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증권 재벌의 천재 손자가 되었다-469화 (469/477)

< 제469화 중국? 없애버리면 되지(14) >

중난하이 앞.

제이콥은 차창을 통해 중난하이를 오고 가는 인물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뒷좌석에는 노트북으로 중앙판공청 시스템 침투를 시도하는 위쉬안, 두 손을 모으고 두 눈을 감은 채 명상에 빠져든 앤서니가 있었고, 바로 옆에 보이지도 않으면서 눈에 잔뜩 힘을 준 다이로가 있었다.

“뭐, 보여?”

“너무 조용해. 중난하이 안에 사람의 이동이 전혀 없어.”

“중앙판공청에도?”

“그쪽도 마찬가지야.”

“아, 분명히 통화할 때 시끌벅적했는데.”

“딩쉐이가 중앙판공청에 있는 거 확실해?”

“맞다니까, 뒤에서 들리는 소리가 분명히 사무실 분위기였어. 지금 이 상황에 외부에 사무실을 차렸을 리가 없잖아.”

오.

제이콥은 다이로의 얼굴을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았다.

“왜? 뭐?”

“나노봇의 영향인가? 왜 머리를 쓰는 느낌이지?”

“으유, 저기나 살펴. 뭐가 움직이는 것 같아.”

제이콥은 묘하게 찝찝한 마음을 뒤로하고 일단 중난하이 정문을 확대했다.

“어? 시앙핑이 어디 가는데?”

“그럼 딩쉐이도 같이 가는 거 아냐? 둘은 거의 실과 바늘이잖아.”

“아니, 딩쉐이는 없어.”

“그럴 리가. 잘 봐 봐.”

“어? 딩쉐이가 따로 움직인다. 다른 방향으로 차를 몰고 있어.”

“뭐? 야, 빨리 따라가. 빨리.”

“잠깐 기다려. 거리는 둬야 할 거 아냐?”

“지금도 멀어.”

“그건 너고. 난 바로 앞에 있는 것 같아.”

“아, 그렇지. 그래, 너는 멀리 있어도 잘 보이지. 그래.”

잘난 척하기는.

눈 좋아서 좋겠다.

제이콥이 멀찌감치 떨어져서 미행을 시도했다.

뭐가 급한지 속도를 내며 달리는 것이 의아했다.

속도를 상당히 내는 것 같은데.

원자력 발전소에 가는 건 아닐 거고.

미행이라고는 하지만 도로에는 차가 몇 대 없었다.

너무나 한적한 도로.

그 점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웠다.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여긴 베이징인데.”

앤서니의 의구심에 위쉬안이 고개를 들어 밖을 바라봤다.

“그사이에 벌써 다 내뺀 거야? 그래도 여기가 수도인데?”

“중국 동부 해안에 원자력 발전소가 몰려 있으니 당연히 위협을 느꼈을 겁니다.”

원자력 발전소란 말에 위쉬안의 표정이 날카롭게 바뀌었다.

“정말 방사능 유출이 없는 걸까?”

뭐?

지금까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의문에 모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이런 빌어먹을.

다이로는 순간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미행이고 나발이고 그냥 여길 벗어나자.”

“네가 제안해 놓고 지금 와서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잠자코 있어라. 확 차 밖으로 밀어 버리기 전에.”

제이콥이 성을 내자 다이로가 입을 꾹 다물었다.

앤서니가 둘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아직은 괜찮을 겁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주석과 주임이 돌아다니고 있지 않습니까? 만약 방사능이 유출되었다면 제일 먼저 빠져나갈 사람 아닙니까.”

어, 듣고 보니 그러네.

그래도 모두 걱정이 되는지 침묵이 이어졌다.

50분 정도 지났을까.

랑팡시라는 표지판이 보이자 딩쉐이가 급하게 차를 꺾었다.

제이콥은 딩쉐이의 차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회전시킨 다음 잠시 코너에 차를 대었다.

그리고 눈으로 딩쉐이의 차를 좇는데.

“멈췄다.”

“그래? 그럼 우리도 다시 가야지.”

“기다려 봐. 차에서 내려서 건물로 들어가고 있어. 천천히 가도 돼.”

“오케이. 그럼 나도 준비를 해 볼까.”

다이로가 가슴에서 총을 꺼내 철컥철컥 슬라이드를 움직였다.

시끄러운 소리에 제이콥이 인상을 찡그렸다.

“넌, 회사 대표라는 놈이 아직도 갱단처럼 총을 가지고 다니냐?”

“이게 내 정체성인데? 예전에 앤서니가 한 말 기억 안 나? 이게 내 신앙이라니까.”

쯧쯧쯧.

나 갱단이요, 광고를 해라, 광고를 해.

혀를 차며 차를 몰아 딩쉐이가 들어간 건물에 차를 댔다.

그리고 앤서니와 위쉬안을 차에 남겨 둔 채 다이로와 제이콥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살금살금.

