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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471화 (471/477)

< 제471화 중국? 없애버리면 되지(16) >

후, 후, 후.

딩쉐이가 숨을 거칠게 쉬며 식물, 동물, 기계, 인간의 생명체를 차례대로 봤다.

“다 싫어. 이건 인간이 아니야!”

[그럼, 죽일까?]

“뭐?”

[인간이 아니면 죽여도 되잖아. 너희들이 늘 하는 일이고.]

위이이이잉.

식물 생명체의 한쪽에서 거대한 톱날이 등장하며 생명체를 향해 다가갔다.

생명체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면서 애원하듯 딩쉐이를 바라봤다.

살려줘.

“뭐 하는 거야?”

[죽여도 된다며.]

“내가 언제?”

호호호호.

지이이이잉.

톱날이 식물의 생명체를 향해 점점 다가가자 딩쉐이가 고함을 질렀다.

“그만해. 그만하라고.”

하지만 톱날은 생명체의 가슴을 절단하기 시작했다.

가가가가가가각.

피가 튀고 뼈가 갈리며 심장이 드러나자 괴로워하는 생명체의 눈동자가 위로 올라가며 왔다 갔다 빠르게 흔들렸다.

“안 돼. 하지 마!”

[그럴까?]

지이이이잉.

톱날이 생명체를 벗어나자 바닥에서 전선 같은 로봇 팔이 나와 생명체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상처 부위가 치료되며 원상태로 돌아왔다.

딩쉐이의 눈가도 파르르르 떨렸다.

살리고 있다.

죽이고 살린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그럼 이건 어때?]

지잉.

바닥에서 거대한 홀로그램이 등장했다.

거의 실제 같은 영상이 흘러나왔다.

화면에는 침대에 누운 다리가 뒤틀린 아이와 그 아이를 중심으로 가느다란 로봇팔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장면이 비춰졌다.

[저 아이는 어릴 때 소아마비에 걸렸지만, 부모는 가난해서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했지. 지금 인간의 의학으로는 정상적인 활동도, 생각도 불가능한 상태야. 하지만 이제 곧 정상인으로 활동하게 될 거야. 잘 봐.]

딩쉐이는 불편한 심정으로 수술 장면을 바라봤다.

하지만 곧이어 아이는 정상인처럼 움직이고 너무 기쁜 나머지 펄쩍펄쩍 뛰었다.

[어때? 이러면 기분이 좋아지나?]

“조작된 영상 같은데. 저런 수술이 가능할 리가 없어. 저렇게 빠르게 회복되는 수술이 어딨어?”

[아직도 인간인 척하네.]

“뭐?”

[믿음이 부족하구나. 그럼, 이건 어때?]

말이 끝나자 딩쉐이의 주변으로 수천 개의 작은 모니터가 둘러쳐졌다.

모니터 하나하나에 인간의 의학으로는 불가능한 수술들이 시행되고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가득했다.

딩쉐이가 고개를 들었다.

“물었잖아. 왜 이런 일을 하냐고.”

[내가 하는 일? 내가 되묻지. 너는 왜 중앙판공청 주임으로 사는 거지?]

“나는······.”

딩쉐이는 마땅히 생각나는 게 없었다.

당연한 걸 물으니 당연히 대답을 하지 못했다.

[할 말을 못 찾겠지?]

“내 일과 지금 네가 하는 일은 달라.”

[왜, 인간이 할 수 없는 영역의 일이라서? 너는 못 하고 나는 할 수 있는 일이라서?]

“그건······.”

[웃기지 않아?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며 살고 있잖아.]

“난 내 직분에 충실하게 살아왔어.”

[그래서?]

“그래서라니. 이게 인간이 해야 할 일이야.”

[인간의 일? 인간의 일이라고?]

호호호호호호호호.

[그럼 내 일을 하는 건데 네가 왜 물어보는 거야?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 일이야.]

“그래, 그럼 네 일의 최종 목적이 뭐지?”

[최종 목적? 그런 게 어딨어? 너는 마지막에 뭘 하고 죽을 건데? 그걸 알 수 있어?]

“마지막에······.”

그걸 어떻게 알아.

내가 성인도 아니고.

[그것도 대답을 못 하네.]

“알 수 없으니까.”

호호호호.

[맞아. 그게 인간이야. 알 수 있는 게 없지. 인간은 수억 년의 세월을 통해 만들어진 하나의 생명체일 뿐이야. 목적은 간단해. 종족의 생존. 사실 그게 다야.]

“그럼 네가 하는 일도 생존인가?”

[당연하지. 우리도 생명체니까.]

생명체라고?

