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468화 중국? 없애버리면 되지(13) >
쓰리, 투, 원, 발사.
쿠오오오오오.
스카이링크는 한꺼번에 100기의 위성을 발사했다.
새로 건설한 위성 발사대와 전 세계의 발사대를 총동원했다.
로켓이 지구와 같은 태양 공전 주기를 가진 소행성 십여 개에 케이블을 달 목적인 위성.
슈우우우웅, 쿵.
위성이 목적 소행성에 착륙했다.
잠시 후 로봇 수십 기가 행성 표면에 수백 개의 구멍을 뚫고 지름이 10m인 합금 봉을 밀어 넣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티타늄과 바륨, 주석을 합쳐서 만든 합금이다.
이 봉에서 합금으로 만든 케이블을 지구로 내려서 케이블을 중심으로 건물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은 로봇이 진행하며 영상을 지구로 전송했다.
***
중난하이.
“진짜 임재준은 정상인이라고 볼 수가 없어.”
시앙핑은 입을 헤벌리고 공중 건물이 세워지는 영상을 보고 있었다.
“일부러 영상을 전 세계에 공개한 것 같습니다.”
딩쉐이도 입을 헤벌리고 보고 있었다.
“그렇지. 내가 하는 일을 봐라, 너희들은 꿈도 못 꾸는 걸 내가 해내고 있다. 뭐 이런 거지.”
“한 달 전 유럽 연합에서 비공식 회의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서유럽과 동유럽이 공중도시 건설을 두고 한바탕한 모양입니다.”
“그래? 흥, 멍청한 놈들. 안 들어도 알 것 같아. 동유럽 놈들 배알이 꼴려서 반대했겠지.”
“그 결과 신장 위구르에 짓기로 한 것 빼고는 전부 대륙에 건설하려던 공중 건물을 전부 바다 위에 짓는다고 합니다.”
“다행이네.”
“하지만 중국으로 몰려올 공산이 큽니다.”
“괜찮아. 임재준이 어떤 놈인데, 와서 애걸복걸해 봐야 어림도 없지.”
시앙핑의 시선은 여전히 영상에 못 박혀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러다 딩쉐이가 말꼬리를 내리자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또 안 좋은 소식이 있는 거야?”
“진코퍼레이션이 신제품을 출시한다는데 ‘엘리’와 같은 콘택트폰인데 본체를 손목에 감을 수 있는 플랙서블형이라고 합니다.”
플랙서블 콘택트폰을?
시앙핑은 자신의 턱을 손가락으로 긁으며 생각에 잠겼다.
“결국······. 미국 시장은 중국에 넘기지 않겠다는 거네.”
쩝.
시앙핑이 미간을 찡그리며 입맛을 다셨다.
아쉬운데.
미국을 휘어잡을 기회였는데.
임재준과 진작 만나서 이야기를 할 걸 그랬나.
근데 이게 안 좋은 소식은 아니잖아.
“또 다른 이야기가 있는 거야?”
풋.
딩쉐이가 짧은 비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생산을 애플이 한다고 합니다.”
“뭐? 애플이?”
“네.”
“아니, 애플이 만들었는데 진코퍼레이션 이름으로 출시가 된다고?”
“네.”
“그럼 애플이 하도급 노릇을 한 거야?”
“그런 것 같습니다.”
푸.
푸하하.
푸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하하하.
“이거 정말 재밌는 일이네. 천하의 애플이 결국 임재준 손바닥 위에 놓여버렸잖아. 남의 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꼴이라니.”
후.
시앙핑은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 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정말 괜찮을까요?”
“뭐가?”
“임재준을 제어할 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봐, 딩쉐이.”
“네.”
“상황을 봐. 이미 예전부터 임재준 손바닥이었어. 공중 건물을 짓는 것도 콘택트폰을 만든 것도. 다 갑자기 만들어진 게 아니었잖아. 임재준은 상대가 자신이 가진 모든 걸 소모할 때까지 천천히 상대하면서 즐기는 거라고. 아주 못된 놈이야.”
딩쉐이의 볼살이 살짝 떨렸다.
그거 우리 이야깁니다.
지금 빼앗긴 땅이 얼마나 많은 줄 아십니까?
거기다 캡슐에 로봇에 투마로우에 건너간 돈만 1년 예산이 훨씬 넘습니다.
“그럼 우린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겠네요.”