벽에 붙어 2층으로 올라가자 양쪽으로 문이 보였다.

난 이쪽 넌 저쪽.

각자 문에 귀를 가져다 대고 소리를 들었다.

이쪽이야.

다이로가 자기가 맡은 문에 딩쉐이가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어서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딩쉐이를 포함해 두 명이 있음을 알렸다.

오케이.

제이콥이 말을 알아듣고는 총을 거쳐 잡았다.

하나, 둘, 셋.

다이로가 손가락을 펼치고 숫자를 셌다.

지금,

쾅.

“딩쉐이.”

다이로와 제이콥이 문을 박차고 들어가며 고함을 질렀는데.

둘 앞에 있는 인간은 최소한 20여 명.

헉.

“두 명이라며.”

“저놈 혼자 말하고 있으니 둘인 줄 알았지.”

아유.

딩쉐이가 둘을 보며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또 무슨 일인데?”

다이로가 총을 바닥에 내려놓으며 미소 지었다.

“대화 좀 하려고.”

“총 들고 무슨 대화를 해?”

“봐, 이제 이렇게 내려놓았잖아. 주변에 험한 일들이 많아서 그런 거야.”

“그래.”

딩쉐이가 세상만사 다 산 표정을 지으며 지겹다는 듯 말을 뱉었다.

“험한 일이야 종종 있지. 누군가 죽어도 모를 정도의 일이 많지 않아서 그렇지. 잘됐네. 이 기회에 정리도 하고 좋은 기업 하나 얻고.”

“무슨 소리야? 뭘 정리한다는 거야?”

“긴말하지 맙시다. 다이로 스타일 내가 잘 아는데.”

말을 마친 딩쉐이가 뒤로 물러나자 뒤에 대기하던 20여 명의 인간들이 고개를 꺾으며 앞으로 다가왔다.

다이로와 제이콥이 뒤로 물러나며 양손을 앞으로 뻗었다.

“어, 어. 딩쉐이 아주 중요한 정보가 있어.”

후후.

“그런 정보 없어.”

딩쉐이가 훠이훠이 손을 내저었다.

“빨리 끝내. 시간 없어.”

네.

다시 다가오자.

“잠깐.”

다이로가 다시 단발음을 냈다.

“코어에 대해 알아. 원자력 발전소, 그거 코어가 한 거야.”

에휴.

“그건 이미 아는 얘기예요.”

“어? 진짜 코어가 한 거야?”

후.

딩쉐이가 죄책감 없는 표정으로 다시 손을 훠이훠이 저었다.

“잠깐, 잠깐, 잠깐.”

이번엔 다이로의 말이 통하지 않았다.

맨 앞으로 한 놈이 달려들자 뒤에서 네 놈이 움직였다.

격투로 해 보자 이거지.

퍽, 퍽, 퍽.

다이로는 먼저 공격한 놈의 주먹을 머리 왼쪽으로 흘리고 놈의 턱에 카운터를 먹였다.

그리고 옆으로 움직이며 가장 오른쪽에 있는 놈의 머리에 잽을 날려 놈이 멈칫하는 사이, 놈의 어깨를 잡고 붕 떠서 뒤에 있는 다른 한 놈의 머리를 발등으로 강타했다.

지지대로 사용된 놈이 뒤돌자 팔꿈치로 가격, 앞으로 달려오는 두 놈은 좌우 스텝과 함께 한 방씩.

퍽, 퍽.

후, 후.

뒤로 물러나며 다이로가 스텝을 밟았다.

“내가 주먹을 좀 쓰거든.”

“그래, 다이로가 그냥 쓰러지면 안 되지.”

순식간에 벌어진 광경에 제이콥이 총을 드는 순간.

철컥, 철컥, 철컥.

정면에 있는 십여 명이 동시에 총을 겨누었다.

“에헤이, 시작이 주먹이면 끝까지 주먹으로 해야지. 이러면 섭섭한데.”

“지금 내가 시간이 없어요. 그냥 죽으세요.”

쏴 버려.

딩쉐이의 명령이 떨어지자 모두 방아쇠를 당기려는 찰나.

잠깐 무언가 내리누르는 위압감이 들었다.

뭐지?

순간 제이콥이 눈에 비친 광경을 보고 굳었다.

앞에 있는 놈들이 전부 굳어 있었다.

제이콥은 놀라서 굳었고, 놈들은 진짜로 몸이 굳었다.

마치 눈알이 없는 밀랍인형처럼.

“뭐야? 재들 눈알이 뒤집힌 거야?”

“그런 것 같은데.”

“딩쉐이, 무슨 짓을 한 거야?”

딩쉐이가 뒤로 물러났다.

이건 또 무슨 일이지?

우슈보, 이 새끼.

이때.

저벅, 저벅, 저벅.

앤서니가 들어섰다.

“딩쉐이를 데려오라는 신의 계시가 있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앤서니에게 향했다.

