

동영상의 소유는 U튜브가 가지고 있다.

만약 U튜브가 파산하거나 서버가 중단되면 동영상은 사라지고 동영상을 올렸던 U튜버들은 자신의 콘탠츠를 잃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U튜브를 블록체인으로 실행한다면 회사가 사라져도 동영상은 U튜버 개인이 소장하고 있어서 상관이 없다.

뭐, 회사가 존재하지도 않겠지만.

그리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코인.

코인은 사람들이 블록체인을 통한 서비스로 벌어들이는 수입이다.

현재의 코인은 블록체인이 개인 서버를 실현하지 못해 투자 대상으로 변질된 면이 있지만, 블록체인이 완벽하게 실현되면 투자가 아니라 실제 화폐의 구실을 할 수 있다.

각 국가의 화폐가 사라지고 하나의 코인으로 통일된다면 전 세계는 단일 화폐를 사용하게 된다.

환율로 인한 투기도 전쟁도 고통도 사라진다.

우슈보는 다시 서버를 바라봤다.

여기 이 서버를 엘리자베스가 장악하고 인민이 자유롭게 자신의 서버를 구축한다면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도, 서로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도 블록체인으로 연결되어 서로 신용을 거래할 수 있는 믿음이 바탕에 깔린 세상이 될 것이다.

나노봇과 방사선이라는 지구적 재앙으로 신뢰가 사라진 세계에서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다.

잘한 거야.

우슈보는 지하 9층 문을 빠져나오며 망치를 집어 들었다.

당분간은 아무도 여길 들어가지 못한다.

쾅, 쾅, 쾅, 쾅.

우슈보가 유일한 출입 수단인 암호화 잠금장치를 망치로 내려쳤다.

***

끼기기긱, 끼기기긱.

데미안이 독일을 지나 체코 국경선에 접어들었다.

일제히 발사.

화르르르르륵.

수백 기의 화염 방사기에 시퍼런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보이지 않는 적.

계기판에 작은 불빛이 반짝이자 무작정 정면에 대고 쏟아부었다.

하지만.

끄르르륵.

으아아아악.

사방에서 피 끓는 소리와 비명이 들릴 뿐 무엇하나 효과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아작아작아작아작.

우르르르릉, 콰르르릉.

무언가를 갉아 먹는 소리와 무너지는 건물.

스르르르르릉, 까까깡.

쇠도 나노봇 앞에서는 아무 쓸모 없이 구겨지고 쓰러졌다.

전부 후퇴, 후퇴.

1차 국경 저지선이 무너졌다.

뭉게뭉게.

화염 방사기에서 뿜어져 나온 불꽃으로 인해 시꺼멓게 타버린 대지에서 그을음이 하늘로 올라갔다.

그리고 잠시 후.

쏴아아아아아.

시원하게 비가 내린다.

빗물을 타고 나노봇이 빠르게 흘러갔다.

이제 곧 체코의 수도 프라하가 잿더미로 변해 역사에서 사라질 것이다.

< 제472화 중국? 없애버리면 되지(17)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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