“당연하지. 절대 아무것도 하지 마. 아니, 오히려 뭘 할 것 같으면 적극적으로 도와줘.”
“하지만 이미······.”
그런 사람이 코어를 몰래 가져온 거야?
“왜?”
“코어 때문에 걱정이 돼서요.”
“그건 임재준 게 아니잖아. 저쪽 놈들 거지. 우리가 임재준을 도와준 거라니까.”
“아, 네.”
꿈보다 해몽이 좋네.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임재준에게 축전 하나 보네.”
“축전까지요?”
“당연하지. 우리 의사를 분명히 전해야지. 두리뭉실한 태도는 별로 좋지 않아.”
“아, 네.”
정치의 기본이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겁니다.
지금까지 우린 두리뭉실로 일관해 왔습니다.
근데 안 좋다니요, 임재준 때문에 가치관도 오락가락하는 겁니까?
“그럼, 앞으로는······.”
부르르르르.
딩쉐이의 폰이 울렸다.
우슈보?
그리고.
삐.
내선도 울렸다.
시앙핑과 딩쉐이 둘 다 안 좋은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먼저 콘택트폰을 받았다.
“무슨 일이야?”
-주임님, 사고가 터졌습니다.
“뭔데?”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을 멈췄습니다.
“어느 원자력 발전소?”
-전국에 있는 55기 전부 다 멈췄습니다.
“뭐라고?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잖아. 이번에도 코어 때문이야?”
-또다시 작동했습니다.
“그럼 당장 코드를 뽑아.”
-네.
다음 내선 버튼을 눌렀다.
“뭐야?”
-지금 원자력 발전소가······.
“알아, 당장 매뉴얼대로 행동해.”
-그렇게 되면 다시 가동할 때 시간이 걸립니다.
“망설이다 방사능이 유출되면 다 죽어. 당장 닫아.”
-네.
쾅.
시앙핑이 탁자를 강하게 내리쳤다.
“딩쉐이, 원자력 발전소가 멈추면 중국의 모든 공장도 멈추게 돼.”
“하지만 방사능이 유출되면 더 위험합니다.”
“전에도 잠시 멈췄다가 다시 가동했잖아.”
“그래도 만에 하나 대비해야 합니다.”
“안 돼. 잠시 기다리다······.”
시앙핑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삐.
내선이 울렸다.
“뭐야?”
-원자력 발전소에 불길이 치솟고 있습니다.
“뭐야? 내가 중단하라고 지시했잖아.”
딩쉐이가 내선을 끊고 시앙핑에게 고개를 숙인 후 달려나갔다.
혼자 남은 시앙핑은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TV를 틀었다.
임재준.
설마 너는 아니지.
***
중국 우한시.
[중국 원자력 발전소에서 작은 화재가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이에 불안을 느낀 인민들의 피난 행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든 인민들은 서쪽 신장 위그루로 향하고 있는데 모두 ‘엘리’ 근처 지역은 방사능 안전지대라는 소문이 원인인 것 같습니다.]
“저거 중국 실수가 아닌 것 같은데.”
다이로가 뉴스를 보며 앤서니를 노려봤다.
“앤서니, 혹시 아는 거 없어?”
“없습니다.”
“정말이야? 신의 계획 아니냐고?”
“들은 적 없습니다.”
“그럼 원자력 발전소가 동시에 가동이 중단되는 게 말이 돼?”
“신의 계획은 인류를 구원하는 것이지 죽이는 게 아닙니다.”
“죽어야 사는 거잖아. 안 그래? 인류의 절반은 죽어야 인류가 사는 거 아니냐고?”
그만해.
제이콥이 다이로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지금 우리끼리 싸울 일이야? 왜 앤서니에게 따지는 거야?”
“제이콥, 저건 ‘블랙’이나 ‘엘리자베스’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야.”
“데미안의 코어도 있어. 중국의 인공지능도 있고. 시스템 오작동일 수도 있는 일을 왜 앤서니에게 따지는 거야?”
“빌어먹을.”
다이로의 시선이 다시 TV로 향했다.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을 중단하긴 했어도 방사능 유출은 없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인민 사이에 한가지 괴소문이 퍼지며 인민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공안으로 이상한 물체 하나가 들어오면서 이상한 일이 발생하고 있으며 중앙판공청 지하 9층에서 이 괴물체를 실험하다가 지금 위험을 초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진 한 장이 인터넷에 떠돌며······.]
“이봐, 저거 코어 이야기 아니야?”