“딩쉐이를 ‘엘리’로 데려가야 한다고?”

“네.”

“코어는?”

“딩쉐이에 대한 이야기가 다였습니다.”

“허, 이러면 내 계획이 틀어지는데.”

“틀어지긴. 애초에 코어와 상관이 없단 말인데. 쓸데없는 고집 부리지 말고 가자.”

제이콥이 딩쉐이에게 총을 까딱거리며 움직이라는 신호를 했다.

후.

깊은 한숨을 내쉬며 딩쉐이가 움직였다.

건물에서 나오자,

위이이이잉.

거대한 드론 자동차 한 대가 마당에 내려앉았다.

조종석에는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우슈보.

원래부터 이쪽으로 붙은 거였나?

우슈보가 타라고 손짓을 했다.

앤서니가 고개를 끄덕이자 모두 드론 자동차를 향해 움직였다.

앞 좌석에 제이콥이 타고 딩쉐이를 중앙에 앉히고 셋이 포위하는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위이이이잉.

드론이 다시 공중으로 오르며 신장 위구르를 향해 나아갔다.

위에서 바라보는 아래의 풍경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다이로가 딩쉐이와 눈이 마주치자 입을 열었다.

“저 사람들 보이지. 저거 방사능 유출로 이렇게 된 거 아냐?”

피식.

딩쉐이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원자력 발전소가 무슨 일반 빌딩 짓듯이 지어지는 줄 알아? 방사능이 유출되려면 최소한 후쿠시마처럼 건물이 무너질 정도의 7점대 지진 정도는 돼야 하는 거야.”

“그래?”

“멍청하기는.”

“멍청한 건 너지. 자기 부하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하는 놈이 무슨. 근데 그놈들 왜 그런 거야? 눈알이 돌아갔던데. 약 했냐?”

딩쉐이의 매서운 시선이 운전석에 있는 우슈보를 향했다.

시선을 느꼈는지 우슈보가 백미러로 딩쉐이를 슬쩍 보았다.

“저도 모르는 일입니다.”

피식.

이번에도 딩쉐이는 비웃었다.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믿을 것 같아?”

“주임님, 뭔가 오해가 있으십니다. 저도 지금 납치당하고 있는 겁니다.”

“혼자 잘만 움직이던데 납치는 무슨 납치?”

“그, 그게······.”

“왜? 무슨 할 말 있어?”

후.

우슈보가 긴 숨을 내뱉었지만, 표정은 사뭇 비장했다.

“가족이 ‘엘리’에 있습니다. 아내가 백혈병이잖아요.”

“백혈병?”

“으이그, 지 부하 와이프가 죽는 것도 모르면서 부려 먹었냐?”

다이로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딩쉐이 대신 자신이 우슈보에게 질문을 했다.

“그래서 엘리자베스가 너에게 제안을 한 거야?”

엘리자베스란 말에 모두 다이로를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저런 멍청한 놈.

거기서 엘리자베스 이야기를 왜 하는 거야?

하지만.

“엘리자베스가 누굽니까?”

우슈보가 다이로를 살렸다.

“어쨌든 ‘엘리’에서 사람이 왔냐고.”

“문자가 왔습니다. 확인해 보니 아내도 이미 ‘엘리’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고요.”

“그렇게 된 거네.”

“주임님, 근데 저는 정말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 그냥 이 드론에 타고 있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알았으니까 그 입 닫아.”

잔뜩 겁을 먹은 우슈보의 입에서 자칫 국가 기밀이라도 새어 나올까 봐 딩쉐이가 거친 톤으로 명령했다.

“네.”

“아니, 이상한 놈이네. 네가 백혈병을 낫게 해 줄 수 있어? 왜 잘못도 없는 아랫사람한테 큰소리야?”

흥.

딩쉐이가 말을 섞기 싫은지 고개를 돌렸다.

다이로는 이때다 싶어 우슈보에게 슬쩍 떠봤다.

“이봐, 아까 여기 딩쉐이 옆에 있던 놈들 눈알이 이렇게 훼까닥 돌아가던데. 약쟁이들인가?”

“네? 무슨 말입니까? 그들은 군인들입니다.”

“군인이라고?”

“약을 하다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군인?”

밖을 바라보던 딩쉐이가 우슈보를 향하며 외쳤다.

“정예라고 뽑은 놈들이 군인이었어?”

“네, 코어에서 추천하는 사람 중에 먼저 군인들을 추려서 만든 주임님의 충성대입니다.”

“근데 왜 그 모양이야?”

“그들은 신의 선택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대화에 앤서니가 끼어들자 딩쉐이가 헛웃음을 내었다.

후후.

“신? ‘기억의 길’ 신도인가?”

“당신도 신도 아닌가요?”

뭐?

모두의 시선이 딩쉐이를 향했다.

< 제469화 중국? 없애버리면 되지(14)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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