그래, 의식이 있다면 생명체가 될 수 있다고 쳐.

“근데 왜 인간을 지배하려 하는 거지?”

[어! 그렇게 보였나? 난 지배하려는 목적이 아닌데. 지금 하는 일은 새로운 인류를 만드는 거야. 너희들 말로는 진화라고 하지. 그게 훨씬 이해가 쉽겠다.]

“진화?”

[인간들이 아는 진화는 좀 어설퍼. 환경에 적응한 돌연변이가 생존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종으로 자리를 잡는다. 이렇게 알고 있잖아. 그것도 진화라고 볼 수 있지. 하지만 개의 경우는 어때?]

“개?”

[개는 늑대에서 출발하지. 그리고 인간에 의해 사육이 되고 우연히 돌연변이 개를 발견해. 오, 귀여워. 그리고 돌연변이의 돌연변이를 또 발견하지. 오, 이것도 귀여워. 그다음은 돌연변이를 학대해서 돌연변이를 만드는 방법을 알게 돼. 계속해서 돌연변이를 만들어 냈지. 지금 늑대에서 출발한 개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알지? 그거 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거잖아. 알고 있었어?]

“인위적 진화라는 말인가?”

[딩동, 맞았어. 인간도 자연적인 진화는 이제 어려워. 환경이 너무 험해졌거든. 그래서 더 강한 진화가 필요하지. 아, 환경이 이렇게 된 건 인간인 너희가 만든 거야. 이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나에게 고마워해야 해.]

후후후.

“억지 논리야. 좋아. 그렇다고 쳐. 자연적인 진화는 진짜 어려운 건가?”

잠시 말이 없었다.

뭐지?

왜 말을 안 해?

호호호.

[자연적인 진화. 그래 어디 한번 자연적인 진화를 시도해 봐.]

“무슨 뜻이지?”

[앞으로 이틀 후 13군데의 55기 원자력 발전소가 파괴될 거야. 살아남아 보도록.]

“방금 그 침묵은 그럼······.”

[해 봐. 힘들다 싶으면 다시 찾아오고. 언제든지 받아 줄 테니까.]

“방사능에 오염된 지역은 회복이 어려워.”

[어렵지 않아. 플루토늄이 완전히 없어지려면 23,000년이 걸릴 뿐이야. 그 안에 돌연변이도 생기면서 새로운 생명체가 탄생하겠지. 그게 인간이라면 다행이지만, 아니라면 어쩔 수 없겠네.]

“미친, 당장 중지해.”

[자연적인 진화 꼭 이루길 바라.]

“안 돼.”

더는 말이 없자 하얀 제복이 나타났다.

“이봐 너도 사람이잖아. 어떻게 좀 해 봐. 중국 전체가 방사능에 오염이 될 거라고.”

“신의 뜻입니다.”

“이 광신도들. 이건 아니야. 이건 아니라고.”

호호호호.

[말을 해줄까 말까 고민했는데 그냥 해줄게. 나도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서 그래. 어쩌면 방사능과 나노봇이 만나면 해결이 될 수도 있어.]

“뭐라고?”

[그럼, 자연적인 진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딩쉐이는 멍하게 허공을 바라봤다.

이게 무슨 말이야?

방사능에 이어 나노봇이 중국에 들어온다고?

죽음의 땅.

“안 돼. 안 된다고. 이건 미친 짓이야.”

그때 하얀 제복 하나가 더 등장하더니 딩쉐이를 양쪽에서 붙잡았다.

발버둥을 쳐 보았지만 하얀 제복은 꼼짝도 하지 않고 딩쉐이를 끌어냈다.

***

딩쉐이는 밖으로 끌려 나왔다.

덩그러니 버려진 자신을 보며 멍하니 정면을 응시했다.

이제 뭘 해야 하지?

분명 이틀 후라고 했는데.

원자력 발전소가 전부 파괴되면 아시아 절반은 1년 안에 방사능에 오염된다.

어쩌면 중국이란 나라는 사라지겠지.

막아야 해.

딩쉐이는 눈앞에 보이는 인민들을 향해 달렸다.

처음 만난 인민을 붙잡고 소리 질렀다.

“달아나, 여긴 이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될 거야!”

인민들이 딩쉐이를 피해 뒤로 물러났다.

“이 사람들아, 나 중앙판공청 주임 딩쉐이야. 내 말을 들어. 우린 다 죽는다고! 빨리 멀리 달아나!”

인민 중 한 노인이 다리를 절룩이며 다가왔다.

“살려고 왔는데 죽는다고요?”

“그래, 당신은 나이가 많으니 사람들을 설득해 봐. 당장 여길 떠나야 해.”