다이로가 손가락으로 TV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냥 떠도는 소문일 뿐이야.”
“아닐 수도 있잖아. 미국도 행어 18에 외계인이 있다는 소문이 나중에 사실로 드러났잖아.”
“넌 지금 이 와중에 농담이 나오냐?”
“이게 농담처럼 들려? 난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 건데?”
“외계인이 말이 되냐고.”
“내가 볼 때는 외계인보다 나노봇이 더 말이 안 되는 거였어.”
“뭐?”
다이로의 말에 제이콥이 멍해졌다.
나노봇······.
확실히 다이로 말에도 일리가 있다.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블랙’이 응답을 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게 ‘블랙’과 엘리자베스의 작품일 수도 있다.
“앤서니, 당장 우리도 ‘엘리’로 향하자.”
“지금은 그쪽으로 가는 도로는 다 막혔습니다.”
“걸어서라도 가야 해.”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직접 물어봐야겠어.”
“무엇을 말입니까?”
“뭐든 다. 나노봇도, 원자력 발전소도. 코어에 대해서도.”
갑자기 제이콥이 서두르자 앤서니와 위쉬안은 엉거주춤 일어섰다.
유독 다이로만 자리에 앉아 모두를 노려봤다.
“내가 말이야. 임재준과 다니면서 병이 하나 생겼거든.”
“갑자기 무슨 말이야? 병은 또 뭐고?”
“의심병.”
“뭐?”
“이 모든 상황이 무척 의심스럽단 말이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아까부터 내가 이야기하고 있잖아. 코어 말이야. 코어가 원자력 발전소 가동을 중단했다면 어쩔 거야.”
“뭐?”
“‘엘리’에 가서 물어봤는데 코어가 범인이면 어쩔 거냐고?”
“그래서 네 계획은 뭔데?”
“코어를 다시 찾아와야겠어.”
“그게 어딨다고 찾아와?”
“저기. 저기 있다잖아.”
다이로가 TV를 가리켰다.
“중앙판공청 지하 9층.”
“헛소문이라니까.”
“아니야, 난 중앙판공청 지하를 봐야겠어.”
“진짜 미친 거 아냐?”
“아니, 분명 주석이 말했거든. 코어를 가지고 있다고. 우리 눈으로도 봤고. 그리고 왜 엘리자베스가 코어를 딩쉐이에게 전달하는 걸 우리에게 보여줬는지 알 것 같아. 코어를 회수하라는 거야. 맞아. 그게 우리가 지금 할 일이지.”
“이 미친놈. 정말.”
“잘 생각해 봐. 우린 코어를 가지고 ‘엘리’에 가야 하는 거야. 앤서니 너는 어떻게 생각해?”
앤서니가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얼마 전부터 신이 저의 질문에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이콥이 앤서니를 봤다.
저놈도 연락이 끊긴 건가?
“거, 보라고. 지금 코어 때문에 뭔가 잘못되었다니까?”
털썩.
제이콥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러니까 네 말은, 코어가 작동하면서 인공지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거야?”
“그래. 만약, 만약에 말이야. 원자력 발전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방사능을 유출하면 어떻게 할 거야.”
“방사능?”
이놈이 대표를 하더니 진짜 똑똑해진 건가?
자꾸 맞는 말만 하네.
“우리가 겨우 일궈 놓은 중국의 삶을 다 날려 먹게 생겼어. 최소한 원인은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 일단 딩쉐이부터 만나보자고.”
“딩쉐이를 만나자고?”
“난 감이 좋잖아. 꼭 딩쉐이가 진실을 털어놓을 것 같아. 어때?”
“난 찬성이야.”
위쉬안이 다이로의 의견에 찬성표를 던졌다.
“좋아, 하지만 딩쉐이를 만나서 아무런 소득이 없으면 ‘엘리’로 가야 해. 이대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어.”
“확실하다니까. 문제는 바로 코어야.”
다이로가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아니면 임재준이거나.
***
독일 함부르크.
우르르르르 꽝꽝.
갑자기 장대 같은 비가 하늘에서 쏟아졌다.
북해와 연결된 엘베강이 불어나고 유속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잠시 후 함부르크 전역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작아작아작아작아작.
푸석푸석푸석푸석푸석.
인적이 없는 함부르크 전체가 동시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기우뚱, 콰르르르릉. 쿵쾅.
< 제468화 중국? 없애버리면 되지(13) > 끝
ⓒ 번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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