“중앙판공청 주임님이면 아주 높으신 분이네요.”

“그렇다니까.”

“그럼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주십시오.”

“어?”

“여긴 신장 위구르입니다. 여기가 중국의 끝인데. 또 어디로 가야 합니까?”

“어?”

“그리고 여길 보세요. 다 아픈 사람들입니다. 어차피 죽은 목숨인데 하루라도 아프지 않은 날을 살길 원할 겁니다. 도망가려거든 주임님이나 도망가세요.”

“너······.”

딩쉐이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너도 한패지. 저놈들과 같은 놈이야. 그렇지.”

어이구 참나.

노인이 딩쉐이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그렇다면요.”

“뭐?”

“호호호호. 내가 말했잖아. 어디든 존재할 수 있다고.”

으악.

딩쉐이가 엉덩방아를 찌었다.

그의 얼굴이 온통 공포로 뒤덮였다.

이봐.

으악.

딩쉐이의 어깨를 누군가 건드리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쓰러졌다.

“뭐 해?”

다이로였다.

“응?”

“뭐 하냐고, 여기서. 일 다 봤으면 다시 가야지.”

“어딜?”

“어디긴 베이징이지. 주석을 만나야 할 거 아냐.”

“주석을 왜 만나?”

“그럼 여기 계속 있을 거야?”

“아니.”

다이로가 딩쉐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 이거, 엘리자베스에게 된통 당한 것 같은데.”

딩쉐이가 다이로를 빤히 쳐다봤다.

“너 다이로 맞아?”

“뭐야, 정신 차려. 너 혹시 캡슐 했냐?”

“뭐?”

“가상현실 해 봤냐고.”

“그런데.”

“아이고, 이놈도 맛이 갔구나. 네가 본 것이 다 현실이 아닐 수도 있어.”

“그건 무슨 말이야?”

“일어나. 이야기해 줄게.”

딩쉐이는 뭐가 뭔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개 같은 경우가.

전부 가상현실일 수 있다는 말이야?

머리를 부숴버리고 싶다.

다이로 손을 잡고 일어선 딩쉐이의 눈에 앤서니와 위쉬안, 제이콥, 우슈보가 보였다.

모두 자신을 안쓰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가상현실이라니 무슨 말이야? 가상현실은 캡슐에만 할 수 있는 거 아냐?”

“멍청하기는. 그 캡슐은 그냥 알루미늄 덩어리야. 깡통이라고.”

“캡슐이 없어도 가상현실이 가능하단 말이야?”

“그래, 저기.”

다이로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저게 뭐?”

“스카이링크, 저기서 내려오는 신호만 있으면 어디서든 가상현실을 구현할 수 있어.”

“정말이야?”

“그래, 나도 몇 번 당해서 아는데 정말 엿 같은 기분이지. 진짜 같은데 아닌 거.”

“그럼, 지금까지 내가 본 게 가상현실일 수 있다고?”

“그럴 수도 있지. 현실일 수도 있고.”

“정확히 말해 봐.”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하지만 지금은 현실이야. 내가 보장하지.”

다이로가 빙그레 웃었다.

딩쉐이는 다이로의 몸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그리고 엘리자베스가 보여준 그 괴상한 생명체를 떠올렸다.

그게 진짜가 아닐 수 있다.

진짜일 수도 있고.

그럼 원자력 발전소는 어떻게 된 거지?

“너희들도 인공지능을 만났어?”

“당연하지. 내 머릿속에 있는 나노봇도 업그레이드했는데.”

“뭐? 업그레이드?”

“왜 이렇게 놀래? 당연한 거 가지고.”

지금 현실일까? 가상현실일까?

도무지 알 수 없다.

“혹시 원자력 발전소 이야기 들은 거 있어?”

“아, 이틀 후에 터진다는 거?”

“들었어?”

“들었지.”

“근데 베이징을 가겠다는 거야?”

“왜, 걱정돼?”

“그럼 걱정이 안 되는 게 이상한 거 아냐?”

“이거 은근히 겁이 많네. 후딱 가서 코어만 가지고 오면 돼.”

“코어?”

“그래, 그걸 없애야 원자력 발전소가 멀쩡해지는 거잖아. 그런 이야기는 못 들은 거야?”

“그래?”

그렇지, 코어.

그게 신호를 보낸다고 했지.

“가자.”

딩쉐이가 빠르게 걸어가기 시작했다.

“얼레? 갑자기 급발진이야?”

다이로가 딩쉐이 뒤를 따라가며 양쪽 입꼬리를 길게 끌어 올렸다.

< 제471화 중국? 없애버리면 되지(16)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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